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데 이왕이면 그럴듯한 풍경에서 찍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래머들의 발걸음이 당진으로 모이는 이유였다.‘금손 남친’이 없더라도 ‘인생샷’을 얻을 수 있는 스폿 5곳을 다녀왔다. #1. 붓길 따라 그날을 기억하리라필경사·심훈기념관 버스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어느새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대체 이 길에 어떤 풍경이 있다는 건지 의문을 품게 될 무렵이면 필경사에 도착한다. 농촌 계몽소설 와 시 을 집필한 심훈 선생이 직접 설계해 지은 아담한 초가집이다. 1932년 아버지가 살
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국사 교과서에 나온 것이 여행의 전부인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의 경주는 신라의 역사와 함께 지금의 감성이 가미된 공간들이 즐비했다.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경주의 작은 골목길까지 넘나들었다.●걸을 준비 되셨나요?저마다의 추억이 깃든 한국인의 여행지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경주. 수학여행, 내일로, 계모임 등의 이유로 한 번은 가봤을 그런 곳이다. 대표적인 명소로 불국사, 석굴암, 분황사 등 신라시대가 중심이 되지만 최근에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동궁원, 황리단길 등 젊은 콘텐츠들이 가세하면서 한층
첫 울진여행에 나섰다.울진의 매력은 넓고 다채로웠다. 그 맛에 빠져 맘껏 여행욕심을 부렸다. ●ULJIN Prologue 숨 쉬는 땅 여유의 바다 울진은 처음이다. 후포여객선터미널에서 울릉도 오가는 배에 오르내린 적은 있지만 거기까지가 전부다. 그게 어디 울진여행이던가. 대게가 그렇게 유명하고 금강소나무가 그토록 울울창창하고 쪽빛바다가 눈 시리도록 아름답건만…. 왜 이번이 처음인지 굳이 따져 물을 여유는 없다. 첫 울진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잔뜩 들떠 있으니 말이다. 울진, 막상 들여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다채롭다.
섬 여행의 매력은 고단함에 있을 지도 모른다. 새벽부터 배멀미를 꾹 참으며 바지런을 떨어야 해도 목적지가 울릉도라면 기꺼이 감수해도 좋다.●자유여행 대세를 따르지 않은 이유 몇 년 전 여행기자 20년차인 선배가 생애 첫 울릉도 자유여행을 계획하다가 낙담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울릉도에 들어가려면 울진, 포항, 강릉 중에서 배를 타야하는데 시작부터가 만만치 않았던 게다. 출항 시간이 오전 8~9시 사이로 이른 편이라 여객터미널 근처에서 1박을 하거나 새벽부터 자차로 이동해야하는데다 그날 날씨에 따라 배가 뜨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섬 많은 통영이건만 왜 그동안 한 곳도 오르지 못했을까. 이번에는 섬이다, 작정하고 길을 나섰건만 내내 비다. 비가 온들 어떠하랴. 비 오는 섬은 오히려 낭만적이다. 장사도·연대도·만지도, 통영 섬 여행 이야기다. ●동백터널 빨간 카펫을 걷다, 장사도항구에서 작은 여객선에 올라탄 지 15분쯤 지났을까, 저쯤 앞 물안개 사이로 장사도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긴 뱀’처럼 생겨 장사도라더니 정말 뱀 모양 같기도 하다. 장사도는 2011년 12월 ‘장사도해상공원 카멜리아’로 새롭게 탄생했다. 섬 전체가 하나의 공원이요 정원이요 문화
모든 도시에는 저마다의 이명이 있기 마련이다. 대전의 또 다른 이름은 ‘과학의 도시’다. 대전에서만 줄곧 이십여 년 살아온 토박이이건만 어떤 연유로 과학의 도시라 불리는 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숲에서 나와야만 숲이 보인다고 했다. 서울에서 출발한 여행에서 이방인의 마음가짐으로 내 고향 대전, 과학의 도시 대전을 자맥질하기 시작했다. ●대전엔 성심당만 있다고요?서울과 부산의 중간 언저리에는 놓여있는 대전은 교통의 도시로도 불린다. 두 대도시뿐만 아니라 영호남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 긴 여정에 말이든 사람이든 지치기 십상이니
금강과 주변 낮은 키의 건물들이 군산의 넓고 푸른 하늘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여기에 근대문화의 향수가 곁들여져 군산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끌어 당긴다. 올 가을엔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군산의 시간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시간이 가진 힘120년 전의 군산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은 전북의 작은 도시이지만 군산은 백제시대 이래로 오랜 기간 물류유통의 중심역할을 하며 국제항구로 이름을 날렸다. 북으로 금강, 남으로 만경강 사이에 자리 잡고, 서쪽으로 바다에 접한 지형 덕분이다. 1899년 5월에는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군산항을
그날 오후는 대체로 보라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강물처럼 흐르던 가을이 향기롭기만 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꽃말에 홀려 ‘급’ 감행한 가을 여행이었다. 난생 처음 경기도 연천이라는 곳엘 갔다. 우선 연천이 어디냐 하면 경기도에 있다(사실 처음 들었을 땐 충청북도 어디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남한의 끝, 그러니까 북한 땅과 가까운 최전방의 ‘군’이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꼬박 달렸더니 논밭 사이사이 꽤 굽이진 길이 이어졌다. 내비게이션의 안내가 의심쩍을 정도로 조용한 시골마을을 지나자,
그런 순간이 있다. 온갖 소음이 귓속에 왕왕 울리다가도 음소거를 누른 듯 고요해지는 순간. 정자항 방파제 끄트머리에서, 태화강 대숲길 한 복판에서 그랬다. 울산을 여행한다는 것은 조용한 해안마을을 산책하는 것과 같다. ●만선의 꿈 가득한 정자항어깨 너머로 바다가 넘실거리더니 정자항이었다. 울산 시내에서 약 20km, 항구마을은 대도시 울산을 잊게 할 만큼 수수하다. 정자항을 팔 벌려 안고 있는 듯 포물선을 그린 두 개의 방파제까지 한 눈에 폭 들어오는 크기다. 고기잡이배는 방파제 안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빼곡히 정박해 있고, 그물과
어느덧 분단 73주년, 곳곳에 남아있는 아픔의 흔적들. 이제는 여행지가 됐을 정도로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평화열차 DMZ트레인은 아픔의 시간을 보듬듯 달렸다. ●익숙하지 않지만 편안한거리보다 심리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 사실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땅이다. 분단의 아픔이 서려 있지만 무장 해제된 평화의 땅이다. 그래서 자연도 오롯이 숨 쉴 수 있었다. 역사와 자연, 평화가 공존하는 DMZ로 향하는 여정은 심리적 분단을 극복하는 데서 시작한다. 출발은 어렵지 않다. 평화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절로 흥얼거리고 흥에 겨워 장단을 맞춘다. 가락과 함께 남원과 전주에서 업고 논 이야기다. ●은하수 흐르는 사랑의 공간광한루원에 들어서니 저 앞에서 성춘향과 이몽룡이 알록달록 예쁜 한복을 입고 반긴다. 다소 조악한 인형이긴 한데 그래서 시작부터 즐겁다. “방자야, 넌 왜 여기에 없니? 하하하” 커플 여행객들은 대개 이 지점부터 춘향전 역할극에 빠져든다. 졸지에 방자가 된 남자도 질세라 “향단아, 어서 길을 안내하지 않고 뭘 꾸물대느냐” 여자를 채근하며 맞받아친다
우연찮게도 이번 여정은 오래 전 어머니의 손을 잡고 떠났던 여행과 같은 길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섬섬옥수였던 손에는 시간의 흔적이 묻어 주름이 새겨졌고, 그 손이 움켜잡았던 고사리손 또한 울퉁불퉁해졌다는 것. 머리가 큰 이후로 어머니와 단둘이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었으니 어색하진 않을까 살짝 긴장했건만, 완전한 기우였다. 이십여 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찾아온 여행지에서 어머니는 소풍을 떠나온 소녀가 되어 작은 꽃 하나에도 기뻐하시곤 했다. ●단양팔경의 맏형 도담삼봉 처음 당도한 곳은 단양의 자랑인 도담삼봉이었다. 단양군보다도 더
캠핑 의자를 펼치고 앉았다. 눈앞에 신도의 새하얀 해수욕장이 팝업북처럼 펼쳐졌다. 그 어떤 책보다 흥미진진했다. 책갈피를 꽂아 둔 장면들이 있다. ●800m의 해변 독점하기 유달산이 멀어지고 있었다. 목포대교 밑을 통과한 차도선이 바다로 몸을 밀어 나아갔다. 목적지인 전남 신안군 신도를 가기 위해서는 일단 하의도 웅곡선착장까지 가야 했는데, 2시간 20분의 긴 뱃길이었다. 아침식사로 각자 준비한 김밥과 빵을 나눠 먹었다. 그렇게 덜어 낸 짐의 몇 배나 되는 식료품을 하의도 선착장 뒤 농협마트에서 구입했다. 이왕이면 지역에서 소비하기
동쪽엔 새하얀 몽돌 해변이 집 앞까지 넘실거리고, 서쪽엔 7km에 이르는 광활한 모래등이 모세의 기적처럼 드러났다. 생각할수록 아름다운 섬이다.●영광 어디까지 가 봤니?애초부터 님도 보고, 맛난 것도 먹을 계획이었다. 목적지는 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영광에서 멈춰서 점심으로 보리굴비정식을 영접하는 일은 이번 섬 캠핑 여행에서 아주 중요한 일정이었다. 오랜만에 먹는 보리굴비와 조기에 집는 반찬마다 황홀경이라, 새벽부터 눈꺼풀 겨우 떼어 내고 배낭님 모시고 나선 보상을 이미 받은 기분이었다. 가능한 배에 꾹꾹 눌러 담느라 지체를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었다.대나무도, 산도, 내 마음도.싱그러운 녹음 사이쏟아지는 따사로움에지그시 눈을 감아 본다.Cultural●달빛이 춤추는 담빛길담양 담빛길에는 달빛골목 창작소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이곳은 죽제품 거리였다. 담양의 죽제품은 재질이 단단하고 코팅이 된 듯한 질감 덕에 과거 널리 이름을 알렸다. 안타깝게도 산업화와 동시에 밀려오는 값싼 플라스틱과 동남아 제품 공세에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렇게 휑해진 거리를, 예술 공방들이 다시금 채우며 은은히 담빛길을 밝혀 가는 중이다. 달빛골목 창작소에서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수정이는 말했습니다. 다른 수정이를 찾아 나선 여행의 끝에서 자신을 발견했다고요. 외부에 있다고 생각한 빛은 결국 자신 안에서 빛나고 있었던 거죠. 90일간의 갭이어 프로젝트가 준 선물이었습니다. 다른 수정이들은 뭘 하고 있을까? ●96년생 수정이의 용감한 갭이어 수정이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2달이 넘었다. ‘나는 이렇게 헤매면서 살고 있는데, 다른 수정이들은 뭘 하고 살고 있을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계획했던 여행이었지만, 고맙게도 나의 단순한 시작과는 다르게 이번 여행은 나에게 다양한 선물을 주었다. 여
계절의 초입이면 이곳에서는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계절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초속 3cm로 떨어지는 벚꽃도, 귀를 간질이는 파도소리도 모두 간절했으니, 슬며시 찾아온 봄을 맞이하러 부산으로 향했다. 해상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 본 송도 구름산책로 송도해수욕장 끝자락에 위치한 송도구름산책로 105년을 지켜온 부산의 자랑올해로 105주년을 맞은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 대한민국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으로 개장해 신혼 여행지로 오래도록 명성을 떨쳤다. 부산의 대명사인 해운대와 광안리에 비해 800m로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돌섬인 거북섬과
서울에서 여수까지 차로 5시간. 이왕 고된 여정에 남해를 추가했다. 여수에서 낭만을 노래하고남해에서는 봄바람을 실컷 들이켰다. 상주은모래비치는 남해에서 유명한 해수욕장이다. 수심이 얕아 아이를 동반한 여름 휴양지로 알맞다하멜전시관 앞에 세워진 빨간색의 하멜등대 여수에 피는 꽃 그리운 사람 한 명 쯤 마음속에 품고 산다는 건 축복이다. 열렬히 사랑했고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니까. 그러니 아픈 이름은 억지로 지우려 하지 말길. 언젠가 붉은 동백꽃으로 피어난다. 동백꽃은 여수의 시화다. 1월 말에 꽃망울을 틔워 3월에 만개한다. 당
경주와 부산 사이, 울산이 있다. 수없이 여행했던 두 도시 사이에 있건만 울산은 처음이다. 거대한 공장단지의 이미지만 떠올랐기 때문이었으리라. 섣부른 편견은 울산에 발을 디디며 깨져버렸다. 슬도의 거문고 바람을 맞으며, 대왕암공원의 꽃마중을 받으며. 그러니 실로 여행이란 놀라운 것이 아닌가. 해돋이 명소인 간절곶의 주말 풍경. 삼삼오오 모여 여유를 만끽한다바다는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아8차선 도로가 시원하게 깔린 도심을 지나간다. 공장단지의 높은 굴뚝이 솟아있고 거리에는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중공업, 석유화학, 조선업
아내랑 기차여행에 올랐다. 우리나라 유일무이의 럭셔리 침대 열차. 둘이어야 비로소 온전한 하나라는 닮은 점 덕이었을까, 레일도 부부를 아늑하게 안았다. 기차로 움직이고 기차에서 먹고 기차와 함께 잠든 1박2일 해랑 기차여행기다. 우리나라 유일의 럭셔리 침대 열차 ‘해랑ⓒ코레일관광개발침대 열차 내부 침대열차에서 샤워하는 호사복도가 마치 오리엔트 특급열차 같지 않아? 꽤 화려하네, 칸마다 객실 모양이 다른가봐…. 원래 저랬었나 싶을 정도로 아내는 오늘 유독 호기심이 많다. 설레서겠지. 우리나라 유일의 침대열차에 처음 올랐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