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남사예담촌저 멀리 산청에서 짊어지고 올라온 이야기보따리. 이걸 풀지 못해 근질근질, 참기가 힘들었다. 가가호호, 넘쳐흐르는 옛날이야기는 월담을 부추겼다. 남사예담촌의 옛담들을 들여다봤다. (좌) 사양정사 (우)세월이 덧대어진 문고리 (좌) 하씨고가의 사랑채 앞 (우)기와를 얹어 비가 스며들지 못하게 한 양반댁 토담 ●산청 남사예담촌 vs 안동 하회마을 안동 하회마을은 알아도, 산청 남사예담촌은 모를 수 있다. 인지도에서 분명 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사예담촌이 경남의 대표로 경북의 하회마을과 은근 자존심 대결을 한
일명 술집 순례, 펍 크롤은 거창하지 않다.튼튼한 두 다리와 갈증만으로 충분하니까. 서울 지하철을 타고서 크래프트 비어 맛을 찾아 전전했다. ●강남 Gangnam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 쇼핑몰, 레스토랑, 클럽 등 화려한 건물들이 가득 밀집돼 있다. 도심 속 맥주 공방구스 아일랜드 브루하우스 (Goose Island Brewhouse) 1988년 미국 시카고의 조그마한 브루펍에서 시작한 구스 아일랜드가 강남에 터를 잡았다. 전 세계 최초 브루하우스로 수많은 장소 중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 크래프트 비어 문화의 무한한
바람이 말을 걸어 왔다. 멀리 가지 않아도 좋아, 여기서 잠시 쉬어 가는 건 어때. 높은 산을 오를 용기도, 먼 바다를 마주할 여유도 없었던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았던 곳, 충북 제천이다. 능강솟대문화공간 앞에서 볼 수 있는 청풍호와 솟대 풍경 배론성지의 고즈넉한 풍경 배론성당. 배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순례자의 길. 완만한 트레킹 길이 이어진다 울고 넘는 박달재에서 순례자의 길까지 오래된 대중가요로도 유명한 ‘울고 넘는 박달재’의 바로 그 곳이다. 조선시대 과거를 보러 가던 박달 도령이 제천의 금봉 낭자를 만나 사랑의 언약을 나누었으
말해서 무엇 하랴. 어지러운 시절이다. 들려오는 소식들은 차마 쉽게 믿을 수 없고, 들어보면, 그러나 믿지 않을 도리도 없다. 온통 엉망이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한참 동안 포털 사이트의 뉴스들을 보다가, 카톡으로 시국을 이야기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짐을 꾸렸다. 여행이 치유이고 처방이라면, 내가 가장 시급한 환자였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서 달래 줘야 하는가. 나는 순한 것들과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곳. 목적지는 순천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다섯 개의 순順과 만났다. ●첫 번째 만남 순천(順天)의 순
주말 브런치, 데이트 코스, 쇼핑.서울 가로수길 하면 떠오르던 연관검색어 목록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겠다.브루어리(Brewery)와 펍(Pub)이 만나 탄생한 ‘브루펍(BrewPub)’. 제대로 된 피맥을 원한다면가로수 브루잉 컴퍼니(Garosu Brewing Company)2014년 7월, 일찌감치 신사동에 입성한 가로수길 브루펍의 터줏대감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조성용 대표는 직접 양조한 맥주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맘에 펍을 오픈했다. 10년 전부터 양조에 관심을 가졌던 조 대표는 전통주부터 맥주까지 다양한 양조스킬을 두
뭉치여행사 [작가와 함께 제주이야기]시선을 돌리니 새로운 제주제주 밭담을 거니노니… 그동안 대수로 여기지 않고 관심 두지 않았던 것에 다가가니 새로운 제주가 보였다.길가의 돌담에, 남의 일로만 여겼던 아픔에, 제주인만의 삶에 시선을 돌렸다. 4·3 사건의 혼란과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 폐허가 된 곤을동 마을. ‘잃어버린 마을’의 상징이다 제주 4·3 평화공원 추모비에는 희생자들이 새겨져 있다 아픔은 치유의 대상아픈 기억에서 시작했다. ‘잃어버린 마을’로 불리는 곤을동, 제주 4·3 사건의 쓰린 흔적이다. 제주시 화북 지역 서쪽 바닷가
한국드림관광 [서해 최북단 백령도] 백령에 나빌레라! 흰 백, 날개 령.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 섬 백령도. 옛날 어느 선비와 사또의 딸이 사랑에 빠지자 사또는 딸을 몰래 귀양 보냈는데 선비의 꿈에 백학이 나타나 그녀가 있는 곳을 알려줬다고 해서 ‘백학도’로 불렸던 섬. 인천시에 속한 섬만 총 168개이지만 북한과 맞닿아 있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섬이 바로 백령도다. 원래 황해도 관할이었던 백령도는 광복 이후 옹진군에 편입되어 지금은 인천항에서 4시간만 배를 타고 가면 닿을 수 있다. 백령도의 하이라이트 두무진은 절경을 뽐내는 바
동백여행사 [맛따라 멋따라 호남 맛기행]별미가 나를 부르네꽉 채운 전라도의 맛 여행이 곧 ‘맛있는 음식’으로 귀결되는 그야말로 먹방의 시대다. 예로부터 미식이라 하면 전라도가 아니던가. 전라도 장흥과 강진, 고창을 따라 대표 별미를 찾아가는 ‘맛따라 멋따라’여행으로 안내한다. ●이런 삼합은 처음이야, 장흥삼합일반적으로 삼합이라 하면 홍어와 돼지수육, 김치를 곁들여 먹는 홍어삼합을 떠올리지만, 장흥에서는 장흥만의 방식이 있다.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을 함께 먹는다. 이런 오묘한 조합이 어떻게 등장했나 보니, 지역의 특산물을 조합한
태안 꽃지 해변 ‘망했다.’ 꽃지 해변에 도착한 순간 든 생각이었다. 날씨가 좋지 않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늦은 오후까지 간직했던 일말의 기대가 산산조각나고야 말았다. 변산반도의 채석강, 강화의 석모도와 함께 ‘서해의 3대 낙조’로 꼽히는 안면도 꽃지 해변을 찾은 의미에도 먹구름이 내려앉았다. 태안 꽃지해수욕장.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 육지로 연결된 할미 할아비 바위로 걸어가는 사람들하지만 의미 없는 체념은 금방 내려놓았다. 해변을 천천히 걷고 있으니 낙조 이상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이 빠져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크기도
태안 신두리 사구 어느새 찬바람이 스친다. 겨울이다. 바람의 계절이다. 이 바람과 모래가 만들어낸 합작품, 이국적인 자연의 풍경을 찾아 신두리 사구砂丘에 올랐다. 서울 여의도 면적만 한 그곳에서 모래는 바람의 무늬를 만들기도 하고 깊은 골을 만들기도 하면서 바람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엄권열/ 태안 신두리에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안 사구다 태안반도 서북부,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에 위치해 있는 신두리 사구는 1만5,000년 동안 만들어진 국내 최대 규모의 해안 사구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공사용 모래를 실어 나르는 트럭
금산 칠백의총 오후 느지막이 도착한 금산에는 유난히도 볕이 반짝이고 있었다. 넓은 잔디가 펼쳐진 단정한 길을 따라 걸어 다다른 곳은 칠백의총(七百義塚).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위해 싸운 700여 의병의 유해를 모셔 놓은 곳이다. 순절하신 영혼을 모신 위패가 안치되어 있는 종용사 앞에서 묵념을 하는 것으로 첫인사를 건넸다. 누구보다 강했던, 고마운 분들께. 700여 명의 영혼들이 고이 잠든 의총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장 조헌선생은 금산 일대의 백성들로 구성된 의병을 조직했다. 8월1일 승병장 영규대사와 함께 청주성
아산 공세리 성당 ‘톡톡 토토톡’, 여행에서 돌아와 자꾸만 휴대폰을 두드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 “공세리 성당에 한번 가봐!” 이곳에서 느꼈던 아늑함과 청량감 그리고 힐링을 혼자만 간직하기가 아쉬워 그들을 충남 아산의 공세리로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성기두/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아산 공세리 성당은 순교자들의 유해가 모셔진 가톨릭 성지이기도 하다 깊어 가는 가을날에 가슴 콩닥이며 찾아간 공세리의 첫 느낌은 포근함이었다. “어서 와, 힘들었지?” 하며 어머니가 버선발로 달려 나와 맞아주는 듯한 느낌. 각박한 생활
청양 장곡사 연말에 가까워져서일까. 이른 시간부터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아침 일찍부터 부산히 집을 나섰을 테다. 산속 깊숙이 자리한 이곳, 장곡사(長谷寺)에 오르기 위해서. 아마도 중요한 시험을 앞둔 아들딸을 위해, 또는 아픈 가족을 위한 바람이 아니었을까. 불상 앞에서 무언가 열심히 읊조리던 그들의 뒷모습에서조차, 간절한 마음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 듯했다. ⓟ배주한/ 상대웅전에서 바라본 장곡사 청양 칠갑산 기슭에 위치한 장곡사는 작지만 특별하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대웅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쪽에
이야기가 있는 충남 원정대 그곳에 이야기가 있었네 이야기는 그곳에 그리고 또 내 안에 있었습니다. 여행은 그것을 일깨우는 것이었습니다. 다 함께 충청남도의 곳곳을 여행했던 어떤 날.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평평하게 다듬다 만 흔적이 역력한 주초석들 신도안 주초석 한반도의 중심, 서울. 조선 건국 이래로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가 아니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조선의 도읍 예정지가 원래 서울, 그러니까 한양이 아니었다? 뜻밖에도 태조 이성계가 애초에 조선의 도읍으로 점찍은 곳은 충청남도에 따로
늘 맥주 한 잔의 혼술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자칭 ‘맥주덕후’가 오직 맥주 하나만 보고 훌쩍 떠났다.무수한 혼술족들이여, 오늘만은 함께할 준비가 되셨는가?맥주 거품처럼 풍성한 제주 곳곳의 브루어리 탐방. 크래프트 비어계의 남다른 제주혹시 ‘크래프트 비어 = 수제 맥주’라는 당연한 오해를 하고 있진 않은지? 엄밀히 말하면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는 그냥 수제 맥주가 아니라 소규모 양조장에서 ‘장인정신’으로 만든 맥주를 의미한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크래프트 비어 산업이 성장한 건 지난 2014년 4월, 소규모 양조장에 관한 규제
구미의 ‘인생 맛집’ 구미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없다. 그렇다고 먹방에 대한 기대를 접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껏 기대해도 좋다. 공단에 모여든 팔도 사람들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켜 온 산해진미들이 구미에서는 기본이다. 서비스나 맛의 기준도 월등히 높다. 구미에서 맛집을 찾았다면 그곳은 ‘인생 맛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 1, 2, 3 특제 소스로 새콤한 맛을 내는 복어매운탕과 소주 안주로 좋은 복껍질무침회. 4 1970년부터 구미역 앞에 자리잡은 싱글벙글 복어 본점 웃으면 ‘복’이 와요싱글벙글 복어모르면 구미 사람이 아니라
구미역 주변이 수상하다 구미역의 소속은 원평동이다. 하지만 구미역을 경계로 역전과 역후의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아직 조용한 주거지역으로 남아있는 구미역 뒷동네가 요즘 수상하다는 제보를 받았다. 구미에서 가장 맛있다는 빵과 커피가 이곳으로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 벽화로 새단장을 마친 ‘밤실마을’의 아기자기한 재미는 덤이다. 유기농재료를 사용하고 천연발효를 거쳐 탄생한 여여브레드의 빵들 (좌) 오후 늦게 찾아가면 진열대가 텅텅비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 천연발효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파티쉐 김지영씨 유기농 빵의 모범답안
전통시장에서 만난 구미 여행자들에게 전통시장은 언제나 즐거운 놀이터다.구미를 대표하는 역사 깊은 두 전통시장에 놀러갔다. 살아 있는 구미의 맛구미새마을중앙시장 새마을중앙시장은 구미역 바로 옆 교통의 요지에 자리하고 있다 새마을도시락 앞치마를 맨 풀빵 상인 아주머니. 참 상냥하고 친절하셨다 전통시장은 그 지역의 정직한 얼굴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지역민들이 직접 지은 이름으로 간판을 달고, 가게를 꾸미고, 집집마다 다른 손맛이 밴 먹거리와 손수 골라 온 물건을 판다. 상품 진열대 위치 하나까지 대기업의 치밀한 전략으로 결정되는
봄엔 어디나 좋고, 여름엔 바다와 그늘이 좋고, 가을과 겨울엔 여수가 좋다고. 누군가 요즘의 여행을 물으면 나는 그렇게 답한다. 어느 날 일상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을 때, 아니 다른 일상들로 현재의 일상을 가만히 위로해 주고 싶을 때, 그런 날 당신에게 권하고 싶다. 여수가 당신으로부터 멀지 않고, 그곳에 닿으면 모든 게 부드러워진다고. 여수 해양레일바이크. 낮의 바다는 섬과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롭고 밤의 바다는 사랑과 약속의 대화들과 노래로 가득하다 여수 아쿠아플라넷. 흰고래가 부웅 하며 사람들 가까이 다가와서 찰칵 사진 속에 담긴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안다면 여행자가 아니겠죠. 화창한 가을날의 토요일을 가득 채워 줄 충청남도 여행 이야기. 먼저 가 보겠습니다. ●기다림에서 그리움으로태안군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태안에는 광활한 해변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해변에는 114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있는데, 그중 안면도에는 유독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원정 나간 남편을 한없이 기다리던 부인이 끝내 바위가 되었고 이후 부인 바위 옆에 또 다시 바위가 생겼다는, ‘꽃지 할미 할아비 바위’ 이야기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곧 그리움으로 굳어 버린 바위. 그 사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