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계절, 가을이다. 여름내 푸르던 벼는 어느덧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나무는 조만간 옷을 갈아입을 계획인가 보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 세상이 선보이는 올해 마지막이 될 푸르름을 만끽하기 위해 경상북도 칠곡으로 향했다.가을 햇살을 닮은 황금들녘이 드넓게 펼쳐진 경상북도 칠곡군 가산면 학하리. 학이 무리 지어 놀았다는 해발 839m의 유학산 북쪽 기슭에 가산수피아가 있다. 2019년 4월 6일에 문을 연 가산수피아는 면적 약 4만 평에 이르는 전국 최대 규모의 민간정원이다. 경상북도 제4호 민간정원으로 등록된 데 이어 2021년
가을, 하회마을에서 머물렀다. 물안개가 자욱한 만송정 솔숲을 느릿느릿 거닐며 향긋한 국화차를 음미했다. ●걷다감탄과 걱정이 공존했던 선비순례길선비의 도시, 안동엔 ‘선비순례길’이라고 불리는 산책길이 있다. 총 길이는 무려 91km에 이르지만, 9개 코스로 나뉘어져 있어서 원하는 코스만 선택해 걸어볼 수 있다. 선비순례길 1코스인 선성현길을 걸었다. 이 길을 유명하게 만든 건 안동호 위에 곡선으로 설치된 나무 데크길 덕분이다. 1.1km나 이어지는 데크길은 수면에 거의 맞닿을 정도로 설치돼 있어 물 위를 걷는 듯 짜릿한 기분을 느낄
이제야 ‘뜬’ 언택트 여행지. 알고 보니 속이 꽉 찬 참외처럼 달고 맛나다.이제라도 떠서 고맙다. ●올여름의 할 일은성밖숲 맥문동성주를 언택트 여행지로 뜨게 만든 일등공신은 경산리 성밖숲이다. 52주의 왕버드나무로만 이루어진 숲이 주는 압도감은 규모가 아니라 각 나무마다의 위엄이었다. 성주읍의 남쪽을 둥글게 휘감아 도는 이천(伊川)변엔 휴식, 낮잠, 운동, 데이트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한가한 숲속 오후를 보내는 중이었다. 이런 일상이 겹겹이 쌓인 300~500년 노거수의 모습에 누군가 ‘나이테가 밖으로 터져 나왔네’라고 말했다. 노
담담함 속에서 평온함이 찾아왔다.선비의 고장 영주에서 말이다. ●내면이 편안함으로 채워질 때부석사국내를 비롯해 수많은 외국 도시들이 관광의 큰 주제로 힐링을 앞세운다. 그럼에도 머무는 걸음마다 쉼이 되고, 마음이 치유되는 여행지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영주는 다르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제 옷처럼 잘 어울리는 곳이 영주다. 여행의 중심은 부석사와 소수서원, 무섬마을이다.‘영주=부석사’라고 단언해도 될 정도로 부석사(신라 문무왕 16년 의상대사 창건)의 입지는 단단하다. 영주 시내 구경은 나중으로 미루고 자연의 소리만 들리는 부석사
기껏 떠올린 게 마늘뿐이라고 해서 너무 부끄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부끄러움에서 호기심이 발동했고 그 호기심은 상상력을 한껏 돋웠으니까! 의성에서 말이다. ●고분 아래서 잊힌 왕국을 그리다‘조문국사적지’라…, 처음에는 어떻게 띄어 읽어야 할지도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조문국’이라는 국가의 존재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조문국 사적지’라고 바로 읽을 수 있었다.조문국은 약 2,000년 전 마한·진한·변한 삼한시대 때 지금의 경북 의성군 지역에 존재했던 부족국가라고 한다. 삼국사기는 조문국이 의성군 금성면 일대를 도읍지로 삼아 존속하다
‘맑은 공기 특별시’ 라는 영덕의 슬로건은 폐부에서 인정을 받았다. 내내 절경인 블루로드 해안길은 시각을 압도했고, 오십천 계곡의 짜릿함은 발끝에서 올라왔다. 온 감각이 영덕에 반했다.●영덕 Blue푸른 파도 소리 항구와 작은 어촌을 품은 바다가 쉴 새 없이 하얀 레이스를 펄럭이며 유혹한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찬란한 ‘블루’다.강구항의 시간고속도로에서 내려오니 오십천(五十川)이 마중 나와 길을 안내한다. 오십 개의 물줄기가 결국 하나로 만나 바다로 흘러가는 중이었다. 그 강의 어귀(口)에 있는 항구가 바로 강구항(江口港)이
한적한 여행지를 찾아 나섰다. 산보다 바다, 도시보다 마을. 지도를 살피다 울진에 눈이 멈췄다. 고속도로와 떨어져 있고 기찻길도 없어 멀게 느껴졌다. 눈을 감으니, 파도가 잔잔하게 밀려든다. 바다를 친구 삼아 달렸다.▶아름다운 길917번 드라이브 917번 국도는 경북 영덕군 지품면을 출발해 경북 울진군 죽변면에 도착하는 지방도로다. 가는 곳마다 바다가 있어, 나 홀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 코스다.●5시간의 거리울진은 오랜만이다. 역시 멀었다. 도로가 좋아졌다지만, 와 닿지 않았다. 서울에서 새벽 4시에 출발, 후포항에 도착
문득 역사와 문화가 궁금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세계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안동으로 떠나자. 상쾌한 공기와 고즈넉한 풍경과 함께 천년의 숨결을 느끼다 보면 숨이 ‘탁’ 트일 것이다. ●봉황이 머물다 간 자리봉정사울창한 소나무 숲길과 싱그러운 자연이 반긴다. 천등산 중턱에 피톤치드가 가득한 길을 따라 10여 분 걷다 보면 천년 고찰 봉정사에 도착한다. 신라 문무왕 12년(672년)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대사가 수행 후 도력으로 종이 봉황을 만들어 날렸는데, 이 종이 봉황이 앉은 곳에 절을 짓고 봉정사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만세루 아
누가 말했다. 행복해지려면 노력해야 한다고.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들과 행복을 그리기 위해 개실마을 꽃길을 걸었다. 꽃이 피면 아름다운 마을. 여기까지 오느라, 당신 참 애썼다.●개실마을, 참 정겹다남의 집에 가는 게 처음이 아니면서도 활짝 열려 있는 대문은 낯설다. 그냥 이렇게 들어가도 되나. “계세요?” 뒤에서 황당한 말이 들린다. “여긴 방이 2개인데 마음에 드는 방으로 드가시면 됩니더.” 개실마을 김민규 사무총장이다. ‘축구 꿈나무 집’ 할머니 집에는 두 칸짜리 한옥 별채가 있다. 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따라 안동을 여행하니, 예스러움과 고즈넉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퇴계처럼 기품 있고 간결하니도산서원조선시대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선비인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은 안동에서 태어났다. 발걸음은 자연스레 도산서원으로 향한다. 조선 선조 7년(1574년)에 건립된 서원으로, 퇴계 이황의 위패를 모시고 후손과 제자들이 제를 올리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지금도 퇴계 선생의 정신과 가르침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간결하고 검소했던 퇴계 선생의 성품을 본뜬 듯 소박하지만 올곧은 기품이 도산서원에 가득
캠핑이, 차박이 유행이다. 그걸 증명하듯 주말 대구 금호강변의 캠핑장에는 알록알록한 텐트와 캠핑카가 여름의 무늬를 수놓고 있었다.●새삼, 대구를 여행할 이유 캠핑 친구들이 있다. 찬밥도 나눠 먹고, 은하수 이불 아래 노숙도 같이 한 식구들이다. 주로 오지로, 섬으로 떠나기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도시, 그것도 대구였다. 한동안 여행지 목록에서 소외되었던 대구를 여행한다는 것은, 반쯤 여행에 미쳐 있거나 여행업에 생을 걸고 있는 우리에게 적잖이 선언적인 선택이었다. ‘어쨌든 여행을 계속되어야 한다’는 선언 말이다. 대구가
스쳐 지나기만 했기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초록빛 녹음과 알싸한 와인향이 감도는 곳.오감이 솔직해지는 계절, 오색빛 청도로 향했다. ●푸른 산 맑은 물, 레저의 명소산과 시내가 맑고 아름다우며 큰 길이 사방으로 통한다. 이름 뜻에 걸맞게 슬로건도 ‘푸른 산, 맑은 물 살기 좋은 청도’다. 대구와 부산 사이 어딘가. 무궁화호를 타고 조금은 느리게 경상도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곳이다.2차선 도로를 따라 초록 옷을 입은 나무들이 바람결에 흔들린다. 커다란 소가 올라타고 있는 다리를 만났다면 제대로 찾아온 셈이다. 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