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표정을 보았다. 어두운 듯 밝은 듯.때론 옐로우, 때론 블루.캔버스 위로 무지개빛 표정이 떴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큐브하우스에선 어른도 아이가 된다.큐브 장난감 같은 건물이 숲을 이룬다.한 걸음, 두 걸음 내딛으며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돼.퍼즐을 다 못 맞춰도 그냥 놀아 보자.| 로테르담 큐브하우스 Cube Houses, Rotterdam청어 향볼렌담의 추억엔 청어 향이 난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던 절인 청어.배와 갈매기가 있는 선착장의 풍경도 곁들이기 좋은 안주였다.청어에서 볼렌담 향이 나는지,볼렌담에서 청어 향
빙하가 사라진다.미래가 녹는다. 태양으로부터 발생한 에너지는 지구에 도착한 후 다시 우주로 방출된다. 이때 대기권 온실 가스층에 의해 우주로 방출되는 에너지의 양이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보다 적거나 같으면 지구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무분별한 화석연료의 사용은 온실 가스층을 두껍게 만든다. 두꺼워진 온실 가스층 때문에 에너지가 지구에서 우주로 방출되지 못하고 계속 지구에서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지구의 평균기온이 서서히 오르면 빙하가 녹기 시작한다. 눈, 호수의 얼음, 해빙, 고산의 빙하,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상,
아버지의 낡은 필름 카메라와 코닥 필름의 조합.코타키나발루의 하루가 인화됐다.●휴양지 향무슨 향을 제일 좋아하냐는 질문엔 답이 정해져 있다. 휴양지 리조트 로비의 향. 만다린 오렌지, 시트러스, 유칼립투스, 라임.세상의 온갖 풋풋하고 상큼한 것들은 다 갈아 넣은 향.상상할 수 있는 최고로 ‘휴양지스러운’ 향이다.●암실빛이 진다. 코타키나발루의 저녁 놀.초점은 맞았을까, 노출은 적당했나.지금은 깜깜하다.어둠을 인내해야 빛이 되어 나온다.●직감직감이라는 것이 있다. 사고보다 한 발 빠르고, 오감보다도 한 수 앞선.설명할 방법도, 증명할
미국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입니다.바다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지평선 너머 가끔씩 고래가 뛰어오르는, 그런 곳입니다.조용한 시간, 나란히 앉아 괄호가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괄호가 많은, 산타 바바라의 시간을 기다립니다. 글 강화송 기자 사진 Nicole Mejia
항해를 하는 중입니다.저 멀리 구름이 보입니다.가까울 듯 가까워지지 않고,돌아서면 성큼 다가와 있죠.닿을까 싶어 속도를 내자 이내 배가 휘청입니다. 젓던 노를 멈췄습니다.순풍이 불고 땀이 마릅니다.내일은 구름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멀지만 가까운 그곳을 향해지금은 항해하는 중입니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단 5초면 충분하다.제주의 여름에 물드는 시간. 1초,금능의 오후파도가 분다. 바람이 친다. 여름이 흐른다. 금능의 오후다.| 제주 금능해수욕장2초,여름 한 방울마중 나온 구름에 깃든 여름색 한 방울.| 제주 한담해변3초,노을이 고인다오후 일곱시, 금악오름 정상에 노을이 고이는 시간.| 제주 금악오름4초,바람이 말한다잠시 쉬어 가. 자전거 페달에 바람이 쉼표를 놓는다.| 제주 신창풍차해안도로5초,제주도의 사랑법깊은 숲, 한낮의 산책, 유연하게 나부끼는 마음. 제주를 사랑하지 않는 법을 도통 모르겠다. 그것이 제주도의 사랑법이다. |
화려한 밤을 기억하는 이들에게싱가포르에 남은 절반의 하루에 대하여.콘크리트, 풀초록으로부터 회색을 거친 햇살.청록색 아침이 싱가포르를 깨운다.| Shangri-La Rasa Sentosa, Singapore인도 사람, 싱가포르인싱가포르에서는 인종과 국적의 개념이 다르다.인도 사람이지만 싱가포르 국민이다.| Little India, Singapore섞이는 것그저 화려하게 빛나는 밤을 제외한싱가포르 절반은 잘 섞이는 것이 목적이다.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어느 하나 튀지 않게. | Marina Bay Sands, Singapore
여기, 문이 있습니다.힘주어 접어야 하는 폴딩도어도,빙글빙글 돌아야 하는 회전문도 아닙니다.그저 PUSH,가볍게 밀기만 하면바깥으로 나설 수 있습니다.창 너머로 플로리다의 햇살이 보입니다.파도가 치고 여름이 흐릅니다.안과 밖 사이엔 고작 이 얇은 문 하나가 전부입니다.그저 PUSH!힘차게 밀기만 하면세상으로 나설 수 있습니다.글·사진 곽서희 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SNS에는 제철 여행지에서 촬영한 멋진 ‘인증숏’들이 올라온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았나 싶다. SNS에 ‘좋아요’가 폭발할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한 꿀팁을 공개한다. ●photography tips 1 좋은 구도가 절반이다어떤 사진이든 구도를 잘 잡으면 절반은 이룬 셈이다. 프레임 속에 뚜렷한 주피사체로 인물이 있는 인증숏의 경우 구도의 역할은 더욱 극대화된다. 좋은 사진을 위한 구도의 법칙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삼분할 원칙을 기억하자. 스마트폰이든 DSLR이든 미러리스 카메
바다가 밤을 품는다. 돌은 견디고 숲은 변한다. 푸른 밤제주도 푸른 밤을바다가 품는 밤.끝없이 파랗다.| 제주 한담해변초록이 그랬다봄에 시작해여름에 절정을 맞이하고가을에 물들어 겨울에 저문다.초록이 그렇다.| 제주 비자림청보리 일렁이는알알이 묶은 마음으로 일렁이는 바람을 바라본다. | 제주 가파도 글·사진 강화송 기자
순간의 향기를 저장해 둘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향긋한 상상에 빠졌습니다. 첫 번째 병은 숲속의 흙내음으로,두 번째 병은 짭짤한 바다 향으로 채울 겁니다.세 번째 병에는 오후의 피크닉을,마지막 병에는 여름을 통째로 넣어 두고 싶습니다. 방법을 몰라서, 대신 카메라를 들었습니다.여행의 향기를 봉인하는 만의 방법입니다. 6월호 표지에는 제주도 안돌오름의 이끼 향이 담겼습니다.행여 휘발될까 꼭 잠궈 두었습니다.추억하고 싶을 때마다 맡아 볼 요량입니다.잔향이 오래 가는 게, 그리움과 닮았습니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단골 식당을, 때론 옆집의 차고를.미국 캔자스주의 일상을 그렇게 담았다.덤덤하지만, 특별하게.중형 필름카메라는 늘 함께였다. 영하 10도의 햇빛추운 겨울에도목 뒤가 따스해지는 빛은 있다.| 캔자스 시티 Kansas City 첫 손님새벽 첫 해가 뜰 무렵.첫 손님으로 들어간 식당에서필름 한 롤을 다 채우고야 말았다.| 콜로라도주 Colorado 곁먼 곳에서만 찾았다.피사체도, 행복도.그러다 발견한 옆집 가족의 일상.소중한 건 곁에 있다.| 오버랜드 파크 Overland Park 휴일 아침목적지는 없었다. 우연히 들른 작은 도시의 이름
북마리아나제도에 위치한 작은 섬, 티니안입니다.태평양의 더위, 참을 수 없을 만큼 뜨겁습니다. 바닷바람은 얼마나 습한지, 땀이 줄줄 흐릅니다.티니안은 섬에 사는 주민이 많지 않아 조용합니다.생명은 살아 있지만, 활기는 멈추어 있습니다.고요합니다. 파도 소리가 섬을 가득 메웁니다.가만히 앉아 바다를 바라봅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십니다.지금은 티니안을 닮았습니다.뜨겁지만, 고요할 뿐입니다. 타자 소리가 사무실을 가득 메웁니다.가만히 앉아 여행을 바라봅니다.그리고 이제 시원한 맥주를 찾는 중입니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바다는 어떤 이야기라도 털어 놓게 만드는신비한 힘을 가졌다.때로는 덤덤히 보듬어 주고,때로는 힘내라 소리쳐 준다.그 위로가 참 고마운 계절이다.등대, 곁얼마 전에서야 알게 되었다.빨간 등대 곁에는 하얀 등대가 있고하얀 등대 곁에는 빨간 등대가 있다는 것.나의 빨간 등대는 어디 있을까?| 속초 동명항오후 5시의 항구부산스러운 항구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차분함을 되찾는다.게으른 여행자들의 시간이다.| 속초 동명항아침 8시의 호수설악산 자락은 이른 아침 제 모습을 드러낸다.일찍 일어나는 새들의 시간이다.| 속초 청초호 별빛 바다빛을 머
프랑스 생 나제르에 위치한 브리에르(Briere) 습지입니다.1970년대부터 프랑스 정부가 지역자연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해 온 곳이죠.7,000헥타르에 달하는 거대한 습지지만 사람이 돌아볼 수 있는 구간은 오직 150km 정도가 전부입니다.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습지는 해마다 풀이 무성히 자라납니다.그렇게 우거진 들판은 거위와 양과 말이 살아갈 터전이 됩니다.이곳의 삶은 그저 특별한 것 없는 하루의 연속입니다. 4월호의 표지에는 그런 하루를 담았습니다.자연은 자연처럼, 동물은 동물대로.아마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하루
몬테산비아조(Monte San Biagio)는 이탈리아 라치오주에 속한 코무네(comune, 주민 자치 공동체)다. 로마 테르미니역(Stazione Termini)에서 완행열차로 1시간 남짓 걸린다.●여행이 즐거워질 때폼페이를 방문하고 로마로 돌아오는 고속열차 안에서 언덕 위 펼쳐진 아름다운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스치는 차창 밖으로 기차역의 이름이 희미하게 보인다. 다음날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그 마을로 향했다. 후지와라 신야가 말했다. “여행이라는 것은 때때로 의지를 거스르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고. 진정한 여행의
늘 봄이란 건 말이죠,비단 계절을 말하는 것만은 아닙니다.누군가에게 더없이 좋았던 한때가,누군가에게는 뜻밖의 행운이,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던희망이기도 합니다.2021년 3월 호 표지에는그 모든 보송함이 담겼습니다.언제나 잊지 못할 지난 추억과어쩌다 마주친 천국 같은 순간,시린 겨울을 견디며 조금씩 틔워 낸여행의 온기와 설렘이요.사방이 온통 벚꽃이었던 그날을 떠올리며또 한 번의 만개를 상상합니다.봄을 그립니다. 사진 강화송 기자 글 김예지 기자
언제나 완벽할 순 없으니까. 한 장의 A컷, 그 이후의 이야기.어쩌면 오히려 더 여행에 가까울 에디터 3인의 조각들.눈물의 디즈니 성 입장한 순간 비상이다. 눈물 버튼 고장. 코너를 돌아 디즈니 성을 마주했을 때부터 눈물‘샘’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잘도 솟아났다. 올랜도 디즈니 월드에서 세상을 다 가진 듯 웃어야 할 2n년차 디즈니 덕후는 영화 속 캐릭터와 인사할 때마다 세상이 무너진 듯 꺼이꺼이 울어댔다. 헬로우, 흑흑. 아임 유어 팬, 엉엉.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피날레, 불꽃놀이. OST를 듣는데 내가
하루 24시간, 여행에서 늘 함께했던 빛.그 빛을 좇으며 다만 욕심내어 바랐다.이 밤이 느리게 깊어지기를,또 끝없는 낮이 이어지기를.아침 인사좋은 하루 보내. 자전거 탄 이를 배웅하는 아침빛의 인사.| 프랑스 파리, 비르하켐 다리 Pont de Bir-Hakeim, Paris, France여유빛의 시선에서 자유로운그들의 여유.| 크로아티아 흐바르섬 Havr island, Croatia오후의 빛긴긴 여름날의 끝.빛은 서서히 작별을 고한다.| 체코 프라하, 블타바 강변 Vltava River, Prague, Czech Republic
우리는 여전히 파도가 치는 바다에 머물러 있습니다.파도는 과연 우리를 덮칠까요.파도의 여정에는 계획이란 없습니다.그저 우연에 몸을 맡기는 중입니다. 아주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