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했을 뿐인데 나는 나와 더 가까워졌다.●취향을 탐색하는 시간타인들 대하듯 나를 대하던 날들이 있었다. 나의 신체, 나의 취향, 나의 성격, 나의 불호. 나임에도, 나이기에, 나를 가장 몰랐던 날들. 그런 나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 다름 아닌 쇼핑에 있다는 건 노벤타 아웃렛이 내 손에 들려 준 또 다른 선물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쇼핑이야말로 엄청난 집중력을 요한다. 공부도 조용한 도서관에서 능률이 오르듯 아웃렛도 한적한 곳에서 득템률이 오른다. 노벤타 아웃렛은 신기하리만치 고요하다. 옷더미가 마구 파헤쳐진 흔적도 없고 직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백두산이 열렸다. 지난 3년간 많은 것이 변했다지만, 백두산만큼은 그대로라는 소식이 반가웠다. 울창한 원시림으로 뒤덮여 있다는 것도, 삼대가 복을 쌓아야 천지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천지 괴물, 너 이 녀석아침, 백두산에 오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상부에 휘몰아치는 악천후 탓에 문이 닫혔단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하룻밤을 묵은 이도백하(二道白河) 시내의 날씨와 백두산 천지의 날씨가 말 그대로 ‘천지’ 차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으니 비판은 사양이다. 그래도 내가 천지 하나를 보려고 어떻게 여기
프로방스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도시는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 )’다. 파리에서 출발할 경우, 국내선을 타고 마르세유공항에서 버스 또는 렌터카를 이용하면 20~40분 정도면 엑상프로방스에 도착할 수 있다. 첫인상은 분수가 많다는 것과 활기차다는 점. Aix가 라틴어로 물을 뜻하는 단어라 도시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분수가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또 젊은 학생들이 많아 어디를 가도 텐션이 높다. 그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게 유독 노란 건물들이다. 채도가 높은 노란색이라 건물 자체가 예쁘고,
익숙했던 시드니가 낯설어졌다. 바다와 하늘, 땅에서 본 시드니의 세 얼굴, 새 얼굴.●BOAT CRUISE악어의 입 안을 항해하는 법여행에 있어서 보편적이라는 건 개성의 결여보단 다수의 호(好)에 가깝다.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분명한 포인트가 있다는 것. 시드니 여행에서 크루즈 투어는 ‘보편적’이다. 그리고 거기엔 마땅히 납득 가능한, 보장된 기쁨이 있다. 시드니 동쪽 해안은 악어의 이빨을 닮았다. 마치 누군가 핑킹가위로 마구 오려댄 것처럼, 해안선을 따라 깊이가 서로 다른 만(bay)들이 들쭉날쭉 파여 있다. 튀어나온 육지 부
새로운 길을 맞이하고 오랜 길의 안녕을 염원하며 마음껏 걸었다.●마쓰우라·후쿠시마 코스 과감한 쉼표수만 가지 초록을 깨달은 계절이 있었다. 저마다 다른 색을 지닌 나무들이 바람 한 점에도 명도와 채도를 달리하던 시각, 의도적으로 발걸음을 지연시키며 만났던 찬란한 그라데이션. 정처 없이 마냥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던 어린 날의 어느 순간…. 추억은 옅어지고 가끔은 짧은 산책마저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할걸. 하루 24시간이 유독 짧게 느껴질 때면 효용성에 매몰되어 한숨처럼 얕은 아쉬움을 뱉
필리핀은 섬 부자다. 섬이 7,641개나 된다. 세부, 보라카이, 보홀 등 익숙한 관광지도 하나같이 바다를 끼고 있다. 그렇다고 바다가 전부는 아니다. 필리핀에도 산이 깊고 선선한 여행지가 있다. 흔히 ‘필리핀의 여름 수도’라고 하는 바기오(Baguio)다. 바기오는 해발 1,5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아담한 도시다. 해발고도가 700m인 평창만 해도 온도차가 크다고 하는데 1,500m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참고로 대관령의 해발고도는 832m, 한계령은 1,004m다. ●여름 수도이자 교육과 소나무의 도시우선 덥고 습한 필리핀을
네덜란드란 놀이공원에서 타고 싶은 회전목마를 만났다.●회전목마와 아웃렛의 상관관계어떤 아웃렛은 회전목마와 같아서 회전을 거듭할수록 유희의 크기도 커진다. 입장과 동시에 설레는 마음. 명품부터 로컬 브랜드까지 원하는 목마 위로 올라타는 재미. 빙글빙글 도는 동안 달라지는 풍경. 활력과 동력이 번갈아 오르내리는 순간. 이 세상에 ‘좋은’ 아웃렛이란 게 있다면, 나는 회전목마 같은 아웃렛일 거라고 생각한다. 네덜란드란 놀이공원에서 그런 회전목마를 만났다. 좌 벨기에, 우 독일 그리고 네덜란드의 남쪽. 그 트라이앵글 속, 루르몬트 아웃렛(
시드니란 테두리를 벗어나니 대지가 열렸다.새로운 경험의 땅,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를 탐험했다.●여행의 역행도전과 안주. 정반대의 두 단어는 여행 안에서 이상하리만치 공존했다. 가슴에 모험을 품고 비행기에 올라도, ‘인기 스폿’이 주는 안락함에 편승하곤 했으니. 랜드마크, 리뷰 많은 맛집, 별점 높은 카페 안에서 느끼는 안도감. 틀을 깨려 했지만 또다시 틀에 갇히게 되는 아이러니. 습관처럼 반복해 오던 여행이었다. 호주 여행은 시드니로 통하는 줄만 알았던 날들이 있었다. 시드니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주도, 호주 최초이자 최대도시, 그러
태국을 구성하는 국민의 대부분은 타이족이다. 타이족의 역사는 중국 남부, 양쯔강 유역의 원난성으로부터 차오프라야강을 따라 태국 방콕으로 남하하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래전 유럽에서는 태국의 차오프라야강을 두고 ‘메 남(Me Nam) 차오프라야’라고 칭했다. ‘메(Me)’는 어머니를 뜻하고 ‘남(Nam)’은 물을 뜻한다. ‘차오프라야’는 왕을 의미한다. 어머니 같은 왕의 강. 차오프라야강은 태국에서 가장 큰 강이다. 태국 북부 산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2개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져 방콕을 관통한다. 강의 길이가 무려 1,200k
루앙프라방을 다녀왔다. 으레 여행기사라면 적어야 할 것들을 끄적이고 있자니 머릿속에 가시가 돋친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 루앙프라방은 동네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의 수도가 비엔티안으로 정해지기 전까지 라오스의 중심지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루앙프라방은 그런 도시이기도 한데, 이곳을 여행한 나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다. 봄을 겨울 다음의 계절이라고만 묘사하기에는 수많은 다정함과 따뜻함을 외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봄에 핀, 루앙프라방의 꽃을 바라보았다.●탁발, 루앙프라방의 아침루앙프라방의 이
외부인의 눈으로 보자면 두바이에는 오로지 여름만이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도시에도 계절은 존재하고 그중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는 계절은 봄이다. 봄, 그것은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기 전 아직은 따사롭기만 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계절이자 수온마저 적당해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계절. 그리고 두바이의 봄에는 예술이 있다. 과장하는 게 아니다. 두바이의 봄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술이다. 봄의 두바이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세 가지 방법1. 아트 두바이(Art Dubai)아트 두바이는 중동 지역을 대표하는
싱가포르의 ‘초록’을 찾아 떠났다.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다.싱가포르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언제나 고층 건물이 즐비한 도심이 먼저 떠올랐다. 회색빛 감도는 서울처럼 말이다. 이번 싱가포르 여행에선 도심 속 초록을 찾아 헤맸다. 거리 곳곳에 심어진 꽃과 나무가 눈에 띄기 시작했고, 시원하게 트인 바다의 수평선을 바라보게 되었다. 무성한 건물 숲 사이로 얼굴을 내민 싱가포르의 초록에 대하여. ●Gardens by the Bay판도라 행성, 가든스 바이 더 베이2022년 개봉작, 영화 이 떠올랐다. 3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요코하마는 다양한 문화가 혼재한 지역이다. 일본을 중심으로 중국과 서구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한 지역에서 여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여행지다. 미라토미라이를 중심으로 요코하마의 도심을 누볐다.요코하마는 도쿄역에서 25~30분, 하네다공항에서 25~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도쿄 근교 중 접근성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 도쿄에서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하다. 물론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려면 요코하마에서 2박3일 여행도 가능하다. 주요 여행지로는 코스모월드, 린코우파크, 아카렌가 창고, 마린&워크 요코하마, 컵라면 박
센트럴의 화려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현지인들의 평범함을 보는 것도 여행이니까. MTR로 조금만 벗어나면 그들의 일상을 마주하게 된다. 무대는 노스포인트와 쿼리베이다.●정겨운 아침 풍경노스 포인트노스 포인트(North Point)는 주택단지와 상업, 항구가 모두 있는 지역이다. 한 곳에서 여러 모습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무대인 셈이다. MTR 노스포인트역 A1 출구로 나오면 바로 홍콩의 일상으로 빨려 들어간다. 시장 간판이 따로 없지만, 마블 로드 마켓(Marble Road Market)이라는 이름의 재래시장이 있다. 거리 양옆으로 다
가까운 일본 여행지 후쿠오카를 즐겨 찾는 사람이라면, 버스나 열차로 30~40분 만에 갈 수 있는 다자이후에도 들러보면 어떨까? 기차역에서 신사까지 이어지는 오래된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대도시 후쿠오카와는 다른 고전적인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다. ●학문의 신을 기리는 곳다자이후텐만구‘텐만구’는 ‘학문의 신’을 기리는 신사에 붙는 명칭이다. 일본 전국에 약 1만 2천 곳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바로 다자이후 텐만구다. 3월에 피는 매화를 비롯해 철마다 각종 꽃이 피고, 연잎이 떠 있는 너른 연못이 고아한 풍경을 이룬다
교토의 낭만을 확인하러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수상가옥, 고즈넉한 거리에 마음을 뺏겼다. 이네에서 또 다른 교토를 봤다.●교토에서 당일치기 기차여행첫 교토 여행은 대개 오사카와 묶어서 오는 경우가 많다. 3박4일 일정으로 오사카 2박에 교토 1박, 혹은 교토는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한다. 하지만 교토는 한 번 다녀오면 다시 찾게끔 하는 매력이 있는 여행지다. 일본 특유의 감성을 머금고 있기 때문. 1~2번 더 이 지역을 여행하면 청수사(기요미즈데라), 금각사, 철학의 길, 난젠지, 카모가와강, 기온 등 주요 여행지는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홍콩 디즈니랜드와 오션파크 & 워터월드를 탐험했다.●Disneyland동심의 세계로, 디즈니랜드홍콩 디즈니랜드는 2005년, 세계에서 11번째로 개장한 디즈니랜드이다. 테마파크로는 미국 거리를 재현한 ‘메인스트리트’, 정글의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어드벤처 랜드’, 다양한 공주를 콘셉트로 꾸민 ‘판타지 랜드’, 공상과학 우주를 체험하는 ‘투모로우 랜드’, 장난감을 놀이기구로 즐기는 ‘토이스토리 랜드’, 미서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그리즐리 걸치’와 ‘미스틱 포인트’ 등 총 7가지 테마로 구성했다. 홍콩 디즈
홍콩의 아름다움은 비단 도시에 국한되지 않는다.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섬들이 있으니까.●Lamma Island 라마섬페리를 타고 잠깐의 일탈홍콩 인구는 750만명이 조금 안 되는데 혼잡도는 서울 이상으로 느껴진다. 중심가 어디든 인파로 북적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혼돈에 때로 지치기도 하는데. 잠깐의 평화로운 일탈이 필요하면 페리를 타고 섬으로 훌쩍 떠나면 된다. 센트럴 페리 터미널에서 30~4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섬 중에 라마섬(Lamma Island), 펭차우(Peng Chau), 청차우(Cheung Chau)가
홍콩의 예술은 보는 것이 아니다.일상에서 누리며 감각하는 것이다.●M+ Museum삶과 밀접한 문화, 엠플러스 뮤지엄 서구룡 문화지구(WKCD)의 꽃은 엠플러스 뮤지엄(M+ Museum)이다. ‘아시아 최초의 동시대 시각 문화 박물관’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21년 11월 개관했다. 현대미술부터 근대미술, 시네마, 건축, 디자인까지 광범위한 예술을 다룬다.전시공간만 무려 33곳, 영화관과 리서치 센터, 레스토랑, 카페 등 문화에 관련한 모든 공간이 들어서 있다. 전시 기획뿐만 아니라 디지털, 에디토리얼 콘텐츠 팀까지 약 250여
다시 홍콩이 열렸고그렇게 홍콩으로 스며들었다.2023년, 지금 홍콩의 모든 것.SKYLINE홍콩이 아름다운 이유에 대하여홍콩 스카이라인을 두고 ‘아름답다’라는 묘사는 정말 따분한 표현이다. 당연한 소리기 때문이다. 홍콩은 도시의 밀도가 높다. 건물이 많기도 많고 높기도 높다. 홍콩에는 대략 9,000개가 넘는 고층 건물이 있다. 그중 4,000개가 넘는 건물이 100m 이상의 고층빌딩이다. 150m를 넘기는 건물은 대략 500개를 훌쩍 넘긴다. 아파트 1층 높이를 보통 3m로 본다. 150m 이상의 건물이라면 적어도 아파트 50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