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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채지형 - 그녀의 여행기에 ‘침이 고인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1.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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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최근 <지구별 워커홀릭>을 출간한 여행작가 채지형에게는 부러워할 만한 요소가 참 많다. 세계일주라는 특별한 경험이 부럽고, 그 어려운 결심을 이끌어낸 용기가 부럽다. 하지만 무엇보다 ‘여행 좀 해봤다’는 사람들 특유의 거들먹거림이나 환상의 세계를 홀로 걷고 있을 것 같은 외골수적 성향, 혹은 지나치게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며 세상과는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 같은 히피적 이미지는 그녀의 것이 아니다. 

따뜻한 감성과 뜨거운 가슴을 갖고, 언제나 친근한 ‘언니’ 같은 모습으로 세상과 따사롭게 소통하는 그녀의 ‘성격’이 무엇보다도 부럽다. 

글 신중숙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첫 개인전, 연애하듯 행복했다 


ⓒ트래비

채지형의 첫 개인 전시회가 열렸던 갤러리 마다가스카르. 예의 <넌 이번 휴가 어디로 가?>, <싸이월드는 왜 떴을까?>의 책과 오늘의 <지구별 워커홀릭>을 통해 자칭 ‘채지형 마니아’가 된 사람들, 10년간의 기자 생활을 통해 쌓은 인연들, 각종 여행 동호회를 비롯한 개인적 친분의 지인들과 현재 소속된 회사 동료들, 거기에 우연히 갤러리를 찾게 된 사람들까지. 잠시의 ‘짬’을 낼 여유가 없을 정도로 채지형은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처음 전시회를 기획할 때만 해도 엄청 고민했어요. ‘내 사진으로 개인전을 해도 될까’ 하는 막연한 걱정 때문이었죠. 하지만 전시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너무 많은 사랑을 느꼈어요. 가족들, 친구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전시회를 하는 내내 너무 행복해서 하루하루 지나가 버리는 시간이 무척 아까울 정도였어요. 마치 연애하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 앞으로도 계속 일을 저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니까요.”

길 위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지난 여행을 통해 전세계에 남긴 그만의 ‘족적’을 공개했다. 전시한 사진 대부분은 2005년 4월부터 360일간 떠났던 세계일주 사진들. 아프리카와 지중해, 중동, 중남미를 돌았다. 

“10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며 세계일주는 오랫동안 꿈꾸던 로망이었어요. 그러다, 세계일주를 하지 않고서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어요. 그래서 가방을 꾸렸죠.” 

지난 2006년, 트래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여행을 하는 모든 순간들이 다 ‘꽃 천지’의 나날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여행’이 ‘일상’이 됐을 때, 그때가 여행의 가장 큰 슬럼프였다고. 

“여행이 일상이 되었을 때가 가장 큰 슬럼프였다는 건, 여행이 가지고 있는 특징 자체가 ‘일탈’에 있기 때문이에요. 여행이 더 이상 일탈이 아닌 일상이 되었을 때는 그런 일탈의 맛이 없어지잖아요. 대신 일탈에서 인생으로 바뀌는 순간의 ‘쾌감’이 있는 것 같아요. 여행이 인생이 되는,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는 시간이라고 할까.” 

길을 떠나면 힘이 들 것이 뻔하고 슬럼프에 빠질 때도 당연히 있겠지만 길 위에 있으면 살아 있다는 것이 ‘짠’하게 느껴진다. 

“아, 내가 숨을 쉬고 있구나. 살아 있구나. 이 자연 속에서, 이 긴 흐름 속에서 이렇게 서 있구나. 아무것도 아닌 미물인 내가 거대한 세계 속에서 이렇게 꿈틀거리는구나. 그 자체에 감사하게 되죠.” 

거대하고 대단한 세계로 여행을 떠난 뒤, 결국 행복은 내가 서 있던 고향 앞마당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내용을 담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그가 여행할 때마다 꼭 가지고 가야 안심이 된다는 이 책의 주제와 채지형의 ‘떠남’의 이유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아닐까.  

채지형의 Best 3 

★여행 중 나의 가장 황홀했던 순간 Best 3

1 나미비아 듄45에서 일출과 일몰을 맞았을 때
2 잔지바르 섬에서의 나른했던 오후 풍경
3 과테말라에서 학원에 가던 평화로운 아침

★이곳이라면 한번쯤 살아 보고 싶다 Best 3

1 쿠바 아바나
2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3 미국 뉴욕

★함께 여행하고 싶은 유명인사 Best 3 

1 파울로 코엘료
2 체 게바라
3 김훈

채지형의 배낭여행 예찬론 


ⓒ트래비

그의 첫 배낭여행은 동생들과 다녀온 유럽여행이었다. 그 이후 필리핀에 갔을 때는 다른 일정을 포기하며 현지인의 집에서 ‘놀고 자는’ 여행도 ‘저질러’봤다. 일본 규슈 일주, 베트남, 캄보디아,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지난 360일의 세계일주 말고도 수도 없이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세계를 누볐다. 

“저는 여행이란 ‘길을 잃으러 가는 것’이라고도 생각하거든요. 우린 너무 정답만 찾으려고 하잖아요. 정답이 진짜 정답인지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죠. 그런데 여행을 하고 길을 잃으면서 ‘아, 길을 잃어 봐야 하는구나’를 알게 되죠. 그러면서 새로운 세상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따라서 길을 잃기 위해서는 꼭 배낭여행을 가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수많은 여행, 길을 잃기를 반복한 결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방법을 터득했다. ‘독주(獨走)’를 하기보다는 ‘더불어 잘 만들어 가는 것’에 중심을 두게 됐다. 

10년 후, 30년 후에도 여전히 여행에 열중하고 길 위의 삶과 사람들을 사랑하고 무언가를 ‘저지르고’ 있을 것 같단다. 그때에는 세상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고민하고 그 고민들을 구체화하면서 말이다. 현재 책이나 전시회의 수익금의 일부를 월드비전에 기부하는 것이 그 ‘구체화’의 첫걸음인 셈이다. 

“길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길에서 너무 많은 걸 얻었어요. 길에서 받았으니 다시 길로 보내야죠. 사랑도 마음도 함께할 때 계속 퍼져 나간다고 생각해요. 한곳에 쌓아 놓고 이자가 붙기만을 기다리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서 더 큰 행복을 공유하게 되길 바라요.” 

그가 정의하는 여행은 ‘마술’이다. 남루한 마음도, 지루한 일상까지도 180도로 바꿔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지형은 여행 작가로서 다짐한다. 

“여행 속에서 사람들이 마음을 나누는 모습, 오래된 과거와 만나는 지금의 풍경, 자연과 만나는 기쁨….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즐거움과 행복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요. 제 작은 글이 인생이 시큰둥한 사람들에게 ‘앗!’ 하는 소리가 나와 절로 침이 고이게 만드는 아주 아주 상큼한 ‘레몬’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음 출장을 준비하는 기자에게, 그리고 길을 떠나려는 모든 여행자에게 채지형이 말한다. 

“순간 순간 행복하기를! 행복은 내가 붙잡는 것!”

 채지형의 배낭여행 추천지 

★가족끼리는 인프라가 훌륭한 유럽 배낭여행을! 캠핑을 하기에도 딱이다.
★커플이라면 멋진 숙소와 낭만적인 분위기의 터키, 그리스, 멕시코 같은 나라들이 좋다.
★친구끼리의 배낭여행은 함께 뭔가를 배워 보는 것은 어떨까. 가령 태국 배낭여행을 간다면 푸껫에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딴다든지, 방콕에서 쿠킹 클래스나 마사지 학교에 등록한다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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