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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겨울배낭여행특집 ③ 다국적 배낭여행 A to Z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7.11.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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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여행자들과 신나게 배낭여행하자!  

46년 전 뉴질랜드에 존 앤더슨이라는 여행자가 있었다. 그는 유럽을 여행하기 중고 미니버스를 한 대 샀다. 그리고 함께 여행할 친구들을 모아 12주 동안 유럽 구석구석을 훑고 다녔다. 여행을 마친 후 미니버스가 필요 없어지자, 그는 버스를 팔려고 내놨다. 그런데 이 버스가 팔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여행자들을 모아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다국적 배낭여행의 대표적인 회사, ‘컨티키’의 출발이 되었다. 우연처럼 시작된 다국적 배낭여행의 역사는 최근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며 영어 실력까지 키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여행자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

글·사진 <지구별 워커홀릭> 저자, 여행작가 채지형(www.traveldesigner.co.kr)

세계 여행자들과 나누는 다국적 수다

다국적 배낭여행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여러 국적을 가진 여행자들이 모여서 일정 기간 함께 여행하는 배낭여행 프로그램이다.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여행할 때와 달리 패키지 프로그램처럼 일정 기간 동안 돌아보는 코스가 정해져 있어서, 순수 배낭여행에 패키지여행 성격을 가미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국적 배낭여행은 다른 나라 여행자들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핵심 여행지들을 효과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호주와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하는 영어권 여행자들에게는 이미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국내 여행자들에게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생소한 프로그램이었는데,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여행 경험이 많은 이들이 늘어나면서 다국적 배낭여행에 대한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다국적 배낭여행의 기본적인 장점은 패키지 여행의 효율성과 배낭여행에서 가질 수 있는 여행 자체의 즐거움을 함께 얻을 수 있다 점. 특히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할 시간은 부족한데 남들 가는 패키지 여행은 따라가기 싫다고 소리치는 이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미 수십 년 동안 검증해 온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알짜 여행지들만을 엮어 놨기 때문에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더라도 실패할 확률은 거의 없다. 

또 개별배낭여행으로는 맛보기 힘든 독특한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있어서, 여행의 질 자체를 높여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원시 부족을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다국적 배낭여행 회사를 이용할 경우, 이 회사들이 특정 부족이나 마을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혼자 가서는 만나보지 못할 이들이나 환경들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다국적 배낭여행이 국내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큰 이유 중 하나는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100%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 다국적 배낭여행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영국이나 호주, 미국 등 영어권에서 온 여행자일 뿐만 아니라 다국적 배낭여행의 주요 이용층인 유럽 젊은이들도 영어를 어렵지 않게 구사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게 된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친구들과 함께 생생하게 살아있는 ‘생활영어’를 나누기 때문에, 실질적이면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영어를 배워서 바로 사용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며칠 지나고 나면 마치 집중 어학연수 코스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부딪혀 보려는 자세다. 일단 문장을 완벽하게 구사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우리가 우리말로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문법이 안 맞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단어를 쓰기도 하는데, 어찌 모국어도 아닌 영어를 쓰는데 우리는 문장을 갖춰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협상을 위한 자리도 아니고 시험을 보기 위한 것도 아니다. 언어는 마음을 통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일 뿐. 절대로 뒤에 물러서서 고개만 끄덕이지 말고 함께 입을 열고 떠드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를 쓰는 것과 함께 다국적 배낭여행의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는 여러 문화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럽과 미국, 호주, 캐나다 친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함께 일어나서 밥 먹고 여행하고 잠들 때까지 하루하루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우리와 다른 그들을, 때로는 우리와 너무나 똑같은 그들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식사 시간에 밥이 나왔을 때, 우리는 당연히 숟가락을 이용해서 밥을 먹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은 대부분 포크를 이용해서 식사를 한다. 그들에게 숟가락은 수프를 먹을 때 필요한 도구이고 주식은 포크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부터 각종 사회문화적인 요소와 세계관까지 문화의 다양성을 만나게 되고 또 다른 발견을 통해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마음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 

이 외에도 폭넓은 지식으로 무장한 여행가이드가 있어 여행지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다국적 배낭여행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 가이드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토스카는 자연과 국립공원을 너무나 사랑해서 매번 가이드를 하면서도 자신이 직접 만든 동물 노트와 식물 노트를 가지고 다녔다. 그녀의 해박한 아프리카 생태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아프리카 국립공원을 다시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트래비

다국적 배낭여행 A to Z

그렇다면 어떤 회사에 무슨 프로그램들이 있을까? 세계적으로 다국적 배낭여행을 진행하는 회사들은 유럽과 아프리카, 호주, 아메리카 대륙에 몰려 있다. 이 지역들은 땅이 넓고 인프라가 발달돼 있는 데다, 사용하는 언어가 비슷하기 때문에 다국적 배낭여행 프로그램이 먼저 발달하게 된 것. 

유럽여행의 대표적인 다국적 배낭여행 회사는 컨티키(Contiki)와 탑덱(Topdeck). 컨티키는 영국 런던에 본사가 있는 다국적 배낭여행 회사로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컨티키나 탑덱 모두 하나의 전용 버스에 한 팀으로 구성돼 함께 여행하게 되는데, 한 팀에는 적어도 여행자들의 국적이 7개국 이상으로 이루어진다. 나이도 18세부터 35세까지라는 제한이 있다. 여행 프로그램은 기간에 따라 9~46일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컨티키 유럽 상품 중 인기 있는 유럽 캠핑 23일 프로그램을 예를 들면, 런던에서 출발해 파리(2박)-스위스 알프스(2박)-리비에라(2박)-피렌체(2박)-로마(2박)-베네치아(2박)-빈(2박)-프라하(2박)-뮌헨(2박)-하이델베르크(1박)-암스테르담(2박)을 거쳐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다. 가격은 시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23일 동안 여행하는 유러피언 비스타의 경우 240만원 내외다. 

루트가 비슷하더라도 숙박 형태에 따라 프로그램이 구분이 되기도 한다. 컨티키는 숙박을 기준으로 크게 3종류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캠핑을 하는 ‘캠핑 투어’, 프랑스 고성이나 스위스의 샬레 등 특별한 숙소를 이용하는 ‘콘셉트 투어’, 호텔을 이용하는 ‘타임아웃 투어’가 그것이다. 

이중 캠핑의 장점은 가장 경제적이라는 것. 2명이 텐트 1개를 이용하며 매트리스는 기본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침낭이나 베개는 없기 때문에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콘셉트 투어는 다양한 숙소를 이용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며 타임아웃은 3성급 이상의 숙소에서 묵는 편안한 프로그램이다. 식사의 경우 아침과 저녁은 제공이 되지만 점심은 별도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각자 해결해야 한다. 

탑덱의 프로그램도 역시 숙소에 따라 캠핑을 이용하는 ‘유로 캠핑’, 여러 숙박시설을 체험하는 ‘유로 클럽’,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유로 캠핑’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컨티키는 유럽 다국적 배낭여행으로 유명하지만‘호주 에어스록 7일’, ‘뉴질랜드 대탐험 12일’ 등 세계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탑덱 역시 이집트에서 출발하는 아프리카 다국적 배낭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에 컨티키가 있다면 미국에는 트렉 아메리카(Trek America)가,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커넥션(Connection)이라는 프로그램이 다국적 배낭여행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아프리카 대륙의 경우 노매드(Nomad)와 아카시아(Acacia) 등이 대표적인 회사로 꼽히고 있다.  

캐나다 경우 ‘무스’라는 다국적 배낭여행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무스는 다른 다국적 배낭여행과 달리 교통수단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밴쿠버-휘슬러-로키산맥-오카나간 밸리-켈로나-밴쿠버’ 루트를 10일간 여행하는 ‘서부 10일 코스’. 

함께 출발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내려서 며칠 머무른 후에 다음에 오는 무스 버스를 타고 다음 팀과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로키의 레이크 루이스에 반해서 더 머물러야겠다고 결정하면, 무스 본사에 전화해서 다시 출발할 날짜만 체크해 주면 된다. 다른 다국적 배낭여행과 비교하면 좀더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성수기 때는 항상 매진 사례이기 때문에 미리 출발 날짜를 예약하고 만약 변경을 원한다면 역시 피해가 가지 않게 미리미리 알려야 한다. 

아프리카를 여행할 때는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을 여행할 때보다 다국적 배낭여행이 갖는 이점이 훨씬 많다. 아프리카 대륙에 여행 인프라 자체가 열악하기 때문에 핵심 지역을 안전하게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국적 배낭여행으로 여행하는 것을 추천할 만하다. 대표적인 일정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출발해 나미비아와 보츠와나를 거쳐 짐바브웨에 있는 빅토리아 폭포에 이르는 20일 여행 경우, 가격이 약 925유로. 여기에는 개조한 트럭을 이용한 교통수단과 캠핑, 식사비용이 포함돼 있다.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비용이 결코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알차다. 비자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선택 여행을 위한 돈은 별도로 내야 하기 때문에 넉넉하게 예산을 짜야 한다. 선택 여행은 치타 농장에 들러 치타를 본다거나 스카이다이빙, 쿼드바이킹, 번지점프 등의 액티비티, 잠베지 강 크루즈 등 다양하며 강제성은 전혀 없다.


ⓒ트래비

다국적 배낭여행 100배 즐기기

다국적 배낭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오픈 마인드. 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문화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문화들을 다양성의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영어를 꼭 잘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이라면 다국적 배낭여행의 경험이 훌륭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때에 따라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고 외톨이가 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어는 익혀서 가는 것이 좋다. 물론 영어를 잘 구사하면 할수록 여행이 풍부해지고 할 말도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웃는 얼굴로 활발하게 뭐든 부딪혀 보자.  

우리 문화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김치나 빈대떡과 같은 우리나라의 먹거리와 문화, 여행 명소에 대한 내용을 영어로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또 통일을 비롯한 남북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먼저 정리해 가는 것도 여행을 좀더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루트의 여행을 하고 싶다면 미리 계획을 짜고 예약을 해야 한다. 매일 출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약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아본 후 일정을 그려야 한다. 외국 친구들의 예약문화가 발달된 데다 다국적 배낭여행에 대한 인기가 높기 때문에, 인기 있는 대표 프로그램의 경우 빠를수록 좋다. 또 다국적 배낭여행을 하게 되면 주로 이동을 버스나 트럭에서 하게 되는데, 그 시간이 무척 길다. 하루에도 300~400km씩 이동하다 보면 버스 안에서 좀이 쑤시기 마련. 좀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버스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길거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스도쿠’에 열광하는 이들을 대비해 스도쿠 문제가 나와 있는 책을 챙겨 가거나 가볍게 카드놀이를 할 수 있도록 카드를 가져가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이 외에도 여행을 하다 보면, 유럽 젊은이들이 많아 매일 파티의 연속이 되는 경우가 많다. 파티를 대비, 자신의 스타일을 뽐낼 수 있는 가벼우면서 심플한 원피스나 멋진 셔츠 한 벌 정도를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마지막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에 대한 배려다. 하루 24시간을 함께 생활하는 데다 문화도 다르다 보니 서로의 이해가 필요한 상황도 나타난다. 누구에게든  배려하는 태도로 서로 어울리다 보면 시나브로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끈끈하게 마음이 이어져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날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다음 약속을 기약할 때쯤 되면 다국적 배낭여행이라는 것이 단지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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