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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전문점 수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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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수탉이 울면 행복해진다

 

닭은 예부터 한국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고기였다. 어느 집에서나 닭을 기르다가 귀한 손님이 오면 즉석에서 잡아서 백숙으로 내놓을 정도였다. 복날에 먹는 삼계탕은 무라카미 류의 작품집 <달콤함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소개될 정도로 닭으로 만든 멋진 음식이라고 외국인들이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요즈음 들어 닭을 튀겨 먹는 방식이 치킨 요리의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 되고 있다. 치킨에다가 생맥주 한잔 곁들이는 것이 젊은이나 직장인들이 가장 즐기는 풍속도가 된 지 오래다. 세계적인 치킨 프랜차이즈가 국내에서는 ‘BBQ’나 ‘교촌치킨’ 같은 국내 치킨 브랜드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한국 사람들의 유별난 닭 맛에 대한 인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닭을 전문적으로 하는 집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는 요즈음 닭에 관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치킨 사관학교’라 불리는 곳이 있다. 강남의 교보생명 빌딩에서 반포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10여 개의 닭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여기가 바로 닭집 명가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면 고수로 인정받는다. ‘치킨 사관학교’에서 5년 동안 성공적인 ‘수업’을 마치고 선릉역 부근에 2004년 가을에 둥지를 튼 집이 ‘수탉’이다. 닭이 기본 메뉴이지만 계란말이 같은 강남형 대형 포장마차의 안주 구색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이 집의 최고 인기메뉴는 요즈음 유행하는 마늘치킨이다. 어느 음식이나 시키면 우선 전채가 먼저 나온다. 샐러드와 미역국, 거기에 떡볶이와 미니 계란말이가 한상 떡 벌어지게 나온다. 그리고 이어 나오는 마늘 치킨. 마늘의 입자가 씹힐 정도인데 그리 맵지만은 않다. 마늘만 넣으면 너무 맵기 때문에 양파를 갈아서 섞고, 거기에 몇 가지 향신료를 넣어 12시간 이상 숙성시킨 결과다.


기름이 골고루 배어 있는 치킨은 대형 프라이드 체인점에서 먹는 부드러운 닭튀김 맛이 우러난다. 이유는 세 가지. 채종유라는 식물성 기름에 튀기는 것과 조각 하나하나를 따로 튀겨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먼저 한번을 튀겨 내는 소위 ‘초벌구이’를 하지 않고 주문하면 바로 튀기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회사생활을 하던 부부가 일본의 모스버거의 ‘주문 후 음식을 만드는 방식’을 보고 얻은 결과란다. 그래서 나오는 시간은 다른 집에 비해 10분 정도 늦지만 맛이나 양이 이를 보충한다.


거기에다가 이 집의 닭은 소위 말하는 ‘사각 닭’이 아니다. 사각 닭이란 가공하기 좋게 부위별로 잘라져서 나오는 것을 말한다. 닭이 나올 때 허연 부위가 드러나는 것은 이 사각 닭을 사용한 것이다. 메뉴는 마늘 치킨 말고도 정통의 맛에서 양념 치킨까지 다양하다.


이 집의 두 번째 인기메뉴는 계란말이다. 커다란 계란말이는 느끼함을 없애기 위해 청양고추를 갈아 넣고 날치 알을 넣어서 씹히는 맛이 상쾌하다. 거기에 돈가스 소스를 옆에 재워 놓아서 색다른 계란말이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요즈음 유행하는 대형 계란말이다. 4명 이하라면 닭이나 계란말이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서 먹는 게 좋다.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닭 요리만 해도 10여 가지가 넘는다. 언제나 연구를 거듭하는 실험정신이 그득한 주인 부부의 진지함과 친숙함이 배어 나온다. 그래서 단골들도 많다. 반포에서 선릉으로 온 뒤 단골이던 연예인들도 다시 찾아올 정도이다. 줄을 서서 먹는 많지 않은 치킨집 중 하나다. 가게는 포장마차처럼 이른 아침까지 운영한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즈음, 수탉 집 야외에서 치킨에 생맥주 한잔 걸치면 반드시 행복해진다.

 

전화: 02-555-5868
메뉴: 마늘 후라이드 치킨 12,000원/ 계란말이 12,000원/ 생맥주 2,000원
찾아가는 길: 선릉역 2번 출구에서 진선여고 방면으로 대로 언덕 횡단보도 앞
영업시간: 17:00-06:00
휴무: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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