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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주말 여행 - 미풍 속에 찾아온 강화의 봄 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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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품은 뜻에 빌자면 ‘강화(江華)’는 봄과 어울리는 근사한 지명을 자랑한다. ‘강(江)’ 주변으로 ‘꽃(華)’이 만개하는 4월이 되면 외롭던 섬은 흐드러진 동백꽃과 이름 모를 야생화로 훈훈한 연정을 피운다. 마음에 봄바람이 스며들자, 서울과 인천 사이, 한 시간 반이라는 부담 없는 거리가 나들이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마니산과 강화도 조약, 그간 국사책의 고리타분한 유적지들만 떠올린 이들에게 강화의 봄은 다음과 같이 유혹한다.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02-729-9600

 
1, 2 전등사. 날씨 좋은 봄이 찾아들자, 전등사에서도 멀리 서해 바다가 내다보인다

주말여행이란 게 그렇다. 막상 떠날라치면 길 위에 허비하는 시간이 아깝고, 주중 내내 피폐해진 심신은 물 먹은 솜뭉치처럼 한없이 늘어진다. 이 같은 악조건을 굳건한 의지로 뿌리쳐 보지만 때마침 날씨까지 받쳐 주지 않으니. 그래서일까. 주말여행은 시·공간과의 싸움으로 정작 휴식은 뒷전이기 일쑤였다. 

춘삼월에 접어든 봄볕은 나른했고 또한 달콤했다. “이번 주말, 바람 쐬러 갈 만한 데 없을까?” 겨울이라는 두터운 외투를 벗고 몸이 가뿐해지자 여행자의 마음에 스멀스멀 역마살이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서울 근교 여행지로 ‘강화’를 꼽는 데 주저치 않았지만, 사실 다수의 반응은 그리 폭발적이지 않았다. 다소 눈 맛이 떨어지는 서해는 근사한 풍경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눈부시게 푸른 동해는 고사하고, 전라도의 구수한 먹거리 간의 경쟁에서도 강화도는 늘 밀리곤 하니, 여행 좀 했다 하는 이들은 “국내 여행 많이 안했나 봐?” 농을 섞는가 하면, “강화도에 무에 볼 게 있다고?” 면박 주기 일쑤였다. 하지만, 여행 앞에 ‘주말(Weekend)’이란 구체적인 수식어가 붙자면 사정은 180도 달라진다. 거리상의 이점, 서울-김포-강화로 흐르는 이 군더더기 없는 이동거리는 거침없이 자유로를 내달리게 만들고, 한 시간여 만에 서해 바다를 마주했을 때의 감흥이란 차라리 감격에 가깝다. 그야말로 강화도는 서울에서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섬이자 일탈의 공간인 셈이다.     

단군신화의 상징물인 마니산 참성단, 조선판 FTA 강화도 조약, 외국 함대들과 치열한 격투를 벌인 신미양요와 같은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은 은연중 강화도를 교과서 안에 봉인시키고 여행을 일상처럼 즐기는 세대들에게 고루한 여행지란 선입견을 씌웠다. 하지만, 색조를 숨긴 강화의 서해와 마주해 본 자들은 안다. 은근하게 물드는 낙조, 그 해 그림자 아래 운동화 앞코까지 차오르는 만조(滿潮)의 풍만한 기운을. 그리하여 우리는 지난주에도, 다가오는 이번 주말에도 강화도를 찾게 된다.   

강화도를 여행하는 세 가지 방법

강화도는 1995년 인천광역시로 통합되면서 명실상부 인천 내 가장 큰 섬으로 분류되었다. 섬의 3면을 둘러싼 바다 덕에 장하리, 동막해수욕장은 물론 인근 석모도까지 아름다운 낙조를 자랑한다.

강화도를 즐기는 방법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갈무리된다. ‘산과 바다, 그리고 펜션’이라는 영원한 인기 아이템은 이번에도 크게 비켜나질 않는다. 그만큼 여행지의 매력을 정석대로 품은 기본적이며 완벽한 여행지인 셈이다. 사실, 산이 우거진 곳에선 바다를 찾아 멀리 나서야만 했고, 해안 주변의 산세는 얕고 미비했다. 하지만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강화에서는 산과 바다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으니, 조화를 이룬다는 건 어느 쪽으로든 선택 가능하다는 얘기이며, 그리하여 여행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산과 바다를 제한다면 ‘펜션’은 강화 여행에 또 하나의 테마를 이루는 축이다. 해안 주변으로 언덕과 평지 할 것 없이 크고 작은 펜션들이 장사진을 연출하는데, 대성리에서 춘천까지 이어지는 경춘선의 그것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번잡한 MT촌을 형성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강화의 펜션들은 일찌감치 20~30대 직장인들의 주말여행을 위해 숙박의 고급화를 고집해 왔다. 단독 별채에 복층식 구조, 아일랜드 키친과 나무 데크로 지은 테라스는 몇 년 새 강화에 불고 있는 펜션 트렌드와 부합한다. 덕분에 강화도에서 숙박지를 고르는 일이란 맛있는 횟집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행복한 고민을 요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반나절 도보 여행

여행의 기술 가운데 가장 좋은 방법은 ‘산책’이다. 두 발이 대지를 꾹꾹 누르며 한 발, 두 발 앞으로 나아갈 때면 사색은 깊어지고 마음엔 여유가 스민다. 명실상부 도보여행을 예찬하는 봄, 강화는 섬 가운데 완만한 능선을 자랑하는 마니산이 자리하고, 삼면 또한 바다에 둘러싸여 어느 곳이든 발길 닿는 대로 거닐기 좋다.

강화해안도로는 ‘강화대교’와 ‘강화초지대교’를 사이에 둔 2차선 도로를 칭한다. 강화 남쪽에 2002년 강화초지대교가 완공되면서 기존의 서울-강화대교를 이용하던 것에 비해 20여 분 정도 단축되었다. 차로는 15분 남짓 소요되는 짧은 코스이나, 보행자를 위한 전용도로가 닦여 있어 안전한 도보 여행이 가능하다. 바다와 인접한 해안가를 거니노라면 비리지 않는 서해 바람과 찰진 갯벌이 허기진 풍경을 채워 준다. 해안도로는 걷고 쉬기를 반복하면 약 2~3시간 정도 걸린다. 강화초지대교에서 시작된 여행은 초지진-덕진진-용진진-강화역사관 순으로 마무리된다. 

‘돈대(墩臺)’는 강화해안도로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예부터 외국 함대들과 치열한 격전의 장소였던 강화는 배수진을 치고 적을 막아야 하는 관문이 필요했다. 53개소의 크고 작은 돈대들은 섬 주위에 규칙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해안도로를 끼고 설치된 곳마다 드문드문 돈대들이 자리 잡고 있어, 먼 바다 풍경까지 한눈에 내다보기 유용하다. 선조들은 돌을 원기둥형으로 쌓아 곳곳에 구멍을 내고, 사람 머리 하나 크기의 조그마한 창틀에 대포 경구를 끼워 사격을 조준했다. 성곽 끝에 올라서면 사위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과거 치열했던 전쟁의 상처가 후대에게는 근사한 전망대로 남겨진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해안도로를 산책하던 중 바다가 다소 물린다면, 오두돈대-화도돈대-용당돈대-좌강돈대-갑곶돈대 가운데 몇 곳에 올라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산책하고 맛보는 밴댕이회 더리미마을

인천 강화의 명물인 밴댕이회는 4~6월이 제철이다. 알을 낳는 이 시기에는 씨알이 굵고 살도 기름져 맛이 좋다. 양식을 할 수 없는 순수한 자연산이라 풍부한 영양소는 물론, 고소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특징이다.

강화초지대교에서 출발한 도보 여행은 2~3시간 뒤, 코스의 종착지인 강화대교에 이른다. 근처에 자리한 ‘더리미장어구이마을’은 밴댕이회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사실, 강화도 어디에서건 밴댕이는 쉽게 맛볼 수 있는 인기 메뉴. 화도면 쪽에 ‘밴댕이회마을’이 따로 자리하고 있지만, 해안도보여행이 목적인 만큼 그 동선 내에서 소화할 수 있는 더리미 지역을 추천한다. 이곳 밴댕이 역시 강화도 앞 바다에서 잡아 온 만큼, 싱싱한 맛은 진배없다.

밴댕이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얇게 회를 뜨는 것. 밴댕이는 잔가시가 많아 가급적 굵은 뼈가지를 발라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컹거리는 일반적인 회와 달리 미세한 가시가 고소함을 더한다. 일반적으로 한 접시에 1~2만원 미만에 거래되며, 성인 2명이서 배불리 맛볼 수 있다. 밴댕이회무침은 초장에 야채 등을 넣고 버무린 술안주로 새콤하고 칼칼한 맛이 특징. 보통 2만~2만5,000원 정도로 밴댕이회에 비해 약간 가격이 높다. 회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라면 가볍게 쌈을 먹고, 남은 야채와 밥은 참기름을 둘러 쓱쓱 비벼 먹기 그만이다. 지난한 겨울을 보낸 강화도는 곧 다가올 4월을 맞아 어디서나 밴댕이회가 한창이라,  딱히 맛집을 찾아가는 수고로움에서 벗어나 발길 닿는 대로 들러 보는 것도 좋겠다. 해안도로를 거닌 뒤 평상에 앉아 맛보는 회 한 접시라면, 음식점의 타이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포만감이 밀려오면 울긋불긋한 기운이 하늘을 감싸 내리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강화의 낙조, 서해 노을이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다. 겨울에 비해 한결 길어진 낮 시간은 여유로운 채비를 허락한다. ‘동막해수욕장’과 ‘장하리 낙조마을’은 노을을 감상하기 최적의 장소. 강화의 바다와 나눈 반나절의 데이트는 어둠과 함께 저물어 간다. 

1 더리미마을 입구에 자리한 작은 항구. 이른 새벽, 쭈꾸미와 밴댕이를 잡아 올린 어선들이 휴식 중이다 2,4 덕진진 입구. 돈대에 올라 해안가를 한눈에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3 밴댕이회. 잔가시가 많아 일일이 얇게 포를 떠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해안도로를두배로즐기는방법


추천코스 강화초지대교→덕진진→광성보→화도돈대→용진진→더리미장어구이마을→갑곶돈대→강화역사관→강화대교(관광지를 둘러보는 시간에따라 개인차가 있으나 평균 3~4시간 소요)
일일티켓 해안도로에 자리한 초지진, 덕진진, 광성보, 고려궁지, 갑곶돈대 & 역사관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통용권. 3군데 이상 둘러볼 계획이라면 훨씬 경제적이다. 해당 매표소 어디에서든 구입 가능. 어른2,700원. 어린이1,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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