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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ie with Music - 서아프리카의 슬픈 추억과 삶의 휴식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3.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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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힘은 놀랍다. 아니 노래하는 여자의 힘은 위대하다. 어쩌면 어떤 역사보다도 위대할지 모르겠다. 올해로 예순 일곱을 맞이한 흑인 할머니가 노래로서 자신의 나라를 세계에 알렸다. 맨발로 파리의 올랭피아 극장에서 노래한, 그래서 별명이 ‘맨발의 디바’가 된 그녀의 이름은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이다.

그녀가 부른 ‘마리아 엘레나(Maria Elena)’가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대서양의 외로운 섬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카보 베르데, (Cabo Verde) 10개의 큰 섬과 8개의 작은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그 곳은 처음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오지였다고 한다. 그러나 1460년, 포르투갈이 자신들의 제국을 확장하던 중 발견해, 중요 연결 거점중 하나로 삼으면서 그섬의 역사는 시작된다. 용수 공급과 사탕수수재배, 노예거래의 중심으로 시작한 나라. 그런 그들의 종속된 역사는 1975년이 돼서야 비로소 독립을 쟁취한다. 500년간 지속된 포르투갈의 지배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들의 보이지 않는 투쟁과 그 끝의 승리가 느껴지지만 아직도 언어문제와 정치적 이해관계들로 어두운 현실은 이어지고 있다.

그 땅을 대표하는 민속 음악을 ‘모르나(Morna)’라고 한다. 포르투갈어와 아프리카의 언어가 섞인 크레올의 여운 위에 클라리넷과 아코디언, 바이올린, 기타 그리고 카바키뇨라는 작은 유럽식 기타가 어울린 음악은 아프리카를 품고 있는 대서양의 파도와 바람과도 같다. 포르투갈의 파두와 아르헨티나의 탱고, 앙골라의 라먼트(애가)와 연결되어 있으며, 어원상 영어의 ‘to mourn’과 포르투갈어의 ‘morno’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그 뜻은 생각보다 미묘하다. 어떤 이는 말한다. “그것은 향수와 갈망, 그리움과 슬픔, 후회와 연민이 교차하고 뒤섞인 감정이다”라고.

세자리아 에보나가 모르나의 대표적인 디바가 된 것은 그녀의 인생이 섬의 역사와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아버지가 일곱 살 때 돌아가신이후 고아원에 버려지고, 사춘기 시절 사랑에 빠진 남자와도 뜻밖에 이별을 하게 되면서 어린 소녀는 절망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다행히도 소녀는 남편을 통해 음악을 알게 되고, 그것이 삶의 끈이 되어 절망을 이겨낼 수 있었다. 세월은 흘러 소녀는 마흔 네 살 중년 여성이 되고 포르투갈에서 노래할 기회가 찾아온다. 그 기회는 결국 그녀를 파리에서 노래하는 가수로 만들어 주었다.

그녀는 술과 담배,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모르나를 즐기며 청춘을 보낸 여자였지만 인간의 아름다운 빛은 음악과 함께 끝내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마치 모르나는 슬픔으로 얼룩진 우울하고 절제된 음악으로만 여겨질 듯싶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모르나는 달콤한 이국의 향기로 가득한 펀치 같은 음악이다. 그녀의 음성은 여유와 활력을 가지고 있으며, 멜로디는 봄바람처럼 살랑거리기까지 한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과도 비교해 들어보면 좋겠다. 쿠바와 서아프리카 노장들의 노래를 비교해서 들어보는 맛 또한 특별하겠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이란 소설에서 보여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가볍고도 유쾌한 달관의 문체처럼 고통의 터널을 뚫고 지나간 사람들의 미소는 한결같이 순수하고 여유롭다. 세자리아 에보라를 통해 모르나 세계의 진수를 만나보기를 권해 본다


글을 쓴 황은화는 음악과 시를 벗 삼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클래식 월간지‘코다 Coda’의 편집기자를 거쳐 현재 희곡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일러스트를 그린 제스(우)는 동화적인 상상력과 파리로부터 선물 받은 감성을 손끝에서 펼쳐낸다. 음악과 여행을 제 1의 취미로 삼는 이 둘은 글과 그림에서 또한 사랑스런 하모니를 내는 예술적 동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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