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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 구림마을을 찾아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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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의 속도감이 점점 무뎌진다. 사각의 창문을 통해 그려지는 풍경 속에서 가까이 있던 산들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남도의 들판이 들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출발할 때는 아직 새순을 준비하던 나무들도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감에 따라 어느덧 꽃망울을 뽐내고 있다. 이렇게 시간을 이동하는 듯한 소소한 즐거움도 남도여행이 선사하는 또 다른 재미다. 나주역에서 차로 30분여를 달리니 멋들어진 한옥들이 손님을 반긴다. 그 기원을 무려 2,200년 전 삼한시대에 두고 있는 영암 구림마을이다.

에디터  김수진 기자   취재협조  영암군청 www.yeongam.go.kr┃PnJ 커뮤니케이션즈 02-323-2609



1 봄꽃이 피기 시작한 구림마을  2 붉은 노을이 물든 상대포 풍경 

구림마을로 들어서면 정자가 있는 아담한 호수, 상대포가 방문객을 반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상대포는 백제시대의 큰 나루터로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바다와 이어져 있지는 않지만 일본 태자의 스승이자 아스카문화를 꽃피운 백제 왕인 박사가 이곳 상대포에서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상대포를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회사정을 만나게 된다. 회사정은 대동계의 집회장소로 영암 3·1운동 발상지이기도 하다. 무려 50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구림 대동계는 혼사 때 ‘구림 대동계원이면 내력을 물을 필요도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 위상을 알 만하다.

유난히 붉은 빛을 띠는 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이 마을의 터줏대감처럼 자리잡고 있는 커다란 바위, 국사암을 만날 수 있다. 역시 그 존재감에 걸맞게 국사암은 전설 하나를 품고 있다.

최씨 집안의 처녀가 천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오이 하나가 물을 거슬러 올라오더란다. 방망이로 밀어 보냈으나 올라오기를 반복하자 그 오이를 건져 먹었는데 잉태를 하여 남자아이를 낳게 되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처녀가 나은 아이가 곱게 받아들여지기는 힘든 법. 집안 어른들이 아이를 마을 숲 속 바위에 버렸는데, 며칠 후 어미인 처녀가 그곳을 찾아가 보니 비둘기들이 아이를 날개로 덮어 주고 먹을 것을 갖다 먹이고 있었다. 범상치 않은 아이임을 알고 데리고 와 길렀는데 이 아이가 바로 우리나라 풍수지리의 시조인 신라의 명승 도선국사이다. 비둘기가 보호한 숲이라 하여 구림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이후 구림마을이라 불리게 됐다 한다.

2008 영암왕인문화축제

구림마을이 속한 영암군에서 봄나들이와 체험학습여행,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  4월5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영암왕인문화축제’가 그것이다. 백제시대의 위대한 학자 왕인 박사의 상생과 소통정신을 기리는 축제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왕인 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가는 행렬을 재현하는 ‘왕인 박사 일본 가오!’, 상대포에 뗏목을 띄워 방문객들이 직접 뗏목을 타 볼 수 있는 ‘상대포 뗏목 타기’, 그리고 아이들이 한자를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도전! 천자문 250계단’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한 ‘구림마을 전통문화 체험존’에서는 향토음식, 전통혼례, 종이공예, 민속놀이 등 우리 전통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월출산 도예공방’에서는 도예작품 전시와 함께 방문객들이 직접 영암의 황토로 다양한 생활도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백제의상 스튜디오’에서는 다양한 백제의상과 분장을 통해 방문객을 백제시대 인물로 변신시켜 준다.

2008 영암왕인문화축제는 축제의 즐길거리와 함께, 월출산, 도갑사, 백리 벚꽃길 등 다양한 볼거리와 각종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까지 제공해 보고 듣고 느끼는 오감만족 봄나들이에 안성맞춤이다.



돌담길을 따라 흐르던 옛 이야기는 애절한 사랑이야기에서 정점에 도달한다. 고죽 최경창의 유물을 볼 수 있는 고죽관의 대문 옆에는 커다란 시비가 서 있다.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대
자시는 창밖에 심어 두고 보쇼셔
밤비에 새 닙 곳 나거든 날인가도 너기쇼셔”
 

누구나 한번쯤 들어 봤을 이 시조는 기생 홍랑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연인이었던 고죽 최경창에게 건넨 시조이다. 관기였던 홍랑과 사대부 집안 최경창의 사랑은 당연한 수순처럼 이별과 희생, 죽음으로 이어져 안타까움을 전한다. 홍랑이 죽은 후 그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인정한 최씨문중에서 선산에 최경창 부부와 같이 그녀의 묘를 써 줬다고 하니 이 또한 놀라운 일이다. 전설이나 설화가 아닌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그것이 인간사를 영원히 좌우할 테마인 사랑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이외에도 한석봉과 어머니의 떡썰기 설화가 전해지는 육우당을 비롯해 대동계사, 국암사, 간죽정, 죽림정, 죽정서원 등 굵직굵직한 역사와 사연을 가진 문화재들이 고송들과 어우러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집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야트막한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전해 듣는 다양한 옛 이야기에 발걸음이 흥에 겹다. 2,200년 역사가 품은 이야기를 속속들이 알 수야 없지만 우리네 선조들이 살고 또 우리네 이웃들이 지금 살고 있는 이곳 구림마을에서 마치 보물을 찾듯 역사 속으로 한걸음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구림마을 주변 볼거리  

월출산국립공원  남한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월출산국립공원은 설명이 필요 없는 영암의 자랑이다. 도갑사의 해탈문, 마애여래좌상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 또한 월출산의 매력이다. 사자봉 왼쪽 산중턱엔 폭포가 무려 일곱 차례나 연거푸 떨어지는 칠치폭포의 장관도 볼 수 있다. 산을 올라도 좋고 구림마을에서 월출산 너머로 뜨는 달을 감상해도 좋다.

도갑사  월출산 자락에 위치한 도갑사는 구림마을의 유래가 된 도선국사가 창건한 절로 전해진다. 절로 오르는 길에 벚나무가 가득해 봄철 벚꽃이 필 때쯤 그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한다. 

왕인 박사 유적지  구림마을 동쪽 문필봉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왕인 박사 유적지는 일본 아스카문화를 꽃피운 백제 대학자 왕인 박사의 자취를 복원해 놓은 곳이다. 왕인 박사의 어머니가 회임 중 마셨던 샘물인 성천, 왕인 박사가 공부했던 서당터인 문산재와 양사재, 그리고 왕인 박사가 책을 쌓아두고 공부했다는 책굴과 왕인석상 등이 있다.

 체험관광으로 기지개 켜는 구림마을

전통 한옥민박으로 한옥 체험 정도에 그쳤던 구림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이 2008년 봄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재정비하고 새롭게 태어났다. 

각 민박마다 저마다의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는데, 20명 이상의 단체가 각자의 역할을 맡아 진행되는 전통혼례 체험(대동계사민박), 다도 체험과 아궁이 불 때기 체험 및 텃밭 체험(월인당)이 있으며, 이외에도 솥뚜껑으로 누룽지 만들어 먹기, 고구마 구워 먹기, 송편 만들기, 짚신 만들기, 달걀 꾸러미 만들기, 종이공예 등 눈과 입이 즐거운 체험거리들이 준비되고 있다. 민박마다 체험할 수 있는 체험거리가 제각기 다르니 미리 확인하자.

민박 체험 외 도기 체험도 유명하다. 영암은 예로부터 양질의 황토가 많아 도기가 발달했던 곳으로, 구림마을에 있는 도기문화센터에서는 전통 가마를 견학하고 직접 도기도 만들어 볼 수 있다. 또한 앞으로는 구림천에서 물고기를 잡는 프로그램도 추가할 예정이라니 전통과 자연, 놀이가 어우러진 구림마을만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민박 체험은 남도민박 웹사이트(
www.namdominbak.go.kr) 내 구림마을 코너로 들어가서 미리 확인하면 된다.



clip
구림마을 가는 길 자가용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에서 군서로 들어오면 된다. 약 5시간 소요. 기차 KTX 이용시 나주역 하차, 나주역에서 구림마을까지 차로 30분 정도 소요. 버스 서울에서 광주까지 고속버스로 이동하고, 광주에서 영암까지 직행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서울-영암 간 고속버스도 있으나, 하루 2대만 운행. 버스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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