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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족자카르타 일별기(一瞥記)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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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 일별기一瞥記


인도네시아 자바섬 족자카르타(Yogjakarta) 특별주의 주도인 족자카르타는 자바의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자바 민족의 고향이다. 지역 전체가 전통문화 보존과 교육열로 자바 민족의 자긍심을 온전히 지키고 있는 족자카르타. 신의 섭리에 순명하며 불안정한 자연의 용틀임 안에서도 잔잔하게 평온을 유지하는 고수의 자세를 그곳, 족자카르타에서 만날 수 있다.

글·사진  한윤경 기자  
취재협조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www.garuda.co.kr|코리아월드트래블 02-3705-8800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 Borobudur Temple

사원 발굴의 역사 8세기경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은 자연재해에 의해 매몰된 이후 천년 세월을 땅 속에서 보낸 끝에 1814년, 영국인 총독 토마스 래플스에 의해 발견된다. 그후 인도네시아를 식민지 하에 두고 있던 네덜란드의 주도하에 1900년대 초부터 복원작업이 이루어졌으나 재정난과 반복되는 지진으로 그 또한 제자리 걸음을 걷는다. 다시 복원 작업이 진행된 것은 1973년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고부터. 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보로부두르 사원은 지금도 여전히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며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미얀마 파간과 더불어 세계 3대 불교 유적으로 손꼽힌다.

사원의 구조 사방 대칭의 구조물은 전체가 9층으로 1층에서 6층까지는 사각형이고 상부 3층은 원형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체 넓이만 1만2,000m2, 1층 한 변의 길이가 약 120m, 100만개가 넘는 안산암 덩어리로 쌓아올려진 전체 사원의 높이는 31.5m에 이른다. 1층에서 9층까지 약 1,500점의 부조로 장식된 전체 회랑의 길이는 약 4km. 7~9층 사이에 종 모양의 불탑, 스투파(stupa)가 72기 동일한 간격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각각의 스투파 안에는 부처를 모셨다. 

사원의 위치 주변으로 메라피 화산을 비롯해 3,000m가 넘는 고봉으로 둘러싸인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은 인도네시아 자바섬 족자카르타 북서쪽 42km 지점에 자리하고 있으며 족자카르타 도심에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새삼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된 어느 날, 과연 내가 뜻한 바대로 이루어진 일들은 얼마나 될까 꼽아 본다. 시간이 흐르고 생활도 흐르고 그악스럽게 해내고 싶은 것들에 몸 달아 하며 지낸 시간들이 일순 머리를 스치지만 꼬집어 말해 그 안에 내 계획과 시도의 선명한 깃발이나 그 깃발이 드높이 휘날렸던 혁혁한 자취는 콩알만큼도 발견되지 않는다. 오로지 순간순간의 선택들만이 점점이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고 그 선택들을 부추겼던 어리숙하거나 독했던 마음의 그림자들만이 희미하게 기억 속에서 흔들릴 뿐이다.

족자카르타에 도착한 그날도 메라피 화산은 뭉클뭉클 연기를 쏟아내며 성을 내고 있었지만 그 소식을 전하는 가이드 무한디스의 얼굴은 그저 옆집 대소사 전하듯 무심하기만 하다. 자바섬의 잦은 지진은 인명 피해와 이어지는 복구 작업 등, 사람의 혼을 쏙 빼는 작업들을 반복케 하지만 그 또한 일상이 된 듯, 오히려 메라피 화산 일출 트레킹을 권하기까지 한다.

하기야 어디서 그런 활화산의 힘과 공포스러움을 생생하게 가까이서 접해 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쨌든 자연재해 앞에 고스란히 노출된 이 땅의 사람들이 염려스럽다.
“죽으면 그뿐이죠. 무섭지 않아요.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일 뿐이에요.”
고수 무한디스! 대한민국 대구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1년 가까이 지냈다는 그의 태도는 매사에 노심초사 안달복달인 질문자를 머쓱하게 한다. 


나도 모르게 만나는 깨달음

오후도 무르익어 1~2시간 후면 일몰이건만 여전히 쨍쨍 내리쬐는 열대의 태양은 보로부두르(Borobudur) 불교 사원 하루치기 관광에 나선 뜨내기 방문객들을 여지없이 몰아세운다. 마침내 사원 앞 돌계단을 오를 때 즈음이면 박한 일정에 대한 고단함과 불평이 벌건 얼굴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마침내 눈앞에 들어오는 거대한 사원 앞에 서서 땀 한번 훔치고 나면 일단은 퇴약볕 아래 발품 판 것이 아까워서라도 그 거대한 세계 안으로 들어가 보고야 만다. 마음이 몸을 챙기고 몸이 마음을 챙기며 그곳으로 다가가는 그 순간부터 나 또한 보로부두르가 원하는 그 방향으로 함께 향하게 된다. 

얼핏 거대한 돌덩어리로 보이는 보로부두르 사원은 하부에서부터 최상부까지 욕계(欲界; 욕망에 흔들리는 인간과 저급한 신들이 사는 세계)와 색계(色界; 욕망을 떠났으나 아직 육체를 갖고 있는 존재들이 사는 세계), 무색계(無色界; 욕망도 육체도 없는 존재들이 사는 세계)로 나누어 구분해 놓았다. 어지러운 욕망의 세계에서부터 깨달음의 세계, 세속에서 열반에 이르는 과정과 불경의 가르침을 하나의 구조물 안에 그대로 구현해 놓고 있다. 위로 위로 올라가는 동안 온 벽면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돋을새김 벽화들을 촘촘히 두 눈으로 받아낸다. 생로병사에 휘둘리는 인간사와 인과응보, 그리고 부처의 탄생과 출가, 열반 등 부처의 일대기와 불경의 내용 등이 천년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하지만 역시 이 경이롭고 불사가의한 건축물 앞에서조차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가만히 돌 위에 손을 얹어 본다. 돌 위에 이야기를 새기고 조각조각 맞춰 나갔을 천년 전의 사람들, 그리고 내 손이 닿기 전에 그 자리를 눈과 촉감으로 스치고 갔을 수많은 필부필부(匹夫匹婦)들.

보로부두르 사원은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을 그 지난했을 건축 과정을 포함해 수행과 예식을 위해 찾아드는 신자들과 무심한 관광객들까지, 그 모두를 일깨우는 거대한 불경 그 자체이며 그들 모두의 짜글짜글한 염원들을 담아 안는 거대한 탑이다. 그리고 보로부두르 사원 벽면을 훑으며 차츰 상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거대한 탑돌이 수행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 



1 동쪽에 자리한 스투파 안 부처님의 발뒤꿈치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지고 행복해진다고 2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은 일몰도 아름답지만 일출이 장관이다 3 사원 전체에 자리한 불상만도 500개가 넘는다. 발견 당시 대부분이 목이 잘린 채 발견되었다고 4, 7, 8 정교하고 부드러운 부조의 아름다움으로 불교의 가르침을 전한다 5 1,400여 점 부조의 조각들을 맞추는 일이야말로 사원 복원 과정중 최고의 과제였다. 아직도 퍼즐 맞추기는 진행 중이다 6 최상부의 스투파까지 단번에 계단을 통해 오를 수도 있다

“나만 그런가? 안 그래요?” 

최상부에 올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선다. 잠시 잠깐이나마 탑돌이를 통해 감지한 삶의 자세를 수굿이 되새김질하면서 안달투성이 나를 내려놓는 여유를 부려 본다. 안달복달하며 사는 것이 인간사라지만 좀더 높은 가치를 향한 온전한 지향들이 모여 있는 이 자리에서만큼은 내 뜻을 고집하는 마음이 조금쯤은 작아지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 순간, 순식간에 마음의 평화를 깨놓는 한마디가 있었으니, 저기 스투파 안 부처님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그 효험이 뛰어나다는 부처님을 모신 스투파 주변으로 벌써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내 머리 속에는 소원 1, 2, 3이 떠오르고 그중 무엇을 골라 빌어야 하나 생각의 가닥들이 엉키기 시작한다. 발걸음은 허둥대고 선택은 안 되고, 한편 ‘이러는 내 모양새가 덜 떨어져 보이면 어쩌나’ 하는 우려까지 함께 들썩거린다.
정확하게 동쪽에 자리한 스투파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여자는 왼손 약지로, 남자는 오른손 약지로 부처님의 발뒤꿈치를 만지면서 소원을 빌어야 한다. 왼팔을 스투파 격자 틀 안으로 집어넣어 본다. 앗차차! 안 닿는다! 나의 팔은 영험한 부처님의 발에 닿기에는 너무도 짧기만 하다. 안타깝고 부끄럽다. 

고요하고 관조적인 일정의 말미에 벌어지는 이런 해프닝은 내 안에 자리한 닦이지 않은 불성이 인간사 안에서 어찌 휩쓸리고 탁해지는지 보여 주는 웃지 못할 반전이다. “그래, 사람이 다 그렇지, 나만 그런가? 안 그래요?”

일몰의 차분한 햇살이 그 거대한 ‘탑’과 대지를 비추고, 멀리서 사원 전체를 조망코자 너른 잔디밭 위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작은 점처럼 이리저리 흩어진다.


그 밖의 족자카르타 대표 볼거리
프람바난 힌두 사원 & 술탄 왕궁



자바 민족의 정신적 고향인 족자카르타에는 수천년 그들의 정신을 넉넉하고 고귀하게 지켜 준 수많은 문화유적들이 존재한다. 그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에 있어 결코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에 뒤지지 않는 프람바난(Prambanan) 힌두 사원과 족자카르타의 술탄이 살고 있는 술탄 왕궁(Sultan Palace), 일명 끄라톤(Kraton) 왕궁을 소개한다.

PrambananTemple

프람바난 힌두 사원의 신비로운 풍경에는 뼈아픈 짝사랑의 슬프고도 무서운 이야기가 배경 설화로 깔린다. 옛날옛날 라라 종그랑 공주를 사랑했던 반둥 왕자는 공주의 마음을 얻고 싶지만 아버지를 살해한 반둥 왕자를 받아들일 수 없던 공주로서는 하룻밤 새 신전 1,000개를 세워 주면 청혼을 받아들이겠다고 꾀를 낸다.

이에 반둥 왕자는 마술로 마귀를 불러들여 밤새 신전을 짓게 하는데 999개의 신전이 완성될 무렵 깜짝 놀란 공주는 쌀을 찧는 소리로 닭을 깨우고 이에 신전을 짓던 마귀는 아침이 온 줄 알고 도망가 버린다. 속임수로 자신을 거부한 라라 종그랑 공주로 인해 진노한 반둥 왕자는 라라 공주를 석상으로 만들어 1,000번째 신전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1,000번째 신전이 바로 프람바난 힌두 사원의 대표, 시바 신전이다.

프람바난 힌두 사원은 이런 전설을 바탕으로 라라 종그랑 사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라라 종그랑’이란 ‘여윈 소녀’란 뜻으로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원은 47m 높이의 시바 신전을 중앙에 모시고 양 옆에 브라마 신전과 비슈누 신전을 모셔 놓았다. 각 신전 옆으로는 각 신들이 타고 다녔던 동물들의 신전도 모셔 놓았았는데 시바는 황소 ‘난디’를, 비슈누는 독수리 ‘가루다’를, 브라마는 백조 ‘앙사’를 타고 다녔다.

프람바난 힌두 사원은 이런 전설을 바탕으로 라라 종그랑 사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라라 종그랑’이란 ‘여윈 소녀’란 뜻으로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원은 47m 높이의 시바 신전을 중앙에 모시고 양 옆에 브라마 신전과 비슈누 신전을 모셔 놓았다. 각 신전 옆으로는 각 신들이 타고 다녔던 동물들의 신전도 모셔 놓았았는데 시바는 황소 ‘난디’를, 비슈누는 독수리 ‘가루다’를, 브라마는 백조 ‘앙사’를 타고 다녔다.

1,000개의 신전으로 이루어졌다는 전설이 있지만 현재 240개 정도의 신전만이 확인될 뿐이다. 복원작업의 와중에 지진으로 다시 한번 무너져 내려 아직까지 대부분이 돌무더기의 모양으로 복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프람바난 힌두 사원은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Sultan Palace

술탄 왕궁, 일명 끄라톤 왕궁이라 불리며 족자카르타의 술탄이 거주하는 곳이다. 술탄 왕궁은 왕궁이면서 족자카르타의 자긍심과 전통 문화를 보여 주는 전시장이기도 하여 현지인들이나 관광객들 모두 필수 코스로 들르는 명소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시간을 상징하는 ‘칼라마가나’ 앞을 지나면서 삶의 유한함을 되새겨야만 한다.
뜰은 넓고 시원하며 높고 너른 연회장 안에서는 전통음악의 연주나 그림자극 ‘와양’을 시연하고 있다. 요소요소에 바틱 전시장, 왕가의 초상화들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 등 흥미로운 볼거리들이 발길을 붙든다.

박물관 중에서도 역대 술탄들의 주변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 유독 흥미를 끈다. 현재 왕비의 초상과 나무로 그려진 왕족의 족보는 그 미모와 기발함이 유쾌하다. 족보에서 열매는 딸, 나뭇잎은 아들, 가지는 부인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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