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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자지에- 자연이 빚어낸 명화 장자지에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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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빚어낸 명화
장자지에

장자지에의 웅장한 자연은 중국과 처음으로 조우한 여행자에게 신비로운 경이감을 선사했다. 시원하게 솟은 봉우리들 어딘가에 신선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았던 장자지에는 인고의 세월을 겪으며 지구가 그려낸 한 폭의 수묵채색화였다. 인류에게 이토록 거대한 명화(名畵)를 선물한 지구와 자연에 경배를!

글·사진 김영미 기자  취재협조 중국국가 여유국 서울지국 www.cnto.or.kr


장자지에는 우리나라 중·장년층, 특히 40대 이상 아주머니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중국의 대표 관광지다. 그래서일까. ‘왠지 올드할 것 같아’라는 생각에 ‘천하제일 절경 장자지에’라는 홍보문구도 귓등으로 넘겨듣고, ‘경치가 끝내준다’는 지인들의 말도 흘려들었다. 그러나 장자지에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무심히 떠난 중국 출장길에 무심하게 대면했던 장자지에는 스펙터클한 자연경관으로 젊은 여행자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지구의 거대한 유산을 마주하다

영국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영화 <지구>를 본 후, 지구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태양과 적당한 거리를 둠과 동시에 지축이 23.5° 기울어져 탄생할 수 있었던 지구의 다채로운 자연 경관과, 그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지구상의 생명체들. 지구는 수억년의 시간을 살면서 태양과 비와 바람의 도움으로 남극에서 북극까지 다양한 자연 경관을 몸에 새겼다.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은 아마도, 이 땅의 아름다운 자연을 빚어낸 지구에 대한 헌사가 아닐까.
‘장씨의 마을’이라는 뜻의 장자지에(장가계, 張家界)는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그 이유는 장지지에를 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기묘묘한 봉우리들의 향연은 지구상 유일무이한 풍경임에 틀림없으니. 지구에서 세 번째로 큰 땅덩어리를 보유한 중국의 3분의 1은 산악지대인데, 장자지에의 산과 삼림은 중국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나라 크기에 걸맞게 거대한 봉우리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는 장자지에의 절경은 지구의 운동에서 기인했다. 장자지에는 3억8,000만년 전 바다였으나 지각운동 때문에 지층이 솟아오른 후 침식과 풍화작용을 거치며 지금의 형태로 매만져졌다. 장자지에는 인간의 발길이 닿기 힘든 지리적 조건 때문에 태곳적 상태에 가까운 아열대 경치와 생태환경을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 오랫동안 비밀스럽게 은둔해 있던 장자지에는 1979년 중국 화가 오관중(吳冠中)이 그 비경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묘사해 화폭에 담으며 세간에 널리 알려졌으며, 1982년 중국 최초의 삼림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1 금편계곡 입구에 세워진 장가계 비석은 포토 스팟이다 2 깨끗한 생태환경이 보존된 장자지에 3 웅장한 자연 속에서 인간은 지구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체감한다


높다란 기암괴석들의 바다 원가계

중국 후난성(湖南省) 서북부에 위치한 장자지에시는 행정적으로 영정구와 무릉원구로 나뉘어 있는데, 관광지는 모두 무릉원구에 집중돼 있다. 해서 장자지에는 무릉원이라는 명칭과 함께 통용되고 있으며, 천자산 자연보호구, 장자지에 국가삼림공원, 삭계곡 자연보호구 등 3대 경구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원가계(猿家界)는 장자지에 중심풍경구에 위치해 있다. 풍경구에 입장해서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는데, 갈아타는 길목마다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장자지에의 1등 방문객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상인들은 ‘천원~천원~’하는 장사용 한국어를 구사한다. 장자지에 어디서든 영어보다도 한국어 간판이 우선. 장자지에 전체가 마치 한국인을 위해 조성된 관광지 같아 신기하기도 했지만, 불편한 감정이 든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본디 중국 관광은 ‘설명을 들을 게 많아 귀가 빠지고 봐야 할 게 많아 다리가 빠지는 관광’이라 부른다. 하지만 장자지에는 ‘와와 관광’이라 한단다. 멋진 자연을 감상하면서 저도 모르게 ‘와~와~’하는 탄성이 나오기 때문이란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멀리서 볼 때는 먹빛이었던 산이 초록으로 바뀌며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거대한 협곡이 선사하는 시원시원한 풍경에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와와~’ 소리가 터져 나오자 가이드는 “이건 그저 산이구나, 하면 됩니다. 뭘 이정도 가지고”라며 기대감을 높인다. 

원가계의 명물 중 하나는 백룡 엘리베이터. 초속 3m 속도로 지상 326m까지 수직상승하는 엘리베이터는 다소 아찔하지만, 풍경을 감상하고자 유리 쪽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빠른 속도로 치닫는 엘리베이터를 타니 마치 놀이기구를 탄 것마냥 들뜬다. 땅 위의 사람들이 개미만큼 작아지니 드디어 원가계 초입이다.

장자지에는 1년 중 200일은 안개가 껴 금방이라도 신선이 나타날 것 같은 신비로운 형세를 뽐낸다는데, 기자가 찾은 날은 맑고 청명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나름의 멋이 있었다. 원가계는 산책 코스가 잘 조성돼 있어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한 시간 남짓 트레킹하기에 적당하다. 원가계에만 약 13만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알려진 대로, 높다란 기암절벽과 끝없는 낭떠러지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수록 끝없이 드러나는 봉우리들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이며 시원해진다.  

원가계에는 황제가 던진 붓이 그대로 꽂혀 암석이 되었다는 어필봉(御筆峰), 너무 아름다워 보는 이의 혼을 빼놓는다는 미혼대(迷魂臺), 300m 높이의 봉우리 두 개를 잇는 천연 돌다리 천하제일교(天下第一橋) 등 볼거리가 많다. 특히 너비 2m, 길이 20m의 천하제일교는 자연의 힘에 의해 저절로 생긴 다리라고 하기엔 너무 정교해 입이 떡 벌어진다. 처음 발견했을 당시엔 인공적으로 만든 다리로 여겼을 정도로 정교하게 다듬어진 지구의 손길이다. 

신비한 자연 앞에서 영원한 사랑을 염원하면 산신령이 너끈히 들어줄 것 같다는 믿음 때문일까. 천하제일교 근방의 난간에는 자물쇠들이 빼곡히 걸려 있어 눈길을 끈다. 장자지에의 소수민족인 토가족들은 결혼하기 한 달 전에 이곳에 찾아와 자물쇠를 잠그고 열쇠는 계곡 아래로 던져 버린다고 한다. 그 자물쇠들이 언제부터 매달려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비바람에 녹이 슬었을지언정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랑을 맹세하는 방법은 국경을 넘나든다. 최근 서울 남산 꼭대기에도 사랑을 약속하는 자물쇠들이 난간에 주렁주렁 걸려 있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천하제일교의 자물쇠들은 원가계의 비경을 감상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 그 자체로 재미난 볼거리지만, 남산의 자물쇠들은 서울 시내를 바라다볼 수 없게끔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 어쩐지 씁쓸하다. 


1 원가계 쉼터 중 한 곳인 중한우의정의‘명함방’에는 한국관광객들의 흔적이 빼곡하다 2 원가계 곳곳에 상점이 있다. 장사가 되나 싶지만,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3 원가계 거북바위. 거북이 화석이라고도 알려질 만큼 북과 형태가 흡사하다 4 굳건한 사랑의 맹세 5 황석채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는 은근히 스릴 있다 6 황석채 오지봉 앞에 조성된 차밭


장자지에의 산수화를 한눈에 황석채

장자지에 삼림공원 내에는 황석채(黃石寨), 금편계(金鞭溪), 학자색(鶴子寨) ,삭도(索道) 등이 있다. 한번 걸으면 10년이 젊어진다고 해 신선계곡이라고도 불리는 금편계곡은 삼림공원 입구부터 황석채 동쪽까지 7km 가량 이어져 있다. 금편계곡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1,000여 개의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고, 산 위주인 장자지에에서 계곡의 맑은 물도 볼 수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황석채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해발 1,080m에 전망대에서 평균 해발고도 1,000m인 봉우리들을 감상하자니 무릉도원의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사실 원가계를 다녀왔다면 황석채에서 보는 풍경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지구와 태양이 오랜 시간 연출하고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 주연한 스펙터클한 풍경. 그러나 ‘황석채에 오르지 않았다면 장자지에를 헛걸음한 것이다’라는 말이 전해지는 까닭은 황석채에서는 광활한 장자지에의 경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가계의 풍경이 남성답고 힘차다면 황석채는 그에 비해 잔잔한 풍광을 보여 주니, 그 맛도 오묘하게 다르다. 

‘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인생부도장가계, 백세기능칭노옹. 사람이 태어나서 장자지에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라는 말은 틀리지 않다. 언젠가 한번은 눈에 담고 가슴으로 느끼면 좋은 곳 장자지에는 중·장년층만의 여행지가 절대 아니다. 장자지에는 지구의 웅장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 청춘의 가슴 또한 시원하게 해주는 인류의 자연유산이다.


토가족(土家族)

장자지에시에는 20여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토가족은 장자지에시의 총인구 153만명 중 약 69%를 차지하는 소수민족이다. 토가족 남성은 마음에 드는 여자의 왼발을 밟아 청혼을 하는데, 남자가 변심할 경우 3년 동안 여자 집에서 머슴질을 해야 한다. 만약 여자가 거절할 경우에는 노처녀로 늙어야 한다니, 장자지에에 가면 발등 찍히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또한 토가족 여자들은 잘 울어야 칭찬을 받는다. 토가족 처녀는 결혼을 약 한달 앞두고 노래에 곡을 붙여가며 울기 시작한다. 여아가 태어나면 15세까지 계속 울리며, 우는 방법을 과외받기도 한다고. 장자지에시는 독특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토가족의 전통 춤과 노래 등을 살려 관광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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