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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기차여행-기차 타고 가는 홋카이도 단풍 구경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8.10.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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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가는 홋카이도 단풍 구경

그 여행의 시작은 단풍관광 특별열차 SL니세코호 정보 옆에 붙어 있던 지우개만한 인터넷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됐다. 이름도 처음 듣는 니세코 그리고 신센누마였지만, 가을 단풍열차가 운행될 만큼 아름다운 곳이겠지 하는 단순한 짐작과 진짜 검은 연기를 뿜어낸다는 쇼와풍 증기기관차 여행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촉매제 노릇을 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니세코는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곳이지만 지난 2006년과 2007년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JNTO)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곳이다. 여름엔 산악 액티비티로, 겨울에는 스키 리조트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글·사진  이지혜 기자   취재협조  JR홋카이도 www.jrhokkaido.co.jp


증기기관차 타고 단풍놀이

비행기만큼 빠르게 이동하는 고속열차가 대중화된 이 시대에도 일본에는 여전히 60여 년 전에 제작돼 전성기를 누렸던 증기기관차가 운행된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철제로 된 거대한 몸체와 엄청난 굉음, 끊임없이 뿜어대는 검은 연기 그리고 빠른 속도와 수송 능력에 신기하고도 낯선 사물이었겠지만, 21세기에 운행되는 증기기관차는 판타스틱 소설 <해리포터>에나 어울릴 법한 동화적 소재가 됐다. 

주말이어서 더욱 이르게 느껴지는 아침 시간, 삿포로역은 가족 나들이객들로 웅성웅성 활기가 넘친다. 단풍철을 맞이해 JR홋카이도가 9월 말부터 오는 11월3일까지 주말과 공휴일에 운행하는 SL니세코호는 아침 8시31분 삿포로역을 출발한다. SL은 Steam Locomotive, 즉 증기기관차이며 오타루를 거쳐 굿찬, 니세코, 곤부, 란코 등 서부 연안을 연결하는 하코다테 본선의 니세코 지역을 운행한다. 하룻 동안의 여정후  삿포로역에 저녁 6시29분에 돌아오는 당일 일정이다. 

삿포로 서부는 니세코 연봉으로 이뤄져 아름다운 자연 경치를 자랑한다. 이 지역을 총칭해 니세코 지역이라고 부르며, 계절마다 산악 지대가 보여 줄 수 있는 각각의 옷으로 갈아입니다. 봄에는 초록과 야생화가 어우러지고 여름에는 래프팅과 트레킹, 승마 등 액티비티를 즐기고 가을에는 이 지역 특유의 붉고 노란 단풍을 감상하며 겨울에는 남반구의 여름을 피해 여행 온 호주 사람들로 가득한 스키 리조트가 활기 넘친다. 또 과수원과 목장, 감자·호박 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각종 치즈와 달달한 간식들이 풍부하고, 옛 화산 지대를 따라 형성된 온천시설 등이 어우러져 즐거움을 더한다.


1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한 증기기관차 SL니세코호 2 아담한 규모의 JR니세코역사, 이국적인 모습이 정감 있게 느껴진다 3 기차여행으로 들떠있는 아이들의 표정을 담느라 어른들도 분주하다 4 산악지대에서 자란 감자와 호박이 맛있다. 역을 나서니 카툰을 그려놓은 호박들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5 SL니세코호 탑승을 기념할 수 있는 스탬프  6 니세코지역은래프팅과 하이킹 등으로 유명하다. 역앞에 장비대여소가 있다 7 쇼와시대 열차는 아이들에게는 신나는 놀이터

쇼와시대를 추억하라 

증기기관차는 열차 여행 자체로도 탑승객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우선 쇼와시대의 모습을 재현했다고 하는 클래식한 객차 내부 풍경 덕분에 객차에 들어선 순간부터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3칸의 객실과 1칸의 휴게 공간 등 총 4칸으로 운행하는 차량 내부는 한결같이 밤색 니스를 칠해 특유의 번들거림과 온화함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나무 인테리어와 더불어 유리공방으로 유명한 기타이치글래스에서 만든 램프등이 은은하게 비치고 있다. 거기에 밤색에 잘 어울리는 짙은 터키석빛의 융단 의자는 폭신폭신함을 더해, 기분 좋게 동화의 나라로 데려다 줄 것만 같다. 삿포로-굿찬 구간 좌석은 지정석제로 운영되며, 가족끼리 마주보고 앉도록 한 4인용과 6인용 세트와 개별여행객 또는 단체를 위해 한쪽 방향으로 배치돼 있는 2인용 세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쪽 구석에는 조개탄 난로가 자리한다. 물론 모양만 흉내낸 장식용 난로가 아니다. 옛 시절 교실을 데워 주던 그대로 활활 불을 지핀다. 그 위에는 고구마 등을 구워 먹을 수도 있다. 난롯가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이 난로 쪽으로 손을 뻗어 불을 쪼이는 모습은 따뜻함으로 가득하다. 난로를 향해 배치돼 있는 의자도 있어 좌석 예약시 지정 가능하다.



정착역마다 색다른 재미 

휴게공간은 먹거리와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매점과 옛 승무원 복장을 하고 기념 촬영을 하거나 증기기관차 및 여행지 사진 등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여행 안내서 등의 자료가 비치돼 있기도 하다. SL기차모형(800엔), 뱃지 세트(500엔), 열쇠고리(700엔), 볼펜(300엔), SL니세코호 와인360ml(500엔) 등도 판매한다. 

휴게공간이 주로 붐비는 시간은 열차가 각 역을 정차한 직후다. 삿포로부터 란코역까지 운행되는 동안 각 정차역의 유명한 간식거리(sweets)들을 공수해 와 판매하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도시락을 손수 마련하거나 역에서 에끼벤을 구매해 올 수도 있지만, 역마다 그날 만든 간식들을 하나씩 맛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오타루역에서는 화원단고 3개들이를 260엔에 판매한다. 112년 역사의 단고 전문점에서 만들어 향긋하면서 새콤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침을 고이게 만든다. 요이치역에서는 애플파이가 하나에 300엔이다. 인근 과수원에서 갓 수확한 사과로 만든 파이는 재료의 신선함 덕분에 더욱 맛있다. 니키역에서는 햄 & 후르츠팩토리에서 만든 치즈시폰이 기다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직접 만든 크림치즈와 까망베르치즈가 한층 깊은 맛을 낸다. 가격은 170엔. 

코자와역을 지날 때쯤이면 시간도 11시반으로 본격적으로 출출함을 느낄 때이다. 이 무렵부터 먹거리 판매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소택역의 대표 간식 토네루모찌는 100년 역사를 지닌 모찌로 입에서 살살 녹는다. 10개들이 450엔. 굿찬오이못은 하얀팥앙꼬와 겉에 뿌린 계피가루의 맛이 조화를 이루며, 쇼와 25년에 발매된 이래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판매가격은 630엔. 니세코역 인근에는 누푸리홀스타인밀크공방이 있어 직접 생산하는 우유와 요구르트를 맛볼 수 있다. 각각 300엔과 160엔. 마지막 간식거리는 콘부역에서 공수한다. 아름다운 시내로 알려진 이곳에서는 이곳의 분위기를 이미지화 한 야끼를 선보이고 있다. 9개들이 730엔이다.



1 복장도 쇼와시대 풍으로, 걸려 있는 승무원 복장을 자유롭게 빌릴 수 있다 2 휴게공간에 있으면 손자 손에 이끌려 매점을 방문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기차에서 간식 사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3 니세코호 한정, 스페셜한 벤또 4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만들어 더욱 맛깔스러운 에끼벤 5 승무원들도 쇼와풍복장으로 옛분위기를 연출한다

SL니세코 추천여행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돌아오는 SL니세코 열차의 편도 요금은 지정석 요금 800엔을 포함해 각각 굿찬역이 2,590엔, 제일 먼 란코역이 3,220엔이다. 승하차가 자유로운 프리티켓을 구매할 경우 왕복 여정 모두 이용 가능하며, 지정석 요금을 포함해 3,600엔이다. 인근 지역의 산악 트레킹을 여유롭게 즐기고자 한다면 편도만 이용하면 되고, 또는 열차 운행시간표상으로 스위츠(sweets)점, 카페, 레스토랑, 온천 등이 밀집해 번화한 굿찬역에서 최대 3시간30분여를 머무를 수 있어 이 시간을 이용한 관광도 가능하다. 오타루역에서도 9시16분에 도착해 약 45분여간 정차하며 증기기관차 앞에서 승무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의 시간도 마련하고 있다. 

JR홋카이도에서는 굿찬역과 인근 인기 관광지를 연결하는 임시버스와 온천과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패키지상품을 기획해 내놓고 있다. 버스만 이용할 경우 500엔이고, 온천 패키지를 이용하면 SL니세코 탑승과 버스, 온천, 식사 등을 포함해 4,900~6,900엔 선. 힐튼, J-FIRST, 오시리니, 콘부온천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단풍 여행지로는 오타루의 테미야 공원, 굿찬역 인근의 반월호, 니세코역을 통해 방문할 수 있는 신센누마 등을 추천한다. 홋카이도의 단풍은 일본에서 가장 빠르며 10월에 절정을 이룬다.


6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귀여운 이정표들 7 선명한 붉은빛으로 물든 ‘고요(紅葉)’ 8 습원을 거니노라면 곳곳에 보물처럼 새로운 모습이 감춰져 있다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 같은 풍경

신센누마는 습원지대로 신선이 살 법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녀 그 이름이 유래됐다. 바람이 강한 이 지역의 나무들은 그 형태 또한 특이해 감탄사와 눈길을 절로 빼앗기게 된다. 원시림을 떠올리게 하는 수풀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세상에 맞닿게 된다. 넓게 펼쳐진 습원은 한없이 고요하고 바람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SL니세코호에서 느끼던 것과 또 다른 편안함과 평온함을 얻는다. 습원을 거닐다 보면 물이 많은 호수에 이르기도 하고 갖가지 모양을 이루는 다양한 공간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신센누마까지는 니세코역 인근에 위치한 스키장들을 지나 약 30여 분 가량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신센누마까지 가는 길 또한 경치가 멋져 차창 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후지산을 떠올리게 하는 요테이산과 단아한 풍모를 가진 안누푸리산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 

버스는 우선 10월까지 스케줄이 하루 단 2회 운행만 잡혀 있고, 11월부터 스키 시즌이 시작되면 변동된다고. 니세코-신센누마의 요금은 900엔 우리 돈 1만원 정도이다. 니세코역 앞에서 오전 9시50분과 오후 2시20분에 출발한다. 오색온천행이라고 씌어져 있는 것을 탑승하면 된다. 신센누마에서 돌아오는 편은 오전 11시43분과 오후 4시8분차가 있다.
SL니세코호를 탑승했다면, 12시13분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한 후 2시20분차를 탑승하면 신센누마 앞에 3시2분에 도착해 약 1시간여를 확보할 수 있다. 인근 온천 리조트에도 버스가 정차하므로, 좀더 여유롭게 신센누마를 느껴 봐도 좋을 법하다. 산길의 경사가 심해 산악자전거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자전거로 이동은 무리다.


니세코역의 작은 보물 카페 ‘누푸리’

번화한 굿찬역과 달리 니세코역은 상대적으로 쓸쓸하다. 역 자체는 알프스에 어울릴 법한 아기자기한 외형을 하고 있지만, 주변은 다소 한적한 편이다. 점심 무렵 기차역에서 내려 근처에 무엇이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다소 낭패감마저 느낄 법하다. 마침 벼룩시장을 기웃거리다 추천받은 곳이 니세코역사에 위치한 카페 ‘누푸리’였다. 보통 역사에 위치한 식당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어서, 끼니를 떼워야 하나 하는 심정으로 마지못해 들어섰다. 사실 입구에 변변한 간판조차 없어 처음 역에 도착했을 때는 그것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카페 누푸리에 들어선 순간 조그만 공간을 가득 메운 소품들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고 재즈음악이 다소 경쾌하고 분위기 있게 흘렀다. 연인과 함께 찾고픈 레스토랑의 모습이랄까. 음식 또한 그 분위기에 부합했다. 동네에서 재배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야채 카레는 일품요리로 꼽고 싶다. 또 대표 작물인 감자와 호박 등을 넣은 카레와 함박스테이크 등도 맛있다. 카레라고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모든 재료를 카레와 함께 끓여내는 것이 아니라 재료는 재료대로 소스는 소스대로 따로 담아 준다. 맛있는 수제 커피와 과일이 가득 얹어져 있는 쇼콜라 케이크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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