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그림으로 소통하는 변방의 대륙
[place]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그림으로 소통하는 변방의 대륙
  • 트래비
  • 승인 2008.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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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르난도 보테로, <시인> 2. 프란시스코 나르바에스 <원주민 여인> 3. 에밀리아노 디 카발칸티, <바이아의 흑인 여인>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

그림으로 소통하는 변방의 대륙

그림은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고 만인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언어도 지식도 필요없이 단 한점의 이미지로 말하는 세상 모든 그림들. 늘 서유럽 중심의 미술계 흐름에 밀려 변방에 머물렀던 라틴아메리카의 거장들이 한국에 머물고 있다. 정열의 색채, 뜨거운 열정으로 가슴 아픈 역사를 말하고 있는 명작들을 놓치지 말자. 

글  박나리 기자    자료제공  덕수궁미술관

출근길이면 라디오 방송에서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광고 음악이 있다. 세계적인 탱고 음악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연주하는 ‘리베르 탱고(Libertango)’. 가슴 가득 아코디언을 껴안고 마치 사랑하는 여인을 꼭 끌어안았다 부드럽게 풀어 주는 듯한 격정의 연주를 들을 때면, 이른 아침부터 일탈의 욕망이 밀려온다. 음악이 그리는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 그 같은 열정의 국가들이 모여 이룬 라틴아메리카는 어떤 곳일까. 의문에 답변하듯 남미의 거장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제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치닫고 있는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은 어떤 모습일까.

전시회는 서유럽 위주로 주도되던 미술계의 흐름에서 벗어나 관람자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기존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라틴아메리카 16개국의 대표 거장들의 작품이 더 반가운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는 멕시코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인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는 물론, 격정적인 삶과 예술 혼을 불태웠던 멕시코의 화가 ‘프라다 칼로’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그녀는 영화 <프리다 칼로>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남미의 대표적인 여류 화가이다. 전시에서는 총 라틴아메리카의 84명 작가, 120여 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처절하고 가혹한 운명을 삶에 대한 정열과 집념으로 극복한 화가 프리다 칼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멕시코 벽화가인 디에고 리베라, 역동적이고도 사실적인 기법으로 혁명 정신을 벽화로 표현한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그리고 멕시코혁명 후 인디오 전통 부흥운동(Indigenismo)의 일환으로 미술가조합을 조직해 혁명과 전란의 영웅적 광경을 그려낸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등의 작품에 주목한다. 이들의 작품과 함께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기원을 둔 마술적 환상의 세계를 펼쳐낸 위프레도 람, 풍만한 인물표현으로 관객에게 여유로움과 유머와 풍자의 미학을 느끼게 해주는 콜롬비아의 국민작가 페르난도 보테로 등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는 20세기 초반부터 1970년대까지의 격랑 치는 바다와도 같았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가 안고 있는 갈등과 상처, 그 치유과정을 담고 있으며 모더니즘의 도래와 전통적인 요소의 갈등과 화해, 나아가 우리의 과거와 현재까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덕수궁 미술관, 11월9일까지 문의 02-368-1414/ www.laart.kr


4 디에고 리베라 <피놀레 파는 여인> 5 에밀리오 페토루티 <철학자> 6 알레한드로 슐 솔라르 <식민풍의 집> 7 프리다 칼로 <미겔 N. 리라 초상화>


알찬 전시회를 위한 배경 지식

방대한 라틴아메리카의 미술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정보들을 모았다. 그들의 역사, 문화, 그리고 거장들의 주요 일대기까지. 전시를 두 배로 유익하게 하는 감상 포인트.

●● 지역
‘라틴아메리카’는 ‘앵글로아메리카’를 대칭해 부르는 말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볼리비아 등이 이에 속한다. 앵글로색슨은 유럽의 옛 전통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본주의와 결탁해 온 데 반해 라틴아메리카인디언은 식민 과정에서 대량으로 학살돼 개발도상국에 머무는 후진국의 문제점을 겪고 있다. 북아메리카의 멕시코에서부터 남아메리카의 칠레에 이르는 지역과 카리브 해상의 쿠바를 비롯한 서인도 제도까지 그 범위가 방대하다. 세계 육지면적의 약 1/5을 차지할 정도.

●● 미술사
라틴아메리카의 혼혈문화는 미술의 생명력과 독창성이란 부분에서 큰 장점을 지닌다. 20세기 라틴아메리카 미술은 ‘멕시코 벽화운동’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있다. 벽화운동은 파리에서 입체파를 접한 디에고 리베라가 1921년 그의 고국인 멕시코로 귀국하면서 시작되었는데, 미술가들은 어떤 형태든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추구했다. 그로부터 대중예술, 민중예술이 깊게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작품에는 유난히 사회 참여적인 성격이 강하고 지배계층인 인디언과 흑인들의 문화가 뒤섞이면서 원색적이고 독창적인 그들만의 예술세계를 개척했다. 1940년대 중반 이후로는 모더니즘이 도입되면서 기하학적이며 추상적인 독특한 예술작품들이 다수 탄생했다.

●● 문화
라틴아메리카는 ‘이베로아베리카’라고도 불릴 만큼 에스파냐문화의 영향을 압도적으로 받았다. 거의 모든 나라가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며, 가톨릭교를 믿고 있다. 또한 광범위한 인종적 혼혈로 형성되어 그로 인해 생활 속에 많은 인디오와 흑인들의 정서를 지닌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미술>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 | 시공사
그야말로 20세기 라틴 아메리카 미술사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담고 있다.
<프리다칼로 & 디에고 리베라>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 다빈치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이기도 한 클레지오의 소설. 20세기 전반의 멕시코 미술가 부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삶을 평전으로 담은 비범한 소설이다.

●● 거장들에 대해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1932~)
1932년 콜롬비아의 메델린 출신의 화가이자 조각가. 어린 나이부터 그림에 흥미를 느낀 그는 다양한 전시회를 거친 끝에 작품 연구차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를 여행한다. 1960년 보테로는 뉴욕을 찾고, 이듬해에 뉴욕의 현대 미술관에 그의 그림이 소장된다. 그 뒤 몇 년간 점차 붓과 섬유의 흔적을 없애고 대신 부드러운 부풀린 형태를 선택해 심미적인 안정감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어린 시절 콜롬비아에서 받은 매력들, 이를테면 중산층 가족과 주지사들, 고위 성직자들이 만들어낸 부유하고 조용한 삶을 그림에 반영했다. 1970년대 말에 들어 보테로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그는 파리로 가 조각에 심취하기도 한다. 남미 특유의 낙천성은 그를 ‘독특한 개성을 지닌 거장’으로 만들었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
1970년 멕시코시티에서 출생한 그녀는 7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절게 된다. 이후 불행은 끊이질 않고 찾아와 18세 때에는 교통사고로 척추를 크게 다쳐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사고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후유증은 그녀의 작품의 중요한 주제가 됐다. 멕시코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초현실주의 그림들을 그렸으며, 거울을 통해 자신의 내면 심리 상태를 관찰하고 표현했기 때문에 자화상이 많다. 멕시코 공산당에 입당한 이후 22세의 나이에 42세의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했다. 결혼 후 그녀는 그림을 그만두고 남편을 위해서만 봉사한다. 이후 3번의 유산을 통해 결국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고, 디에고의 여성 편력으로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그녀의 막내 동생과 깊은 관계인 것을 알고 결국 이혼을 하지만, 다시 재결합을 통해 불같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대표작으로 <헨리포드 병원> <나의 탄생> 등이 있으며, 1984년 멕시코 정부는 그녀의 작품을 국보로 분류했다.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
멕시코의 벽화가로 프라다 칼로의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어린시절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였으며, 산카를로스미술원에서 약 6년간의 교육을 시작으로, 에스파냐를 거쳐 파리에 정착하게 된다. 그는 이곳에서 피카소 등과 예술작업을 교류하며 입체파의 영향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유럽에 머무는 동안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대형 벽화에 감명을 받게 되는데, 이후 멕시코에 귀국하면서 대대적인 벽화운동을 창시하게 된다. 멕시코의 역사와 신화는 물론, 민중들의 삶까지 공공건축물 안에 담아냄으로써 전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프라드호텔의 대벽화 <아라메다 공원의 일요일의 꿈> <헬렌 윌스 무디의 초상> <농민지도자 사파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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