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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겨울 스위스 그 판타스틱함에 대하여②베른+취리히, 치즈 퐁뒤+초콜릿"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1.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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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영미 기자   취재협조  스위스정부관광청 www.MySwitzerland.co.kr 



Bern 베른 +  Zurich 취리히
city of winter

경제 한파 탓인지 서울의 겨울 풍경이 유난히 스산하다. 도시에 색을 입혀주는 가로수들은 색을 잃은 지 오래, 겨울의 백미인 야경 조명 또한 눈에 띄게 줄었다. 줄지어 늘어선 건물 또한 온통 잿빛이니 추운 겨울이 더욱 쓸쓸하다. 겨울 분위기를 돋우던 캐롤송마저 희미해져, 그 들떴던 예년의 크리스마스는 어디로 갔는지 찾아 나서고 싶은 12월이었다. 같은 시기, 지구 반대편 스위스의 도시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들떠 한창 분주했다.



01 베른의 볼거리 중 하나는 이야기가 담긴 분수들이다. 16세기에 만들어졌다는 이 분수들에는 베른과 종교에 관련된 내용이 예쁘고 실감나게 조각돼 있다. 시내를 내려다 보며 악기를 부는 저 악사는 무슨 사연을 담고 있을까.

02 린덴호프(Lindenhof)에 오르면 취리히 시내를 유유히 흐르는 리마트강과 취리히호수, 기품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시가지가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린덴호프에서 마주친 취리히의 연인들은 쌀쌀한 날씨를 따뜻하게 녹이는 듯한 사랑의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다.

03, 04 취리히의 반호프 거리에 겨울을 맞이해 봉 형태의 조명이 설치됐는데, 취리히 시민들은 이 조명이 오히려 경관을 해친다 하여 싫어한다고 한다. 그러나 제3자의 입장에서는 트램길 위에 늘어선 기다란 조명들은 주변 건물의 반짝이는 조명과 어우러져 꽤 볼만한 야경을 만들고 있었다.  

05 취리히 크리스마스마켓의 가장 ‘큰’ 볼거리는 스와로브스키를 주렁주렁 매단 크리스마스트리였다. 5,000개가 넘는 투명한 크리스털이 청아하게 빛나던 스와로브스키트리는 크리스마스마켓이 설치된 취리히 역을 한층 화사하게 만들었다.

06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 같은 포동포동한 볼이 매력적인 아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무장하고 아빠와 나들이를 나섰다. ‘모든 아이는 군인이 되기 위해 태어난다.’는 말이 있는 스위스. 이 아이도 커서 용맹한 스위스 군인이 되려나.

07 크리스마스마켓은 아기자기한 소품들의 천국. 자매인 듯 꼭 빼닮은 취리히의 할머니들도 겨울, 그중에서도 12월에만 맛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마켓의 정취에 푹 빠져있다.

08 크리스마스 마켓의 출구에 설치된 임시 음식점에 삼삼오오 모인 스위스인들은 차가운 날씨에 아랑곳 않고 끝 모를 이야기꽃을 피운다. 한 손에 어김없이 들려 있는 글뤼바인에서 하얗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은 새카만 밤이 찾아오면 더욱 정겹다.

09 유럽에서 가장 긴 석조 아케이드인 베른의 아케이드는 다양한 상점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쇼핑 스폿이다. 2008/09 FW시즌 모델 같은 자태를 뽐내며 지나는 여성에게서 고풍스러운 수도 베른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다.




Cheese Fondue 치즈 퐁뒤 +  Chocolate 초콜릿
taste of winter

퐁뒤 찍어 먹는 재미가 있는 짭쪼롬한 스위스의 맛

두세 종류의 치즈와 화이트 와인을 냄비에 넣고 끓인다. 가늘고 긴 포크에 한입 크기로 자른 빵이나 마른 고기, 야채 등을 꽂아 걸쭉하게 녹은 치즈에 담가 휘휘 젓는다. 음식물에 치즈 옷이 알맞게 입혀졌다 싶으면 포크를 살며시 들어 올린다. 찌익 늘어지는 재미를 즐기며 치즈를 적당히 추슬러 한입에 쏙. 이것이 바로 스위스의 대표 음식, 치즈 퐁뒤 되시겠다. 

우아한 음식으로 여겨지는 치즈 퐁뒤는 사실, 겨울이면 눈이 많이 내려 외부와의 접촉이 어려웠던 알프스 사람들의 추운 겨울 생존을 위한 일용할 양식이었다. 하여 오래된 치즈와 딱딱한 빵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고안한 끝에 시작된 치즈 퐁뒤는, 지역에 따라 혼합하는 치즈의 종류가 다르고 배합하는 비율이 상이해 각 지역마다 고유의 맛을 지니고 있다.

 
1 치즈 퐁뒤에는 아무거나 찍어 먹어도 된다 2 11월24일 제조된 그뤼에르 치즈 3 지익 늘어지는 치즈는 치즈 퐁뒤를 먹는 재미 4 치즈 퐁뒤를 먹으며 아프레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5 치즈가 정갈하게 놓여진 숙성실의 암모니아 냄새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한겨울에 스위스에 갔으니 치즈 퐁뒤를 맛보는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에멘탈, 아펜첼의 치즈와 더불어 스위스 3대 치즈 중 하나인 그뤼에르 지역에서라니 기대감이 알프스 중턱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뤼에르 치즈 퐁뒤는 상상과 달랐다. 많이 짰다. 스위스의 경질 치즈가 대부분 그러하지만 그뤼에르 치즈가 더욱 짜게 느껴진 이유는 퐁뒤를 먹기 전에 다녀온 치즈 공장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치즈 숙성실의 잊을 수 없는 냄새 때문이었다. 

치즈 공장과 함께 운영되는 그뤼에르 치즈 박물관은 치즈가 만들어지는 공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면서 치즈의 생산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호기심 천국 김 기자, 치즈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궁금해 치즈 숙성실에 발을 디뎠는데 아뿔싸,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가 아찔한 충격을 가했다. 환경적응이 가장 빠르다는 후각이 좀처럼 적응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치즈가 발효되는 냄새는 못 견딜 정도로 독했지만, 35kg짜리 동그란 치즈 7,000개 가량 가지런히 놓여 있는 숙성실의 정갈한 광경은 일견 경이로웠다. 숙성기간이 길어질수록 치즈는 점점 짜지는데, 8~12개월 숙성된 치즈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그뤼에르에서 맛 본 치즈 퐁뒤는 우리나라에서 먹었던 부드러운 그것과는 전혀 다른 본토의 맛. 그뤼에르 치즈가 숙성되던 향기가 채 가시기 전에 먹은 치즈 퐁뒤는 그래서 조금 더 농도 짙었다. 처음엔 짠 맛이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치즈에 이것저것 담가 먹는 재미와 식탁에 핀 화기애애한 이야기꽃은 어느새 냄비의 바닥을 드러내게 했다. 기나긴 겨울, 선택의 여지 없이 치즈 퐁뒤를 먹던 알프스 사람들도 퐁뒤를 만들어 먹는 재미로 긴긴 밤을 달래지 않았을까. 

Swiss  Cheese Fondue
치즈 퐁뒤의 환상의 짝꿍은 무엇~?

치즈 퐁뒤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음료는 치즈의 소화를 돕는 화이트 와인. 특히 스위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스위스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미성년자나 알코올에 약한 사람은 홍차를 곁들여도 좋다. 단, 퐁뒤를 먹으면서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건 금물이다. 퐁뒤를 먹고 물, 맥주, 탄산음료 등을 마시면 뜨거운 치즈가 급속히 굳어 위에 부담을 줘 소화에 좋지 않으니 가급적 멀리할 것. 치즈 퐁뒤뿐 아니라 삶은 감자와 함께 먹는 치즈 요리인 라클렛(Raclette)도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는 게 좋다.



6 보기만해도 행복해지는 초콜릿들 7 초콜릿보다 탐났던 예쁜 초콜릿 케이스 8 라데라흐에서는 쇼콜라티에의 수제 초콜릿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다

초콜릿 겨울이면 더욱 당기는 달콤함 속으로

스위스인들의 초콜릿 사랑은 유별나다. 국민 한 사람당 연간 약 11.9kg의 초콜릿을 먹을 정도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가 생산되지도 않는 나라에서 이토록 많은 초콜릿이 소비되는 이유는 알프스 초원의 젖소가 만드는 신선한 우유와 이를 농축하는 기술력 때문이다. 제네바 호수 유역의 브베(Vevey)는 초콜릿에 농축 우유를 함유한 ‘밀크 초콜릿’의 고향이기도 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달콤한 음식이 더욱 당겨서 그런지, 취리히 거리에서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 가게가 있다. 초콜릿 판매 전문점 ‘라데라흐(Laderach)’. 1962년 루돌프 라데라흐가 설립한 라데라흐는 한마디로 초콜릿 백화점이다. 고유의 수제 초콜릿만 30종을 넘고, Suchard, Lindt 등 스위스의 유명 초콜릿 브랜드도 한데 모아 판매하기 때문이다. 

라데라흐에서는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쇼콜라티에의 손에서 카카오가 예쁜 초콜릿으로 탄생하는 마법 같은 과정은 한참을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동작 하나하가 일종의 행위예술과도 같은 쇼콜라티에의 시연은 취리히와 베른 등의 라데라흐 숍에서 감상할 수 있다.

각양각색의 초콜릿과 초콜릿 케이스를 구경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스위스 아미나이프 형상의 초콜릿을 비롯해 스위스 국기와 마테호른을 새긴 양철 케이스는 내용물인 초콜릿 보다도 탐이 났다. 먹음직스럽게 진열된 초콜릿들의 향연에 정신줄을 놓아 버린 여행자는 군침을 꼴깍 삼키면서 대체 어떤 초콜릿을 사야 할까 고민에 빠졌다. 

6월부터 10월 사이 스위스를 여행한다면, 오직 스위스에서만 할 수 있는 초콜릿 열차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다. 외관부터 달콤한 초콜릿향을 폴폴 풍기는 ‘스위스 초콜릿 열차’는 몽트뢰에서 출발해 그뤼에르를 거쳐 네슬레 초콜릿 공장이 있는 브록으로 이어지는 루트를 달린다. 이 열차는 스위스 기차 골든 패스라인과 초콜릿 회사인 카이에와 네슬레의 합작품으로, 네슬레 초콜릿 공장에서 무료로 초콜릿을 시식할 수 있다. 또한 열차 내에서 커피와 크로와상이 무료로 제공되며, 그뤼에르 성과 치즈 공장 방문 등 다채로운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운영되는 구간의 풍경 또한 아름다우니 특별한 기차여행으로 손색이 없다.

Swiss  Travel System
스위스 여행에는 스위스 패스가 대세


스위스의 철도망은 정교하다. 스위스의 산과 호수 사이로 촘촘하게 짜여져 있어 어디든지 기차로 쉽게 닿을 수 있다. 꼼꼼한 스위스인의 성격상 스위스 철도 사전에 연착은 없다. 열차를 갈아타는 데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짜여진 열차 스케줄은 경이로울 정도다. 때문에 스위스의 방방곡곡을 누비는 방법으로 열차가 으뜸이다. 스위스에서 이동이 많거나 체류일이 길다면 스위스 패스를 강력히 추천한다. 스위스 패스는 4일, 8일, 15일, 22일, 1개월 중 선택해 스위스 트래블 시스템 네트워크의 교통 수단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으로, 스위스 국철은 물론 빙하특급(예약 요금 30스위스프랑) 등 대부분의 철도를 이용할 수 있으며, 주요 도시의 전철과 시내버스도 마음껏 탈 수 있다. www.raileurop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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