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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7번 국도 따라 고성 즐기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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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 따라 고성 즐기기

동해안에 접한 도시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7번 국도를 따라가는 것이다. 자동차도 좋고, 자전거는 더 좋다. 오른편에는 푸른 동해, 왼편에는 백두대간 자락을 끼고 매끈하게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도심생활에 찌든 마음은 어느 결엔가 산뜻해져 있다.
7번 국도는 우리나라 동쪽 최북단 도시인 강원도 고성에서 마지막 단락을 형성한다. 속초에서부터 시작해 휴전선을 만날 때까지 국도는 49km 가까이 이어지고, 이 길을 따라 송지호, 거진항, 화진포, 통일전망대 등 고성의 명소들이 줄줄이 늘어선다. 고성을 여행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그러니까, 7번 국도 끝까지 따라가기다. 

글·사진  도선미 기자   취재협조  강원도 고성군 033-680-3364


송지호 주변 

송지호 + 철새관망타워 + 왕곡마을

고성의 7번 국도는 속초와의 경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해안절벽 위에서 고고하게 동해를 관망하고 있는 청간정과 천학정을 지나면 국도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마주본 아담한 호수가 나타난다. 주변이 온통 해송으로 둘러싸인 송지호(松池湖)다. 나란히 보이는 바다가 마음을 넓게 열어 준다면 호수는 퍼진 그 마음을 다시 둥글게 그러모아 주는 미덕을 지녔다.

호수에 운치를 더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면 다름 아닌 철새들이다. 따뜻한 남쪽으로 가던 겨울 철새들이 긴 여행의 행장을 푸는 곳이 바로 이곳. 동종이족(同種異族)인 민물과 바다가 만난 호수인지라 담수어와 해수어가 함께 서식하니 철새들에게는 그야말로 만년 낙원이다.

철새에 대해 좀더 알고 싶다면 호수 옆에 세워진 관망탑에 가보자. 이곳을 다녀가는 수십 종의 철새들을 박제한 전시실과 설명을 곁들인 패널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 볼 수 있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고니와 흰꼬리수리 등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읽어두면 3,4층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서 그들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송지호에서 500여 미터 떨어진 전통 집성촌 마을인 왕곡마을도 들러볼 만하다. 기와집, 초가집들이 띄엄띄엄 모여 있는 이 마을은 얼핏 그저 평범한 듯 보이지만 몇 가지 비범한 내력을 감추고 있다. 우선 이 마을에는 우물이 없다. 속설에서 말하길, 송지호에서 바라봤을 때 양옆, 배후가 산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배를 밀어 넣은 형국이라 구멍을 뚫으면 가라앉기 때문이란다. 

이 미신 같은 금기를 잘 지켜 왔기 때문인지 마을은 수백 년간의 전란과 화마에도 피해가 없었다. 6.25때도 거의 훼손되지 않아 19세기의 북방식 가옥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남한에서는 더욱이 찾아보기 힘든 ㄱ자형 양통식 구조로 중요민속자료로도 지정됐다. 집의 구조를 찬찬히 뜯어보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 조상들의 비법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 우선 외부 냉기의 유입을 막기 위해 집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단 하나, 부엌문만 두었고 여물을 주러 바깥까지 나갈 필요가 없도록 외양간도 부엌에 두었다. 바깥에서 보면 부엌문 옆에 외양간의 문이 낮게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소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외풍을 막기 위해 나무와 덩굴을 무성하게 심어둔 뒷마당으로 나가 보면 더 놀랍다. 굴뚝 위에 감투처럼 올려놓은 항아리라니.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기발하고, 어쩐지 유머감각까지 느껴지는 이 항아리굴뚝은 굴뚝을 통해 열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네 조상들은 그야말로 진정한 생활의 달인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철새관망타워  위치 속초에서 간성읍 방면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어린이 8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문의 033-680-3556
왕곡마을 위치 송지호해수욕장에서 공현진교 건너기 전 좌회전, 1.3km 진입  문의 033-631-2111  


1 왕곡마을은 19세기 북방식 가옥구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2, 3 해마다 여름, 겨울이면 송지호는 철새들의 낙원이 된다. 호수 주변의 데크를 따라 호젓하게 산책을 즐기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화진포 주변 

거진항 + 화진포 + 해양박물관

고성은 항구다. 총 14개의 항구가 있고 거진항은 그중 가장 큰 항구다. 자연히 주변에는 큰 건어물 시장, 특산물 시장이 형성돼 관광객들과 인근 어민들로 붐비는 번화가가 됐다. 거진항을 둘러봤다면 인근의 등대체육공원에 올라 볼 것을 권한다. 최소한의 체력을 소모해 최고의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 거진항에서 화진포 가는 길목에 위치한 나무 계단을 따라 해안절벽을 오르면 숨이 차오를 때쯤 고지가 보이고, 지중해 부럽지 않은, 미네랄 작렬하는 동해바다가 펼쳐진다. 산상의 오솔길을 10여 분 걸으면 내리막 계단이 보이고, 늦은 오후 아직 조업 나간 배가 돌아오진 않은 항구에는 평온함과 고즈넉함이 감돈다.

항구에 왔으니 승선 체험이 빠질 수 없는 법. 선장님을 회유(?)해 고성 앞바다를 일주해 보자. 낚싯배의 시속은 고작해야 최대 50km도 안 되지만 배 지나간 자리에 연신 솟구치는 세찬 물보라 때문인지 질주의 쾌감은 여느 쾌속선 못지않다. 코스는 거진항에서 북쪽으로 화진포를 지나 거북이 모양과 똑 닮은 금구도를 에둘러 대진항까지 가는 것. 동해안 최북단 항인 대진항에서 겨우 19마일 떨어진 곳이 어로한계선이고, 그 너머로는 물은 흘러들어가도 사람은 흘러들 수 없는 이북의 바다다. 

대진항에 닿기 전 선장님은 잠시 배를 멈춘다. 고성 사람들이 가장 자랑 삼는 마지막 코스 ‘해상 해넘이 명소’가 남았기 때문이다. 선상에서 맞는 일몰. 저물녘 무른 해는 아른거리다 백두대간 서산 너머로 일순간 툭하고 떨어지고, 어둠이 한꺼풀 내려앉은 바다는 더 짙고, 더 단단해진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는 진리는 선상에서 이토록 자명해진다.  

화진포는 동해안 최대의 호수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둘레만 송지호의 4배에 달한다. 크기 외에는 송지호와 성격이 같아 주변에는 갈대와 송림이 우거지고, 역시 철새들이 즐겨 찾는 도래지라 경관이 뛰어나다. 호수에서 눈을 돌리면 곧장 명사십리 백사장이 보인다. 수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드라마의 로맨스가 이곳 백사장에서 막을 내렸다. 벌써 10여 년 전에 드라마 <가을동화>의 주인공 준서와 은서가 거닐던 해변이 화진포. 여전히 <가을동화>를 추억하고, 동화 같은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이라면 화진포 해변을 꼭 한번 거닐어 보자. 

육지에서 화진포를 바라보고 있는 거대한 어선은 해양박물관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외관이 배 모양이라 눈에 띄는 건물로 화석 패류 전시관과 어류전시관 수족관으로 구성됐다. 동해안 최대 규모의 해양생물 박물관이며 흔히 보기 어려운 열대어와 산호, 해마 등 어류 125종 240여 마리가 전시됐다.

해양박물관  위치 화진포 해수욕장 맞은편  입장료 어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  관람시간 연중무휴 오전 9시~오후 6시(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문의 033-680-3674  


4 등대는 항구의 마스코트. 바다와 색감 대비를 이루는 붉은 등대가 눈길을 끈다 5, 6 낚시배를 타고 선상에서 즐기는 백두대간 해넘이는 고성 아닌 다른 곳에서는 만나기 힘든 절경이다


mini interview Ⅰ 이선장과 해오름호 

명함에 적힌 이름. ‘선장 이선장.’ 어쩐지 본명이라고 해도 그럴 듯해 물어 보니 역시나 예명이란다. 그는 11년 전 인천에서 고성으로, 서해에서 동해로 터전을 옮겼다. 그 이후로는 쭉 낚시전문배의 선장을 해오셨으니, 경력만 11년차다. 흐린 날씨로 백두대간과 해금강의 원경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선장님의 모습은 웬만한 고성 토박이보다 더 토박이에 가깝다. 

이선장님의 애마인 해오름호는 2004년 제작됐으며 나름대로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다. GPS 프로타 겸 어군탐지기가 있어 고기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을 찾을 수 있고, 그만큼 월척의 재미도 크다. 기관실과 갑판뿐 아니라 승객 휴게실도 작게나마 마련돼 있어 가족끼리 오더라도 낚시를 하지 않는 이들은 편히 쉴 수 있다. 이맘때는 주로 대구와 가자미가 잡힌다고 하는데, 가자미는 일반 낚시도구를 통해서도 잡을 수 있지만 대구의 경우는 기본 4~5kg에 달하는 육중한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다. 출조를 가려면 대구 낚시의 경우 1인 5시간 5만원, 가자미 낚시는 1인 3시간 3만원, 최소인원은 6명 이상이어야 한다. 물론 합선도 가능하다. 일반낚시도구 임대료는 2만원이고, 대구 낚시 장비와 미끼는 각자 준비해야 한다고.통일


전망대 주변 

통일전망대 + 6.25박물관

고성을 지나고 나면 7번 국도의 이름은 바뀐다. 그곳은 이북의 북고성군이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말해온 고성군은 남고성군인 셈이다. 6.25 전쟁으로 둘로 나뉜 고성은 우리네 분단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 고장에는 지척에 고향을 두고도 갈 수 없는 실향민들도 많아서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 보면 망향의 정서를 금세 느낄 수 있다. 그런 군민들의 그리움을 다독이기도 하고, 또 호기심에 찾아온 외지인들에게는 낯설음과 비애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곳이 통일전망대다.

7번 국도상에서 통일전망대는 화진포 입구에서 약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먼저 통일안보공원에 들러 출입신청과 사전교육을 받고 나면, 70m 높이 언덕에 자리한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통일전망대 1층에는 각종 전시자료와 북한 생활용품들이 비치돼 있고, 2층에 올라가면 야외뿐 아니라 전면유리로 된 실내에서 북측 땅을 전망할 수 있다. 기암괴석들이 늘어선 금강산 봉우리는 뭍에서 바다까지 이어져 맑은 날은 바다 위의 금강인 해금강까지도 훤히 보인다. 

전망대 남동쪽의 6.25전쟁기념관은 작은 규모의 전시관이지만 통일전망대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어 들르기 쉽다. 영상체험실에는 전쟁 당시의 참극을 여실히 보여 주는 영상물이 상영되는데, 끝까지 보기에는 가혹하다 싶은 영상인데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마저 우리가 받아들이고 보듬어야 할 역사임을 알기 때문일까. 짧은 영상이 끝났을 때 관객들은 살아남은 우리의 부모님, 혹은 증조부모님들에 대한 경의를 품게 될 터다. 내부에는 이 밖에도 전쟁의 경과를 알 수 있는 패널과 전사자들의 유품 등이 전시돼 교육적으로도 유익하다.

한편 통일전망대의 다른 대각선 쪽에는 DMZ 박물관이 오는 7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박물관 측의 동의를 얻어 들어가 보니 내부에는 아직 일반에 개방되지 않은 DMZ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겸비한 구조물들이 마련돼 있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지뢰로 인해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터, 자연 생태의 보고, 각기 다르지만 모두 DMZ의 이름이다. 박물관에서 안내하는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DMZ는 결국 비무장지대, 한반도를 지탱하는 평화의 땅임을 알게 된다.

통일전망대 + 6.25전쟁기념관  찾아가기 화진포에서 7번 국도를 따라 15km  입장료 어른 3,000원, 학생 1,500원, 어린이 무료  관람시간 봄, 가을 오전 9시~오후 4시30분/ 여름 오전 9시~ 오후 5시30분/ 겨울 오전 9시~오후 3시50분  문의 033-682-0088


1 화진포가 내려다보이는 김일성 별장에서 본 망망대해 2 고성은 38도 선을 경계로 북고성과 남고성으로 나뉘었다 3, 5 6.25전쟁기념관은 통일전망대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4 철조망부터 호수(감호) 전까지가 비무장지대인 DMZ. 그 뒤로 완만한 곡선을 형성하고 있는 바위산이 금강산의 끝자락 구선봉이다. 낙타의 등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6 통일전망대 인근의 DMZ박물관을 오는 7월 개관 예정이다

★ 고성의 진미 고성 동치미 막국수
음식 하나가 때로는 그 고장을 여행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고성의 동치미 막국수는 그 전래의 맛만으로도 고성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고성 말고도 춘천, 평창, 횡성 등이 막국수로 유명하지만 이들 막국수가 육수로 맛을 내는 것과 달리 고성 막국수는 동치미로 국물을 낸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동치미는 알다시피 무를 우려낸 국물인데, 무는 막국수의 면이 되는 메밀과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메밀은 잘못 먹으면 속이 부대끼고 얹히기 쉬운데 동치미 국물과 만나면 길항작용을 해 소화가 잘 된다는 것. 고성 안에서도 마을마다 레시피가 각기 달라 명태식해 고명을 얻어 먹는 곳도 있다.

막국수만으로 속이 허하다면 수육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막국수와 함께 토종돼지고기는 고성 8미(자연산물회, 명태지리국, 도치두루치기, 토종돼지, 털게찜, 고성막국수, 추어탕, 도루묵찌개) 중 하나. 야들야들하게 삶아진 수육 한 점을 명태식해와 돌돌 말아 입 안에 넣으면 그야말로‘특종의 맛’이 따로 없다. 고성막국수 6,000원, 수육 1만5,000원.

★ 고성가는 길
버스 이용시
동서울에서 고성군으로 가는 시외버스는 두가지다. 하나는 고성 시내의 간성읍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차편으로 화진포와 거진항 중간쯤이 기착지다. 매일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 6시15분에 첫차가 있고 19회 운행한다. 거진항에서 도보 거리에 있는 거진읍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차편도 동서울터미널에서 같은 시간에 출발한다. 하루 14회 운행하며 소요시간은 3시간10분. 
승용차 이용시 서울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양평, 홍천을 거쳐 인제까지 가서 진부령으로 들어서는 46번 국도로 갈아타면 고성군청이 있는 간성읍 시내까지 갈 수 있다. 총 241.6km로 3시간 소요.

★고성에서 팜스테이(farmstay) 하기
소똥령마을
sottong.go2vil.org  진부령에서 간성읍 가는 길
화진포정보화마을 hwajinpo.invil.org  화진포에서 10분 거리
최북단명파리마을 www.myeongpa.com  대진항에서 통일전망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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