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제주도-잘 먹어서 더 신나는 제주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3.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섭지코지

잘 먹어서 더 신나는 제주여행

여행자의 마음은 단순하다. 잘 먹고, 잘 보고, 잘 자면 된다. 이 세 가지만 만족하면 ‘잘 놀았다’고 한다. 뭍보다 봄이 먼저 당도한 제주에는 지금, ‘잘’ 볼거리가 많다. 계절을 뛰어넘는 볼거리에 유채꽃 등 봄의 볼거리가 더해졌다. 내로라하는 여행지답게 ‘잘’ 잘 곳도 많다. 최고급 호텔에서부터 깨끗하고 저렴한 민박까지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잘’ 먹을 일이 걱정이다. 제주가 자랑하는 각종 먹거리들을 어디에서 잘 먹을 수 있을지, 제주 동부와 서귀포 일대를 가 봤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갈치회덮밥과 전복뚝배기 │ 해촌

밤 10시경이면 성산리 마을은 깊은 잠에 빠진다. 일출을 맞이하러 오는 이들의 아침을 책임져야 하기에 마을의 시계도 그에 맞춰 움직인다. 하여 성산일출봉 근처 가게들은 대부분 아침 7시경 문을 열고 밤 10시경 문을 닫는다. 말이 밤이지, 도시인들에게 밤 10시는 저녁에 가깝다. 불야성을 이루는 도심에서 밤 기운이 들기에는 아직 부족한 시간이다. 

밤 9시가 조금 못 된 시간에 해촌을 찾았다. 20년 전통의 갈치요리 전문점이라는 소문을 들은 터였다. 갈치회 한 접시에 소주라도 기울일 참이었는데, 식사 메뉴만 가능하단다. 반주에 만족할 밖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갈치회덮밥과 전복뚝배기를 주문했다. 

갈치회덮밥은 오이, 양배추, 당근, 상추 등 6~7가지 야채와 함께 소담스럽게 담겨 나왔다. 아삭거리는 상큼한 야채와 부드러운 갈치회를 함께 씹는 혀의 촉감이 꽤 괜찮다. 막걸리 식초로 간을 한 갈치회에서는 막걸리 향이 은은하다.
전복뚝배기의 겉모양은 조금 부실한 편이다. 전복 한 개를 빼고는 조개와 홍합, 딱새우 두 마리가 끝이다. 딱새우는 가재와 비슷하게 생긴 제주에서 흔히 나는 새우다. 그래도 맛은 일품이다. 해물의 깊은 향이 뚝배기에 녹아 시원하고, 기본양념을 고춧가루로 사용해 칼칼하다. 그중에 으뜸은 전복이다. 적당한 시간을 익혀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게 된다. 

반주로 소주 한 병까지 걸치고 해촌을 나선 시간은 밤 9시30분경. 서두른 면도 있지만, 시간이 해촌의 맛을 대변한 셈이 됐다. 낮 시간에 해촌을 찾으면 창을 통해 성산일출봉을 조망할 수 있다. 

주변볼거리 우도,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김영갑 갤러리  주소 성산읍 성산리 399-10   메뉴 갈치회 3만원, 고등어회 2만5,000원, 갈치회덮밥 1만원, 뚝배기 1만원, 전복뚝배기 1만2,000원  영업시간 오전 7시~밤 9시30분  문의 064-784-8001~2

흑돼지 │ 탐라흑돼지

제주의 토종 돼지는 흑돼지다. 이름 그대로 털이 검으며, 방목해 키워 살이 쫄깃하다. 제주시 등지에 이름난 돼지 전문점이 몇 있지만 성산일출봉 근처에서 흑돼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성산일출봉 근처에 자리한 탐라흑돼지는 뚝배기와 전복을 오가는 간판들 사이에서 그래서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탐라흑돼지의 대표 메뉴는 흑돼지한마리. 목살, 오겹살, 차돌박이, 늑간살 등 부위별로 고루 맛볼 수 있어 좋다. 작은 건 2~3명, 큰 건 4~5명이 함께 먹기에 충분하다. 차돌박이의 맛은 그야말로 새롭다. 돼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으며, 담백하고 부드럽다. 앞서 말했듯 흑돼지는 털이 검은 게 특징이다. 주문한 고기를 보면 살점에 검은 털이 그대로 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먹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주변볼거리 우도,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김영갑 갤러리 주소 남제주군 성산읍 성산리 218-14   메뉴 목살 200g 1만원, 오겹살 200g 1만1,000원, 흑돼지한마리 소 3만원, 대 4만원, 차돌박이 1만4,000원, 늑간살 1만4,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0시  문의 064-784-3678

전복죽 │ 오조 해녀의 집

성산일출봉의 아침은 매일 반복되지만 매일 다르다. 어떤 날은 수평선을 뚫고 해가 솟고, 또 어떤 날은 구름을 뚫고 해가 고개를 내민다. 해가 뜨나 싶게 날이 밝는 때도 있다. 제대로 된 일출을 맞이하려면 운이 좋아야 하지만 새벽바람을 맞으며 20분 가량 오르는 그 길이 나쁘지만은 않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와 성산항 방면으로 2km 정도 떨어진 오조 해녀의 집으로 향했다. 성산일출봉을 비롯해 제주 곳곳에 해녀의 집이 있지만 유독 이곳의 유명세가 대단하다. 해녀의 집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듯 오조 마을 입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해녀들의 작업이 한창이다. 

‘해녀의 집’이라는 단어가 주는 소박한 느낌과는 달리 오조 해녀의 집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단체 손님들을 겨냥한 듯 심심하게 배열된 테이블이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대표 메뉴는 전복이다. 여름이 제철인 전복은 예로부터 제주산을 최고로 쳤다. 오조 해녀의 집에서 제주산 전복을 맛보려면 자연산 전복을 주문해야 한다. ‘완도산 양식 전복이 제주의 자연산 전복과 가장 유사하다’는 이유로 나머지 전복은 모두 완도산을 사용한다고 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전복회 1kg을 주문하면 5~6개의 전복을 맛볼 수 있다. 자연산 전복은 한 개가 1kg까지 나가는 것도 있다. 

아침 메뉴로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전복죽이 좋다. 전복을 잘게 썰어 참기름에 살짝 볶은 후 불린 쌀을 넣어 끓이는 게 일반적인 조리법이지만 오조 해녀의 집에서는 전복 하나를 서너 조각 정도로 크게 썰어 사용한다. 참기름을 많이 넣는 대신 전복의 내장인 게우를 함께 볶아 죽 색깔이 누르스름한 것도 특징이다. 참기름 향이 지배하는 전복죽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면 조금은 비릴 수도 있다.

주변볼거리 우도,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김영갑 갤러리  주소 남제주군 성산읍 오조리 3   메뉴 전복죽 1만500원, 전복회 100g 양식 1만3,000원, 자연산 1만5,000원  영업시간 오전 7시~밤 10시  문의 064-784-0893

멸치국수와 순대국밥 │ 소문난 할머니집

일상에서 여행을 갈망하듯 여행 중에는 가끔 일상이 그립다. 끼니때라면 더욱 그렇다. 사방이 바다인 섬을 여행한다는 이유로 매끼를 해산물로 해결했다면 말이다. 이럴 때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 이름난 집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제주 사람이라고 매일 해산물만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산굼부리와 절물 자연휴양림을 둘러본 후 함덕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1118번 도로인 남조로를 선택했다. 이 길 위, 허름한 매점과 함께 운영하는 소문난 할머니집이 자리했다. 사실 이곳을 찾게 된 건 절반이 우연이다. 제주에 사는 선배에게 맛있는 집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허름한 외관이 눈길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메운 차만 아니었다면 지나칠 법한 곳이었다. 

소문난 할머니집의 메뉴는 멸치국수, 고기국수, 순대국밥, 따로국밥 등 단 네 가지다. 고기국수의 국물은 순대국밥에 쓰는 육수며, 순대국밥과 따로국밥의 차이는 밥을 말아 주느냐 아니냐의 차이니, 다양해 보이는 단순한 메뉴다. 맛은 과연 만족스럽다. 멸치국수에는 그 맛을 가장 잘 살린다는 중면을 사용했다. 제대로 우러난 국물도 고소하다. 고기와 내장이 풍부하지만 전혀 냄새가 없는 순대국밥 또한 일품이다. 

주변볼거리 산굼부리, 절물 자연휴양림  주소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메뉴 멸치국수 4,000원, 고기국수 4,000원, 순대국밥 4,000원, 따로국밥 5,000원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8시  문의 064-784-5650

빙떡 │ 산굼부리식당

빙빙 마는 떡이라 해 이름 지어진 빙떡은 예로부터 이어져 온 제주의 토속 음식이다. 빙떡은 메밀가루를 반죽해 얇게 부친 후 그 안에 깨로 버무린 무채 나물을 넣어 만 것. 강원도에서 흔히 먹는 메밀 전병과 그 모양이 비슷하다. 메밀 전병이 아삭아삭 매콤하다면 빙떡은 부드러운 맛이 지배적이다. 하여 맛이 심심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빙떡을 판매하는 곳은 많지 않다. 제주의 재래시장에서 빙떡을 말아 판매하는 할머니들이 있지만 여행자들이 일부러 찾기에는 쉽지 않다. 여행자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산굼부리 입장권을 끊고 들어서자마자 자리한 매점 겸 식당. 빙떡 외에 비빔밥, 우동 등의 메뉴가 있지만 그저 그렇다. 빙떡과 잘 어울린다는 좁쌀 막걸리도 있다.

주변볼거리 산굼부리, 절물 자연휴양림  주소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342-5   메뉴 빙떡 3,000원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6시  문의 064-783-3779


갈치국과 성게국 │ 도라지식당

갈치는 9~10월에 많이 잡혀 겨울에 최고의 맛을 낸다. 겨울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봄이지만 쌀쌀한 지금도 갈치 맛이 괜찮다. 갈치의 요리법은 다양하다. 굽거나 조리고 때로는 날로 먹으며 국으로도 끓여 먹는다. 석쇠에 구운 갈치도 좋지만 제주에서 맛봐야 하는 필수 메뉴는 갈치국이다. 갈치를 토막내 끓인 다음 호박과 풋고추, 배추 등을 넣어 끓인 갈치국은 싱싱한 재료로만 가능한 요리다. 제주를 벗어나 갈치국을 쉽게 먹을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라지식당은 1978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제주 토속 음식점이다. 갈치구이를 비롯해 호박갈치국, 갈치회, 갈치조림, 고등어구이, 고등어회 등 총 망라된 제주 토속 메뉴가 준비된다. 호박갈치국에는 두툼한 갈치 네 토막 정도가 들어가 시원한 맛을 살린다. 제주시청 근처에 본점이 자리했는데, 최근에 큰 규모로 공항 근처에도 문을 열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지만 끼니때에 찾으면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붐빈다. 
새로운 메뉴인 성게국도 맛있다. 제주에서 성게는 5월 말에서 6월 사이에 주로 잡힌다. 껍질을 깨면 나오는 노란 알을 미역과 함께 담백하게 끓여 낸다. 

주변볼거리 함덕 해수욕장 등 해변 드라이브  주소 제주시 오라 3동 2112  메뉴 갈치구이 2만5,000원, 고등어구이 1만2,000원, 갈치호박국 7,000원, 성게국 1만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문의 064-722-3142

오분자기뚝배기와 옥돔구이 │ 삼보식당

제주에서 뚝배기보다 만만한 메뉴가 있을까 싶다. 거나하지 않고 든든하며 간편해 아침, 점심, 저녁 어느 때에 즐겨도 부담이 없다. 그래서인지 뚝배기 집도 참 많고 맛도 각양각색이다. 서귀포 천지연폭포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자리한 삼보식당은 뚝배기를 맛있게 내놓기로 유명한 집이다. 여행자들도 많이 찾지만 제주 사람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뚝배기 집들이 기본양념으로 고춧가루를 쓰는데, 삼보식당은 고추장을 사용한다. 찰진 맛의 비결이다. 내용물도 풍성하다. 전복 새끼라고도 불리는 오분자기 뚝배기에는 오분자기 4~5개와 성게 알, 딱새우, 조개 등이 들어간다. 오분자기와 성게는 제철의 것을 냉동해 사용한다. 전복 뚝배기에는 생 전복 한 개가 들어간다. 

두 명 정도가 함께 찾는다면 뚝배기 한 그릇과 옥돔구이를 시킬 일이다. 살점이 두툼해 먹을 만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제주에서 ‘생선’ 혹은 ‘솔라니’라 불리는 옥돔은 제주 연안과 일본 근해에서만 잡히는 어종이다. 11~3월 중에 잡은 옥돔을 펴 말려 참기름에 구워 먹는다. 

주변볼거리 정방폭포, 세계성문화박물관  주소 서귀포시 천지동 319-8   메뉴 오분자기·전복 뚝배기 1만원, 옥돔구이 1만7,000원  영업시간 오전 8시~밤 9시30분  문의 064-762-3620

생선회 │ 진미명가

진미명가는 용머리 해안과 산방산 근처 사계리라는 작은 마을에 자리했다. 가장 가까운 볼거리인 산방산에서도 차로 5분 가량 이동해야 하고, 통틀어 음식점이 3~4개밖에 없는 작은 동네에 자리해 여행자들이 웬만해선 갈 일이 없는 곳이다. 이런 동네를, 아이러니하게도, 진미명가 때문에 간다. 

 ‘아들과 함께하는 4대 텃집’. 일단 간판의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방장의 사진이 위풍당당하게 그려진 입구에도 묘한 기운이 흐른다. 맛집일 것 같은 묘한 기분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면 예감 적중이다. 그 기운에 이끌려 내부에 들어서면 작은 입구와는 달리 꽤 많은 좌석의 2층 홀이 있다. 좌석만큼 상패도 많아 이 집의 유명세를 짐작하게 한다. 

특이한 점은 ‘다금바리 회 치기’로 딴 발명 특허가 있다는 거다. 진미명가에서는 다금바리의 11가지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부위별로 선보여 생선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만하다. 우선 회가 나가고 껍질, 가는 뼈 김말이, 간, 쓸개, 내장, 볼, 날개, 밑살, 등지느러미, 뱃살이 나간다. 비늘 외에 버리는 부위가 없다고 보면 된다. 수입 다금바리를 쓰지 않는다는 신조도 고집스레 이어 왔다. 

도미류의 다른 생선도 맛있다. 갯돔, 황돔, 참돔 등 자연산으로 올라오는 생선만 판매해 최상의 쫄깃쫄깃한 맛을 선보인다. 도미류의 생선도 다금바리와 마찬가지로 부위별로 선보인다.
생선회를 다 먹으면 매운탕이나 지리를 준다. 매운탕이나 지리는 국그릇에 담아 주는데 고소하면서 감칠맛 나는 지리의 맛이 환상적이다. 반찬으로 옥돔구이도 나온다. 

주변볼거리 테디베어 뮤지엄, 아프리카박물관, 주상절리, 산방산, 용머리 해안, 제주 산방산 탄산 온천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2072  메뉴 다금바리 20만원, 갯돔 17만원, 참돔 9만원, 활어회 정식 1인 3만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30분  문의 064-794-3639, 0033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