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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eoul] 여름휴가특집 서울열전 - 한여름, 서울을 만나는 몇 가지 방법"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08.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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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vacation in seoul

한여름, 서울을 만나는 몇 가지 방법

8월도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접어드는 어느 날, 돌아보니 마땅히 피서라고 떠나
보지도 못하고 아직도 뜨거운 도시의 아스팔트 위를 전전하고 있다면,
오히려 ‘자기연민’과 ‘자학’의 마인드를 벗어던지고 마음을 바꿔 볼 일이다. 

먼저 늘 가까이에 있던 일상 속으로 오히려 깊숙이 들어가 본다.
하면 늘 그 타령이던 주변의 풍경들이 로맨틱한 사랑가를 부르며 다가올지도 모른다.
무르익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쉽고 새롭게 여름을 즐기시라고 트래비 에디터
세 사람이 가까워서 더 몰랐던 서울을 자신들만의 색깔로 소개해 드린다. 

달콤한 서울 16
재밌는 서울 20
그래도 서울 24

Midsummer? Afternoon Tea Time

매년 여름, 사람들은 ‘휴가’라는 미명 하에 습관처럼 여행을 떠나고,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매일을 하루살이처럼 바쁘게,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있어 먼 길 떠나는 여행은 때로는 버겁고, 힘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저 멀리로만 향했던 눈을 잠시 가까이로 돌려 보는 것도 좋겠다. 시원한 차 한잔이 생각날 때, 달콤한 케이크나 쿠키 따위가 그리울 때마다 훌쩍 들르게 되는 카페들. 특히나 요즘 들어서는 다양한 카페들이 메뉴, 콘셉트에 따라 제각각 색다른 인테리어와 테마로 무장하고 젊은이들의 ‘잇 플레이스’로 사랑받고 있다.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 이상의 매력을, 올 여름 서울 도심의 카페 속에서 발견해 보시길.
글·사진 오경연 기자



Case1

緣 -Traveler’s Hangout-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여행자의 집합소(Traveler’s Hangout)’라는 부제를 떠올려 볼 때, 카페 ‘연’이야말로 ‘여행자의, 여행자를 위한, 여행자에 의한’ 카페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 카페 내의 책장에는 여행 관련 도서가 빼곡히 비치되어 있으며, 벽면을 빙 둘러싼 액자 속에는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풍경사진이 담겨 있다. 크지 않은 공간의 카페 구석구석을 메운 인테리어 소품들 역시, 전세계 구석구석에서 공수된 이국적인 아이템들이다. 또한 실내에는 실제로 여행자들이 카페 내에서 쪽지 등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 게시판이 있어, 여행자 카페의 분위기를 십분 살린다. 

카페에서 맛볼 수 있는 음료의 종류 역시 ‘국제적’이다. 주메뉴는 세계 각국의 커피를 비롯한 홍차와 허브티 등을 맛볼 수 있는데, 그중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메뉴는 커피에 연유를 첨가한 베트남식 커피. 텁텁할 만큼 진한 베트남 커피 특유의 맛은 약한 편이어서 정통 베트남식이라기보다는 퓨전에 가깝다. 시럽 대신 연유를 넣어 특유의 달콤한 맛은 강하게 느껴지며, 좀더 ‘강력한’ 단맛을 원한다면 추가로 연유를 요청하면 된다. 단 베트남식 커피를 아이스로 주문하면 추천해 주는 라오스식 커피는 베트남식 커피와는 다소 다른 맛이 난다. 카페 연은 저녁에는 와인바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특히 ‘간장계란밥’, ‘주먹밥’ 같은 가벼우면서도 독특한 메뉴들이 주전부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주소 종로구 삼청동 63-20  가격 커피 6,000~7,000원, 허브티 6,000~1만원, 스낵메뉴 4,000원부터  전화 02-734-3009


Case2

Coffee Cia
시원한 아이스티 한잔이 그립다면

삼청동 메인거리에서 가지처럼 뻗은 수많은 골목 중 한 곳에 숨듯이 자리한 ‘커피시아’는 삼청동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카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이 카페는 외관으로만 봐서는 좁다란 골목 끝에 ‘겸손하게’ 자리하고 있어 얼핏 협소한 공간을 상상하기 쉬우나, 총 3층으로 구성된 건물 위로 올라갈수록 기와지붕이 촘촘히 들어차 있는 동네 특유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색다른 티타임을 즐기기에 좋다. 다만 전망이 제일 좋은 장소는 3층의 야외 테라스인데, 냉방시설이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아 무더운 한여름에는 자리잡기 여의치 않은 점이 아쉽다.

전망도 전망이려니와 ‘예술적으로’ 꾸며진 카페 내부 역시 눈에 띈다. 입구에서부터 곳곳에 그려진 그래피티, 구석구석 놓인 예술품들은 카페의 감성을 그럴듯하게 ‘업그레이드’ 해준다. 특히 벽면이 시원하게 트인 1층 창가에서 삼청동 골목길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잔의 맛 역시 각별하다. 2층에는 커피 생두 자루, 로스팅 기계 등을 소품처럼 내부에 비치해 두어 인테리어 효과를 살렸다.

커피시아에서 가장 먼저 눈에 성큼 들어오는 메뉴는 100% ‘유기농’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티. ‘탠저린 진저’, ‘블루베리·페퍼민트 루이보스’ 등, 색색의 웰빙 음료들이 고루 갖추어져 있다. 커피시아의 추천 아이스티 메뉴는 하우스에서 다양한 종류의 과일들을 골라 블렌딩한 ‘스칼렛’이다. 카페 내에서 직접 로스팅하는 아메리카노도 담백하게 즐기기에 무난하다. 

주소 종로구 화동 40-1  가격 아이스티 7,000원부터, 커피 5,000원부터  전화 02-3210-0515


Case3

Papa Roti
갓 구운 번의 향기가 그리운 오후

쇼핑 후, 으레 출출해지기 마련인 뱃속을 고소한 빵으로 달래 보는 건 어떨까. 롯데백화점 본점 내에 자리한 ‘파파로티’는 매장에서 갓 구워낸 모카번이 맛있는 베이커리이다. 빵이 구워지는 제빵대가 오픈되어 있기 때문에, 매장 전체에 향긋한 빵의 향기가 진동을 해 ‘참새 방앗간’처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독성을 자랑한다. 입소문으로 꽤 알려진 매장인 데다, 매장에서 모카번을 수시로 구워내기 때문에 신선함이 ‘생명’인 맛있는 빵을 먹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장점.

파파로티의 ‘간판’인 모카번은 진한 모카향이 배어나는 바삭한 빵껍질, 가염버터가 듬뿍 더해져 특유의 짭짤함이 일품인 속살이 조화를 이루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자아낸다. 매장 내에 커피, 밀크티, 핫초코 등 여러 가지의 음료를 판매하지만 모카번은 역시 커피와 함께 곁들여야 제맛을 낸다. 약간 심심하다 느껴질 정도로 담백한 아메리카노가 빵맛을 더욱 살려 주는 느낌.

주소 중구 소공동 1번지 롯데백화점 지하 1층  가격 즉석빵(모카번) 2,000원, 아메리카노 2,500~3,500원  전화 02-772-3011




Case4

Waffle it Up
달콤한 와플의 유혹에 빠지다

이름답게 ‘와플 전문점’을 표방하는 카페 ‘와플 잇 업’은 이대 앞에서는 입소문 자자한 명소이다. 여대 앞 카페치고는 비교적 적은 수의 테이블이 있는 협소한  카페안은 사람들로 늘 북적댄다. 

와플 잇 업의 가장 큰 장점은 학교 앞이라는 위치를 십분 감안한,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듯한 저렴한 메뉴 가격. 와플 잇 업의 와플은 큼직한 사이즈에 가격대가 만만치 않은 미국식 와플이 아닌, 손바닥만한 크기의 벨기에식 와플이다. 따라서 가격이 저렴한 것은 당연하지만,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인 젤라또 한 스쿱에 3가지 종류의 생과일을 곁들인 세트메뉴 ‘젤라또 와플’이 5,900원에 불과하니 이를 감안하고서도 ‘착한’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맛이 덜한 것은 아니다. 쫀득한 식감의 와플은 매장에서 직접 구워내어 신선한 맛이 일품. 

재료 덩어리가 그대로 씹히는 ‘실한’ 젤라또는 와플과 같이 먹어도 맛있지만 아이스크림 그 자체로도 맛있다. 가장 인기 있는 젤라또는 치즈, 블루베리. 커피, 차 등 음료 메뉴도 다양하다. 1층에는 ‘평범한’ 테이블과 의자가 있지만, 2층은 옹기종기 끼여 앉아야 할 것 같은, 다락방 느낌이 물씬 풍기는 아늑한 공간이다.
주소 서대문구 대현동 37-35  가격 과일·젤라또 와플 5,900원, 더블 젤라또 와플 8,800원
전화 02-312-5413

 


Case5

See Saw
‘집에서 만든’ 팥빙수의 맛

카페로, 레스토랑으로, 와인바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내는 ‘시소’의 메뉴판은 다채로운 리스트로 빼곡하다. 하지만 역시 여름이라면 그중 팥빙수가 단연 눈에 띄기 마련. 시소에서는 모든 음식에 화학조미료나 첨가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홈메이드 스타일’ 요리스타일을 고수한다는데, 그중에서도 팥빙수는 국산 팥을 가게에서 직접 삶아 만든다고. 그래서인지 시소의 팥빙수는 정말 옛날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그것에 가깝다.

 과일통조림, 젤리 등 ‘눈을 현혹시키는’ 화려한 고명이 없는 소박한 겉모습도 그렇지만, 인공적인 단맛이 덜한 것 역시 ‘홈메이드 스타일’이다. 재료는 얼음, 삶은 팥, 찹쌀떡, 우유가 전부. 적당한 크기의 얼음입자, 다소 거칠게 느껴질 만큼 당도를 최소화한 팥, 큼직큼직한 떡이 섞여 만들어내는 맛이 일품. 연유를 넣은 듯 만 듯, 대신 들어간 우유가 단맛은 덜하면서도 더 담백하고 부드럽게 맛의 조화를 돕는다.

파스타, 리조또, 샐러드 등의 요리 메뉴도 담백한 맛으로 질리지 않는 점이 매력. 커피, 아이스크림, 아포가또 등의 카페 메뉴는 4,000~5,000원대면 먹을 수 있어 가격 부담이 덜하다.




Case6

일층카페
혼자 놀기 좋은, 내 방 같은 공간

경복궁과 인접한 ‘일층카페’는 ‘혼자 놀기 좋은 곳’이다. 이름처럼 ‘1층’만 있는 것이 아니라, 3층까지 연결되어 있어 생각보다 내부 공간이 넓게 확보된 편. 테이크아웃·주문을 위한 카운터가 있는 1층, 흡연석인 3층을 제외하면 2층이 가장 대중적으로 ‘놀기’ 좋은 장소인데, 오직 카페 이용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앉기 편한 소파, 옛날 초등학교 교실에 놓여 있었을 법한 책·걸상이 친근하다. 잡지, 책 등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어 내키는 대로 가져다 읽으면서 시간을 죽이기에도,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을 편하게 감상하기에도 좋은 ‘카페다운’ 환경을 톡톡히 제공하는 셈이다. 전체적인 인테리어 역시 전체적으로 다양한 소품을 활용, 포토제닉하게 꾸며져 있어 사진을 찍으며 놀기에도 좋다. 시원하게 트인 벽면의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경복궁역 근처의 대로변 주위 풍경도 볼 만하다.

인상적인 실내, 좋은 위치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음료, 케이크 등의 맛, 가격 등은 평이한 편. 아메리카노는 담백하지만 다소 맛이 옅은 편이어서 진한 커피를 좋아한다면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듯.

주소 종로구 적선동 93-4 1층  가격 아메리카노 3,500원, 아포가또 7,000원, 아메리카노 & 쇼트케이크 세트 6,000원  전화 02-3210-2220




Case7

Lucy Cato - Cafe de Chocolatier -
‘달콤한 악마’, 초콜릿 

여자들에게 있어 ‘친구’인 동시에 ‘적’이라 할 수 있는 초콜릿. 높은 칼로리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단 것’에 대한 유혹 앞에서는 매번 좌절하고 마는 것이 약한 여심 아니던가. 

쇼콜라티에 숍 ‘루시까또’에는 이런 ‘바람 앞의 갈대같은’ 여자들의 마음을 한방에 사로잡을 만한, 달콤한 디저트들이 가득하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인 쇼콜라는 진한 초코 스펀지케이크 베이스 위에 찐득하게 느껴질 만큼 농도 짙은 다크 초콜릿이 코팅되어 묵직하면서도 질리지 않는 맛을 선사한다. 의외로 단맛은 약한 편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주전부리인 마카롱 역시 스트로베리, 커피, 녹차, 오렌지 등 종류가 다양해 골라먹을 수 있는데, 선명한 색깔만큼이나 바삭한 질감과 진한 재료의 맛이 살아 있어 달콤함을 향한 ‘그녀’들의 욕망을 잠재워 줄 만하다.

주소 서대문구 대현동 60-9  가격 피스케이크 3,800~4,800원/ 초콜릿(1 피스) 1,800~2,400/ 마카롱 900~1,500원  전화 02-362-0050


Toy Story in Seoul

댕댕댕~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잠들어 있던 우리들은 슬그머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낮 동안 가만히 있느라 뻑적지근했던 몸을 풀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이곳은 어느새 우리들의 세상입니다. 사람들은 우리를 인형이라 부릅니다. 우리들의 생김새는 천차만별이지만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어요. 우리 인형들은 서울 곳곳에 콕콕 숨어 지내고 있답니다. 늦여름 서울 속에서 우리들이 사는 모습 살짝쿵 엿보시겠어요?
글·사진 김영미 기자  
취재협조 토이키노박물관, 목인박물관, 63왁스뮤지엄, N서울타워




 
토이키노박물관

추억이 방울방울, 장난감 왕국

장난감. 어린 아이들에게만 유효할 것만 같은 이 물건은 어른들의 꽁꽁 언 동심을 자극하고  흐려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또렷이 상기시켜 주는 영특한 매개체다.  토이키노박물관 손원경 대표는 스파이더맨 인형을 시작으로 20여 년간 장난감을 차곡차곡 모아 왔다. 그가 혼자 힘으로 일군 이 장난감 박물관은 장난감 왕국이라 일컬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헤이리점은 제외하고 삼청동점에 진열 중인 장난감만 4~5만 점에 달한다고 하니 토이키노 박물관의 옹골찬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박물관 자체가 크진 않지만, 사람 키보다 더 큰 피겨부터 손가락보다 작은 피겨까지 인기 만화와 영화 캐릭터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의 장난감을 정갈하게 분류해 빼곡히 진열해 놓았다. 유리장 안에 들어선 히어로들의 향연은 용맹스럽고, 바비와 여러 공주들만 빼고 총출동한 듯한 캐릭터 장난감들은 소유욕을 자극한다. 

개관시간 화~일요일 오후 1시~7시30분, 월요일 휴무(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오픈)
입장요금 어른 5,000원, 어린이(5~17세) 3,000원
가는 방법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로 나와 11번 마을버스 탑승→삼청파출소 하차→찻길 따라 위쪽으로 도보 1분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정독도서관→삼청파출소에서 찻길 따라 위쪽으로 도보 1분 
홈페이지 www.toykino.com

목인박물관

두런두런, 목인들의 이야기가 들리나요

인사동 중심 거리에서 조금 안쪽으로 빗겨간 골목길, 한옥과 낡은 양옥이 운치 있게 어우러진 길목 한 귀퉁이에 목인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누군가의 호(號)인 줄 알았던 목인이 나무로 만든 인형을 뜻한다 하니 박물관의 정체가 어렴풋이 그려지는 듯하다. 

목인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목조각상 전문박물관이다. 그런데 이 박물관, 생각보다 독특하고 알차다. 목인박물관은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를 아우르는 우리나라의 전통 목조각상과 아시아의 목조각상 8,000여 점을 한데 모아 놓은 곳이다. 상여 장식용 목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김새를 지닌 크고 작은 불상, 제사 또는 놀이에 사용되던 탈, 사람과 동물의 모습이 새겨진 악기, 인도의 소 머리탈, 네팔과 티베트의 법구 등 나무로 만든 다양한 조각들을 찾아볼 수 있다. 

박물관이 그다지 넓지 않음에도 둘러보는 데에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박물관을 찬찬히 둘러보는 사이 목인들이 관람객에게 슬며시 말을 걸기 때문이다. 목인들은 낡고 헌 외관만큼 애틋한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해 더욱 정감이 갈밖에. 손때 묻은 목조각상들은 어른들에게는 그때 그시절의 향수를, 어린이들에게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목인박물관은 목조각상을 상설 전시하는 박물관과 다양한 현대 미술을 선보이는 갤러리, 무료 음료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한갓진 옥상정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목판화 체험, 유물을 재미있게 관찰하도록 돕는 활동지 등 소소한 체험거리도 준비하고 있다.  

개관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어른 5,000원, 19세 미만 & 65세 이상 3,000원(무료 음료 1잔 포함)
가는 방법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1호선 종각역 3-1번 출구
홈페이지 www.mokinmuseum.com63



interview
목인박물관 김의광 관장님께 물었습니다!

목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975년경 외국인 친구 집에 방문했는데, 그가 수집해 놓은 우리나라 옛 그릇과 반닫이 등의 민예품을 보고 ‘외국 사람들도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알아보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민예품에 관심을 갖고 인사동과 중앙시장 등을 돌아보게 됐지요. 본격적으로 목인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전통 목상여가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면서 목상여에 이용됐던 목조각들은 방치·유실·폐기되고 골동품 가게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즈음부터 장승, 떡살, 목안, 목어, 먹통, 상여 장식용, 불교, 민간신앙 등에 관련된 여러 목인을 집중적으로 수집했습니다. 목인에는 훌륭한 조각미가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서민의 일상과 희로애락이 스며 있어 우리 민중의 생활정서와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다.

요즘도 새로운 목인을 찾아다니시나요?

언제든 새롭고 귀한 목인들을 수집하는 일은 기쁨이고 보람입니다. 그렇기에 목인을 수집하는 데 있어 ‘이만하면 됐다’거나 ‘충분하다’고 할 수 없게 되지요. 해외의 유물을 수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시아 각지를 직접 돌아다니며 목인들을 수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목인들을 예전만큼 많이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그 가치를 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아끼는 전시품은 무엇인가요?

한국 목인 중에서 상여에 부착되었던 학이 있습니다. 과장과 생략된 표현이 마치 현대 미술품과 같이 파격적이고 그 비례가 단순미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지요. 이 학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재현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기도 합니다.









63왁스뮤지엄

오바마 만나러 여의도로 간다?! 

지난 7월3일 여의도 63시티 지하에 국내 최초 밀랍인형 박물관 63왁스뮤지엄이 문을 열었다. 63왁스뮤지엄은 일본의 밀랍인형 작가 마쓰자키 사토루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작업한 작품 70여 점을 전시하고, 버라이어티한 체험을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마쓰자키 사토루에 의해 밀랍인형으로 재탄생된 인물들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거나 사연이 있는 역사 속 주인공들이다. 

한국에 전시되는 만큼 김구 선생, 김대중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 이승엽 등 한국 유명 인사들을 만날 수 있으며, 버락 오바마, 쑨원, 간디, 마릴린 먼로, 베토벤, 체 게바라 등 외국 유명인들도 전시하고 있다. 한류스타 배용준, 최지우, 이영애, 이병헌 등은 한데 모여 방문객을 맞이한다. 

하나의 밀랍인형을 만들기 위해서 작가는 인물 사진 수백, 수천장을 살펴보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조사하며 최소 3개월에서 길면 2년까지 인물에 푹 빠져 지내게 된다. 그런 면에서 마쓰자키 사토루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체 게바라.  체 게바라의 미간에 살짝 잡힌 근육은 고뇌가 많았을 그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63왁스뮤지엄에 전시된 밀랍인형에는 작품 설명이 없다. 작은 이름표가 바닥에 붙어 있을 뿐이다. 왁스뮤지엄은 시공간을 초월해 유명인사들을 가까이서 보고 즐기는 공간이지 인물에 대해 교육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람객이 밀랍인형과 최대한 친밀하게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꾸몄다. 올 하반기에는 얼마 전 생을 마감한 마이클 잭슨을 밀랍인형으로 만나게 될 예정이다.

왁스뮤지엄 엔터테인먼트의 압권은 공포체험관. 실감나는 귀신과 시체 밀랍인형들, 연기력 만점 스태프들이 오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360도로 둘러싸인 스크린을 통해 놀라운 시각체험을 할 수 있는 ‘메가 5D 시어터’도 왁스뮤지엄의 자랑거리다. 입체 안경을 쓰고 영상을 보노라면 등장인물들이 코에 닿을 듯 눈앞까지 쭉쭉 뻗어 나와 영상 속에 빠져 든 기분을 느낄 수 있다. 5분 남짓한 영상들 총 3편이 준비돼 있으며, 20분 간격으로 한 편씩 상영된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연중무휴  
입장요금 어른 1만4,000원, 청소년 1만3,000원, 어린이 1만2,000원
홈페이지 www.63.co.kr




패키지로 63시티 & 한강 완전정복!

9호선이 개통되면서 63시티의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다. 9호선 샛강역 1번 출구를 이용해 도보 6분이면 63시티에 도착하는 것. 63시티는 이를 기념해 골드라인 패키지를 9월30일까지 판매한다. 이 패키지는 국내 최초 밀랍인형 박물관 왁스뮤지엄, 한강과 서울 시내를 시원하게 내려다보면서 문화와 예술을 만끽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 63 스카이아트, 바다 동물과 아쿠아뮤지컬 등을 선보이는 아쿠아리움 63씨월드 그리고 한강유람선을 한꺼번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어른 3만9,000원, 청소년 3만6,000원, 어린이 3만3,000원이며 63시티 지하 1층 티켓부스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테디베어 뮤지엄

테디베어와 떠나는 서울구경
 

6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선왕조와 대한민국의 수도로 기능했던 서울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N서울타워 테디베어 뮤지엄은 서울의 역사와 현재를 귀엽게 압축해 놓았다. 한양부터 서울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1관과 오늘날 서울의 상징들을 고스란히 담아낸 2관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경복궁을 축조하는 것도, 종묘제례를 치르는 것도, 혼례를 올리고 집현전에서 공부하는 것도, 온통 테디베어뿐인 인형 세상.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재현된 서울의 건물과 문화, 시대 분위기는 감탄스러울 정도다. 

테디베어 박물관은 익살스럽기도 하다. 신윤복과 김홍도의 유명 작품들을 테디베어를 주인공으로 해 패러디했다. 능청스럽게 씨름하고 그네 타고 서당에서 공부하는 테디베어를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테디베어 박물관은 교육에도 유용하다. 고조선부터 조선왕조 설립까지의 한반도 역사가 간략하게 설명돼 있으며, 서울의 지리적 조건과 풍수도 덧붙여 이해를 돕는다.  

서울특별관인 2관의 입구는 재치 있는 영상으로 꾸며져 있다. 서울의 일상적인 풍경을 찍은 영상에 테디베어를 합성해 테디베어가 서울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전시장에는 명동, 어린이대공원, 압구정동, 대학로, 시청 앞 광장 등 오늘날 서울의 명소들을 작게 옮겨 놓았다. 테디베어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세상은 볼수록 디테일한 면모들이 쏙쏙 드러나 사랑스럽다. 드라마 <궁>에 실제로 출연했던 테디베어와 한류스타 배용준을 모델로 제작된 ‘준베어’도 흥미롭다.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연중무휴
입장요금 어른 8,000원, 중고등학생 6,000원, 만 4세~초등학생 5,000원
홈페이지 www. teddybearmuseum.com

 







서울, 익숙하지만 매혹적인

매일 만나는 얼굴이니만큼 새로울 것이 없다 생각했던 서울이 달라졌다. 지척에 두고도 발걸음 한번 하기 힘들었던 한강공원 일대와 화려한 도심 이면에 감춰진 소소한 우리의 옛 모습 그리고 이런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스폿까지. 익숙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풍경과 정신없이 사는 우리의 지친 일상을 어루만져 줄 서울 속 휴식처를 한데 모았다. 

글  이민희 기자  사진  이민희 기자, Travie photographer 신성식

반포한강공원

한강에 살으리랏다

1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33개 사업 가운데 하나인 반포한강공원이 지난 4월 첫선을 보이면서 한동안 존재감이 희미했던 한강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수면과 가장 가깝지만 쉬이 사람을 들이지 않던 잠수교에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놓이고 반포대교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빛무지개분수가 등장하면서 서울 시민의 쉼터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 덕분에 한강과 가까이 살면서 근 몇년간 발을 들이지 않았던 기자도 모처럼 주말 나들이에 나섰다. 한낮의 열기를 시원한 소나기로 잠재운 한강의 밤은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나지막한 속삭임으로 가득하다. 

저녁 8시, 반포대교의 조명이 일제히 꺼지자 사람들도 덩달아 침묵했다. 이윽고 짧은 정적의 기운을 떨치고 흐르는 은은한 클래식 선율에 맞춰 반포대교 양측 난간에서 오색분수가 뿜어져 나오자 곳곳에서 크고 작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낮에는 백여 가지의 다양한 모습으로 춤을 추고 밤에는 무지개 빛 조명으로 더욱 화려해지는 달빛무지개분수를 보고 싶다면 시간대를 잘 맞출 것.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는 5회, 금요일엔 6회, 주말엔 7회를 회당 20분씩 가동한다.



2, 4 잔디밭에 종일 누워만 있어도 만족스러운 한때를 보낼 수 있는 반포한강공원에선 오는 29일까지 ‘한강레인보우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 8시부터 반포한강공원 하류 수변무대에서 ‘달빛광장 가족영화 상영회’가 열리니 주말 밤, 한강이 바라다보이는 공원에서 영화를 보며 여유로운 한때를 즐겨 봄은 어떨까.

3 새로워진 한강공원에서 가장 반가운 것은 ‘나들목의 변신’이다. 회벽색 통로와 침침한 조명으로 하수구를 연상시켰던 나들목이 젊은 건축가들에 의해 감각적으로 탈바꿈한 것. 반포한강공원 역시 외벽을 고급스러운 목재로 마감하고 내부에 은은한 오렌지색 조명을 밝혀 단순한 ‘통로’가 아닌 또 하나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5 반포한강공원의 최대 볼거리로 자리매김한 달빛무지개분수는 지난 12월 세계 최장 교량 분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의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반포대교 570m 구간을 따라 380개의 노즐이 설치되어 있으며 뿜어내는 물의 양만 분당 190톤에 달한다고.

6 한강공원은 예나 지금이나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들을 위해 차와 자전거가 혼재되어 있던 구간에 차들의 진입을 좀더 확실히 막아 자전거 전용도로를 마련했다. 자전거 대여소는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 앞에 있으니 참고하자.

 



낙산공원 

그 길 따라 오르고 오르면

2  젊음과 활기, 소비와 문화의 아이콘이 뒤섞인 대학로. 그 너머엔 기가 막힌 야경으로 소문난 낙산공원이 있다. 화려한 대학가를 지나 낡고 닳은 이화동의 비탈진 골목을 올라선 자만이 향유할 수 있는 풍경이다. 

낙산공원을 빙 둘러싼 성곽은 사적 10호로 조선 태조 때 북악산, 낙산, 목멱산, 인왕산 등 서울 내 4대산을 잇는 18km의 도성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오면서 많이 무너졌고 1975년부터 혜화문에서 동대문까지 낙산 성곽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석축으로 쌓아올려 투박하면서도 굽이진 길을 호위하듯 감싼 모습이 꽤나 정감 있다. 지금은 낙산공원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백민준의 <가방을 든 남자>와 <강아지>라는 조형물을 비롯해 1km에 이르는 역사탐방로와 비우당, 산책로, 배드민턴장, 농구장 등의 운동시설과 5개의 광장이 들어서 인근 주민은 물론 데이트를 즐기려는 많은 연인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1, 5, 6  낙산공원에 이르는 길은 필히 편한 운동화를 신어야 할 만큼 가파르지만 골목 곳곳의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이 있어 지루하지가 않다. 2006년 낙산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면서도 가난한 뒷골목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화동을 예술거리로 탈바꿈시켰다. 이제는 낙산공원보다도 골목골목의 벽화를 찾아 출사에 나서는 이들이 더 많을 정도라고. 낙산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70여 개의 작품이 낙산공원과 이화동 부근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한번에 다 보겠다는 욕심은 금물이다. 대학로를 오가는 틈틈이 정겨운 이화동 뒷골목을 기웃거리는 재미를 느껴 보자. 위의 사진은 신성호의 <산책>과 장선환의 <연인> 등.

3, 4  낙산공원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방송통신대학과 마로니에 사이의 골목길을 따라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거나 동대문역 5번 출구 혹은 창신역 3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종로03’번을 타고 낙산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벽화도 보고 싶고 한여름 뙤약볕 아래 조금이라도 수고를 덜고 싶다면 우선 마을버스를 타고 낙산공원으로 간 뒤 이화동 방면으로 걸어 내려올 것. 대학로가 가까워질 무렵이면 벽화 이외에도 독특한 소품으로 가득한 상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7   낙산공원에 오른 날, 성벽엔 자그마한 소년이 서울 시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사진에 찍히는 줄도 모르고 생각에 빠진 소년은 무슨 꿈을 꾸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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