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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 Editor. tktt
  • 입력 2005.06.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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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여행하는 배낭여행객에게 길을 잃는것이 얼마나 난처한 일인지 겪어본 사람이라면 너무나 잘 알거다.

 하지만 이 곳 베네치아에서는 길을 잃는 것 조차도 즐거운 일이다.

오히려 길을 잃으면 생각지 못한 아름다움을 만나기도 하는 곳이다.

 

 길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곳, 물의 도시 베네치아.

 베네치아에서는 바다가 곧 길이다. 버스도 배, 택시도 배, 자가용도 배다... 골목골목에 흐르는 바다.

이 곳 사람들에게는 물이 거리와 광장과 산책로를 대신한다.

 

 여행오기전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80일간의 세계여행´이라는 사진전을 봤었다. 세계 각국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 중에 유독 베네치아의 사진이 많이 있었다. 그럴만한 매력이 있는 도시가 바로 베네치아라는 생각이 들었다다.

 

 아침 8시, 야간 쿠셋을 타고 도착한 기차역에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민박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그 중 맘씨 좋은 중국인 아주머니를 쫓아  역에서 제법 가까운 곳으로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아주머니를 따라 좌회전, 우회전을 반복하다 나타난 민박집. 어찌나 골목이 많은지 내가 혼자 찾아올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짐을 풀고 베네치아의 핵심인 리알토다리를 거쳐 산마르코 광장에 가기로 했다.

베네치아는 운하를 가운데 두고 두 개의 본 섬이 리알토 다리로 연결이 되어있고, 주변에 작은 섬들이 여럿있다. 그 섬들은 배를 타고 가야한다.

 

 좁은 골목골목들이 도시전체가 미로같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노란색 바탕에 써진 PER RIALTO를 따라가면 된다는데 그 노란색 이정표조차 보이질 않는다.

다시 역으로 가서 거기서 부터 시작하려고 온 길을 되돌아 가려는데 길을 잃었다. 여기가 아닌가보다 하고 다시 되돌아가려고 뒤돌면 방금 온 길이 아니다. 무슨 금붕어도 아니고, 그렇게 금방 까먹다니....

어찌어찌 걷다보면 나오겠지했는데 계속 같은 길만 맴돌기도 하고 막다른 길을 만나는게 수차례... 결국 도착한 곳은 리알토 다리도 아닌, 산마르코 광장도 아닌, 역도 아닌...그냥 확 트인 바다가 보이는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 넓다란 바다를 만났을때 길을 잃었다는 짜증보다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한 기분이었다.

   파란 하늘과 더불어 넓은 바다. 거기다 어느집에선지 올드팝을 크게 틀어놓고 있어 그 기분은 배가 됐다. 이런게 베네치아의 매력이구나....

바다가 맞닿은 빨간 벤치에서 바닷바람을 쐬다가 다시 원래 목적지로 향했다.

 

무사히 노란 이정표를 찾아냈다.

이정표만 따라가니 길을 잃지 않고 산 마르코 광장을 찾을 수 있었다.

산 마르코 광장. 사람이 반, 비둘기가 반이다. 일요일이어서일까 사람이 너무 많다. 역시나 이탈리아는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길을 잃었더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나는 이탈리아에 오면 맛있는 스파게티를 실컷 먹으리라고 다짐했었다.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 갔다. 웨이터들의 친절이 지나치다. 동양여자를 좋아하는 이탈리아 남자의 습성인지, 원래 친절한건지...

기념으로 이탈리아에서 처음 먹는 스파게티 사진을 찍으려는데 내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카메라를 가져간다. 괜찮다며 극구 사양하는데도 말이다.

여행 안내지를 보고 있으면 묻지 않아도 옆에 와서 무언가를 알려준다. 이탈리아어라서 못알아들었지만.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는데 거스름돈 2유로를 안준다. 고맙다고 말하며 그냥 가버린다. 이 나라 사람들 지폐로 주면 잔돈을 팁으로 가져버린다고 한다. 다음부터는 잔돈으로 계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나쁜 놈들...적당히좀 가져가지, 내가 돈이 어딨다고....

<빵을 강탈하는 귀여운 참새.>

 


<산 마르코 광장>

 
<산 마르코 성당>

 

 

 바다 건너 보이는 산 조르조 섬의 마조레 교회의 종탑에 올라가서 바라보는 베네치아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했다.  그 아름다움을 찾아 바포레토(버스역할을 하는 배)를 탔다. 

 낯선 풍경. 빨간 지붕의 집들이 촘촘이 보이고 산마르코 광장이 눈에 띈다.

하늘은 파랗고....이런 장관을 나혼자 보다니. 엄마가 보고싶고, 남자친구가 보고싶고, 친구들이 보고싶다. 함께 보면 탄성을 지르며 좋아했겠지...


<마죠레 교회 종탑에서 본 베네치아>

 

 종탑에서 내려와 한국인을 만났다.  숙소를 못잡았다며 내가 있는 숙소를 알려달라고 한다.

그런데 숙소를 다시 찾을 자신이 없었다. 솔직하게 내가 많이 헤맬거라고 말하고 따라오라고 했다.  다시 역에서부터 기억을 더듬으며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아닌가...

"잘 생각해보세요...", "이 길은 맞아요?"라고 계속 묻는데 전혀 생각이 안난다.

잘 모르겠다며 같은 장소를 뱅글뱅글 돌자 이 녀석 얼굴에 약간의 짜증이 있다. 아주머니한테 전화하지 머....하는데 저 쪽에 아주머니가 보인다. 아~~살았다!!!!

 

 

다시 야경을 보러 나왔다. 바포레토를 타고 다시 산 마르코 광장으로 가는데, 밤의 베네치아는 느낌이 또 다르다.

프라하 성이 화려한 조명으로 야경이 아름다웠던 반면, 여기는 검은 바다에 은근히 비치는 작은 조명들과 물 소리로 분위기를 만든다. 밤 하늘은 까만데도 푸른 빛이 돈다. 어둡지만 수 많은 구름도 보인다.

 

 산 마르코 광장은 음악으로 가득 차있었다. 광장 주변의 야외 카페에서 저마다 연주를 하고 있었다.

물론 낮에도 음악은 끊이지 않았지만 조용한 밤에 까만 밤바다를 배경으로 한 음악은 끝장이었다. 그 중 한 카페의 연주팀이 나를 사로잡았다.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아코디언으로 구성된 팀이 오페라의 유령에 나오는 All I ask of you를 연주한다.

여기서 들으니 더더욱 아름답다.

밤이라는 분위기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고싶은 마음이 더해져 눈물이 날뻔했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를 치려는데 조금의 텀도 없이 오페라의 유령 메인테마를 연주한다. 빰~~~빰빠빠빠빠 빠밤! 

방금전에는 아름다움으로 좌중을 압도했다면 이번엔 카리스마 짱이다.

특히 바이올린하는 아저씨의 카리스마와 열정은 대단했다.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쳤다. 사람들이 난리가 났다.

정말이지 이 곳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오리라!!! 꼭!!!

 

 
 
글/사진 유혜진 (serida7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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