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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영천-은빛 바다 춤추는 은해사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9.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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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해사 일주문에서 보화루까지 이르는 길엔 3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은빛 바다 춤추는 은해사

‘별의 도시’로 알려진 영천은 밤이면 보현산 위로 떠오르는 영롱한 별천지 이외에도 찾아야 할 보물이 참 많은 곳이다. 이른 새벽, 이불을 떨치고 일어난 자만이 볼 수 있는 은해사 솔숲의 은빛 안개와 일년에 단 하루, 사월초파일에만 문을 여는 비구니 도량 백흥암이 그러하다. 

글·사진  이민희 기자  
취재협조  영천시 www.yc.go.kr  롯데제이티비 www.lottejtb.com

그대가 영천을 제대로 여행했는가는 이른 새벽 이불을 떨치고 일어났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분명 늦은 밤까지 보현산천문대에서 ‘별 헤는 밤’을 보냈을 테지만 한 편의 ‘몽중도(夢中圖)’와 같은 은해사의 은빛 안개 또한 놓쳐서는 안 될 영천의 신비로움이니 말이다. 

팔공산 품에 안긴 은해사(銀海寺)는 불자에게는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신라 809년에 지어졌으니 지나온 세월의 깊이를 짐작할 수도 없는 이곳에, 아미타불을 모시는 미타도량이 자리하고 있다. 원효스님, 의상스님, 지눌스님, 일연스님에 이어 근래에는 성철스님까지, 세월이 깊은 만큼 은해사를 거쳐 간 명승도 많다. 이러한 고승들의 지혜와 가르침은 대한불교 조계종 은해사 승가대학원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웅전과 보화루, 백흥암의 현판에서 추사 김정희 선생의 친필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은해사 내 성보박물관에선 그의 친필을 더욱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니 꼭 들를 것. 괘불 탱화와 대웅전 아미타 삼존불, 쇠북 등 귀중한 보물들 역시 성보박물관에 체계적으로 보존되어 있다.

은해사로의 여행은 3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솔숲에서부터 시작된다. 일주문에서 보화루까지 이어진 숲길은 잔월(殘月)이 남아 있는 새벽, 고요하다 못해 숙연하기까지 하다. 만공에 가득한 이슬이 두 볼을 적시고 고요한 산중에 들리는 건 스스로의 거친 숨소리뿐. 여기에 안개가 끼고 구름이 피어나면 그 광경이 흡사 물결치는 은빛 바다와도 같아, 어느새 꿈길을 걷고 심연을 헤매는 기분마저 든다.

길은 은해사에서 끝나지 않는다. 은해사 옆으로 난 물길을 따라 걷고, 물길이 끝나는 곳에서 바람을 따라 걸으면 이윽고 빛 바랜 암자가 발길에 와 닿는다. 비구니 스님들의 도량이자 은해사의 산내암자인 백흥암이다. 백흥암은 겉으로 보기엔 외부의 침입을 막아서는 듯 단단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아담한 마당과 팔작지붕이 멋스러운 보광전이 오밀조밀 모여 앉았다. ‘운이 좋다면’ 한기를 몰아낸 햇살이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오후, 고요한 산사에서 스님과 차담을 나눌 수도 있겠다. 여기서 운이 좋아야 하는 이유는 백흥암은 외부인을 들이지 않되 일년에 단 하루, 사월초파일에만 공개되기 때문이다. 극락전에는 봉황, 공작, 학 등이 투각된 불상, 수미단이 조선시대 목조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니 이를 꼭 챙겨 보시길.  

은해사에는 백흥암 외에도 중암암과 거조암 등 7개의 산내암자가 더 있으니 백흥암에 들지 못한다 해서 아쉬워는 말자. 큰 바위들이 겹쳐 좁은 입구를 만들었다 하여 ‘돌구멍절’이라 불리는 중암암은 일출을 보기에도 그만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깊다는 해우소가 있어 이야깃거리로도 그만이다.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청통면 치일리 479 미타도량 팔공산 은해사  문의 054-335-3318 www.eunhae-sa.org




2 햇살이 좋은 오후, 백흥암에서 소일을 하시는 비구니 스님 3 은해사에서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스님과 마주앉아 차담을 나누다 보면 마음이 초연해지고 평화로워짐을 느낄 수 있을 듯 4 백흥암 극락전. 유려한 선이 아름다운 팔작지붕을 눈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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