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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향기롭고 눈부신 풍경의 파레트 Riviera Cote d’Azur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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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대부호와 셀러브리티의 휴양지 빌프랑슈. 짙푸른 바다와 형형색색의 가옥이 극렬한 색대비를 이루며 장관을 연출한다


향기롭고 눈부신 풍경의 파레트
Riviera Cote  d’Azur

왜인지 프랑스의 지중해에서는 보통의 바다와는 다른 짙은 향기가 날 것만 같다. 예술가의 영감을 자극하고 여행자를 중독시키는 짙푸른 바다. 그리고 언덕에서 바다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는 보석 같은 마을들이 빚어내는 풍광은 함께 어우러져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프렌치 리비에라. 바다와 마을이 빚어내는 극렬한 색의 대비는 그 자체로 예술이다. 너무 짙어서 캔버스 밖으로 물감이 흐를 듯 강렬하고 눈부신 풍경화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franceguide.com, 에어프랑스 www.airfrance.co.kr


Tourrettes sur  loup

좁은 골목 쏘다니는 여행의 재미

유럽의 작은 마을 구석구석을 ‘쏘다니는’ 여행이 인기다. 사람들은 이제 프랑스 여행에서 파리를 의무감으로 찾지 않는다. 오히려 붐비는 대도시를 피해 남부 프랑스에서 자연 경관을 만끽하고, 아기자기한 마을 골목을 걸으며 프랑스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있다. ‘짙푸른 바다’라는 뜻의 ‘꼬뜨다쥐르(Co∧te d’Azur)’ 지역에는 니스, 칸느, 모나코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해변 휴양지가 있다. 이외에도 해변 안쪽 알프스로 이어지는 구릉에는 그라스(Grasse), 에즈(Eze), 생폴 드 방스(St. Paul De Vence)와 깊은 역사와 예술적인 정취를 간직한 아름다운 마을들이 있다. 이 마을들은 이미 우리나라 여행객 사이에서도 이름난 여행지가 됐다. ‘서유럽 일주’, ‘유럽 정복’과 같은 제목 일색이던 90년대의 여행책자들이 이제는 ‘유럽의 마을’, ‘남부 프랑스’등을 소재로 하는 것만 봐도 매력적인 꼬뜨다쥐르 마을이 각광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꼬뜨다쥐르에는 여행책자에도, 심지어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보석 같은 마을들이 많다. 니스에서 27km, 지중해가 아스라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뚜레뜨 쉬르 루(Tourrettes sur loup)’가 바로 그러한 곳이다. 방스(Vence)와 그라스(Grasse) 사이에 위치한 뚜레뜨는 ‘바이올렛의 마을’로 불린다. 지난 100년간 많은 양의 바이올렛을 수확했기에 붙은 수식어다. 

마을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깊다. 고대에는 로마, 바바리안, 훈족, 프랑크족 등에 점령당했고, 중세에는 종교 전쟁의 각축장으로, 흑사병으로 수난을 겪었고, 18세기 이후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될 때까지 질곡의 역사를 겪어 왔다. 지금은 2,000여 명만이 살고 있는 아담한 관광지로 변모했다는 사실에 시간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1 언덕 위에 위치한 뚜레뜨는 중세에 요새였던 마을로 돌담과 돌집이 잘 보존되어 있다 2 뚜레뜨에는 예술가들의 소규모 공방이 밀집해 있다. 올리브 나무로 목공예품을 만드는 젊은 장인이 자신의 작품을 자랑하고 있다 3 옷 한 벌 만드는 데 15시간이 걸린다는 디자이너 4 바이올렛의 마을 뚜레뜨에서는 10월부터 3월까지 바이올렛이 만발한다 5 언덕에 위치한 뚜레뜨에서는 지중해를 조망할 수 있다

16세기 골목을 가득 채운 아뜰리에

뚜레뜨는 좁다랗다. 도보여행을 하기에 적합한 마을로 중세의 돌담, 돌집이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광장에 위치한 종탑 아래 입구로 들어서면 16세기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입구에는 친절하게 ‘중세 마을(Village Medieval)’이라고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비스듬히 들어오는 햇볕, 닳고 닳아 맨질맨질해진 벽돌바닥과 좁다란 골목, 형형색색으로 치장된 창문, 그리고 창가에 얹어진 꽃장식은 전형적인 유럽 중세 마을 분위기다. 마을 곳곳에는 중세 귀족의 고성, 18세기 병원 등 마을이 요새 역할을 톡톡히 했음을 알려주는 유적이 있지만 지금은 외형만을 유지하고 있고 그 안에는 아뜰리에, 앤티크숍, 식당, 호텔 등이 자리하고 있다. 

21세기 관광객에게는 이 마을이 간직한 오랜 세월의 역사보다 다채로운 아뜰리에를 구경하는 재미가 더 크다. 중세마을에는 소규모 공방을 가지고 예술품을 빚어내는 장인들이 많아 이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 장인들이 땀 흘려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진품들은 기념품으로 간직하고 선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1958년부터 아버지가 시작한 목공예를 가업으로 물려받았다는 뒤보스(Mr.Dubosq)씨는 이미 프랑스 정부로부터 상을 다수 수상한 ‘장인’이다. 그는 자신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올리브나무로 바이올린을 만든 사람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울, 실크, 면 등을 재료로 옷 한 벌 만드는 데 15시간 이상을 투자한다는 디자이너도 있다. 베틀로 직접 천을 짜고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완성된 옷 한 벌은 말 그대로 예술가의 땀과 정성이 어린 ‘작품’이다. 이외에도 라벤더 향수 전문점, 천연 재료로 만든 도자기점, 액세서리 상점 등 한 군데 한군데 들르며 작품을 감상하고 어떤 아이템을 살지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6,7 뚜레뜨 중세마을을 가득 채운 아뜰리에에서는 다양한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8 낡은 창틀에 놓인 화분. 소박한 멋이 넘치는 뚜레뜨 마을

마음까지 보랏빛으로 물들다

뚜레뜨의 상징인 바이올렛은 겨울에 피는 꽃이다. 해마다 10월부터 3월까지 뚜레뜨는 보라색으로 물든다. 매년 3월, 마을에서는 바이올렛 페스티벌도 열려 이 기간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진한 보랏빛 때문에 꽃이름보다 색 자체를 상징하게 된 바이올렛. 뚜레뜨에서 이 아름다운 꽃을 본격적으로 재배한 것은 철저히 실용적인 목적에서였다.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올리브나무에서 기름을 생산하던 농가는 상업성이 뛰어난 바이올렛으로 종목을 변경했다. 비닐하우스로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된 후 바이올렛 꽃은 아이스크림, 잼, 사탕, 고급 요리의 첨가물로 쓰이고, 이파리는 향수의 원료로 애용되고 있다. 마을 북쪽에는 바이올렛 박물관과 비닐하우스가 있어 바이올렛의 다양한 활용도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뚜레뜨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는 것은 어렵다. 니스나 칸느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간편하다.
www.tourrettessurloup.com


Pont  du  Loup

달콤한 과일사탕이 간직한 사연

뚜레뜨에서 7km, 세차게 굽이치는 루(Loup) 계곡을 끼고 있는 퐁 뒤 루(Pont du Loup) 마을에는 동화 속에서나 봄직한 사탕공장 ‘플로리앙(Florian)’이 있다. 루(Loup) 강을 잇던 다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파괴되어 교각만이 처량하게 남아있는데 이곳에 아리따운 사탕공장이 위치해 있는 모양새가 낯설기도 하다. 공장의 변천사는 꽤나 흥미롭다. 19세기 베이커리로 시작된 이 공장은 계속된 불황으로 문을 닫았고, 1937년 향수공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후 독일군에 의해 다리가 폭파되면서 향수공장의 일부도 붕괴되었다. 1949년 마을에서 많이 재배되던 과일과 바이올렛을 이용해 잼, 사탕, 시럽 등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1972년 니스의 초콜릿 제작자 플로리앙이 공장을 인수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공장에서는 각종 과일을 원료로 다양한 사탕과 잼을 생산하고 있고, 매일 무료 가이드투어를 실시해 방문객들이 사탕의 제조과정을 구경하고 시식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사탕은 100% 수제로 1주일에 200kg가량이 생산된다고 한다. 공장 2층에는 소규모 박물관도 위치해 있어 공장의 변모과정을 여러 물품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플로리앙 초콜릿 공장은 니스의 구항구에도 위치해 있다.
www.confiserieflorian.com 



1 뚜레뜨 중세마을은 건축물들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2 바이올렛 비닐하우스의 지킴이 3, 4 플로리앙 사탕공장에는 공장의 역사를 알려주는 소규모 박물관도 있다 5,6 공장에서는 각종 과일을 사탕으로 만드는 제조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7 사탕공장의 입구.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Mandelieu  La  Napoule

사계절 활기가 넘치는 해양도시

뚜레뜨가 바이올렛의 마을이라면, 망드리유 라 나풀(이하 망드리유)은 미모사의 도시다. 봄이면 망드리유는 노란색으로 뒤덮인다. 멀리서 보면 개나리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꽃은 19세기 영국 여행가가 호주로부터 수입해 자신이 머물던 집의 정원에 심었다가 풍요로운 날씨에 급속도로 퍼져 자라게 되었다. 망드리유에서는 매년 2월 미모사 페스티벌이 열려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되고 이 때 미스 미모사를 선발하기도 한다. 

칸느에서 7km 거리에 위치한 망드리유는 골프, 트레킹, 다이빙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좋은 도시다. 특히 1891년 스코틀랜드 풍으로 만들어진 18홀, 9홀 골프코스는 연중 화창한 날씨와 함께 골퍼들을 유혹한다. 연중 다이빙도 가능하다. 요트 선착장으로 유명한 라그(Rague) 항구에서 보트가 출발해 인근 해역과 생 마르게리트(Ile Ste-Marguerite) 섬 등 산호와 해양 생물을 볼 수 있는 곳에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허나 남태평양처럼 형형색색의 물고기와 산호를 볼 수 있다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한편 망드리유 항구에는 중세 고성도 있다. 프랑스 혁명 당시 파괴되었으나 1918년 미국의 예술가에 의해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현재도 이곳에는 다양한 예술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고성 내에 미슐랭가이드가 선정한 식당도 위치하고 있다. 

한편 망드리유에는 니스에 비해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숙박시설도 많다. 4성급 풀만호텔은 카지노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2009년 문을 연 MMV리조트는 세련된 프로방스 스타일로 망드리유에서 가장 수준높은 시설을 갖춰 허니무너, 골퍼들에게 인기가 많다. 



1 망드리유 항구에 위치한 고성 2 망드리유 앞 바다에서는 연중 스쿠버다이빙을 즐길수 있다 3 MMV리조트는 4성급으로 고풍스러운 프로방스 양식을 자랑한다 4 망드리유의 상징인 미모사. 매년 2월에는 미모사 페스티벌이 열린다


1 니스의 구시가지 골목 풍경.좁은 골목에 햇볕이 드는 풍경에도 낭만이 느껴진다 2 살레야 광장의 카페 테라스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3 니스를 대표하는 미술가 마티스를 기념하는 미술관 4 니스는 연중 300일 이상이 화창해 사람들은 언제나 일광욕을 즐긴다


Nice

걷고 또 걸어도 매력적인 그 길

야자수와 자갈 해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코발트빛 바다가 빚어내는 니스 바닷가의 풍경은 그 자체로 여행자를 먹먹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한여름이면 파라솔이 이 해변을 가득 채우고 사람들은 따사로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휴식을 취한다. 니스는 파리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은 지중해 최고의 휴양 도시다. 혹자는 바다 휴양지로서 니스가 기대 이하라고 한다. 좁고 길게 펼쳐진 해변에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 성수기에 방문한다면, 바다 그 자체만 평가했을 때 충분히 실망할 수 있다. 그러니 동남아나 남태평양 휴양지에서 즐기는 방식의 휴식을 상상하면 안 된다. 니스에서는 프렌치 리비에라식 휴양을 즐길 때 그 매력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영국인의 산책로를 찬찬히 걷고, 걷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사람 구경도 하고, 구시가지 속 좁은 골목길을 거닐며,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들이 사랑한 니스의 자유로운 정취를 충분히 누리는 방식이 그것이다. 

니스에서는 조금 비싸더라도 해변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찰싹거리는 파도소리와 눈부신 지중해 햇살을 고스란히 즐기는 호사스러운 휴식은 이곳에서만 가능한 것이기에. 해변에 펼쳐진 ‘영국인의 산책로(프롬나드 데 장글레, Promenade des Anglais)’는 하루에 몇 번씩 걸어도 질리지 않는다. 산책길을 따라 동쪽으로 걷다 보면 니스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샤또 공원(Le Parc Du Cha^teau)이 있는데 가장 포토제닉한 위치라고 할 수 있다. 



 5 마세나 광장에는 모던한 조형물이 가득하다 6 울창한 올리브나무가 인상적인 마티스미술관의 정원


샤갈과 마티스를 매료시킨 태양과 바다

니스를 사랑한 미술가 마티스(Martisse)는 “니스에 비치는 태양은 너무 강렬해서 모든 거짓과 추악함을 드러낸다”고 찬미했다.
강렬한 태양광은 바다와 함께 많은 예술가들을 사로잡은 일종의 ‘마약’이다. 그 예술가들이 사랑한 너른 광장, 좁다란 골목길을 걸으며 작은 창문 하나에도 깃들여진 구시가지의 예술적인 정취를 즐기는 것도 또 다른 낭만이다. 창의적인 조형물과 니스 쇼핑의 메카로 불리는 마세나 광장은 니스 여행의 거점으로 삼기에 좋다. 옛 마세나 궁, 의회, 교회, 대저택 등 16세기 말 이탈리아의 바로크 문화가 짙게 배어 있는 화려한 색채의 건축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로크 문화의 영향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많은 현대의 예술가들이 건축물, 미술 등에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게 하고 있다.   

마티스,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등 수많은 예술가들을 매료시킨 니스에서 그들의 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니스의 정취를 만끽하고 미술가들의 작품을 보면 그들이 왜 그토록 니스를 사랑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거꾸로 그들의 작품은 니스와 꼬뜨다쥐르를 보다 깊은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기도 한다.
시미에(Cimiez) 지구에 위치한 마티스박물관은 올리브나무로 울창하게 조성된 정원을 시민들의 쉼터로 제공하고 있다. 샤또공원 아래 쪽, 해변을 마주하고 있는 아치형 문을 통과하면 살레야(Saleya) 광장이 나온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재래시장에서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 해산물뿐 아니라 이색 골동품 등을 구매하기에 좋다.  

유람선과 2층 버스로 즐기는 이색 산책

니스를 여행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도 기차와 트램, 일반 버스와는 다른 시선으로 풍경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먼저 코발트빛 바다를 해변가에서만 즐기는 수준을 너머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니스 주변의 도시까지 보트 위에서 관람할 수 있는 투어프로그램이 있다. 트랜스꼬뜨다쥐르(Trans Co∧te d’Azur)라는 선박회사는 니스항구에서 매일 유람선을 운항하고 있다. 

니스 인근의 해변을 1시간 동안 스케치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봤다. 요금은 15유로. 항구를 출항한 보트는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동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멀미를 일으킬 정도의 파도는 아니었고, 따가운 지중해 햇살과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니 오히려 쾌적한 기분까지 들었다. 

니스 인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빌프랑슈(Villefranche) 만에 접어들자 선장 복장을 한 가이드가 지역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빌프랑슈는 엘튼 존, U2의 보노, 빌 게이츠 등 셀러브리티의 별장이 운집해 있는 부호들의 쉼터다. 니스 중심가 호텔과는 비교할 수 없이 고급스러운 초호화 리조트가 밀집해 있기도 하다. 

뱃머리를 다시 니스 중심가 쪽으로 돌린 보트는 해안과 몇백미터의 거리를 두고 영국인의 산책로를 따라간다. 트랜스꼬뜨다쥐르는 이외에도 모나코, 생트로페와 인근 섬을 일주하는 일정도 운영하고 있다. 

니스 시내 곳곳을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은 2층 버스를 이용하는 것. 영국인의 산책로를 출발한 2층 버스는 니스항구, 마티스미술관, 샤갈미술관, 니스역, 마세나 광장 등 주요 관광지 14개 정거장을 연결한다. 좌석에는 오디오가이드 시설이 장착되어 있어 언어를 선택하면 버스의 동선을 따라 간단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유명한 성당, 예술가의 생가를 지날 때는 분위기 있는 음악까지 곁들여진다. 하루 이용권은 성인 20유로. 

한편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탄소 절감을 위해 운영 중인 임대 자전거를 이용해 여행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니스 관광지 곳곳에는 파란색 자전거가 설치되어 있는데 30분 이내 이용은 무료이고, 하루에 1유로로 획기적으로 저렴하다. 임대한 위치와 상관없이 아무 거치대에라도 반납하면 되니 편의성 면에서도 훌륭하다.



1 니스의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2층 버스는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오디오가이드 서비스도 제공된다 2 니스 항구를 출항한 유람선은 가장아름다운 해변을 1시간 동안 순회한다 3 니스의 구항구 풍경. 코발트빛, 에메랄드빛으로 채색된 바다빛깔은 니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4 해질녘 니스의 자갈 해변은 연한 붉은빛으로 장식된다

모나코에서 박주영을 만나다

인천에서 에어프랑스를 타고 파리로 가는 길, 옆자리에 앉은 중년 사업가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통상 비행기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자주하는 그런 이야기들. “한국에는 무슨 목적으로 갔었나? 자주 가나? 어디를 방문해 봤나? 음식은 무엇을 먹어 보았나?” 하면 상대 쪽에서 으레 돌아오는 반응은 “비즈니스를 목적으로 방문했고, 서울 외에 가본 곳은 없다. 당신은 무슨 목적으로 프랑스를 가나? 직업이 뭔가? 어디를 여행할 예정인가?”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축구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가 프랑스판 스포츠신문을 열독하는 모습을 봤으므로. 그가 보고 있던 신문을 빌려 봤는데 박주영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AS모나코와 옥세르(Auxerre)가 모나코에서 경기를 한다는 뉴스를 봤다. 이번 취재 일정 중에 가볼 수 있을 듯했다. 

파리를 경유해 니스에 도착했다. 드디어 경기 당일. 경기는 오후 9시에 시작했기에 니스에서 7시에 출발했다. 차량으로 1시간 남짓 이동하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영국, 스페인 수준은 아니지만 유럽축구를 그것도 한국인 스타가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축구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모나코까지 가는 길, 마주한 환상적인 꼬뜨다쥐르의 풍경 속에서 더욱 부풀어 올랐다. 부호들의 휴양지 빌프랑슈(Villefranche) 언덕에서는 잠시 멈춰 사진을 찍지 아니할 수 없었다. 에즈를 지나 모나코에 진입했다. 모나코는 엄연한 독립국가이지만 ‘입국절차’는 전혀 없었다.

경기시간이 임박해 맥도날드에서 급히 끼니를 떼우고 경기장에 입장했다. 경기장의 외관은 고성처럼 예술적이었다. 허나 경기장 내부는 썰렁했다. 이유인 즉, AS모나코 팀에는 이렇다 할 월드스타가 없고, 모나코 인구가 워낙 적어 관중석이 늘 텅텅 비는 것. 경기 내용도 다소 아쉬웠다. 우리의 박주영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모나코는 조직력이 엉망이었다. 그래도 이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나이 지긋한 중년 신사들이 모나코 응원 목도리를 두르고 박주영을 응원하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일지라도 부진한 선수에게는 야유를 퍼붓는 이들, 축구에는 관심도 없는 젊은 연인은 한쪽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모습에서 이곳이 프랑스, 아니 모나코임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5 니스에서 모나코로 가는 길,빌프랑슈 언덕에 서면 왜 세계적인 부호들이 이곳을 사랑하는지 알게 된다 6 모나코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카지노 7 AS모나코의 홈구장. 모나코는 인구가 적은 탓에 경기장은 한가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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