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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세상의 모든 바다 팔라우에‘풍덩’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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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고 멋진 폼으로 배에서 뛰어내리는 팔라우의 해양 스포츠 가이드 2 아름다운 물속 세상을 여과 없이 보여 주는 스노클링 3 해거름이 끝난 직후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의 야외풀장


팔라우(Palau)는 명명백백하다. 팔라우 최대의 볼거리이자 즐길 거리는 두말할 나위 없이 바다 그 자체이며, 팔라우와 이음동의어인 그 바다는 의심할 여지가 없이 아주 뚜렷하게 아름답다. 팔라우를 찾는 목적의 9할 이상을 차지하는 팔라우 바다의 겉살과 속살을 3일 동안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돌아왔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노중훈, 트래비CB   
취재협조  아시아나항공 1588-8000, 랜드스타 02-725-3257

뽐내어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나는 세상의 다양한 ‘물’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거듭해 왔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상 여러 나라의 창창한 바다를 실컷 품었으며, 캄보디아와 이집트에서는 바다 같은 호수와 강을 마음에 들였다. 푸른 물은 늘 명랑한 것만은 아니어서 사이판의 태평양은 2차 대전 당시 속절없이 생을 마감한 한국인 군속들의 무주고혼이 떠돌고 있어 구슬펐으며, 캄보디아의 톤레삽과 이집트의 나일강은 선조들의 찬란한 문명과 상관없는 후손들의 남루한 일상 때문에 마음 한쪽이 저릿했다. 양양의 낙산사가 불밥이 된 비극을 목도한 동해의 사연도 애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몰디브와 멕시코의 칸쿤과 태국의 카오락과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바다색의 선명성 경쟁에서도 앞줄에 위치한 곳들이었다. 그곳들은 바다가 뿜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투명함과 현란함을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 어떤 바다와 맞붙어도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 황홀경의 바다를 팔라우에서도 만날 수가 있다. 

매혹적인 물빛, 더 매혹적인 물속

세상의 모든 바다는 온전히 순하거나 온전히 거칠지 않다. 순하고 거칠며, 거칠며 순하다. 같은 문패를 달고 있는 바다라 할지라도 어떤 지점은 투명하고 투명하여 제 속내평을 온전히 보여 주지만 또 어떤 지점은 섬세하거나 자상하지 못하고 우악스럽다. 바다의 정온(靜穩)과 바다의 불온(不穩)은 주로 해류와 바람에 의해 가름이 날 터인데, 팔라우에 가면 ‘폭풍 속으로’보다는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와 대면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다채로운 형상의 섬들과 기다란 환초대가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팔라우의 정온한 바다가 심심하다거나 따분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수면과 수면 아래에서 팔라우 바다 특유의 역동성이 자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팔라우의 바다는 세상의 모든 푸른빛을 끌어안은 매혹의 공간이다. 팔라우의 물빛은 언어의 추격권을 멀찌감치 벗어나 있다. 다양한 계통의 푸름이 서로의 색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바다에 푸른색의 계조를 입히고 있다. 그 푸름의 성찬은 눈으로 마시고 몸으로 소화시켜야 할 대상이지 책상머리에서 길어 올린 몇 줄의 글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매드의 기질은 잠시 접어두고 모래사장에 주저앉아 시간의 결을 온몸으로 느끼거나 쉬엄쉬엄 걸어 다니며 태양과 바다의 농밀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팔라우의 바다를 즐기는 첫 번째 방법일 터이다.

팔라우의 수중 세계는 좀더 분주하고 좀더 풍부한 재미를 선사한다. 팔라우 여행 일정의 거개도 바다에 뛰어들어 즐기는 해양 액티비티와 바닷속 진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섬 천지인 팔라우에서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포인트가 바로 락 아일랜드(Rock Island)다. 수도인 코로르(Koror)섬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30분이면 도착하게 되는 곳으로, 특정한 한 개의 섬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35km에 걸쳐 울멍줄멍 떠 있는 200여 개의 섬들을 통칭한다. 혹여 ‘락’이라는 이름 때문에 거친 남성미를 발산하는 바위섬으로 지레짐작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곳의 섬들은 초록이 지배하는 ‘그린 아일랜드’다. 일일이 호명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열대식물들이 빽빽하고 푸르게 우거져 있다. 락 아일랜드에서는 수중 스포츠의 입문서이자 베스트셀러인 스노클링을 비롯해 ‘딥 블루’가 눈앞에 펼쳐지는 스쿠버다이빙을 원 없이 누릴 수가 있다. 

수경을 쓰고 수면에 편안히 엎드리면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달려들고, 더 아래쪽에서는 형상과 빛깔 따위가 서로 다른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물속을 흔들어댄다. 민첩하게 방향을 바꿀 때마다 색의 파장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또 세계 최대의 조개 무리와 희한하게 생긴 나폴레옹 피시와도 눈을 맞추게 된다. 물속 풍경을 이루는 것은 섬의 밑동과 열대어와 산호만이 아니다.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일본 군함, 그러니까 태평양 전쟁의 흔적은 이 신생 국가가 간직한 고단한 역사의 단면을 일러준다. 대자연과 호흡한 뒤 무인도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바비큐 점심은 불문가지의 맛이다.


1 무독성의 해파리들이 모여 있는 젤리피시 레이크에서의 스노클링 2 스노클링 후 무인도에서 즐기는 바비큐 점심 식사 3 짜릿한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밤낚시 4 젤리피시 레이크 스노클링은 락아일랜드 호핑 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다
 
바다가 제공하는 무궁한 즐거움

팔라우는 젤리피시 레이크(Jellyfish Lake)라고 하는 진기한 스노클링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 말 그대로 부지기수의 해파리들이 모여 있는 호수인데, 이곳에 서식하는 해파리들에게는 다행히 독성이 없다. 외부와 격리된 환경이 본디 해파리들이 품고 있던 독침을 거두어간 것이다. 따라서 속이 훤히 비치는 해파리를 직접 만져 보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스노클링을 하는 독특한 체험이 가능하다. 오메캉섬(Omekang Island) 인근에 형성되는 롱비치(Long Beach)에서는 수중 산보가 기다린다. 물이 빠지는 썰물 때가 되면 모래톱이 이마를 드러내고 이웃한 섬으로 바닷길이 열린다. 청명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시퍼런 물속을 걸으면 기분이 절로 쾌쾌해진다.

천연 머드팩을 즐길 수 있는 밀키 웨이(Milky Way) 또한 팔라우만의 독창한 풍경을 드러낸다. 물결이 차분하고 평온한 락 아일랜드 일대에서도 촘촘하게 붙어 있는 섬들의 영향으로 물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지점에 위치한다. 바닷물 아래 침전돼 있는 산호가루가 우윳빛을 띠어 이런 근사한 이름을 얻었다. 덕분에 물빛도 연기나 안개가 살짝 낀 것처럼 부옇다. 관광객을 태운 배가 밀키 웨이에 멈춰 서면 사람들은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어 빛깔이 희고 부드러우며 고운 백토를 잔뜩 퍼 올린다. 몸 전체에 진흙을 골고루 바르고 잠시 건조시킨 다음, 다시 바다의 품속으로 들어가 씻어낸다. 이곳의 흙은 미네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피부 미용에 특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밤낚시는 팔라우가 제공하는 가장 정적인 레포츠일 것이다. 사위가 칠흑 같은 어둠으로 포위를 당하면 백열전구를 매단 보트가 밤바다를 미끄러지듯이 나아간다. 어느 정도 달려 포인트에 도달하면 배는 시동을 끄고 이내 적막강산이 찾아든다. 오징어를 미끼로 쓰는 간단한 줄낚시가 시작되면 기다림의 미학이 선상을 지배한다. 어떤 사람은 쉴 새 없이 손맛을 느끼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허방을 짚기 일쑤다. 물고기를 건져 올리지 못해도 크게 낙심할 필요는 없다. 밤하늘에 총총히 걸려 있는 별들을 올려다보고 미세한 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늦은 밤까지 깨어 있는 수고로움을 넉넉하게 보상받는다. 운이 좋으면 조금의 이지러짐도 없는 둥근 달을 마주할 수 있는데, 반듯하고 매끄러운 달 하나만으로도 완결미가 있다. 검푸른 바다 위로 떨어지는 달빛은 무대 위에 핀 한 떨기 조명 같다. 낚시가 끝나고 돌아갈 때까지 흐드러지게 걸린 달은 고고한 아름다움을 줄기차게 뿜어낸다. 선상에서 벌어지는 즉석 회 파티 또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자락을 아로새겨 준다.


1 밀키 웨이의 백토를 퍼 올린 다음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가이드 2 밀키 웨이에서 길어 올린 희고 고운 진흙을 온몸에 바른 사람들.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피부 미용에 그만이다 3 팔라우의 숙박 시설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의 선착장


Travie info.
아시아나항공이 인천~팔라우 구간의 주 2회 직항 편을 운영하고 있다. 운항 요일은 목요일과 일요일, 출발 시간은 밤 11시다. 비행시간은 약 4시간 40분. 팔라우의 인구는 모두 합쳐 2만여 명. 그중 80퍼센트가 수도인 코로르섬에 모여 산다. 팔라우 시내 관광은 ‘지나치게’ 소박한 대통령 관저, 팔라우의 생태계를 짚어 주는 아쿠아리움, 팔라우 제3대 대통령을 기리는 에피스 박물관 등으로 구성된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팔라우의 숙박 시설들 가운데는 팔라우 로열 리조트(Palau Royal Resort)와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Palau Pacific Resort)가 특급에 속한다. 가장 시설이 좋은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는 전용 해변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시 전용 선착장에서 락 아일랜드로 바로 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팔라우 로열 리조트는 니코 호텔 계열의 리조트로 현대적이고 다양한 편의 시설을 자랑한다. 이 밖에 시 패션(Sea Passion)과 팔라시아 리조트(Palasia Resort)는 준특급, 파파고(Papago)와 블루 오션 리조트(Blue Ocean Resort)는 1급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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