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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그래도 봄은 오네요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1.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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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징그럽게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35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라 난방이 형편없습니다. 올해처럼 추운 겨울은 실내에서도 옷을 겹으로 껴입어야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겨우내 집안 가득했던 냉기를 뚫고 서양난 한 촉이 기특하게도 화사한 꽃을 피웠습니다. 이 겨울을 넘고 봄이 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어느 순간 바람결에 살랑살랑 봄 냄새가 묻어 옵니다. 아무리 기상이변이라고는 하지만 자연은 자연이고 순리는 순리인가 봅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멋지게 다이빙 하는 청년의 사진을 3월호 예고 기사에 실을 때만 해도 상상도 못했습니다. 2월호가 나오고 3월호에 실릴 이집트 사진과 원고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집트 현지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갈수록 커졌습니다. 교민들이 철수하고 우리 정부는 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하더니 대한항공은 운항을 중단했습니다. 사태가 사태인지라 결국 논의 끝에 결국 3월호에 예정했던 이집트 기사는 잠시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여행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북아프리카와 중동은 참으로 매력적인 곳들입니다. 교통편이나 여행정보 등 막상 여행을 하기에는 아직 친절한 곳이 아니지만 새로운 곳에 목말라 하는 이들에겐 관광객의 손때가 묻지 않은 그 불편함이 오히려 탐을 내게 만드는 포인트가 되곤 합니다. 생소함은 어쩜 부차적인 요소입니다. 제가 경험한 이들 지역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볼거리와 이야기 거리가 가득합니다. 가는 발걸음마다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신화와 역사가 한아름 펼쳐집니다.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Tunis)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답고 역사상 가장 강력했지만 이제는 흔적만 남은 카르타고가 있습니다. 카르타고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차를 몰면 지중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100m 높이의 해안 절벽 위에 시디 부 사이드(Sidi Bou Said)가 나옵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와 어깨를 겨룰 만큼 예쁜 마을입니다. 알베르 카뮈가 유년시절을 보낸 알제리의 수도 알제 인근에는 카뮈가 ‘봄철이면 신들이 내려와 산다’고 노래한 티파사(Tipaza)가 있습니다. 알제에서 티파사까지의 해안가 길은 겨울이면 해송과 유칼립투스, 푸른 초원이 펼쳐져 평화롭고 한가로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장밋빛같이 붉은 도시로 유명한 요르단의 페트라나 나일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집트의 구석구석에는 여전히 찬란한 고대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조만간 소개해 드릴 이집트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의 바람이 이집트를 넘어 북아프리카와 중동, 중국에까지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집트와 튀니지 사이에 있는 리비아를 비롯해 걸프해의 섬나라 바레인과 예멘, 요르단,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와 모로코에서도 유혈 충돌 소식이 들려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비롯해 중국도 심상치가 않다고 합니다. 밤이 어두워도 새벽은 오듯 당장은 아픔이 있겠지만 이번 시련을 계기로 이들 지역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중동질서의 재편이나 국제정치 등의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들 지역을 여행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3월호에는 하와이 공짜여행과 캠핑카 여행에 초대할 독자분들을 선정하고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하와이 여행 이벤트는 워낙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동영상까지 만들어 응모하시는 등 열정을 보여주신 덕에 2명만을 선정해야 하는 담당 기자가 곤혹스러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준비한 지중해 크루즈 탑승권 이벤트는 응모하시는 수고도 줄이고 선정 과정에서의 죄송스러움을 덜고자 참가 방법을 단순화 했습니다. 선정이라기보다 추첨에 가까운 방식으로 행운을 드리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크루즈 여행의 행운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트래비 편집국장  김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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