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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나일은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③ North Nile Cairo 카이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1.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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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Nile Cairo 
Cairo  카이로
  

먼 길을 달려와 힘이 다한 나일은 카이로를 지나 2만4,000km2의 델타(삼각주)를 이룬다. 선물처럼 이고 왔던 퇴적물을 내려놓고 여러 갈래로 갈라져 지중해로 소멸된다. 그 델타의 시작점에 자리잡은 카이로는 아프리카 최대 도시이자 아랍의 도시 중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카이로 어디를 가나 인파가 넘쳤고 이방인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호기심이 가득했었다. 


1 탄두라 댄스는 이슬람 신비파의 종교 의식이 화려한 쇼로 변한 것이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치마를 벗어 던지는 것이 공연의 절정이다 2 술을 마시지 않는 무슬림들에게 축구 관람의 필수 아이템은 맥주 대신 물담배다 3 칸 엘 칼릴리 시장에서 만난 노인은 항상 지니고 다닌다는 신기한 모양의 돌조각들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4 카이로밤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빛났다

옛날로부터 흘러온 이야기

이집트 전역을 돌고 다시 카이로로 돌아왔을 때 도심에서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교회 건축을 둘러싸고 이슬람교도와 콥트 교도들이 맞선 것이라고 했다. 이집트에 그리스도교가 전파된 것은 AD 68년 마르코에 의해서였다. 그때 전파된 초기 그리스도교가 이집트의 문화와 결합해 독자적으로 발전했고 한때는 대단한 세력을 가지기도 했다. 지금은 이슬람 국가가 된 이집트에서 10%도 되지 않는 소수의 콥트교도들은 차별 속에서도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와 종교를 지키며 올드 카이로 지역에 모여 살고 있다. 성가족이 피난을 와서 머물렀다는 지하 교회 아부 세르가(Abu Serga Church) 등 4~5세기에 세워진 중요한 교회와 수도원, 콥트박물관을 보기 위해 많은 순례자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일반 관광객들의 촬영을 허락하면서도 언론의 카메라는 허용하지 않을 만큼 이집트 정부의 통제는 노골적이었다. 이집트에서 외국인이 함부로 방문할 수 없는 곳이 또 하나 있다. 카이로 남동쪽의 공동묘지다. 이집트 특유의 석실 양식의 무덤들은 빈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으로 사용되고 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공존하는 집이다. 현재 무덤에 살고 있는 도시 빈민의 숫자는 카이로에만 수십만명에 달한다. 옛무덤에서 발굴된 영광의 힘으로 현재의 이집트는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오늘날의 무덤에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만 묻어두고 있는 셈이다.

벽과 벽 사이의 여행

이집트에게 이방인들을 가장 호들갑스럽게 맞이하는 곳은 ‘칸 엘 칼릴리 시장(Khan El Khalili Bazaar)’이다. 1382년 맘루크 왕조의 알 칼릴리에 왕자(술탄 바르쿠크의 아들)는 나일강 동부에 대상들이 머물 수 있는 대규모 숙소(칸, Khan)를 세웠다. 그후 일대에는 시장이 형성되면서 점점 규모가 커졌고 오스만제국 이전까지 중동 최대의 시장으로 번영했다. 970년에 세워졌던 알 아즈하르 사원(Mosque of al-Azhar)도 이 시기에 증축되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시장의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다지만 향신료와 양탄자, 의류 및 생활용품, 관광객을 겨냥한 기념품점까지 상점의 수가 1,500여 개에 달한다. 그 복잡한 골목을 뒤지며 누군가는 파피루스를, 또 누군가는 물담배 시샤(shisha) 세트를, 또 다른 누군가는 미니 기타를 구입하는 재주들이 놀라웠다. 

강은 밤이 되자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커다란 배들은 남쪽으로 먼 길을 떠나기도 하는데 최대 인기 코스는 3박 4일간의 아스완-룩소르 코스다. 카이로에서의 인기 코스는 디너크루즈다. 푸짐한 뷔페로 배를 채우고 나면 밸리 댄스와 탄두라 댄스가 차례로 시연된다. ‘치마’라는 뜻의 탄두라 댄스는 이슬람 신비파의 종교 의식에서 기원한 것으로 끊임없이 회전하며 두터운 치마를 훌라후프처럼 돌리는 행위다.
수도승들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선회무용으로 신화의 화합을 경험했듯이 밤마다 나일강을 선회하는 크루즈들도 운명의 나선을 그리고 있었다.


1 기자의 스핑크스는 희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랫동안 모래 속에 묻혀 있던 석상은 아직도 제 주인을 찾지 못했다 2, 5 피라미드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무덤이지만 그만큼 상처가 깊다. 보호를 위해 입장을 제한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3, 4 이집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의 화려함과 정교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죽은 자에게는 잃어버린 보물이지만 산 자들에게는 인간의 위대함을 배우는 선물이다

피라미드의 단단한 매력

피라미드를 본 것은 이집트에 온 지 열흘째 되는 날이었다. 그 열흘 동안 무수히 많은 신전과 유적들을 보았지만 채워지지 않았던 허전함은 피라미드 때문이었다. 사실 카이로 시내를 달리다 잠깐씩 그 실루엣을 스친 적은 있었다. 실제로 피라미드는 도심에서 멀지 않은 기자(Giza)에 위치해 있다. 이집트 전역에 80여 개의 피라미드가 있지만 이곳의 피라미드가 가장 크다. 기자는 서기 7세기에 나일강 서부의 낮은 사막 고원 지대에 지어진 도시다. 지금은 ‘피라미드뷰’의 호텔과 호화 주택, 골프장, 그리고 오래된 빈민촌까지, 인구가 200만 명이나 되는 이집트 3번째 도시가 됐다. 

피라미드는 거친 피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외부를 감싸고 있던 석회암 외벽이 벗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4,500년이 넘게 사막의 모래바람을 견디며 형태를 유지한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제4왕조(기원전 2613~2494년) 파라오들의 무덤이 가장 규모가 크고 보존 상태가 좋다.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케옵스 피라미드(3대 파라오 쿠푸)는 250만개의 벽돌로 만들어져 높이가 146.5m(현재는 137.2m)에 이르렀다. 그 옆에 규모가 조금 작은 카프레 피라미드(4대 파라오 카프레), 미케리노스 피라미드(5대 파라오 멘카우레)와 함께 대(大) 피라미드군을 이룬다. 말하자면 어머어마한 규모의 허세였다. 피라미드 축소술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둘레에 흙을 높이 쌓아가며 작업했다가 완성 후 흙을 제거했을 것이라는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피라미드’ 하면 수만명의 고통스러운 노동이 연상되지만 실제로는 수천명 규모의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초기 피라미드의 내부에는 글이나 그림 등의 기록이 전혀 없었다가 ‘피라미드 텍스트’ 혹은 ‘코핀 텍스트’라고 불리는 묘실의 기록이 발견된 것은 제5왕조의 마지막 파라오였던 우나스의 피라미드부터였다. 그러나 내부 관람은 인원이 제한되고 피라미드 등정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지만 슬금슬금 중턱에 올라서서 사진을 찍는 이들도 적지 않다. 피라미드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이지만 그 실체는 아무리 보아도 낯선, 그런 종류의 시각적 충격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그런 충격을 기자의 스핑크스(Sphinx)에서 받았다고 했다. 높이 20m, 길이 75m로, 발견된 스핑크스 중에서 가장 크다. 사자의 몸에 파라오의 머리를 하고 있는 스핑크스는 카프레 왕의 피라미드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부서진 코는 카이로 이집트박물관에, 부러진 수염은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니 어쨌든 피부 한 조각도 소중히 다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막상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Egyptian Museum)에서 스핑크스의 코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1902년 프랑의 건축가가 디자인하고 이탈리아 회사가 세운 신고전 양식의 건물은 25만 점이 넘는다는 이집트의 유물을 담기에는 너무 작았다. 현재 건설 중인 새로운 박물관이 완공되어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될 유물들이 많아 보였다. 1층에는 멘카우라, 멘투호테프 등 주요 파라오의 석상들이 자리다툼을 하고 있었고 2층의 절반 이상이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의 유적만으로 채워져 있었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는 물론이고, 평범한 돌조차 다이아몬드보다 귀한 보물로 둔갑시킨 고대 이집트 장인들의 기술은 그저 신묘할 따름이다. 이집트에서는 눈을 의심하게 되는 일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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