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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한의 in & 人] 상남자의 예술학개론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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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한의 in & 人] 상남자의 예술학개론



배우, 사진가, 화가, 시인, 가수, 조만간은 영화감독….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원래 경계가 없다고 말하는 상남자, 김영호.

Interviewee 김영호(배우)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이정재 역할로 대표되는 배우 김영호는,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로 데뷔했다. 언더그라운드 그룹의 보컬로 활동하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고 드라마, 영화, 사진, 미술, 음악 등을 섭렵하는 아티스트다. 최근에는 시집 <그대가 저 멀리 간 뒤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를 펴냈다.

Interviewer 찰리한(아티스트)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왕성한 호기심을 학문과 예술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하는 재미교포 아티스트다. 미국 메릴랜드미술대학 교수며, 현재 대구대학교 조형예술대학 교환교수로 국내체류 중이다.

요즘 방송이나 영화계 외의 곳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을 자주 보게 된다. 특히 미술계에서의 활동이 돋보이는데 조재현, 박상원, 김영호, 하정우, 구혜선, 나얼, 솔비 등이 미술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미 큰 틀에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이기에 사실 생경할 것도 없다. 배우 김영호의 활동영역은 더욱 확장되어 있다. 이미 사진전을 여러 차례 개최했고, 각종 아트페어에서 작품 전시를 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음반도 발표했다. 또 작년에는 시집을 출간했고, 앞으로는 영화제작 및 연출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배우 김영호.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이정재 역할을 통해 대중에게 야성적인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는 ‘상남자’ 김영호가 궁금했다. 예술가 김영호가 궁금했다는 게 맞다. 그러나 점심을 나누며 오고간 대화 후, 그가 ‘지극히 자유로운 인간 김영호’라고 주장하는 데 동감할 수 있게 되었다. 왜인지 들어 보자.

할 것이 너무 많은 세상 

앉자마자 화두는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아트페어였다. 작품의 시장성을 인정받아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갤러리들에서 섭외가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여행이나 일상 중에 짬짬이 촬영한 사진 작품들을 선보인단다. 몇년 전에 지인을 통해 들은 얘기가 기억나 물어봤다.

이번에는 사진작품만 출품하는 건가? 그림도 그린다고 들었는데….
“그림은 요즘 안한다. 늘 그림을 그리고 전시도 하곤 했었는데…. (잠시 생각) 너무 어렵다. 영화 <미인도>에서 김홍도 역할을 하며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세계가 매우 매력 있어서 한참 매진했었다. 그때는 즐겁게 했다. 그러다가 조금씩 그림을 알아 가면서 정말 어려운 일이라 느껴졌다. 어렵다. 진짜 어렵다. 물론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터프하고 강한 이 남자도 어려워하는 일이 있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 어렵다는 시집도 출간한 시인 아닌가. 그에 대해 물어봤다.

“시는 그냥 쓰는 거다. 말하듯이 쓰는 거다. SNS를 잘 하진 않지만 간간히 사진을 올리면서 글을 함께 올려 왔는데, 출판사가 제안을 해서 책으로 만든 것일 뿐이다. 그 글들은 그때그때 내가 있는 공간에서 쓴 것이다. 술자리에서, 혹은 커피 마시다가, 아님 여행지에서 그때의 감정을 그냥 담아 글로 쓴 것이다. 말하지 않고.”

감성이 부드럽거나 섬세한 건가?
“부드러운 거…, 잘 모르겠는데, 섬세하지는 않다. (웃음)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었다. 지인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대단히 재미있는 후배들이 있어서 매우 흥겨운 자리였는데 갑자기 서정적인 바닷가 광경이 떠올라 글을 섰다. 해변을 향해 끊임없이 오고가는 파도가 마치 우리 사회의 관계성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런 자리에서 이런 생각을 했으니 섬세하지 못한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웃음)”

배우가 미술작업도 하고 글도 쓴다 하니 매우 진지할 줄 알았다. 너무 쉽게 하는 거 아닌가?
“주변에 아티스트 친구들이 많다. 그들의 작업이 나에게 감동을 주었고 내 감성을 자극했다. 내가 받은 감동은 사람이니까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자기의 생각을 말로 하지 않았을 뿐, 그림으로, 사진으로, 글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눈에 들어오는 광경을 제한된 프레임 속에 (담아서) 나만의 관심을 (더해서) 담아낸 것이고, 붓으로 내 개인적인 생각을 시각화한 것이고 또 머릿속의 생각을 글로 쓴 것뿐이다. 그렇게 보면 모든 게 일상적인 것이고, 또 반대로 생각하면 어떤 것도 일상적인 게 없다. 따라서 구분이 없는 게 아닌가 한다.”

그림은 너무 어려운 것 같다고 했는데….
“사진작업에서 최소한 카메라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 것처럼 그림도 기본적인 기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어려워진 것이다. 그런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때에는 재밌게 했다. 나는 뭔가 하다가도 잘 안 되면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곤 한다. 할 게 너무 많은 세상이다. (웃음)”

인터뷰를 정리하며 글로 대화를 옮기다 보니 김영호의 말이 좀 단호하게 들리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속적으로 받은 인상은, 왕성한 예술활동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이었다.

“내 글을 SNS에 올릴 때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가명을 쓴다. (웃음) 몇몇 지인들만 볼 수 있도록 하고…. 연기를 할 때 그 역할 속의 인물이 지닌 감정에 몰입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것인데, 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감정을 담는데 특히 가슴 아픈 사랑에 관한 것이면 실제로 아픈 것 같다. 이런 아픈 글을 감정을 담아 쓰니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생각도 드는 것이다.”

이 터프한 남자가 부끄러움을 탄다. 하지만 그것을 덮는 기운이 있는데, 김영호가 가진 자유로움이다.

“그렇기도 하지만, 나의 시나 글은 읽혀지려고 쓰는 게 아니다. 나를 위해 쓰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니까 하는 거다. 자위하는 거다.”

여러 가지가 아니라 하나다

연예인들의 미술계 진입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작품의 질이나 완성도보다는 대중의 인지도를 업고 미술시장으로 무임승차하는 것 아니냐고도 하고 기존 연예활동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탈색하거나 채색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도 한다. ‘하던 연기나 더 잘해라, 부르던 노래나 더 잘해라’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당연히 있다. 그보다 더한 비난도 하는 수많은 익명의 키보드워리어가 있지 않은가. 김영호에게 이런 비난도 있음을 말했다. 언짢게 들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완곡하게 ‘전달’했다.

“(잠시 생각)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우리 사회가 뭔가를 분류하길 원하는 것 같다. 늘 나눈다. 사회에서 가르는 분류법에 속하지 않으니까 그러는 것 같다. 같은 방식으로 말해서, 내 분류법에 의하면 사진과 미술, 연기, 노래, 글은 여러 가지가 아니라 이 모두가 하나다.”

‘모두가 하나’라고 했다. 그는 구분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예술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그냥 사는 거다. 삶이다.”

요즘 인기 있는 방송 프로그램인 <TV특강>에 김영호가 출연하여 강연한 적이 있다. 방송 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기도 한 이 강연에서도 그는 “왜 한 가지만 해야 하는가? 여러 가지를 경험해 봐야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아닌가? 이것저것 다 해보라”고 했었다. ‘한 우물만 파라’는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가치가 우리 사회에 있다. 동시에 멀티태스킹을 능력이라 하며 ‘총체적 인간’이 되라는 말도 한다. 게다가 ‘팔방미인’이라는 단어도 좋은 의미로 우리 문화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헷갈린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하는지…. 김영호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 우물을 파는 미덕은 옛날의 가치이기 때문에 현재를 살고 있는 나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 예전의 가치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시대는 변하면서 흘러가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기자생활을 했던 김훈 선생님이 평생 취재만 했다면 소설 <남한산성>과 같은 명저가 나왔겠나. 그리고 다빈치가 그림만 그리지 않고 하늘을 나는 기계와 기술을 연구했기 때문에 나중에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만드는 데 초석이 된 것이다. 하나의 삶 속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해야 한다.”

어느 사회가 획일화를 요구할 때 그것이 개인의 자유를 조금이라도 앗아간다면 좋은 가치가 아니다. 게다가 그런 요구가 모순된 것이라면 앞장서서 반대해도 좋다. ‘전문성’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매우 필요하고 사회의 발전과 진보를 가져오는 데 일조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전문가들은 이미 그들이 경험하고 해본 일에 대해 전문가인 것이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것이나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 따라서 전문성은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것일 수밖에. 지금 내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늘 탐구하고 시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크게 동감하는 부분이 있다. 김영호의 ‘경험론’. 그리고 부러울 만큼 자유로워 보인다. 최근 <위대한 탄생>에 참가했던 딸(김별)에게도 그런 자유로움을 격려하는가?
“당연하다. <위대한 탄생>에 참여하려고 하길래, 하고 싶으면 하라고 했다. 딸이 많이 경험하고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제 했던 생각이 오늘 바뀔 수 있고 내일 또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해 준다. 어떤 틀 속에서 갈등하기보다는 자유롭기를 원해서다. 다만 아플 때(도움이 필요할 때)는 꼭 말하라고 한다. 지난번에 <라디오스타>에서 한 말처럼 ‘남이 도움을 청하지 않았을 때 도와주는 것은 간섭’일 수 있으니 꼭 얘기하라고…”

여행은 타인의 삶을 경험하는 것

김영호를 인터뷰하기로 했을 때 가수 임재범, 작곡가 하광훈 등과 함께 <바람에 실려>라는 방송프로그램으로 미국 일대를 여행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떠나가는 여정을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한 이 방송의 제목과 김영호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김영호를 더욱 알아가면서 확신까지 들었다. 이 사람은 여행을 무지 좋아하는 사람임에 틀림없겠다라고.

(대뜸) 여행 좋아하나?
“여행 완전 좋아한다.”

김영호에게 여행은 뭔가?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하는 것이 여행인 것 같다.”

조금만 더 설명해 달라.
“대학 때 철학서적에 빠졌었다. 1년 반 정도 동서양의 온갖 철학책들을 읽었는데 그러던 중 우연히 <소설 김삿갓>이라는 책을 만났다. 당시에는 고고하게 사회과학류의 책만 읽었고, 소설은 책이 아니라 할 정도로 교만했었던 것 같다. (웃음) 그냥 한번 읽어 보자는 식으로 책을 폈는데 김삿갓의 행동과 삶에 감동이 있었다. 평생 걸어다닌 김삿갓처럼 혼자 여행을 계획한 것이 청주에서 공주까지 걷는 것이었다. 수없이 차로 다녔던 거리라 금방 갈 줄 알았는데 2박3일이 걸렸고 그 여정은 이전에 차로 이동했던 여정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지나는 길에서 들른 마을, 만난 사람 등등. 여행은 보는 게 아니라 피부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된 것 같다.”

요즘도 그렇게 도보여행을 하나?
“다른 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여행은 이제 쉽지 않아서 가까운 외국으로 간다. 어디든 가면 호텔을 정해서 그 호텔 주변 동네를 돌아다닌다. 반바지와 슬리퍼를 끌고. 동네형처럼. (웃음) 그곳 사람처럼 그곳을 대하고자 하는 것인데 간혹 한국분을 만나면 ‘여기 사세요?’라고 할 정도다.”

요즘은 세계 어딜 가도 한국 사람들이 있다. 대중의 시선에서 피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텐데….
“그래서 지난번 여행때는 해변의 풀빌라를 빌려 방에서 며칠 지냈다. 혼자서.”

워낙 자유롭길 원하니까 심심하진 않겠다.
“와인 한 병. 노트와 펜. 그것만 있으면 딱 좋다. 원래 술을 안해서 와인 한 병 정도면 3일은 마신다. (웃음) 그렇게 편하게 입거나 벗고 생각도 하고 글도 쓴다. 정말 멋진 여행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

대중에게 배우 김영호는 터프하고 남성미 넘치는 인상으로 남아있다. <바람에 실려> 방송 중에 가수 임재범과의 갈등관계가 잠시 비쳐졌는데, 그때 시청자들이 느낀 긴장감은 그의 그런 이미지에 대한 방증이다. 인터뷰 내내 김영호는 여전히 야성적이고 남자다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느낌은 그가 가진 관대한 자유의 깊이와 진솔한 감성의 폭이 여과 없이 세상과 맞닿아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대중들은 내가 복잡하고 심각한 줄 안다. 보는 이들이 복잡하니 나도 그러리라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아픈 것에는 신경이 쓰이고 아프지 않은 것은 그냥 지나친다.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을 복잡하게 하면 고민이 되고, 생각을 단순하게 하면 계획이 된다. 김영호의 삶에는 늘 계획이 있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  아티스트 찰리한   사진  Travie photographer 지성진

샤브향 파주 문산점
심심할 틈이 없는 김영호씨가 멀리 파주까지 간 이유는 지난달 인터뷰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연기자 이광기씨가 운영하는 샤브샤브전문점 샤프향이 그곳에 있기 때문. 일반적인 샤브샤브뿐 아니라 라이스페이퍼에 한국식 삼겹살과 야채를 싸서 특제 소스에 찍어먹는 월남쌈 구이 & 샤브로도 유명하다. 쇠고기, 훈제오리, 해물 등 재료가 다양하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샐러드바도 운영한다. 그리고 바쁠 때는 서빙을 마다하지 않는 이광기씨 부부의 친절함은 보너스라 근교 나들이의 외식 코스로 추천할만 하다. 주소 경기 파주시 문산읍 당동리 888-1번지 2층  문의 031-95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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