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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철철 목포는 맛있다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4.03.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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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의 오미五味로 꼽히는 낙지, 홍어, 갈치, 민어, 꽃게는 성질과 맛이 다른 식재료다. 하지만 전라도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그 맛을 아우르는 하나의 표현을 가지고 있다. 바로 ‘개미’다. 
*개미란 ‘씹을수록 고소한 맛’, ‘야릇하고 곰삭은 맛’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다. ‘게미’ 혹은  ‘계미’라고도 한다.
 
한옥게스트하우스 ‘목포 1935’의 본관인 춘화당의 처마 끝과 살롱 ‘봄’의 현관

일제도 탐낸 개미 

목포가 명실상부, 대한민국 맛의 집산지라고 불리게 된 명성의 이면에는 쓰린 역사가 있다. 1897년 자주 개항 이후 목포는 흑산도, 신안군 등 인근 도서에서 나온 신선한 해산물과 내륙의 온갖 식재료들이 집결했다가 빠져나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일제는 목포를 식량수탈정책의 근거지로 삼았다. 바다뿐이 아니다. 목포는 대한민국 1번 국도의 출발지기도 한데 일제시대에 정비된 도로다. 목포에서 출발해 서울을 거쳐 신의주까지 가장 빠른 길을 만든 이유는 징발된 쌀을 운송하기 위해서였다. 국도 2호선 역시 같은 이유로 목포에서 출발해 부산에서 끝난다. 목포문화원 앞에 가면  국도 1, 2호선 개통을 기념하는 비가 서 있다.  

일제의 식민지배 흔적은 목포에 남은 근대건축물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당시 조선인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했던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은 이제 목포근대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임산부 관람을 경고할 만큼 잔혹한 실상을 담은 사진들도 있고 그 옛날 목포항의 소담한 모습을 담은 귀한 자료들도 있다. 쌀과 면화 수탈의 중심에 있었던 일본영사관은 1900년 12월에 완공한 것으로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이후 목포부청사, 목포시청, 시립도서관 등으로 사용되다가 1990년부터 목포문화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사 중이어서 내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붉은 벽돌로 만든 르네상스 건물의 외관은 우아했다. 

이 밖에도 호남은행 목포지점, 정명여학교 선교사 사택, 목포 양동교회 등 근대건축물들이 모두 유달산 아래, 목포 구도심에 위치해 있다. 그중에서 일반에게 잘 공개되지 않는 곳이 1930년대 호남 최대 규모의 일본식 정원을 품고 있는 이훈동 정원이다. 조선내화(주) 창업자이자 전남일보 발행인인 성옥 이훈동 선생은 추사의 글씨부터 운보 김기창, 남농 허건의 병풍 등 귀한 그림과 도자기를 수집했는데 88세(미수)를 기념해 성옥기념관을 건립하고 수집품들을 공개했다. 이 작품들만으로도 눈 호강인데 운 좋게 이훈동 정원까지 관람했다. 나무와 벽돌로 지은 일본식 가옥을 둘러싼 입구 정원, 안뜰 정원, 임천장원, 후원만으로도 규모가 굉장한데 지그재그 계단을 통해 언덕으로 올라가면 목포 구시가지가 한눈에 보이는 잔디마당까지 펼쳐진다. 

이훈동 정원에 대한 부러움을 씻어 준 것은 유달산이었다. 높이 228m의 나지막한 유달산은 거석 노적봉을 포함한 기암과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연 목포의 랜드마크이자 자부심인 이곳은 누구나 공짜로 들어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이순신 장군 동상 옆에 서서 목포 구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으니 아름다운 고장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선조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 긴 코스가 아니므로 슬렁슬렁 정상까지 올라가면 시야가 터지고 가슴도 열린다. 도시와 항구의 불빛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다도해의 실루엣에 걸친 목포대교의 야경이 걸린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목포는 항구가 맞다. 참 정겨운 미항이다. 
 
유달산에 우뚝 서서 목포를 내려다보는 이순신 장군 동상
목포종합수산시장은 홍어전문시장으로 특화되어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생선도 취급한다
 
▶travie info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목포에 꼭 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만든 책이다. <KBS 스페셜>, <역사 스페셜>, <다큐멘터리 3일>, <차마고도> 등 굵직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세 명의 선후배 PD가 작당하여 쓴 이 책은 기존의 미식여행기, 맛집 안내서와는 다른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 목포 여행에서 찾아간 맛집들은 이 책에 실린 곳들 위주였고, 이 책을 읽었기에 목포미각여행은 더 맛있을 수 있었다. 
손현철, 홍경수, 서용하 지음 | 부·키 | 1만4,000원 
 
낙지를 나무젓가락에 둘둘 말아 석쇠에 구워내는 낙지호롱이
기절시킨 낙지를 칼로 ‘탕탕탕’ 다져서 내오는 낙지 탕탕이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연포탕
 <1박2일>에 나와서 더욱 유명해진 신안뻘낙지식당

목포의 오미를 찾아서 
 
목포의 역사가 그러하듯 남도의 개미는 파내고 또 파내도 끝이 없는 깊은 맛이다. 그야말로 개펄 같다. 오죽하면 남도의 풍류마저 밥상에서 나온다고 하겠나. ‘가을 전어회를 못 먹으면 한 겨우내 가슴 시리다’, ‘겨울 숭어 앉았다가 나간 자리 뻘만 훔쳐 먹어도 달다’는 남도식 식생활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목포 낙지의 힘 

낙지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해산물이다. 쓰러진 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대표적인 스태미너 식품이자 날로 먹어도, 볶아 먹어도, 탕으로 끊여 먹어도 다 맛있다. 보통 발이 가늘고 작은 세발낙지를 최고로 치지만 사실 낙지는 몸집이 커도, 작아도 다 맛있다. 낙지의 식감은 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데 신안군의 옥도 개펄에서 난 뻘낙지를 최고로 친다. 목포세발낙지로 알려진 어린 낙지들은 대부분 신안군에서 잡아 온 것이다. 신안군에서는 연간 30만접(1접 20마리)을 잡는데, 지난해에는 생산량이 크게 줄어 어민들의 고민이 컸다. 목포와 부안 등지에서 이뤄지는 통발어선의 남획이 원인이기도 했단다. 목포는 항구라서 개펄이 없다. 

서울에서 비싼 돈을 주고도 냉동낙지만 먹어 온 입에게 목포 낙지 식감은 생소하기까지 했다. 야들야들하면서 물컹물컹한 것이, 그동안 알던 쫄깃한 낙지가 아니었다. 낙지를 소금물에 넣어 기절시킨 뒤 칼로 탕탕탕 다져 나온다고 해서 ‘탕탕이’라고 불리는 산낙지는 단연 낙지요리의 하이라이트. <1박2일> 프로그램에서 본 탕탕이와 좀 다르다 했더니 계란 노른자가 빠지고 참기름과 깨소금만 듬뿍 뿌려져 나왔다. 날계란은 촬영을 위한 연출이었다는 것이 ‘신안뻘낙지식당’ 아주머니의 설명. 씹었는가 하면 미끄러지듯 넘어가 애간장을 녹이는 그런 맛이다. 남도 음식은 참기름을 과하게 사용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산낙지에서 참기름은 맛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어쨌든 탕탕이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참기름 냄새만 남았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석쇠에 구운 낙지호롱은 구운 티도 안 나게 매끈하고 매운 양념이지만 고소함을 놓치지 않는다. 연포탕의 시원한 국물은 해장에도 좋지만 안주로도 최고다. 그리하여 낙지는 술을 부르고, 술은 다시 낙지를 부른다. 
신안뻘낙지식당 | 주소 전남 목포시 호남동 409  문의 061-243-8181 
 
 
1 목포에서 민어로 가장 유명한 영란횟집 2 냉동실에서 숙성 중인 민어
하루 정도 숙성시켜서 나오는 선어회의 대명사 민어회
특제 소스에 찍어 쌈을 싸 먹어도 좋다
 뼈다짐, 민어껍질, 부레 등의 민어 부속물도 별미다
 
귀족의 입맛 민어

제철은 아니지만 민어를 빼놓을 수는 없었다. 1969년부터 민어회를 팔았다는 목포 영란횟집의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제철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가을 전어만큼이나 유명한 여름 민어이기에 한여름에는, 특히 복 즈음에는 줄을 서다 못해 번호표를 받았다가 되돌아와야 할 정도로 손님이 몰리는 곳이다. 게다가 예약을 받지 않는다. 인근에 몇 개의 횟집이 몰려 있어서 민어의 거리가 형성되어 있지만 영란횟집의 인기를 넘볼 수는 없다. 

바다 깊은 곳에 사는 민어는 잡히면 금방 죽어 버리기 때문에 활어회로 먹기는 힘들고 대신 하루 이틀 숙성시킨 선어회로 먹게 된다. 영란횟집 냉장고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민어는 생각보다 크기가 큰 생선이었다. 조기의 사촌쯤 된다고 하지만 몸집에서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큰 것은 1m가 넘기도 한다고. 두 생선의 공통점은 산란기나 교미기에 개구리처럼 합창을 하며 울어댄다는 점이란다. 물고기가 운다는 것도 몰랐던 사실이다. 

민어가 처음은 아니었다. 언젠가 누가 귀한 생선이라며 서울까지 공수해 와 잔치를 벌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리가 불편해서인지 그리 큰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24시간 일정한 온도에서 숙성시켜야 하는 민어는 장거리 이동에서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본고장에서 만난 잘 숙성된 민어회는 조직이 적당히 느슨해져 마치 입 속의 혀처럼 부드러웠다. 선어회의 매력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뼈까지 부드러워지는 것인지 칼로 다져서 ‘민어 뼈다짐’으로 내놓기도 한다. 민어 껍질도 보들보들하니 먹을 만한데, 지역 사람들이 최고로 친다는 민어의 부위는 의외로 부레다. 질기고 기름져서 처음엔 넘기기가 부담스러웠지만 단맛이 강한 영란횟집만의 특제 소스를 곁들이니 색다른 별미가 된다. 사실 이 민어도 목포가 아니라 신안군에서 잡히는 어종이지만 지금은 목포의 대표적인 음식이 됐다. 잘 먹는 내공이란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민어는 회뿐 아니라 달임으로도 즐겨 먹는데 보신탕을 능가하는 여름 복날 보양음식으로 유명하다. 
영란횟집 | 주소 전남 목포시 중앙동1가 1  문의 061-243-7311 민어회/ 민어무침/ 민어전 각 4만5,000원 
 
목포종합수산시장은 홍어전문으로 특화되어 있다
홍어를 취급하는 식당이 흔한 목포에서도 흑산도 홍어의 가격은 만만치가 않다
홍어 안주에 조촐하게 술잔을 기울이기 좋은 덕인집

●흥하는 생선 홍어

숙성시켜 부드러워지는 민어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생선이 홍어다. 이 생선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독해진다. 하지만 홍어 중독자들에게 이 냄새는 향기롭기만 하다. 홍어 중에 최고로 치는 흑산도 홍어는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조차 쉽지 않지만 목포에서는 그렇게까지 귀한 몸은 아니다. 다만 비쌀 뿐. 

그 몸값을 조금이라도 내려서 홍어를 구입하려면 목포종합수산시장에 가면 된다. 이름이 종합수산시장이긴 하지만 이 시장의 주종목은 홍어다. 이 집 저 집 주문이 들어온 홍어를 썰어 포장하느라 손길들이 바쁘다. 맛으로는 칠레산 홍어도 만족도가 꽤 높은데, 요즘은 아르헨티나산 홍어가 칠레를 밀어내고 인기가 오르는 추세란다. 칠레산 홍어와 흑산도 홍어의 가격 차이는 분명하다. 국산 홍어는 1kg 작은 포장이 10만원 정도인데, 칠레산은 4만원, 3kg 큰 포장의 경우에도 국내산은 30만원, 칠레산은 12만원이라니 국내산이 배 이상 비싸다. 재미있는 것은 정작 홍어가 많이 나는 두 산지에서는 삭힌 홍어를 먹지 않는다는 점. 암모니아 냄새 풀풀 나는 홍어를 먹기 시작한 이들은 흑산도 옆 영산도 출신의 난민들이었다. 고려 말 조선 초, 왜구를 피해 섬을 떠나야 했던 그들이 나주에 정착한 뒤 고향의 향수를 달랬던 음식이 바로 잘 상하지 않는 생선, 홍어였다. 당시에는 지금의 목포가 나주에 속했었다고. 

한 상에 수십만원씩 하는 홍어정식 상차림들도 있지만 홍어는 귀족의 음식이 아니니 소박하게 즐겨도 그만이다. 술꾼들에게 만만한 곳은 ‘덕인집’처럼 막걸리 기울이는 정겨운 주점이다. 홍어삼합의 수준은 홍어의 출신지뿐 아니라 묵은지와 삶은 돼지고기의 품질에서도 판가름이 난다는데 덕인집 안주인의 안목과 솜씨가 인정을 받았다. 영업 준비가 한창인 오전 시간에 잠시 들렀더니 주방에는 잘 삭힌 홍어와 아침에 사 왔다는 커다란 게가 짝을 이루고 있다. 새벽잠 설친 부지런함의 쾌거이리라. 
목포종합수산시장 | 주소 전남 목포시 동명동  문의 061-245-5096  
덕인집 | 주소 전남 목포시 무안동 4-5  문의 061-242-3767 
 
 깨끗하게 발라 놓은 게살에 참기름과 양념장을 더한 꽃게살비빔밥은 목포 장터식당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메뉴다 
 
●배 터지게 꽃게살 먹는 날

게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장터식당’의 게살비빕밥은 목포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다. 이미 발라져 나온 꽃게 살에 고춧가루 양념을 섞어서 밥을 비벼 먹는 것. 게살 바르기가 귀찮아서 게를 멀리하는 사람들에게는 평생 처음 맛보는 게살의 진수성찬이 아닐 수 없다. 참기름 맛이 강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밥 한 공기 뚝딱 비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주방을 흘깃거리니 김옥순 사장님이 플라스틱 통에 한가득 발라 놓은 게살을 보여 준다. 살을 발라내는 이 집만의 비결이 있다는데, 섣불리 가르쳐 줄 눈치가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깨알 같은 수작업이 아니겠는가. 

게살비빕밥은 목포 장터식당에서 개발한 메뉴라서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지만(너무 유명해서 게장을 제치고 목포 오미에 등극했다) 호불호가 나뉘는 메뉴이기도 하다. 게살 특유의 먹는 재미가 없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고, 참기름 맛이 강해서 빨리 질려 버린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 느낌이 들 것 같다면 꽃게무침을 선택하면 된다. 껍질이 부드러워 일반 게장보다 한결 먹기가 쉽다. 
장터식당 | 주소 목포시 중동 1가 1-17  문의 061-244-8880 첫째·셋째 주 일요일 정기휴일 
 
 
선주가 직접 운영하기에 재료가 특히 신선하다는 맛길식당의 조기 매운탕 
수협 위판장의 상인들이 아침식사를 위해 주로 찾는다는 맛길식당. 맛길식당 사장님의 추천 메뉴는 한 토막만으로도 배가 부르다는 갈치정식이다
 
●맛의 길 갈치의 길 

수협 위판장에서 새벽 경매를 마친 상인들이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주로 찾는다는 위판장 앞 ‘맛길식당’을 찾아갔다. 조기매운탕이 좋다는 소문을 들었으니 고민도 하지 않았다. 칼칼한 국물에 고소한 풀치(갈치 치어), 직접 담근 송어젓 등 바닷가에서만 만날 수 있는 밑반찬들까지, 꽤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다. 그 만족감에 파문을 일으킨 것은 맛길식당 사장님의 한 말씀이었다. “우리는 원래 갈치가 유명한데 왜 조기매운탕이 떴는지 도통 모르겠어.” 

맛길식당의 갈치구이정식에는 갈비살 부럽지 않게 통실한 갈치 한 토막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선주이기도 해서, 맛길식당의 생선은 위판장의 상급과 맞먹는다. “예전에는 배가 한번 나가면 돌아올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생선이 상하기도 했었지. 지금은 잡는 족족 가까운 항에 내려서 출하하기 때문에 엄청 신선해.” 

목포의 갈치를 먹갈치, 제주 갈치를 은갈치라고 부르는데, 사실 낚시를 사용하는 제주와 달리 목포에서는 그물로 잡아 갈치 비늘의 은분이 떨어져 나갔을 뿐 결국은 같은 갈치일 뿐이란다. 목포의 갈치는 원래 서민들의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그 값이 올라서 귀한 메뉴가 되어 버렸다. 가격에도 비늘이 있어서 벗겨낼 수 있다면 좋겠다. 
맛길식당 | 주소 전남 목포시 해안동 1가 8  문의 061-242-5161   
 
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전라남도청 www.jeonnam.go.kr
 

★목포의 Oh! 美 이야기
 
목포 여행기에서 맛만을 추려내는 일은 어렵고도 야박한 결단이었다. 성찬과 성찬 사이에 조우한 조졸한 밥상에서 더 큰 감동을 받기도 했고, 오래 앉아 와인을 나누고 싶은 카페도 있었으며, 콩국수에 환장하는 선배가 간절히 생각났던 콩물집 등, 목포의 재미는 구석구석 어디에나 있었다. 
 
 
유난스런 콩물이야기 유달콩물 
여름에 주로 찾게 되는 콩물이지만 목포에는 일년 내내 콩물을 판매하는 집이 있다. 이름도 참 목포스러운 유달콩물집이다. 콩물이 상징하는 것은 서민이다. 출출할 때 설탕을 듬뿍 넣어 숟가락으로 떠먹는 콩물 한 대접은 얼마나 만만한 요기거리였겠는가. 수십 가마씩 필요한 콩자루를 모두 보관할 장소가 필요해서 주차장 공간에 지하를 파서 지하저장고를 만들었을 정도다. 이름이 콩물집이라고 해서 그것만 판매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매생이 떡국을 포함해 다양한 찌개메뉴가 있는데 반드시 금방 지어낸 뜨끈한 솥밥을 내놓는다. 한 끼 식사에 정성을 다하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콩물은 포장도 가능하고 타지로 주문 배송도 한다. 
주소 전남 목포시 호남로 58번길 23-1  문의 061-244-5234
 
아늑한 커피하우스 행복이 가득한 집 
근대건축문화유산과 오래된 가옥들, 교회와 학교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구도심에 위치한 유럽풍 별장 카페다. 사방에 가득찬 테이블과 의자는 어느 하나 동일한 디자인이 없고, 아무렇게나 놓아둔 것 같은 접시와 그릇들은 상품 진열이 인테리어로 승화되는 모범적인 답안 같다. 패브릭 소품들은 모두 화이트 일색. 고풍스런 주택에서 공주처럼 살고 싶은 여성들의 로망이 주제할 수 없이 솟구쳐 오른다. 10세 미만 아이들의 출입을 금하는 이유는 여러 차례의 파손사고에 대한 대처로 짐작된다. 이름이 ‘행복이 가득한 집’이지만 가격은 그리 행복하지 않다. 릴리 원두를 사용하는 기본 아메리카노가 6,000원이 훌쩍 넘고 냉홍차는 1만원에 육박한다. 
주소 전남 목포시 중앙동1가 3-1  문의 061-247-5887  영업시간 오전 11시~밤 10시
 

보리밥 골목의 어머니 장산식당
사실 식사를 할 계획이 없었다.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러나 장산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나도 모르게 앉을 테이블을 고르고 있었다. 음식 남기는 것이 아까워 둘이서 보리밥정식 하나를 시킨 것은 얕은 생각이었다. 장산식당 아주머니에게 둘이서 한 그릇이란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 동그란 쟁반에는 고스란히 2명이 먹고도 남을 분량의 반찬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우리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바로 불에 올렸던 오징어 숙회의 감동을 어찌 말로 할까. 대낮부터 막걸리를 곁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도 밥값은 단돈 5,000원. 항동시장 안 보리밥 골목에는 영암식당, 도초식당 등 비슷한 분위기의 식당 대여섯 개가 모여 있는데 이 인심이 공통점이란다. 행복한 밥상이었다. 물론 식대는 2인분으로 치뤘다. 
주소 만호동 1-4  문의 061-244-6179  가격 보리밥 5,000원
 
목포의 화양연화 목포1935
1935년은 목포가 가장 흥했던 시기이자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발표된 해다. 그리고 목포1935는 그 시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목포 구시가지의 한옥게스트하우스다. 무대감독 출신의 안치윤씨는 1929년에 지어진 경기도식 한옥인 춘화당과 1951년에 지어진 앞 건물, 1975년에 만들어진 뒤채 한옥을 함께 구입해 8개의 방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2012년 오픈했다. 보와 서까래를 그대로 살렸지만 푹신한 침대를 포함해 고풍스러운 가구와 소품으로 실내를 채웠고, 별채의 도미토리에는 넉넉한 샤워시설,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주방까지 마련했다. 목포1935는 객실뿐 아니라 살롱 ‘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토요일마다 무료 상설 공연을 연다. 
주소 전남 목포 죽동 49-3  문의 061-243-1935 http://cafe.daum.net/mokpo1935  
가격 토미토리 1인당 2만5,000원, 춘화당 한옥 2인실 15만원, 3인실 1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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