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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RARIES IN SEOUL 책 그 너머를 여행하다②도서관 자연을 품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3.11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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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자연을 품다
 
참 작은 도서관들이다. 그러나 무시하지 마시라. 숲과 공원에 단출하게 자리한 이 도서관들은 공간적 개념을 확장해 주변의 자연을 품어낸다. 작지만 ‘큰’ 도서관으로의 산책. 
 
산장이나 대피소쯤으로 여길 법한 소박한 모습의 관악산숲속작은도서관
 
▶관악산숲속작은도서관
여기가 산장이야? 도서관이야?

서울대학교 정문 옆으로 난 산길을 걷는다. 색색의 등산복을 갖춰 입은 이들만 길을 오갈 뿐이어서, 이 산길 어딘가에 도서관이 있으리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15분쯤 걸었을까. 관악산 제1광장 오른편으로 작은 나무집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숲속작은도서관’이라는 간판이 없었다면, 여느 산자락의 산장이나 대피소쯤으로 여기고 지나칠 뻔했을 정도로 소박하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2008년 10월 관악구에서 버려진 녹지관리초소를 개조해 만든 것이란다. 너비도 앞뜰을 포함해야 겨우 80m2 정도다. 하지만 그래서 아름답다. 나무데크로 짜 만든 앞뜰, 그 앞을 흘러가는 작은 개울, 등산로와 도서관을 연결하는 나무다리 등은 주위를 둘러싼 숲과 어우러지면서 그윽한 풍경을 엮어낸다. 안으로 들어서니 한 10m2 정도의 온돌방이다. 사방으로 뚫린 창으로는 관악산의 우거진 숲이 액자처럼 걸린다. 소장하고 있는 도서는 약 3,000권, 주로 아이들을 위한 책이나 환경·생태와 관련된 책들이다. 

‘관악산 숲 가꾸미’라는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다양한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진행한다. 솔방울, 씨앗 등 숲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여러 공예품을 만들기도 하고, 따뜻한 계절엔 앞뜰에서 동화를 읽어 주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찾아오기에 딱 좋은 곳이다. 추운 겨울에는 잠시 도서관이 쉰다니 아쉬울 뿐. 

이용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휴관일 매주 화요일(3월20일~11월30일까지 운영)
주소 관악구 대학동 산50-2 관악산 제1광장 부근  문의 070-4118-6154
 
서울숲의 숲속작은 도서관은 좁은 공간이지만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숲속작은도서관(서울숲) 
서울숲 전체가 모두 도서관!
 
숲속작은도서관은 꽤 작았다. 일부러 알고 찾아가지 않는다면 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다.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것 같은 벽지와 천장 인테리어는 인상적이지만, 다른 숲속도서관들처럼 통유리로 꾸며져 있지 않고 천장도 낮은 편이어서 좁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공원과 숲 등 자연으로의 공간 확장은 서울숲의 숲속작은도서관이 가장 적극적이다. 이곳에서 책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도서관 안에서 보기와 회원으로 등록하고 대출하기는 물론, 신분증만 맡기면 서울숲을 거닐다가 맘에 드는 곳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빌린 책은 도서관이 문을 닫기 전까지 반납하면 된다. 

공원에서 책을 보고 싶은데 신분증이 없다면 ‘책수레’를 이용할 수 있다. 작은 책장이 담긴 책수레는 숲속작은도서관이 ‘작지만 가장 큰 도서관’을 꾸려나가는 독특한 도서 대여 방식이다. 책수레는 ‘무인 도서 대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사색의 길이라 불리는 메타세콰이어 길 초입에 놓이는데, 책을 보고 싶으면 대출 대장에 인적 사항을 기록하고 공원에서 자유롭게 읽은 후, 제자리에 가져다 놓거나 도서관 앞의 반납함에 넣으면 된다. 책수레라는 작은 아이디어를 통해 도서관의 공간을 35만 평방미터로 한껏 확장시키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이용시간 오전 10시30분~오후 5시30분, 동절기(12~2월)는 오후 5시까지
휴관일 매주 월요일, 책수레는 동절기(12~3월)에는 운영 중지
주소 성동구 뚝섬로 273(방문자센터)
문의 서울숲사랑모임 02-462-0296 www.seoulforest.or.kr
 
삼청공원숲속도서관은 친환경적인 나무를 사용해 도서관 내부에서도 숲 향기가 난다
삼청동의 여느 카페 못지않은 삼청공원숲속도서관
 
▶삼청공원숲속도서관  
숲과 공원을 끌어안은 북카페

그윽한 커피 향이 흘러나오는 카페를 비롯해 레스토랑, 갤러리, 공방, 박물관 등이 즐비하다. 언제 걸어도 좋을 삼청동 카페골목이다. 이 골목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어느새 인적이 드문드문해지고 숲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촉촉하면서도 진득하고, 싱그러우면서도 깊은 그 냄새. 삼청공원이 가까워 온 것이다. 

공원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삼청공원숲속도서관은 자리하고 있었다. 종로구청이 ‘작은도서관’ 사업의 일환으로 세운 13번째 도서관이다. 음료나 간단한 요깃거리를 팔던 매점을 철거하고, 2013년 10월5일 생태도서관을 콘셉트로 삼은 숲속도서관이 문을 연 것. 

건물의 생김새나 구조가 유다르다 싶었더니, ‘2012 젊은 건축가상’을 받은 이소진 건축가의 ‘작품’이었다. 숲속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친환경적인 나무를 사용해 도서관 안에서도 숲 향기가 나는 것만 같다. 온돌 구조로 공간을 내어 아이들이 자기 집 방에서 뒹굴면서 책을 보는 듯한 느낌도 살렸다. 심지어 창문턱을 넓게 만들어 창가에 앉아 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여기에도 온돌이 깔려 있다. 지하1층도 마찬가지. 건물의 위치상 지하라고는 하지만 역시 넓은 통유리 창이 있고, 나무데크로 된 테라스까지 갖춰져 있다. 도서관 한가운데의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핫초코, 유자차, 허브차 등의 음료와 간단한 빵을 판다. 가격도 2,000~3,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닥종이 공예, 헝겊인형 만들기, 복주머니 만들기 등 삼청동과 북촌의 인적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어린이 생태도서관을 지향하는 만큼, 다가오는 봄부터는 삼청공원의 자연 속에서 나무 타기, 풀과 벌레 관찰 등의 체험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용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일 매월 둘째·넷째 화요일 및 법정 공휴일(일요일 제외)
주소 종로구 북촌로 134-3  문의 02-734-3900
 
●mini interview
삼청공원숲속도서관 정정아 대표이사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도서관”

“과천에 살다가 북촌으로 이사 온 지 한 6년 됐어요. 한옥의 운치 있는 풍경과 공방, 박물관, 갤러리 등 풍성한 문화시설에 반했죠. 그런데 삭막하달까요, 주거지역이라기보다는 상업적인 공간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공동체 개념이 부족한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죠. 그래서 재동초등학교 학부형들을 중심으로 공감대를 형성했고, 2013년 6월 조합을 설립했어요. 북촌 지역에 따뜻한 공동체의식을 되살리기 위한 단체죠.”
숲속도서관의 운영은 걸음마 단계인 북촌인심협동조합의 첫 가시적인 성과물이다. 도서관은 북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이 함께 일하고 봉사하는 일터이기도 하다. 도서관 내 카페는 북촌의 한 카페 사장님이 준비과정을 꼼꼼히 도왔고, 여러 공방의 주인장들은 공예 프로그램을 진행해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다. 
 
글·사진  Travie writer 서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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