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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진도 해안누리길-길, 바다를 품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4.04.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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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KKING  SEASIDE
바다를 곁에 두고 길을 걸었다. 목적지는 경남 통영과 전남 진도였다. 막 겨울잠을 깬 바다가 몸을 뒤척이고 발갛게 수줍은 동백이 한창인, 걷는 즐거움이 각별했던 이른 봄의 산책.  
 
진도접도웰빙등산로의 마지막 지점
 
야생화 만발한 섬 속의 섬  
진도 접도웰빙등산로
 
진도의 남쪽 끝에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접도接島다. 본섬인 진도에 접해 있다 해서 접도라 부르는데 접섬, 접배도, 금갑도로도 불린다. 조선시대 유배지로 섬 속의 섬이었던 이곳이 요사이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은 ‘웰빙등산로’ 때문이다. 웰빙등산로는 해발 164m의 접도 최고봉 남망산에서 뻗은 줄기를 따라 숲과 해안을 잇는 길이다. 사실 산 오르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야트막한 높이에 산세도 도드라지지 않은 이곳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웰빙등산로의 참맛은 최고봉을 오르는 데 있지 않다. 병풍을 두른 듯 수려한 해안절벽과 기괴한 암석해안, 온갖 야생화와 난대수종이 어우러진 길은 다채롭다. ‘웰빙등산로’라 이름한 것도 바다의 음이온과 숲의 피톤치드가 더해져 좋은 공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오전 8시가 넘어 산행 시작 지점인 수품항에 도착했다. 산행코스는 크게 두 개다. 3.5km의 1코스가 수품항에서 시작된다. 좀더 힘든 2코스는 9km. 둘 다 걷는다면 대여섯 시간은 잡아야 한다. 임시주차장을 출발해 주능선을 오르는 데서 길을 나섰다. 소사나무 군락을 지나치며 숨 가쁘게 오르면 이내 등산코스 가운데 가장 높은 159m의 쥐바위에 다다른다. 360도를 휘둘러볼 수 있는 풍광이다. 날이 좋으면 해남의 달마산과 완도의 보길도까지 보인다는데, 박무 탓에 멀리까지 눈을 줄 수 없다. 쥐바위에서 남서쪽으로 향하는 숲길은 야생화가 지천이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춘란과 현호색, 노루귀 등이 낙엽 사이 고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접도웰빙등산로는 3분의 2가 숲길이다. 굴참나무, 때죽나무, 쇠물푸레나무 등 활엽수와 동백나무, 후박나무, 육박나무 같은 상록수 등 50여 종의 수목이 자생하고 계절마다 피는 야생화도 50여 종에 이른다. 수종에 따라 등산로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는 것 또한 이 길이 가진 묘미다. 이야기를 담은 기이한 나무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십이지十二支나무라 이름 붙인 구실잣밤나무는 희한하게도 12개의 가지가 뻗어 있다. 동백숲 속 뚝뚝 모가지를 떨군 동백 앞에 발길을 머물다가 능선 끝머리에서 눈이 시원해지는 곳을 만났다. 154m의 병풍바위다. 한숨 돌리는 동안 1km를 지나온 저 멀리 쥐바위봉을 바라보았다. 

길은 다시 ‘사랑의 숲’으로 이어졌다. 두 나무가 하나의 나무처럼 자라는 연리목 등이 자생하고 있어 그리 이름 붙여졌다. 암수가 한뿌리에서 자라는 연리근 느티나무, 팽나무와 이팝나무가 한몸처럼 자라는 연리목과, 수령 150년의 느티나무 두 그루는 딱 맞는 궁합으로 마주한 것이 영락없는 부부느티나무다. 

솔섬바위 입구의 너른 헬기장 터에서 걸음을 잠시 멈췄다. 배낭을 내리고 목을 축이는 사이 등산객들은 누운 소녀의 형상을 가진 아슬한 조망대 끝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길은 이제 바다로 이어진다. 이어지는 골짜기는 마치 태고의 숲처럼 원시적인 맛을 지니고 있다. 하늘은 보이지 않고 길은 음습하다. 유주가 달린 기이하고 신비로운 형상의 나무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포말이 부서지는 솔섬해안을 지나 작은여미로 이어지는 바위틈은 약 30m의 아찔한 철계단을 내려가는 스릴이 있다. 웅장한 벼랑과 천연동굴, 바닷물이 나고 드는 바위암석으로 덮인 작은여미는 산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새카맣게 잊을 만큼 완전히 새롭다. 

산행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숲은 키 큰 동백나무 숲길. 이 숲을 빠져나오면 여미해안이다. 약 4시간의 산행이 마무리되는 지점이다. 아쉬움을 달래 줄 엔딩 크레딧이라면 이곳에서 햇볕에 달궈진 모래해변을 맨발로 걸으며 발의 피로를 푸는 것. 접도웰빙등산로는 다름 아닌 경이롭고 아름다운 한 편의 영화였다.  
 
진도유스호스텔에서 바라본 일출
산행에는 활짝 핀 춘백이 길을 동행한다
노루귀. 접도는 또한 다양한 야생화의 천국이다

충무공의 넋을 기리며 걷는 길  
통영 수륙해안산책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탁월한 풍광,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예향, 각별한 음식으로 발길을 끌던 통영을 걸어서 대면하려던 오늘인데. 야속했다. 
통영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미륵도다. 미륵산 정상에서는 다도해의 풍광이 꿈처럼 펼쳐지고, 22km에 달하는 일주도로의 해안절경과 가슴 저미는 일몰의 달아공원까지. 모두가 미륵도에 있다. 수륙해안산책로 또한 미륵도의 동부해안에 자리한다. 도남동 충무마리나리조트에서 산양읍 영운리를 잇는 4.3km가 그 길이다. 이곳은 자전거 도로로 이미 유명해서 산책로에는 자전거도로도 함께 나 있다. 길 내내 기암괴석과 암초가 어우러진 바다가 동행하니 이 또한 흔치않은 혜택일 것이다.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산양읍 영운리 삼거리로 들어섰다. 비 내리는 희뿌연 바다 위로 갈매기가 끼룩거렸다. 표지판이 보인다. ‘삼칭이 해안로’. 삼칭이라는 이름은 일대에 있었던 조선시대 수군병영인 ‘삼천진’에서 유래된 것이다. 데크가 깔린 길을 걷다 살짝 돌아서면 바다 위 기이한 세 개의 바위가 눈에 띈다. 삼칭이 복바위다. 바위에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선녀 셋과 옥황상제의 근위병 세 명이 지상에 내려와 사랑을 나누자 성난 옥황상제는 벼락을 내려 그들을 돌로 만들었다는 이야기. 수륙해안산책로에는 북드럼바위, 돛단여, 장승여 등 사연을 지닌 바위들이 이처럼 저마다의 자리에서 여행객에게 말을 걸어 온다. 

삼칭이길은 종현산이라는 낮은 산 아래를 둘러 간다. 궂은 날씨를 탓하는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절벽 아래 핀 붉은 동백이었다. 유료등대낚시터를 지나고 먼 바다에 눈길을 주다 보면 어느새 공설해수욕장 앞이다. 해수욕장 인근은 수륙터 마을인데, 수륙터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 이후 바다에서 죽은 장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제를 지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많은 영혼이 잠들어 있는 이 바다의 동쪽에는 한산도가 자리한다. 

통영국제음악당과 요트가 정박한 충무마리나리조트가 시야에 들어올 무렵 짧은 산책은 마무리된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자취를 떠올린 길은 자연스레 한산도까지 이어졌다. 여객터미널에서 오후 3시 한산도로 떠나는 여객선에 올랐다. 20분이면 닿을 거리지만 여행객을 실은 배는 바다 길목 수려한 경관을 놓치지 않으려 비 내리는 바다 위를 40여 분 떠돌았다. 한산도는 충무공 이순신의 유적지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대첩을 이룬 후 이곳에 제승당을 짓고, 1593년부터 1597년까지 삼도수군의 본영으로 삼았다. 한산문과 대첩문을 지나 ‘한산섬 달 밝은 밤에’로 시작되는 그 유명한 시가 걸린 수루에 선다. 바다는 장군의 기개와 고뇌까지 담은 듯 잔잔했다. 
이날 저녁상에는 아직 살이 덜 오른 어린 도다리에 역시 어린 쑥을 넣은 도다리쑥국이 올랐다. 사르르 녹는 도다리 살에 향긋한 쑥 향기가 착 감겨 왔다. 통영, 그리고 봄이었다.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은 비가 내려도 운치가 있다
 
이충무공이 우국충절의 시를 읊었다는 제승당 내 수루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한국해양재단 koreamaritimefoundation.or.kr 

▶Travie info
해안누리길 
해안누리길은 주변 경관이 우수하고 역사와 문화자원이 풍부해 ‘걷기여행에 좋은 바닷길’ 가운데 2010년 해양수산부(당시 국토해양부)가 해양관광 진흥을 위해 선정한 길이다. 강화 호국돈대길, 부안 변산마실길, 신안 해넘이길, 부산 절영해안산책로, 제주 환해장성로 등 전국 36개 시・군・구에 52개(총 505km)가 지정돼 있다.  
 
통영 수륙해안산책로 
찾아가기 경남 통영시 도남동, 산양읍 영운리 일대 
코스 영운리삼거리→삼칭이 복바위→통영 등대낚시공원→통영 공설해수욕장→통영 윈드서핑협회→충무마리나리조트(4.3km)
 
진도 접도웰빙등산로 
찾아가기 전남 진도군 의신면 접도일원
코스 1 수품항→아기밴바위→아홉봉(3.5km)
코스 2 임시주차장→쥐바위→거북바위→병풍바위→부부느티나무→여미사거리→작은여미→솔섬해안→작은여미→말똥바위→여미사거리→해안누리마당(9km)  
 
FOOD
도다리쑥국

봄이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는 통영의 도다리쑥국을 맛본 곳은 ‘금호횟집’이다. 자연산 도다리에 주민들이 직접 캐온 쑥을 사용하는데 4월까지만 판매한다. 밑반찬도 정갈하다. 위치는 도남동 충무마리나리조트 내 요트클럽 1층, 가격은 1만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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