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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일본에서 온 두 남자 춤꾼처럼, 집시처럼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4.12.04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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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읽다 보면 문득
그 여행이 어땠는지 좀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남들보다 독특한 여행을 했다면 더욱 그렇다.
춤을 추며 여행하고 전 세계를 가족들과 함께 집시처럼 떠돌다
돌아왔다는 일본의 두 여행작가를 만났다.
 
지난 11월, 우사미 요시히로와 다카하시 아유무가 독자들과의 만남을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우사미 요시히로宇佐美吉啓·다카하시 아유무高橋
2001년, 오키나와 비치 록 빌리지에 작은 바Bar를 운영하던 다카하시 아유무. 바텐더로 일하던 어느 날 오키나와에 여행 온 우사(우사미 요시히로)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서로 뜻이 통했고 그때부터 우사는 아유무와 함께 오키나와 비치 록 빌리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두 사람 모두 데킬라 술을 좋아해 멕시코 데킬라 마을을 함께 여행하는 등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아유무는 4년간의 가족여행 이후 지난 7월 <패밀리 집시>라는 책으로 독자들에게 돌아왔고 우사는 작년 7월 출간한 <댄스 어스Dance Earth>를 통해 춤으로 여행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춤꾼의 세계 여행법
우사미 요시히로 

낙엽이 나부끼던 11월의 어느 날, 종로 인사동 찻집에 잠시 소란이 일었다. 일본 여행객들이 누군가를 향해 인사를 건네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작은 함성을 만들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현재 일본에서 핫한 아이돌 가수 그룹 에그자일Exile의 멤버 우사USA. 

춤이 없는 곳에는 민족도 없다고 확신하는 그는 춤을 추며 여행하는 가수이자 여행자이자 ‘춤꾼’이다. 몇년 전 어느 날, 에그자일 멤버들끼리 모여 앉아 각자의 꿈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그는 “춤을 추며 전 세계를 여행하고 싶다”고 말했다. 몇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누군가 “결국 놀러 가고 싶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지만 그는 가볍게 던진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춤을 사랑하고 춤으로 벌어 먹고 사는 그에게 오래된 ‘꿈’이었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그 꿈을 실천에 옮겼다. 2006년부터 약 2년간 쿠바, 미국의 애리조나, 브라질 사우바도르, 세네갈 등 지구를 무대 삼아 춤을 추며 여행을 시작했다. 목적지는 누군가로부터 추천을 받기도 했고 영화의 한 장면에 나왔던 곳을 찾아가기도 했으며 잡지를 통해 알게 된 곳들 중에서 고르고 골랐다. 

“뉴멕시코주의 중서부에서 애리조나주의 경계에 거주하는 아메리칸 인디언 주니Zuni족을 찾아가 함께 대지에서 춤을 추고 싶었습니다.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뜻을 전했지만 촬영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추장에게 편지를 보내고 직접 찾아가 설득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죠.”

그의 본명은 우사미 요시히로, 가수로 활동하며 사용하는 이름은 우사. 영문으로 ‘USA’다. 어렵게 찾아간 주니족 인디언 말 중에서 ‘우사’라는 단어는 ‘냄새난다’는 뜻. 그래서 자기 소개를 할 때마다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고. 첫인사가 강렬해서였을까, 그의 진실된 열정이 전해져서일까, 결국 그는 주니족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시간을 허락 받을 수 있었다. 

춤을 추며 살아온 지 20여 년. 일본에서는 이미 유명한 댄스 가수인 그에게도 어렵다 할 춤이 있었으니, 바로 세네갈의 전통 춤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춤이라 하는 것은 음악이 흘러나오면 댄서가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보통인데 세네갈의 춤은 그렇지 않았다. 댄서가 먼저 춤사위를 시작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에게 신호를 주며 음악을 지휘하는 방식이다. 세네갈의 춤은 댄서와 연주자들의 대화가 춤추는 과정 중에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에게 세네갈의 전통 춤은 오랜만에 만난 강력한 상대였다고. 

스스로에 대한 고민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언제까지나 춤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인생의 방향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찾았단다. 

“케냐에서 80세 할아버지 댄서를 만났습니다. 그분을 만나면서 고민은 완벽하게 해소되었죠. 각자 연령대에 맞는 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춤과 관련해 작사를 하거나 무대 공연을 만드는 등 다른 즐거움도 찾을 수 있다는 것도요.”

그래서 그는 춤과 관련된 또 다른 이색적인 일들을 꾸미고(?) 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맛있네요’ 등을 춤으로 표현해 의미를 전달하는 댄스 언어를 만들어 볼 예정이란다(실제로 인터뷰 자리에서 ‘재미있다’는 단어를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표현해 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스피커를 묻은 밭에서 춤을 추며 씨앗을 심어 완두콩, 고구마 등을 재배했고 그렇게 키운 채소에게 ‘춤추는 채소’라는 이름을 붙여 온라인에서 판매하기도 한다고. 신기하게도 스피커를 장착하기 전에는 너구리를 비롯한 산짐승들이 와서 농작물들을 해쳤는데 주기적으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키우자 더 이상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단다.
춤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마음과 마음을 잇는다고 믿는 우사다운 기막힌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평생 춤을 추며 살겠다는 못 말리는 춤꾼 우사미 요시히로. 아이돌 가수 그룹 에그자일 멤버이기도 하지만 춤추며 전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온 독특한 여행자다. 2006년부터 2년간 쿠바, 애리조나, 세네갈 등 세계의 길에서 만난 이들에게 춤으로 마음을 주고받았고 그 이야기는 <댄스 어스>에서 강렬한 비트가 느껴지는 사진과 글로 독자들에게 전한다. 
댄스 어스 | 에이지21 |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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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이 무어냐 묻는다면
다카하시 아유무 

자기 소개를 한마디로 정리한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행복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이미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인생의 지도>, <LOVE & FREE>의 저자, 오키나와 자급자족 마을 ‘비치 록 빌리지Beach Rock Village’의 주재자, 세계를 떠돌며 여행하는 방랑자 등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있는 다카하시 아유무다. 

지금까지 다녀온 국가, 도시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는 그는 지난 2008년 11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무기한 세계 일주를 떠났다가 4년 만에 돌아왔다. 아내 사야카와 결혼식 3일 후 신혼여행을 핑계로 2년 동안 세계 각국을 여행했던 그에게는 이번 가족여행 역시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힘들지 않았다고. 

“아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어요. 어느 날 아내가 거실에서 세계 일주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계기로 회사와 집을 정리했습니다. 마치 드라마 주인공처럼 말이죠. 출판사 일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반드시 회사에 출근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지라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고민은 아이들이었다. 당시 첫째 아들 우미(바다)는 여섯 살, 둘째 딸 소라(하늘)은 네 살로 학교에 들어갈 시기와 겹치는 것이 문제였던 것. 그는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싶었다. 가족회의 시간을 만들어 엄마와 아빠의 여행 계획을 말했고 학교에 가고 싶은지, 여행을 가고 싶은지를 물었다. 그렇게 결정된 가족여행으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주로 캠핑카 혹은 레지던스나 장기 임대주택에서 생활하면서 미국, 캐나다, 중남미,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수많은 국가와 도시를 떠돌았다. 목적지는 그때그때 정하고 바람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끌리는 대로 ‘집시’처럼 이동하면서 말이다. 지구를 학교 삼아 공부시키고 싶었다는 멋진 아빠.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교육하는 부모의 입장이었지만 두려운 것은 없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열심히 하라고 하지 않아요.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한 가지만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라고 말하죠. 지금 주변을 봐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우사를 봐도 그렇죠.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직업 안에서 무언가를 골라’가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라고 말합니다.”

그가 아이들과 함께 떠난 세계여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평화다. 다소 거창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는 여행을 하며 친구를 만드는 일이 언젠가는 사람과 사람의 따뜻한 체온으로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전쟁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는 내년 하와이에서 20~30개국의 아이들을 모아 단기 캠프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 세계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 전, 세계 각국의 또래들과 만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법으로 정했으면 하는 것이 있어요. 초등학교 졸업 후 일 년 동안은 세계 아이들이 다 함께 생활하는 거예요. 아이들은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사귀게 되겠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적어도 친구가 있는 나라를 공격하고 짓밟는 마이너스적인 생각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현재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몇 가지 일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느 날 문득 아내와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눈 공상과 같았던 이야기가 세계일주의 시작이 되었던 것처럼 그의 궁극적인 목표와 꿈이 현실로 모습을 드러내는 날을 기다려 보련다. 
 
글 손고은 기자  사진제공·취재협조 에이지21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짐을 꾸린 <패밀리 집시>의 저자 다카하시 아유무.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4년 동안 집시처럼 떠돌며 여행하고 돌아왔다. 책에서는 아내에 대한 사랑, 여행을 하면서도 두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아빠로서의 모습과 아이들과 함께여서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패밀리 집시 | 에이지21 |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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