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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부 기차여행①Deauville 도빌-파리지엥이 사랑하는 휴양도시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5.02.10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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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하고 쫀득한 속살을 맛보다
프랑스 서부 기차여행
 
파리Paris의 매력이 갓 구운 바게트의 바삭한 껍질 같다면 프랑스 서부도시들의 매력은 바게트의 촉촉하고 쫀득한 속살 같다. 기차를 타고 서쪽 해안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도빌Deauville·르아브르Le Havre·렌Rennes·낭트Nantes 그리고 보르도Bordeaux를 오물오물 음미했다.
 
동화처럼 아기자기한 도빌의 쇼핑거리. 노르망디 전통 양식 건물 안에 각종 명품매장과 부티크숍이 빼곡히 입점해 있다
 
파리에서 도빌로 향하는 기차 안, 여행자의 시선은 창밖에 머문다. 파스텔 물감을 푼 듯한 하늘에 뭉게뭉게 구름이 피어오른다. 그 아래로 초원 위에서 풀을 뜯는 젖소들, 한가로이 산책 중인 말, 작은 나무집들의 풍경이 흘러간다. 불과 1시간 전 보았던 바쁜 도시와 전혀 다른 프랑스의 모습.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뛴다. 나는 지금 프랑스의 서쪽 얼굴을 만나러 간다.

●Deauville 도빌
파리지엥이 사랑하는 휴양도시

또각또각, 참 빠르다. 파리 사람들의 걸음 속도 말이다. 유럽인들이 느긋하단 고정관념도 파리에선 예외다. 이렇게 바쁜 파리지엥들이 일상에 쉼표가 필요할 때 떠나는 곳이 있다. 파리에서 기차로 2시간이면 닿는 멋스런 해안도시, 도빌이다.

동화 같은 거리와 아름다운 해변, 고급 부티크 호텔과 카지노로 유명한 도빌은 10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계획 휴양도시다. 작은 어촌마을이었던 이곳이 도시로 개발될 때 교회보다 먼저 생긴 것이 경마장이었다고. 이후 파리를 연결하는 기찻길이 만들어지고 카지노, 호텔 등도 들어서면서 휴양지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관광도시답게 도빌의 라이프스타일은 프랑스의 다른 도시와 다르다. 상점, 레스토랑은 물론 로컬시장까지 주말 없이 일주일 내내 문을 연다. “도빌의 주민은 약 4,000명밖에 안 되지만 상점은 400개가 넘어요. 프랑스 각지에서 매년 여름성수기에 5만명, 연휴엔 2만명의 휴양객이 도빌을 찾아오기 때문이죠. 여기선 언제 어느 때나 마음껏 쇼핑을 즐길 수 있답니다.” 도빌관광안내사무소장인 나탈리Natalie Garcia가 특유의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이야기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랴. 그 유명하다는 도빌 쇼핑거리에 꼭 가봐야겠다고 나탈리를 보챘다. 호텔에서 10분쯤 걸으니 나탈리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 아기자기한 거리가 나타났다. “이 거리의 건물들은 모두 노르망디 전통 양식이에요. 각종 명품매장과 다양한 부티크숍들이 빼곡히 입점해 있죠. 이런 쇼핑거리는 오로지 도빌에서만 볼 수 있을 거예요.” 어릴 적 그림책에서 한 번은 봤을 것 같은 건물 속 명품매장이라니, 과연 그녀의 말대로 이런 쇼핑거리는 또 없을 것 같았다.

도빌은 옛부터 예술가들이 휴가를 보내러 몰려드는 곳이었다. 많은 화가, 시인, 작가들이 도빌의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냈다고.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도빌에 그녀의 첫 번째 부티크숍을 열기도 했다. 
영화도 도빌의 유명세에 큰 몫을 했다. 고전영화 <남과 여>가 도빌 해변에서 촬영됐고 <007 카지노로얄>은 도빌의 ‘카지노 바리에르Casino Barriere’를 무대로 삼았다. 도빌에선 1975년부터 매년 9월엔 아메리칸영화제를, 1999년부터 매년 3월엔 아시아영화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여러 편의 한국영화들이 이들 영화제를 통해 유럽에 알려졌다.
 
도빌의 랜드마크인 ‘노르망디바리에르호텔’ 외관과 객실 내부
떡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레쌍시엘의 대구 생선요리
 
아름다운 하룻밤과 감동적인 한 끼

자고로 ‘휴양’이라 하면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 명색이 고급 휴양도시인지라 좋은 호텔, 유명한 레스토랑이 한두 곳은 아닐 터. 그럼에도 도빌에 머문 하루 동안 나는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최고를 먹었구나, 최고에 묵었구나.’

도빌의 랜드마크인 노르망디바리에르호텔Hotel Normandy Barriere은 5성급 부티크호텔이다. 여기서 방점은 부티크에 찍힌다. 그동안 숱한 5성급 글로벌체인 호텔에 묵어 봤지만 이곳에서의 하룻밤은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다. 분명 최고급 호텔인데 노르망디의 어느 가정집에 묵는 듯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름다운 객실 그리고 1층 피아노 바에서 밤늦게까지 흐르던 재즈 피아니스트의 라이브 연주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도빌에서 절대 실패하지 않을 코스요리를 먹고 싶다면 레쌍시엘L’essentiel이 정답이다. 파리 꼬르동블루에서 요리를 공부한 김미라 셰프가 프랑스인 남편 샤를 튈렁 셰프와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주로 한국음식을 응용해 개발한 프랑스식 메뉴를 선보인다. 2008년 문을 연 뒤 도빌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내가 찾아간 날, 김미라 셰프는 주방에서 나와 살가운 인사를 건네며 메뉴를 하나하나 직접 설명해 주었다.

“레쌍시엘은 쌈장, 김, 만두, 김치, 잡채 등 다양한 한국음식을 프렌치 정통 레시피에 녹인 메뉴를 선보이고 있어요. 우리만의 개성 있는 요리를 한 덕분에 미슐랭가이드에도 채택되고 TV, 잡지 등에도 여러 번 소개되었어요. 신선한 제철 재료와 맛을 우선으로 하되 가능한 예술적으로 플레이팅을 하려고 노력해요.”

그날 나는 떡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대구 생선 요리를 맛보았다. 굴소스에 잘게 부순 김을 넣어 만들었다는 크림소스가 혀에 착착 감겼다. 자장소스를 응용해 만든 돼지고기 튀김요리와 땅콩과자를 올린 화이트초콜릿 디저트까지, ‘배가 터질 것 같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접시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은 감동적인 한 끼였다.

노르망디바리에르호텔
38 rue Jean Mermoz, 14804 Deauville
www.lucienbarriere.com 
레쌍시엘
29/31 rue Mirabeau, 14800 Deauville
www.lessentiel-deauville.com
3코스 점심식사 27유로
 
글·사진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rendezvousenfrance.com
프랑스대도시연합회Top French Cities, 레일유럽 www.raileurope.co.kr
에어프랑스 www.airfranc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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