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before’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이 개봉했고,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그 즈음이었던 것 같다. 파리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건.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st 이미화
영화를 찾아서 파리로
파리행을 결심하고 1년 뒤 나는 사표를 냈다. 영화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호기로운 각오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내 손에는 파리행 비행기표가 팔랑거리고 있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겐 단순히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영화 앞에서 나는 관객인 동시에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자 혹은 배우의 동행자가 되기도 했다.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다가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1920년대의 폴리도르 레스토랑에서 헤밍웨이와 식사를 하기도 하고, <비포 선셋Before Sunset>을 보면 기차역에서 헤어진 그 아침으로부터 9년이 흐른 어느 날의 제시<비포 선셋>의 남주인공처럼 ‘셰익스피어 & 컴퍼니’에 서서 책을 읽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파리에 갔다. 왜 그 수많은 영화 중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선택했냐고 물어 본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정말 끝내준다! 이런 도시는 어디에도 없어. 과거에도 없었어.
헤밍웨이가 그랬죠. ‘파리는 마음속의 축제다’라고.”
-<미드나잇 인 파리> 中 주인공 길의 대사
●찾았다, 그 서점!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주소로 빼곡한 A4용지를 들고, 가방 속엔 카메라를 품고 지도를 따라 걸었다. <비포 선셋>은 도시의 화려함보다는 파리의 일상을 배경으로 다룬 영화다 보니 촬영지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첫 번째 목적지는 생 미셸Saint-Michel에 있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였다. 의심이 들기도 했었다. 정말 이 주소 하나로 영화에 나온 장소들을 찾을 수 있을까. 과연 젊은 아마추어 작가들이 숙식을 하며 글을 썼다던 ‘셰익스피어 & 컴퍼니’의 다락방에 오를 수 있을까.
“찾았다!” 의심과 기대의 감정이 교차하고 있을 때 동행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화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 상상한 모습 그대로! ‘셰익스피어 & 컴퍼니’가 거기에 있었다. 작가 헤밍웨이에게 다락방을 내주었다던, <비포 선셋> 연인 제시와 셀린느가 9년 만에 재회했던 그곳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준비해 온 사진을 주섬주섬 꺼내며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정말 파리에 왔구나?!”
비포 선셋Before Sunset
6개월 후 오스트리아 기차역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 지 9년이 지난 어느 날, 두 사람의 하룻밤의 이야기로 베스트셀러가 된 제시는 파리의 한 서점에서 낭독회를 하다 셀린느를 다시 만나게 된다.
개봉 2004년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6개월 후 오스트리아 기차역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 지 9년이 지난 어느 날, 두 사람의 하룻밤의 이야기로 베스트셀러가 된 제시는 파리의 한 서점에서 낭독회를 하다 셀린느를 다시 만나게 된다.
개봉 2004년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셰익스피어 & 컴퍼니Shakespeare & Company
1919년 문을 연 영미문학 전문 서점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출간된 장소이자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의 예술가들에게 다락방을 내준 그곳이기도 하다. “이방인을 냉대하지 마라. 그들은 정체를 숨긴 천사일 수도 있으니”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1919년 문을 연 영미문학 전문 서점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출간된 장소이자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등의 예술가들에게 다락방을 내준 그곳이기도 하다. “이방인을 냉대하지 마라. 그들은 정체를 숨긴 천사일 수도 있으니”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르 퓨어 카페Le Pure Cafe
“왜 미국에는 이런 카페가 없지?”라는 제시의 말처럼 파리의 작은 동네 카페의 느낌이 나는 곳. 영화로 유명해졌지만 특별히 커피가 맛있지는 않다.
“왜 미국에는 이런 카페가 없지?”라는 제시의 말처럼 파리의 작은 동네 카페의 느낌이 나는 곳. 영화로 유명해졌지만 특별히 커피가 맛있지는 않다.
●마법이 시작되는 곳
내가 이곳, 파리에 오게 된 건 순전히 이 장면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종소리가 울리면 클래식 푸조를 타고 192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던 우디 앨런의 마법이 시작되던 도시. <미드나잇 인 파리>는 우디 앨런이 얼마나 파리의 화려함을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는 영화다. 주인공을 파리의 황금시대인 1920년대로 데려다 주던 장소는 생 에티엔 뒤몽 성당의 계단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길을 잃어서라도 기꺼이 찾아가고 싶은 장소였다. 하지만 다행이도 성당은 파리의 영웅과 위인들이 묻혀 있다는 팡테옹 옆에 위치해 있어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가장 아름답다는 파리의 비 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난 이곳으로 향했고, 거짓말처럼 종소리를 들으며 주인공 길 펜더가 그랬듯 파리의 황금시대를 여행했다.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파리의 화려함만을 즐기고 싶은 약혼녀 이네즈와는 달리 파리의 일상과 낭만을 만끽하고 싶은 3류 시나리오 소설가 길 펜더는 그녀와 다툰 후 술에 취해 파리의 길거리를 헤맨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홀연히 나타난 클래식 푸조에 올라탄 길은 1920년대의 파리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개봉 2012년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덤즈
파리의 화려함만을 즐기고 싶은 약혼녀 이네즈와는 달리 파리의 일상과 낭만을 만끽하고 싶은 3류 시나리오 소설가 길 펜더는 그녀와 다툰 후 술에 취해 파리의 길거리를 헤맨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홀연히 나타난 클래식 푸조에 올라탄 길은 1920년대의 파리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개봉 2012년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레이첼 맥아덤즈
생 에티엔 뒤몽 성당Church of Saint Etienne
12시가 되면 클래식 푸조가 나타나 1920년대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마법이 시작되는 곳. 정시마다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폴리도르Polidor 레스토랑
3류 시나리오 작가 길 펜더가 처음으로 헤밍웨이를 만났던 장소로 저렴한 가격에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1845년 문을 열었고 실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주 이용하던 곳이다.
3류 시나리오 작가 길 펜더가 처음으로 헤밍웨이를 만났던 장소로 저렴한 가격에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1845년 문을 열었고 실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주 이용하던 곳이다.
●몽마르트르의 엉뚱한 소녀
비가 조금씩 내리던 파리에서의 셋째 날, 나는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향했다. 즉석사진기 밑에서 버려진 증명사진을 모으던 니노를 처음 만난 아베세Abbesses역을 시작으로 몽마르트르 언덕 곳곳에서 영화 <아멜리에>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주인공 아멜리에가 좋아하던 꼴레뇽 식료품점 콩주머니 속에 손가락을 넣어 보기도 하고 그녀가 일하던 카페 데뒤물랭Cafe des Deux Moulins에서 딱딱하게 굳은 크렘 브륄레creme brulee를 숟가락으로 깨 보며 아멜리에가 되어보기도 했다.
아멜리에Amelie of Montmartre
부엌 모퉁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빛바랜 사진과 구슬이 담긴 낡은 상자의 주인을 찾아주면서 벌어지는 엉뚱한 아가씨 아멜리에의 기분 좋은 사건들.
개봉 2001년 감독 장-피에르 주네 출연 오드리 토투, 마티유 카소비츠
부엌 모퉁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빛바랜 사진과 구슬이 담긴 낡은 상자의 주인을 찾아주면서 벌어지는 엉뚱한 아가씨 아멜리에의 기분 좋은 사건들.
개봉 2001년 감독 장-피에르 주네 출연 오드리 토투, 마티유 카소비츠
몽마르트르의 회전목마
아베세역에서 꼴레뇽 식료품점을 지나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르면 아멜리에가 비밀임무를 수행하던 사크레 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e-Coeur 밑에 위치한 회전목마를 만날 수 있다.
아베세역에서 꼴레뇽 식료품점을 지나 몽마르트르 언덕을 오르면 아멜리에가 비밀임무를 수행하던 사크레 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e-Coeur 밑에 위치한 회전목마를 만날 수 있다.
Traviest 이미화
그녀는 영화를 보고 나도 저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개인 프로젝트‘Moved by Movie’ 를 시작했다. 영화가 계속되는 한 이 프로젝트는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는 독일 베를린에 1년 예정으로 체류하고 있다.
그녀는 영화를 보고 나도 저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개인 프로젝트‘Moved by Movie’ 를 시작했다. 영화가 계속되는 한 이 프로젝트는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는 독일 베를린에 1년 예정으로 체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