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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ING] 건강한 집밥 1인상으로 풀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5.09.30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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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슬고슬한 쌀밥에 청양고추 넣어 칼칼하게 끓인 콩나물국, 보들보들한 달걀말이에 적당히 익은 김치, 달게 볶은 멸치와 짭짤한 자반구이…. 사실 진짜 집밥은 쿡방에서 셰프들이 만들어내는 간편식도, 정갈한 한정식도 아닌 엄마 손맛대로 뚝딱 차려낸 평범한 밥상이다. 엄마가 차려 줬을 법한 밥상을 콘셉트로 한 식당들이 곳곳에 생겨나며 ‘집밥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대부분 1인상에 밥과 국, 너댓 가지 찬을 정갈하게 담아내는 식이다. 물론 이것이 집밥의 모든 정의가 될 수는 없겠지만 1인상으로 푼 가정식이 대세는 대세다. 1인 상차림이 뜨기 시작한 건 1~2년 전부터다. 식객촌에 자리 잡은 ‘무명식당’과 요리연구가 홍신애가 차려 주목받았던 ‘쌀가게 by 홍신애’, 깔끔한 한상차림으로 최근 신세계백화점에 직영 2호점을 입점한 ‘빠르크’, JOH기업에서 론칭한 ‘일호식’ 등 현재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집밥전문점들은 전부 2013년 무렵 문을 열었다. 
대부분 저염식 위주의 건강 상차림이거나 아니면 ‘엄마 손맛’을 내세운 친근한 콘셉트로 밥과 국, 메인요리와 몇 가지 찬을 반듯한 1인상 안에 정갈하게 담아 제공, 깔끔한 플레이팅과 캐주얼한 한식을 구현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25년 전통의 맛 정갈한 한 상 
빈의 왈츠
빈의 왈츠에서 빈은 ‘Bean’, 콩이라는 뜻이다.
전통장류테마공원 ‘뒤웅박고을’의 된장과 밀장을 주재료로 구수하고 담백한 밥상을 낸다. 빈의 왈츠에서 제공하는 모든 음식의 원천은 오랜 시간 묵힌 장과 그 정성에 있다. 상수동 ‘빈의 왈츠’를 찾아간 날, 마침 영화계의 거장 이창동 감독과 양익준 감독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21일의 기다림으로 맛을 낸 밀장

아버지에 이어 된장 기술을 전수받아 뒤웅박고을의 총책임자로 있어야 할 손유성 대표는 요즘 매일 아침 서울 상수동의 한 작은 가게 주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전통 장의 우수성을 천천히 알려 나가야지 돈벌이로 이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아버지에게 쫓겨날 각오를 하고서 그는 몇 달 전 이곳에 떡하니 밥집을 차렸다. 돈벌이는 고사하고 좋은 된장을 한시라도 빨리 많은 사람들이 맛보았으면 좋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빈의 왈츠’는 총 네 가지의 메인 상차림을 준비한다. 덕유산 햅쌀로 지은 밥에 뒤웅박고을의 된장으로 국을 끓이는 ‘언제나 그리운 된장찌개’, 고추장과 쇠고기 등심으로 육수를 낸 후 양념 돈육과 문어, 바지락, 몽글몽글한 순두부를 메인으로 내는 ‘오늘 또 먹고 싶은 순두부찌개’, 밀장으로 비벼 먹는 비빔밥과 뜨끈한 누룽지탕을 직화낙지볶음과 함께 제공하는 ‘왈츠를 부르는 밀장비빔밥과 가마솥 누룽지탕’, 직접 간 콩 국물에 천일염으로 간을 맞춰 먹는 콩국수와 훈연시킨 코다리찜을 내는 ‘싱그러움과 따뜻함이 있는 행복한 콩국수’ 등이다. 

메인 찬은 낙지볶음이나 제육볶음, 콩 소스를 얹은 미트볼 등이고 찬은 주로 항아리 숙성으로 발효시킨 울외장아찌, 충남 강경에서 공급받아 오는 강경젓갈, 계절 나물, 구운 김 위주로 상에 올린다. 재료는 코다리만 제외하고 전부 국내산을 선별해 사용하고 있다. 
3년 묵힌 뒤웅박고을표 된장은 향이 깊고 맛이 좋다. 고기육수를 따로 내지 않고 맹물에 끓여 먹어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라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의 히든카드는 밀장이다. 밀장은 말 그대로 밀로 만든 장으로 어르신들은 주로 집장이라 불렀다고 한다. “옛날엔 소금이 비싸서 자연히 된장도 귀했다. 된장 대신 만들어 먹었던 게 밀장이다. 밀에 고추씨와 물엿을 넣고 21일 숙성시키는데 자체만으로도 짭짤하고 단맛의 풍미가 좋아 여기에 양파와 고기만 조금 갈아 넣고 밥에 비벼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고.

장아찌용 울외는 충북 음성에서 가지고 온다. 된장에 한참 넣어 뒀다가 물에 씻어 참기름에 조물조물 무쳐 내면 아삭거리는 식감이 특별하다. 누룽지는 매장 밖 가마솥에서 직접 끓이고 육수에 각종 재료와 들깨를 넣고 끓이는 시간만 반나절이다. 손 대표는 “된장으로 돈보다 우리 된장에 대한 진심을 사들인다는 것을 아버지가 꼭 알았으면 좋겠다”며 웃는다.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14길 11    02 324 0047   언제나 그리운 된장찌개 8,000원, 오늘 또 먹고싶은 순두부찌개 9,000원, 왈츠를 부르는 밀장비빔밥과 가마솥 누룽지탕 9,000원, 싱그러움과 따뜻함이 있는 행복한 콩국수 8,000원
 
Point!
❶ 된장 명인과 건축디자이너 부부가 꾸린 공간으로 아담하면서 아늑한 인테리어가 인상적
❷25년 전통 뒤웅박고을의 재래된장과 21일 숙성한 밀장 사용 
❸밥그릇은 방짜유기, 찌개는 뚝배기, 구이나 볶음류는 미니 프라이팬, 찬은 일반 사기그릇에 낸다. 다채로운 한 상의 느낌 
 
 
●밭에서 먹었던 새참 느낌 그대로
새참 광주리
 
농번기 농부들은 하루 세 끼 식사 외에 한두 번의 식사를 더 했다. 아침과 점심 사이, 점심과 저녁 사이에 국수나 된장·고추장을 곁들인 상추쌈, 다양한 푸성귀 찬을 곁들여 격식 없이 먹곤 했다. ‘새참 광주리’는 그때 그 시절 새참의 추억이 있는 이들에게 반가울 식당이다.
 

 
광주리에 담은 푸짐한 새참 한 상
 
새참 광주리는 여섯 종류의 광주리 밥상과, 간단한 안주에 막걸리를 곁들일 수 있는 반주 광주리가 주력메뉴다. 식사 메뉴는 크게 ‘밥’과 ‘탕’, ‘보쌈’, ‘국수’, ‘해장’, ‘죽’으로 나누었고 겉절이와 된장시래기무침, 취나물무침 등 김치와 나물 종류는 어느 상에나 동시에 낸다. ‘밥’ 광주리에는 찌개와 석쇠돼지불고기를 제공하는데 찌개는 오징어찌개와 된장찌개 중 한 가지를, 불고기는 고추장양념과 간장양념 중 한 가지를 기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양념불고기는 숯불석쇠에 직접 구워 불맛이 적절히 배어 있다. ‘탕’ 메뉴는 닭볶음탕 스타일로 낸다. 수삼과 당귀, 감초 등의 약재를 넣고 곤 백숙에 매운 고추장 양념을 넣고 한 번 더 끓여 영양과 함께 중독성 있는 매운맛을 구현했다. ‘보쌈’ 광주리엔 찌개와 보쌈고기를 내는데 국내산 돼지고기의 삼겹살과 앞다릿살을 반반씩 사용하는 것이 특징. ‘국수’ 광주리는 멸치계란국수와 열무물국수, 열무비빔국수 세 종류로 멸치계란국수는 멸치와 디포리, 건새우 가루로 국물을 내며 열무물국수는 매장에서 직접 담근 열무물김치에 소면을 말아 낸다. 모든 메뉴엔 직접 농사 지은 매실원액을 사용하고 된장은 충남 공주에서 재래된장을 공급받아 사용한다. 밥과 나물, 김치 등 기본 찬을 무한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매장 한쪽에는 미니 셀프 바를 두었다. 
서울시 마포구 홍익로3길 20   02 322 8310   밥 광주리 7,000원, 탕 광주리 8,000원, 보쌈 광주리 8,000원, 국수 광주리 5,000원, 해장 광주리 6,000원, 죽 광주리 6,000원, 반주 광주리(김치전 5,000원, 해물파전 6,000원, 된장보쌈 1만2,000원 등)
 
Point!
❶ 푸짐한 한 상을 광주리에 담아 옛날 옛적에 먹었던 새참 그대로 재현
❷ 단맛은 직접 농사 지은 매실원액으로 냄
❸ 밥과 기본찬은 무한리필. 푸짐함을 기반으로 한 한국 정서에 맞는 서비스
 
 
●엄마의 레시피로 만든 점심상
빠르크
평소 여행과 먹거리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박모과 대표가 4년간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그리웠던 건 ‘엄마 밥’이었다. 엄마의 레시피를 차근차근 정리해 두고 지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빠르크를 차렸다. 
 

육류·해산물·채소… 당신의 선택은?
‘중간쯤 하는’ 한식을 만들고 싶었다. 고가의 전통 한정식과 부담 없는 도시락의 중간쯤 되는 캐주얼 한식이라면, 또 자극적이지 않아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한식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았다. 2년 반 동안 태국에서 살다가 타이완으로 넘어와 지내던 중 박모과 대표는 문득 엄마의 맛을 떠올렸다. 엄마의 레시피를 정리해 간직하고 있다가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당장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고 한동안은 밥과 국, 각종 반찬과 한식 요리를 배웠다. 빠르크의 점심메뉴는 ‘오늘 점심상’ 한 가지다. 단, 육류와 해산물, 채소 상차림 중 기호에 맞게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각각의 밥상은 재료와 메뉴만 다를 뿐 밥과 국, 메인요리와 찬 세 가지가 올라가는 구성은 같다. 밥은 흰 쌀밥과 흑미밥 중 선택 가능하고 이틀에 한 번씩 모든 요리와 찬을 바꿔서 낸다. 빠르크를 찾았던 날 채소요리로는 더덕 & 새송이구이 정식, 해산물요리는 매콤황태묵밥, 육류요리는 닭장조림 & 버터밥이 준비돼 있었다. 빠르크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요리는 주로 된장이 들어간 것들이다. 경남 거창군에서 전통장류를 만드는 ‘옹기뜸골’이라는 곳에서 재래된장을 들여온다. 짜지 않고 감칠맛이 풍부하다. 고춧가루는 고추농사를 짓는 지인에게 받고 참기름은 방앗간에서 직접 짜서 사용한다. 빠르크는 현재 신세계 본점에도 입점해 있는 상태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26-5    02 792 2022   오늘의 점심상-더덕 & 새송이구이 1만3,000원, 매콤황태묵밥 1만원, 닭장조림 & 버터밥 9,500원(2015년 8월13일 기준), 동치미 2,000원, 잡채 3,500원, 해파리냉채 4,500원, 젓갈3종세트 4,500원

Point!
❶ 전남 순천 출신의 손맛 좋은 모친에게서 직접 레시피를 전수 받음
❷ 육류와 채소, 해산물 중 한 가지 테마 선택 가능
❸ 다양한 종류의 맥주와 와인, 전통주 구성
 
 

●핫토리 출신 5인방이 만드는 행복
양출쿠킹
8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군더더기 없이 정리정돈돼 있다. 매장 중심엔 10명은 족히 앉을 수 있을 만큼 기다란 목재 테이블이 있고 창가 쪽은 고풍스러운 그릇들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2014년 5월 서울 신사동에 ‘양출쿠킹’ 1호점을 낸 이후 집밥이 그리운 젊은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올해 2월 근처에 2호점을 차렸다. 1호점보다 규모도 작고 상차림도 더욱 단출해졌다. 그런데 단골은 두 배로 늘었다.
 

매일 다르게 차려내는 한 끼 도시락

집밥 콘셉트라는 것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1호점과 많이 다르다. 밥과 국, 각종 반찬들을 접시마다 따로 담아 1인상으로 제공하는 본점과 달리 2호점은 ‘한 그릇의 행복’을 모토로 둥근 대접에 밥과 반찬을 조금씩 담아 도시락 형태로 제공한다. 

양출쿠킹은 배우 출신 양출이 오픈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습을 비치다 일본 유학을 결심했고 핫토리영양전문학교에서 요리를 공부했다.
최근 집밥이 뜨면서 평범한 가정식을 파는 업소가 늘었지만 양출 대표가 집밥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일본 유학 시절부터다. “타국에서의 생활이 힘들다 보니 아침은 반드시 챙겨 먹는 게 습관이 됐다. 늦잠 자는 날엔 낫토로 대충 때우고 나갔지만 웬만하면 집 근처 식당에서 골고루 잘 챙겨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고.

당시 일본 골목 상권에 있는 식당들은 전부 1인 상차림의 가정식을 내는 집들이었다. 밥과 미소된장국, 자왕무시, 김, 샐러드를 정갈하게 차려 내거나 한접시 안에 카레와 튀김류 요리를 담아 단품메뉴로 판매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홈메이드 밥상을 구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같은 핫토리 출신의 마음 맞는 친구들을 불러 모아 양출쿠킹을 오픈했다.

양출쿠킹의 시그니처는 ‘양출정식’이다. 밥과 국, 반찬을 매일 바꿔서 낸다. 다섯 명의 셰프들이 매주 만나 메뉴에 대해 고민하고 1주일치 양출정식 메뉴를 미리 구상한다. 조리는 다섯 명이 하루씩 번갈아 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대접 안에는 각각의 개성과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미리 짜둔 1주일 식단은 SNS를 통해 공개한다. 

양출쿠킹을 찾아갔던 날의 정식은 귀리를 넣고 지은 밥에 니쿠자가(일본식 쇠고기감자조림), 단호박조림, 마늘쫑무침, 실곤약 등 평범하면서도 밥맛을 돋우는 알짜 요리들로 그릇을 가득 채웠다. 마침 그날의 요리 담당은 일본 가정식 스타일의 한상차림을 자주 내는 셰프였다. 

양출정식은 매일 40인분으로 한정판매 한다. ‘항정살덮밥’, ‘명란와사비덮밥’, ‘낫또덮밥’ 등 양출쿠킹에서 내는 덮밥류도 골고루 인기 있다. 이색 생맥주와 와인도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157길 15    02 547 4420   양출정식 1만원, 양출덮밥(항정살덮밥, 명란와사비덮밥, 가리비덮밥, 멍게덮밥, 낫또덮밥 각각 1만원), 하루샐러드 3,000원, 양출견과류멸치볶음 5,000원

Point! 
❶ 도시락 모양의 유기그릇에 밥과 반찬을 골고루 담아냄
❷ 매장 벽면에 양출쿠킹에서 사용하는 그릇 전시, 볼거리 제공
❸ 핫토리 출신 젊은 셰프 5인이 매일 다르게 내는 양출정식 인기
 
에디터 트래비  자료제공 월간식당 www.foodbank.co.kr  
* 1985년 창간한 <월간식당>은 한국 외식산업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외식산업 종합정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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