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다시 두바이에 간다면

  • Editor. 손고은
  • 입력 2015.11.05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요?”
대답은 늘 이랬다. 
“글쎄요… 지금이 가장 좋아요.”  
누군가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해주길 바란다. 
대답은 바뀔 것이다. 
“두바이로 돌아가고 싶어요.”
 
상공에서 내려다본 두바이. 날씨가 좋으면 화려한 스카이라인 뒤로 사막까지 내다볼 수 있다

About Dubai 
아랍에미리트UAE는 7개 국가로 이루어진 연합국이다. 아부다비, 아지만, 샤르자, 푸자이라, 움 알 카이와인, 라스 알 카이마 그리고 두바이가 여기에 속한다. 공식 수도는 아부다비. 아부다비에서 북동쪽으로 약 40분 거리에 두바이가 자리한다. 828m의 세계 최고층을 자랑하는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세계 최초의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 호텔, 세계 최대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 바다 한가운데서 아직도 공사 중인 300여 개의 세계 지도 모양 인공섬 ‘더 월드’ 등 화려한 규모를 자랑하는 최상급들이 두바이에 있다. 두바이는 2020년 열릴 예정인 두바이 엑스포를 도약의 마지막 단계로 설정했다. 그리고 모두가 상상하는 꿈의 도시를 지금도 건설하고 있다.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 야자수 줄기 부분은 20~30억 대를 호가하는 아파트, 레지던스 등이 있는 주거단지다. 이파리 부분에는 고급 호텔 및 리조트 15개가 자리한다
7성급 호텔이자 두바이의 상징적 랜드마크인 버즈 알 아랍 호텔 
 
 
두바이 전체 인구의 83%가 외국인이다. 실제 아랍인을 만나는 것이 더 어려운 일 

1 미니스커트를 챙겨 가리다 

고백하건대 중동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긴 치마만을 챙겼다. 샤일라Shayla, 스카프는 현지에서 구입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나의 짐 꾸리기는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짧은 반바지에 탱크톱을 입은 유러피언 여성들이 출입국심사를 위해 당당히 줄 서 있었고 민소매 티셔츠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푸껫 국제공항에서 만난 전 세계 여행객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슬람 국가 두바이에서 이렇게 입어도 되냐고? 된다. 두바이는 전체 인구의 83%가 외국인으로 구성된 다문화 도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지만 두바이는 한결 너그럽다. 자국의 종교와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을 손가락질 한다거나 수군대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옷차림은 이슬람 사원에서만 갖추면 된다. 유일하게 잘 챙긴 것이 있다면 얇은 카디건.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호텔이나 쇼핑몰 등 으슬으슬할 정도로 에어컨이 빵빵하게 가동되는 관광지에서도 유용하다. 

정장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정한 옷가지도 챙기면 좋다. 여자라면 블라우스에 치마 혹은 원피스를, 남자라면 깔끔한 셔츠에 긴 바지, 단화 정도면 적당하다. ‘최고급’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두바이의 호텔과 레스토랑, 바에서는 어느 정도 갖춰 입고 방문하는 것이 예의다. 어떤 남성은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방문했는데 반바지를 입었다 하여 입장 제한을 당했다고도 하니, 방문 목적에 맞게 짐을 꾸리는 것이 좋겠다. 
 
두바이 몰 야외 음악분수. 음악에 맞춰 우아한 물줄기를 뿜어내 낭만을 선사한다
수많은 유럽인들은 두바이를 휴양지로 삼고 방문한다. 파도가 적은 잔잔한 해변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가져 보자
 
2 혼자는 외로워

두바이는 전체 방문객 중 약 59%가 ‘여행’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관광 대도시다. 특히 여행객 전체 중 가족 및 커플 단위가 47%를 차지한다. 그래서 두바이는 홀로 가기 아쉽다. 사막투어는 물론이거니와 세계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이 자리하며 한여름에도 스키를 즐길 수 있는, 함께할수록 더욱 즐거운 도시다. 

방문객들의 추세가 이러하다 보니 두바이는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IMG 월드 오브 어드벤처는 공룡 어드벤처, 만화, 아찔한 체험과 다양한 음식,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는 마블존까지 4가지 콘셉트가 뚜렷한 테마파크. 대규모 워터파크, 레고파크와 호텔을 갖춘 두바이 파크 & 리조트Dubai Parks & Resorts까지 모두 2016년 개장을 앞두고 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만족스럽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남녀노소 누구라도 반할 곳도 있다. 지우와 서진, 할배들도 넋을 잃고 바라보게 만든 두바이 몰 음악분수다. 분수대는 오후 6시가 될 무렵부터 쇼를 보기 위한 여행자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잔잔한 선율에 맞춰 물줄기가 우아하게 춤을 추는데 그 움직임이 발레리나처럼 섬세하다. 쇼는 30분 간격으로 약 5분가량 펼쳐진다. 10시가 다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을 만큼 황홀했다. 두바이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연인과 함께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음악분수 앞에서는 누구라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테니. 음악분수 쇼를 잘 조망할 수 있는 레스토랑에서라면 그 효과는 말이 필요 없다.
 
1 아틀란티스 더 팜 호텔의 일식 레스토랑 노부Nobu.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애피타이저 메뉴가 이색적이다  2 두바이 크릭 골프 & 요트 클럽에 위치한 레스토랑 보드워크Boardwalk.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선보인다  3, 4 두바이에는 아르마니 호텔이 있다.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런치 뷔페를 제공하는데 가짓수보다 요리의 퀼리티에 충실하다는 느낌이다 
 
3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다

두바이를 ‘스톱 오버’ 여행지로 판단했던 것은 크나 큰 오해였다. ‘두바이는 하루 혹은 이틀이면 충분하다’는 이미지는 대체 어디서부터 만들어진 것일까. 지난해 두바이를 방문한 여행자들의 평균 숙박일수는 약 7.8일. 이미 수많은 유럽인들은 두바이를 럭셔리 휴양지의 최종 목적지로 삼고 장기간 휴식을 즐기고 돌아간다. 숫자가 증명한다. 

다시 두바이에 간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다짐한 것은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에 숙소를 둔 탓이었다. 팜 주메이라는 인간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지상 최대의 인공섬이다. 그에 걸맞게 야자수 나무를 따라 고급 리조트들이 잇따르는데 대규모 워터파크를 가지고 있는가 하면 아쿠아리움, 스파, 레스토랑, 풀빌라 등 없는 게 없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프라이빗 비치는 동남아에서 만난 해변보다 맑고 투명하며 깨끗하다. 이 모든 것을 누리지 못하고 호텔을 단순히 ‘수면을 취하는 공간’으로만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 두바이에서 사막투어를 떠나고 쇼핑을 즐기며 미식을 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며칠쯤은 인간의 손에서 탄생한 가장 화려한 인공섬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해볼 만한 일이다. 

지갑이 얄팍한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도 마련했다. ‘두바이=비싸다’는 공식이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도 많다. 주메이라 비치 근처의 3~4성급 호텔이라면 하루 7~8만원으로 만족스러운 숙소를 얻을 수 있다. 주메이라 비치는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오픈비치다. 1.8km의 해변을 따라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면서 도심과도 가까워 방문객들의 만족도도 높단다.
 
팜 주메이라에 위치한 아난타라 더 팜 리조트 앤 스파Anantara the Palm Resort & Spa
 
4 다이어트는 포기하겠다 

컵라면 두 개와 튜브 고추장 한 개. 특유의 향신료를 견디지 못할 경우를 대비에 챙겨간 비상식량(?)을 그대로 다시 가져오게 될 줄이야. 두바이는 ‘미식의 도시’라는 애칭이 잘 어울린다. 초밥과 라멘, 리조또와 파스타, 스테이크와 깔라마리, 신선한 해산물 요리 등 각종 산해진미를 맛보며 부른 배를 두드리며 지냈다. 두바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비율을 생각한다면 외식 문화가 발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호텔을 비롯한 수많은 레스토랑들이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수록 미식가들의 입은 즐거워진다. 분위기를 내고 싶은 날에는 특급 호텔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가볍게 식사를 원한다면 근처 쇼핑몰이나 대형 마트를 선택할 일이다. 거주자 국적이 다양한 만큼 요리의 가짓수도 셀 수 없다. 길거리 음식도 빠지지 않는다. 향신료에 거부감이 많은 편이지만 으깬 병아리콩을 둥글게 빚어 튀겨내 고소한 팔라펠Falafel, 즉석에서 여러 종류의 구운 고기를 채소와 함께 빵에 돌돌 말아 먹는 샤와르마Shawarma는 지금 생각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평소 소식을 하는 편인데 두바이에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소화제는 꼭 챙겨 가기를 권한다. 
 
두바이 수상버스. 금시장인 골드수크Gold suk로 가기 위한 교통수단이다
두바이관광청 살르 알 브라이크 PR매니저
2009년 개통된 지상철. 두바이다운 쾌적함을 보여 준다
 
5 도전, 자유여행!

여담 하나. 몇 달 전 두바이에 갔을 때 한국에서 ‘두바이 왕자’로 알려진 그를 만났다.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그는 두바이 왕자가 아니라 두바이관광청 살르 알 브라이크Saleh Al Braik PR 매니저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밝혀졌지만. 어쨌든 그는 <꽃보다 할배> 엉터리 자막 때문에 지인들로부터 수많은 연락을 받았다며 당시 해프닝을 회상했다. 

그에게 두바이는 어떤 도시인지 묻자 ‘상상하는 모든 여행이 가능한 곳’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즉, 그 누구와 무얼 해도 완벽한 여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자유여행지로서의 매력이 다분한 도시인데 아직까지 아시아 마켓에서는 소문이 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유럽 부호들의 자유여행을 예로 들면 두바이는 럭셔리 여행의 일번지가 분명하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최고급 차를 한 대 빌려 직선 도로를 질주하고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며 세금 걱정 없이 마음껏 쇼핑을 하는 여행이 다반사라나. 

그렇다고 너무 주눅 들지는 말자. 두바이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자유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2009년 처음으로 개통된 지상철 메트로는 ‘역시 두바이’라는 평을 받았다. 좌석에는 천연가죽 시트가 안착되어 있고 어린이, 여성 전용 칸을 따로 설치했다. 두바이 거주자들이 대부분 자가운전자들이라 이용객들이 많지 않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주요 어트랙션을 잇는 편리한 교통수단. 또한 팜 주메이라에는 앙증맞은 크기의 모노레일이 지나다닌다. 모노레일을 타고 한 바퀴를 도는 것만으로도 지상 최대의 인공섬이 마음에 콕 박히기 마련이다. 버스와 트램도 있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가동되는 정거장은 더위를 무색하게 만든다. 그에게 전해 들은 한 가지 소식을 덧붙이자면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잇는 기차 ‘에티하드 레일’이 2016년 완공될 예정이란다. 이를 이용하면 두바이에서 아부다비까지 약 25분 안에 이동할 수 있다고. 거기에 최초의 루브르 해외 분관이 될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이 올해 12월 개관을 앞두고 있으며 구겐하임 박물관이 2017년 오픈할 예정이라니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두바이 최대의 복합 쇼핑몰인 두바이 몰
두바이는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95개의 쇼핑센터가 있다
 
6 달력에 동그라미 치기

두바이에 간다고 하니 ‘더워서 고생하겠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맞는 말이다. 한여름5~9월이면 40도에 육박하는 날씨 덕분에 낮에 야외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는 딱 그때뿐이다. 

두바이는 겨울과 여름, 성수기와 비수기로 극명하게 갈리는데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다. 두바이의 겨울은 여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12~2월에는 최저 기온이 15도를 웃돈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함마저 느껴지는, 여행 성수기다. 거기에 매년 1월이면 쇼핑 페스티벌까지 펼쳐진다. 상업의 도시 두바이는 수입품에 5%도 채 되지 않는 관세를 부과하는데, 그마저도 면세인 경우가 많다. 언제나 면세 가격으로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작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95개의 쇼핑센터가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거기에 겨울철 쇼핑 페스티벌이 열리면 대대적인 할인까지 해주니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겨울철 유일한 단점은 비싸다는 것. 대부분의 호텔 숙박료와 렌터카 비용이 두 배 이상 오른단다. 

반면 여름은 두바이 여행 비수기에 속한다. 더운 날씨에 라마단 기간까지 겹쳐 있다. 그러나 두바이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라마단 기간에 맞춰 ‘라마단 축제’를 준비했다. 해가 질 때까지 도시의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는다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오가는 쇼핑몰이나 호텔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오히려 저녁이 되면 꽁꽁 숨어 있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음악을 즐기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더군다나 7월 중순에서 9월 초순은 ‘두바이 서머 서프라이즈Dubai Summer Surprise’ 기간으로 많은 어트랙션 관광지들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한다. 각종 프로모션이 더해져 두바이를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것은 덤. 두바이 여행을 계획하기 전, 통장 잔고와 더불어 달력을 체크하는 것은 필수다. 
 
주말이면 크고 작은 공연이 열린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DJ들이 두바이에 모인다
 
7 화려한 밤은 너와 나의 것 

중동에서 술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풍문을 듣고는 일행들과 소주 서너 병을 몰래 챙겨갔다. 하지만 두바이 입국시 허용되는 주류양은 무려 4리터. 캔맥주 기준으로 48개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다른 나라보다 허용 범위가 매우 넓은 편이다. 게다가 인터내셔널 레스토랑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와인이, 일식당에는 고급 사케가, 호텔 라운지 바에는 각종 보드카와 칵테일이 준비되어 있다. 끼니마다 요리에 어울리는 주종을 골라 마셨으니 종일 취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물론 술을 판매할 수 있는 곳은 주류 판매 면허증을 가진 주요 호텔이나 레스토랑, 바에서만 가능하다.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것이니 오해는 말자. 치안 좋은 두바이에서 고주망태가 되어 길거리를 다니면 경찰서행이므로 고삐는 놓지 않길. 

두바이의 밤은 낮보다 뜨겁다. 낮에는 야외활동이 어려우리만큼 뜨겁기 때문에 사람들은 해가 자취를 감추고 나서야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자고로 술은 함께해야 흥이 나는 법. 두바이에서 핫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면 목요일과 금요일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주 5일제가 도입되면서 휴일 전 실컷 마시고 놀자는 ‘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 ‘불금’이 두바이에서는 ‘불목’으로 통한다. 휴일이 금요일, 토요일인 덕에 주말이 하루 이른 셈이다. ‘중동의 뉴욕’이라 불릴 정도로 잠들지 않는 도시가 두바이다. 잘나가는 DJ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뮤지션들이 두바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주말 저녁이면 각종 공연이 펼쳐지는데 그 자리에서 음악에 몸을 맡겨 보면 안다. 중동 한가운데, 사막이 아니라 도심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취하는 일이 얼마나 묘한지. 
 
 
팜 주메이라의 명물, 아틀란티스 더 팜 호텔. 성수기 가장 비싼 객실은 1박에 약 150만원을 호가한다
아틀란티스 더 팜 호텔의 수족관. 호텔을 오가며 관람할 수도 있다  
두바이 전통시장. 골드 수크와도 가깝다
 
 
●오후의 달콤한 낮잠, 꿈의 두바이 

비 오는 날 오후다. 보들보들한 감촉의 러그에 배를 깔고 눕는다. 좋아하는 책을 찬찬히 내려 읽다 그만 잠이 드는 그 찰나의 순간! 나는 그 순간을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게 여긴다. 꿈에서 깨어나도 그 몽롱한 여운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내게 두바이는 비 오는 날 오후의 낮잠과 같았다. ‘조금만 더!’를 외칠 수밖에 없고 한없이 꿈속으로 깊게 빠져들고 마는. 마치 그동안 한 번도 꾼 적 없는 낯설고도 황홀한 꿈처럼 그 속을 둥둥 헤매고 다녔다.

달콤한 낮잠에서 깨고야 말았을 때, 그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은 차근차근 꿈의 기억을 되짚는 일이다. 두바이를 비 오는 날 오후의 낮잠에 비유했지만, 사실 두바이에서 비를 만난 적은 없다. 강수량이 고작해야 일 년에 서너 번 가랑비가 내리는 정도니 그 희귀한 사건을 만나는 행운은 따르지 않았다. 대신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은 두바이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무지했다는 말이 맞겠다. 중동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일 년 내내 무더운 사막과 석유, 이슬람만을 떠올렸으니. 어쩌면 신문이나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두바이의 이슈를 외면했던 것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어마어마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제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웠음이 사실이었으니까. 

생각했던 것처럼 산유국 두바이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았다. 과거 두바이 대표 산업은 대추야자와 진주 채취 정도뿐이었다. 1966년 처음으로 해상에서 유전이 발견되면서 두바이는 주변 국가들처럼 엄청난 ‘오일 머니’를 벌어들였다. 이렇게 석유 채취로 벌어들인 돈을 가장 효율적이고 유용하게 사용한 곳이 두바이다. 두바이 역사에서 지도자 셰이크 라시드를 뺄 수 없는데, 그는 석유가 발견되면서부터 석유가 없는 도시의 모습을 예상했다. 언젠가는 고갈될 수 있는 자원, 그 유한함을 극복하고자 오일머니를 금융센터, 관광 어트랙션 등 사막 위에 도시를 세우는 데 사용했다. 그 결과 지금은 금융, 관광, 무역 등 다른 산업 전반에서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세계 최고 등 ‘최상급’이 늘 따라붙는 이 도시는 그의 선견지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타인을 받아들이면서 두바이는 중동에서도 가장 독특한 성격을 갖게 됐다. 
이 도시의 특성을 잘 알지 못했던 덕에 두바이에 대한 오해의 실마리가 풀리는 순간, 결국 그곳에서의 모든 시간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서 적어 봤다. 다시 두바이에 가게 된다면 꼭 기억해야 할 것들과 다짐을. 그리고 이 기록이 두바이를 여행할 당신에게도 오후의 단잠이 되길. 
 

▶travel info
AIRLINE
대한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이 인천-두바이 구간을 매일 2회 운항하고 있다. 월·화·목·토·일요일은 대한항공KE951과 에미레이트항공EK7220이 코드셰어로 공동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약 8시간 30분이다.
 
HOTEL
알 만질 호텔Al Manzil Hotel

호텔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두바이몰로 이어진다. 도보 5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짧은 동선이 장점이다. 4성급 호텔로 인테리어는 화사하면서도 깔끔하다. 호텔 로비 리셉션 앞에 작은 테이블을 두고 초콜릿과 쿠키, 전통 디저트 등을 준비해 둔다. 1층에 위치한 라운지 바는 맥주와 함께 두바이에서도 물담배를 피우기 좋은 스폿으로 방문객들이 많은 편이다. 
 Sheikh Mohammed bin Rashid Blvd, Dubai  
 +971 4 428 5928
 

restaurants
노부Nobu

아틀란티스 더 팜Atlantis The Palm 호텔에 위치한 일식 레스토랑으로 일본인 수석 셰프가 주방을 총괄하고 일식 외 몇몇 퓨전 아시안 요리도 선보인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스시 메뉴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스시롤의 종류만 해도 스물 세 가지다. 입구에는 아담하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바Bar가 있다. 
Atlantis,The Palm Jumeira, Dubai 
+971 4 426 0760 
스시 10pcs AED350, 연어 사시미 AED90 
 
더 립 룸The Rib Room 
주메이라 자빌 사라이Jumeirah Zabeel Saray 호텔에 위치한 파인다이닝. 6코스의 훌륭한 브런치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가격은 다소 비싼 편이지만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특히 유명하다. 6코스를 천천히 음미하려면 식사시간은 적어도 세 시간 정도가 필요하다. 구비한 와인 종류만 해도 250여 가지. 
The Palm Jumeirah, Crescent Road (West), Dubai  +971 4 453 0444   금요일 브런치 AED350

ACTIVITY
씨윙즈Seawings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를 대거 보유한 두바이를 한눈에 살펴보려면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최선일 듯. 두바이 크릭 골프 & 요트 클럽Dubai Creek & Yacht Club에서 수상 경비행기를 타고 출발해 ‘더 월드’, ‘팜 주메이라’는 물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빼죽이 솟은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고 돌아오는 루트다. 부르즈 할리파, 버즈 알 아랍까지 자연스레 둘러볼 수 있으며 날씨가 좋으면 스카이라인 뒤로 펼쳐진 사막까지 내다보인다.
성인기준 AED1,695   www.seawings.ae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 전망대 
지상 828m 높이, 인간이 세운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공간이 바로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다. 부르즈 할리파 건물 전체를 보려면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올려야 하고 발아래 까마득한 풍경을 바라보려면 고개를 한없이 숙여야 한다. 전망대 바로 아래에는 두바이몰이 있어 저녁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음악 분수를 감상할 수 있는 훌륭한 뷰 포인트다. 일반적으로 관람객들이 방문하는 곳은 124층. 가장 높은 스카이존은 148층이다. 입장료 차이가 두 배 이상 난다.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기보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매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인터넷 예매, 124층 전망대 기준 성인 AED125, 
청소년 AED95   www.burjkhalifa.ae/en
 
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두바이관광청 www.visitdubai.com/en, 대한항공  kr.koreanair.com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