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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쑤성 실크로드①강기슭 메트로폴리스, 란저우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8.09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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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간쑤성 실크로드 이야기
 
꿈을 꿨다.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었다. 
아득히 먼 곳에서 솟아오른 이미지들이 쏜살같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이내 수백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 등 뒤로 흩어졌다. 
처음엔 우육면이 차려진 란저우(난주,兰州)의 식탁. 
두 번째는 곱게 찐 무지개 떡 같은 장액(张掖) 칠채산(七彩山).
이어서 모래바람을 가르고 둔황(敦煌)사막을 걷는 낙타와 막고굴(莫高窟)에 잠든 불화와 불상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란저우에서 장액까지 가는 길의 차창 밖 풍경. 설산, 황무지, 초지가 드문드문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 모인 곳, 실크로드

모이고 흐르는 풍경들의 좌표를 잇대면 하나의 길이 된다. 실크로드다. 
란저우를 출발해 장액을 지나 둔황까지 여행했다. 정확히는 중국 간쑤성(감숙성, 甘肃省)을 가로지르는 비단길을 다녀온 셈이다. 고속열차 타고 두어 시간, 차를 타고 여덟 시간을 달리며 1,100km 길을 이동했다. 차창 밖으로 모래밭, 자갈밭, 작은 목초지 풍경이 돌림노래를 하듯 돌고 돌았다. 별다를 것 없는 풍경을 두고 멀고 지난하다고 투정할 수 없다. 2,500년 전, 상인들은 이 길 위에서 사막의 열기, 갈증, 거친 모래폭풍을 맨몸으로 견뎠다. 때때로 흉노족을 만나 험한 꼴도 봤다. 그러니, 시원한 실내에서 유유자적 달리는 여정을 두고 “실크로드에 다녀왔다”라고 말하기가 계면쩍다. 
 
일몰의 황하강. 강을 품은 란저우 풍광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유람선을 타는 것이다. 다리 위의 누군가가 손을 흔든다
월천공원 전망대에서 보이는 란저우 풍경, 오래된 기와와 현대식 건물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월천공원은 휴식과 치유와 염원의 공간이다. 공원 내 절에서 신실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불자의 모습
 
 
●강기슭 메트로폴리스, 란저우
 
란저우는 대륙 각지에서 뻗어난 도로와 철로가 모이는 곳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간쑤성 실크로드 여정의 시작점은 여기다. 도심을 가르는 황토물의 이름을 나직하게 불렀다. 황하. 산업화된 거대 도시는 마음속에서 고대 비단길의 도시로 생동하기 시작했다. 란저우는 동서양 무역의 중요 교역지로 유구한 세월을 보낸 만큼 한족, 회족, 티베트족 등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중 회족은 7세기 아랍과 페르시아에서 넘어온 학자, 이슬람교 전도사, 상인들이 한족과 통혼해 이룬 민족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흰색 빵모자를 쓴 남자와 차도르를 두른 여자들을 자주 마주치는데, 이들이 회족이다. 회족은 중국 역사에 길이 남을 대단한 음식을 만들어냈다. 바로 중독성 강한 우육면. 손으로 치댄 반죽으로 국수를 만들고 쇠고기 국물에 말아 고추기름을 넣어 먹는다. 지금도 침이 고인다. 말해 무엇하랴. 나눠 먹고 싶지 않은 맛이다. 

우육면 한 사발 배불리 먹고 가장 먼저 오천산(五泉山)공원을 찾았다. 한무제 때의 명장 곽거병의 설화가 깃든 곳이다. 란저우의 지질은 황토. 황토를 품고 흐르는 황하 강물은 마실 수 없다. 흉노족 정벌 길에 오른 곽거병은 란저우에 입성했고, 마실 물이 없는 것을 한탄했다. 이때 곽거병의 말이 기특하게도 발을 굴렀다. 말이 발을 구른 다섯 자리에 곽거병이 검을 꽂으니 샘이 솟았단다. 공원 입구에 말 탄 곽거병의 동상이 서 있는 이유다. 공원 내에는 1200년대와 1300년대에 세워진 불교유적, 놀이공원, 전망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공원을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무리 지어 춤추고 노래하고 운동한다. 기를 수련하는 듯, 절도 있게 몸을 움직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란저우는 간쑤성 실크로드의 황금 구간이 시작되는 곳이지만 실크로드와 관련된 유적이나 관광지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곳이 의미가 큰 이유는 황하가 흘러서다. 이 물길 덕분에 예로부터 서역으로 통하는 요충지가 됐고 사람들이 먹고 살았다. 대부분의 볼거리 역시 황하와 관련돼 있다. 명나라 때 관개(灌漑)를 위해 수차(水車)를 세운 자리에 조성된 수차 공원, 중국에서 가장 처음 건설된 철교인 중산교(中山桥), 황하를 어머니의 젖줄로 비유해 조각한 황하모친상(黄河母亲像) 등이 소소한 볼거리다. 
 
칠채산의 풍광은 장엄하고 아름답다
대자연 앞에서, 사람은 작은 존재로 느껴진다. 칠채산에서도 마찬가지
칠채산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색채. 자연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뽐내며 인간을 압도한다 
 
 

누가 무지개를 모아 두었나 `장액 칠채산'

란저우에서 510km 떨어져 있는 장액은 간쑤성 중앙에 위치한 도시다. 한약재인 감초(甘草)가 많이 나 ‘간저우감주, 甘州’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감甘’ 자는 간쑤성의 앞 글자가 되었다. 이곳에 장액단하국가지질공원(張掖丹霞國家地質公園)이라는 정식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땅이 있다. 오랜 시간 침식과 퇴적을 거쳐 드러난 속살이 제 성질대로 색을 뽐내는 거대한 지형. 별명은 중국의 그랜드캐니언, 사람들은 이곳을 `칠채산'이라고 부른다. 일곱 개의 색이 일흔 개의 빛으로 갈라져 너울대는 풍경을 보고는 이름 참 겸손하다고 생각했다. 무지개가 돌이 됐다고 해도,  곧이들을 풍경이 사방으로 펼쳐졌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가 장액의 풍광에 반해 일 년을 머물렀다더니, 여길 봤나 보다. 

칠채산 관광은 지정된 셔틀버스를 타고 일반에게 개방된 세 개의 전망대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셔틀버스에는 해설사가 동승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질의 붉은색은 철분이 많아서고, 흰색은 소금이란다. 가만, 소금이라니. 아주 오래전 바다에서 융기했다는 뜻이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결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기분이 묘하다.
 
이렇게 아름다운데, 불과 얼마 전부터 유명세를 탔단다. 한 사진가가 칠채산의 일몰 풍경을 촬영해 사진전에 출품했는데, 풍광의 아름다움이 지나쳐 합성 시비가 일었다. 이후 사진작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사진을 본 사람들이 뒤를 이었으며 2006년, 중국 정부가 여행 관광지로 공식 승인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셔틀버스는 1호, 5호, 4호 순으로 이동했다. 아름다운 순서로 보여 주겠다는 심산이지만, 주름진 지형이 품은 색의 향연은 저마다의 매력으로 마음을 훔친다. 전망대를 걷는 인파들은 하나같이 감탄하거나 멍한 표정으로 대자연의 신비를 감상한다. 그러다 깨어나면, 너나 할 것 없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대개 여자들은 붉고 푸른 색색의 스카프를 꺼내 바람에 날리며 포즈를 취한다. 어느 방향에서 찍건, 화보다. 
 
 
글·사진 Travie writer 문유선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중국 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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