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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①곤다르 Gondar-고성을 품은 고원도시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6.08.1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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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iopian Odyssey
 
아프리카에 대해 떠올리는 영상은 대개 단편적이다. 문명 저편 원시의 땅, 
기린과 사자가 초원을 누비는 동물의 왕국, 기아로 얼룩진 가난한 나라 혹은 커피. 
에티오피아의 장엄한 3,000년 역사와 문화는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충격이다. 
이들의 숭고한 자취는 여정 내내 여행자의 선입견을 깨트리고 진실을 향해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므로 이제 에티오피아를 회고하는 것은 한 편의 대서사시 같은 이 나라에 대한 일방적인 편애임을 고백한다.

Ethiopia
정식 국명은 에티오피아 연방 민주공화국. 국가원수는 대통령이고 행정수반은 수상이다. 1974년 왕정이 무너지고 소련식 공산당을 모델로 한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됐지만 소련이 무너지고 반군세력과의 평화협상이 결렬되는 등 이후 1991년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에 의해 민간정부로 이행됐다. 나라의 면적은 한반도의 약 5배이고 수도는 아디스아바바다. 인구는 약 9,400만명으로 오모로족, 암하라족, 티그레이족 등 약 80여 개 종족으로 구성된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인 파실게비는 곤다르 역대 황제들의 성채다
 
●Gondar 곤다르 
고성을 품은 고원도시 
 
곤다르는 에티오피아의 옛 수도다.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뒤섞인 시내는 활기가 넘쳤다. 1635년 파실리다스(Fasilides) 황제는 선조의 떠돌던 생활을 접고 이곳을 왕도로 정했다. 북쪽으로 시미엔 산맥이 펼쳐지고 인근에 타나호수가 있는 고산지대 곤다르는 1855년까지 에티오피아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로서 황금기를 이끌었다. 

과거의 영화가 사그라진 곤다르에 여행자들이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파실 게비(Fasil Ghebbi)’ 때문이다. 파실리다스 황제의 이름을 딴 파실 게비는 곤다르 역대 황제들의 거처로 1979년 유네스코에 등재됐다. 언덕 위 성벽에 둘러싸인 7만 평방미터 규모의 성채 안에는 궁전과 법원, 연회장, 수도원, 도서관 등 화려했던 왕실의 석조 건축물들이 남아 있다.

가장 오래된 건물은 파실리다스 황제의 궁이다. 모서리 네 개의 탑이 마치 달걀을 엎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달걀 성(Enqulal Gemb)’이라고도 불리는데, 건장한 풍채에 우아한 기품이 서려 있다. 2층 기도실에서는 커다란 창 너머로 시가가 펼쳐졌다. 황제는 이곳에서 교회를 바라보며 기도하고 군중을 향해 연설을 했을 것이다. 타지마할의 돔, 솔로몬 왕의 적통임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 이베리아반도와 스페인까지 지배했던 무어인의 문양까지. 벽면에는 17세기 에티오피아가 인도양 주변 국가와 얼마나 활발하게 교류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증거들이 새겨져 있었다. 

중세 영화에서나 볼 법한 파실 게비의 자태를 두고 유럽인들은 영국 아더왕 전설에 빗대어 ‘아프리카의 카멜롯’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파실 게비는 인도와 북아프리카 아랍계,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바로크 양식이 혼재돼 비교할 수 없이 독보적이다. 

건축물은 후계자들에 의해 더해졌다. 달걀 성 뒤편에는 아들 요한네스(Yohanness) 1세가 세운 법원과 도서관, 베네치아에서 가져온 보석과 아름다운 벽화로 장식됐었다는 손자 이야수(Iyasu) 1세의 궁전도 서 있고, 다윗(Dawit) 3세는 연회장을, 바카파(Bakaffa) 황제는 접견실과 목욕탕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유적 대부분은 1888년 수단 무슬림의 침략으로 인한 종교전쟁과 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를 입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철창만이 남아 있는 사자 우리다. 구약성서에 의하면 야곱의 넷째 아들 유다는 사자라고 표현되어 있다. 유다의 계보에서 다윗왕과 예수가 탄생한 만큼 황제들은 왕의 상징인 사자를 길러 권위와 정통성을 인정받고자 했던 것이다. 

파실 게비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는 ‘파실리다스 황제의 목욕탕(Fasiledes‘s Bath)’이 울창한 녹음에 둘러싸여 있다. 왕가의 수영장 겸 목욕탕으로 사용됐다는 이곳에서는 예수가 세례를 받은 것을 기념하는 에티오피아정교회 최고의 축제인 ‘뜸캇(Timkat)’ 때 강물을 끌어들여 세례식을 거행한다.

곤다르의 또 다른 걸작은 ‘다브레 베르한 셀라시에(Debre Berhan Selassie)교회’다. 이야수 1세에 의해 세워져 곤다르의 교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이지만 의외로 주민들의 일상과 뒤범벅된 골목 어귀에 자리했다. 마른 풀을 인 지붕에 직사각형 형태를 한 겉모습이 과연 교회가 맞나 싶을 만큼 소박하고 단순하다. 하지만 내부는 엄청난 반전이다.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생애, 성 기오르기스 성인의 모습 등 정교하게 묘사된 성화들이 1694년 이래 지금까지 교회 내부를 온통 뒤덮고 있었다. 

절정은 천장에 그려진 흑인 천사의 얼굴이다. 수많은 얼굴들이 사방으로 시선을 굴리며 굽어보고 있지만 벌을 내리기에는 그 눈빛이 너무 천진하다. 에티오피아의 또 다른 상징이 된 이 천사의 얼굴이야말로 에티오피아인들이 믿고 있는 신의 마음이다. 희로애락에 함께 동참하는 인간적이고 따스한 모습. 그것은 결국 에티오피아인과 가장 닮아 있고 또 그들이 닮고자 하는 궁극이 아닐런지. 
 
언덕에서 바라본 곤다르의 중심에는 파실게비가 보인다
다브레 베르한 셀라시에 교회 내부의 벽화
파실리다스 황제의 목욕탕. 뜸캇 때 세례식을 거행하는 장소다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에티오피아항공 www.ethiopianairlin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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