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터뷰] '모든 요일의 여행' 저자 김민철-모든 요일의 그, 가끔은 여행자

  • Editor. 천소현
  • 입력 2016.11.02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요일의 여행> 저자 김민철
 
기억력이 형편없지만 성실한 기록으로 
에세이를 펴내고, 동네 밖을 싫어하는 ‘집순이’라면서 여행책을 낸 사람. 
내면의 아이러니를 담담하게 인정하며 모든 요일을 특별하게 채워 나가는 그녀를 만났다.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 이라는 말을 써 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 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의 여행엔 각자의 빛이 스며들 뿐이다. 그 모든 여행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다.”
 
“작은 마을들은 어김없이 우리를 환대한다. 큰 도시에서는 우리를 버린 것임에 틀림이 없는 행운의여신이, 유독 작은 마을에서는 우리를 잽싸게 발견한다.”
 

이번에는 여행책이다. 부제가 ‘낯선 공간을 탐닉하는 카피라이터의 기록’이라고.
 
예전부터 여행책을 쓰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실제로 책을 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작년에 냈던 <모든 요일의 기록>도 처음엔 제안을 받고 못한다, 못한다고 했다가 어느날 지하철 안에서 서문이 써지더라. 그러고 나니 책의 구성이 떠올랐고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2011년에 나온 첫 번째 책 <우리 회의나 할까?>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과 일에 대한 이야기였고, 두 번째 <모든 요일의 기록>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반응이 좋았던 덕에 <모든 요일의 여행>을 쓸 수 있게 됐다.  
 
실제의 모든 요일, 매일의 일상은 어떤가?
 
별다른 게 없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집에 가서 남편과 맥주를 마시고, 주말에는 취미로 도예를 한다. 실은 엄청 ‘집순이’다. 집 밖에 나가는 것을 불행해 한다. 술도 집이나 집 근처에서만 마신다. 동네(망원동)는 돌아다닌다. 국내 여행도 하긴 하는데, 귀찮아한다. 막상 가면 좋아하지만. 행동반경 자체가 매우 좁다. 해외에 가서도 비슷하다. 숙소를 잡고 그게 집이라고 생각하고 그 동네 근처를 돌아다닌다. 유적지 같은 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귀찮다. 

자신이 어떤 여행자인 것 같은가?
 
여행중독자는 전혀 아니고, 노멀하다. 1년에 한 번 정도 여행하는데 여행을 준비하면서 엄청 즐거워하고, 호텔 찾고, 리뷰하고, 책을 찾아 읽으며 좋아한다. 신입시절부터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모아서 당당히 여행을 가긴 했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많은 곳을 여행하지는 않았다. 대략 15개국 정도. 하지만 여행에서 패배감을 느낄 때가 많다. 욕심을 포기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패배감.
 
그것이 ‘반성문을 쓰는 여행’의 에피소드인가?(파리 에펠탑 불꽃놀이를 포기하지 못해 피곤한 남편을 끌고 나갔던 이야기다)
 
그 일뿐이 아니다. 많은 계획을 세우고 그걸 쫓아다니는 내 자신에 대한 반성이었는데,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그런 순간이 아주 많았다. 내 주변만 봐도 다들 느긋하게 즐겨가면서 여행을 하지, 나처럼 조사한 거 다 가 봐야 해, 하는 사람이 없더라. 여행하다 보면 꼭 그런 날을 하루씩 만들고, 매번 반성하게 된다. 하지만 외부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는 금방 정리를 한다. 내 의도와 다르게 일어난 일들. 예를 들어 비행기를 놓친다거나 하면 마음을 순식간에 접고, 감정 정리도 잘 한다. 여행에서 그게 잘 드러난다. 

“진실은 항상 비극이 아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진실을 맞닥뜨렸다. 그리고 이 진실이 나는 마음에 든다. 상상보다 훨씬 더 풍성한 진실이었다.” 

이번 책에서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면?
 
제일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각자가 각자의 여행패턴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가르치는 어조나 내가 해 봤는데 말이야 하는 어조는 싫었다. 너무 자기 감성에 빠지는 것도 별로. 사실 사람들은 남의 여행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거기 어땠어? 좋았겠다! 그게 전부다. 그러니 내가 어땠다고 이야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리고 내가 그곳을 다 아는 것도 아니잖나. 내가 한 여행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책을 쓸 때 오래도록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동시에 여러 순간을 사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선택을 한다. 지금 어디에 있을 것인가, 거기에 언제 있을 것인가.” 

‘한 시간짜리 도시 마니아’라고 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곳을 여행한다는 것인데, 뒷골목 여행도 같은 맥락인가?
 
리조트 여행이나 유명한 관광지는 내 스타일이 아니더라. 대신 남들이 잘 가지 않는 뒷골목을 찾아서 들어가고 거기에 나한테 예뻐 보이는 벽이나 골목 사진을 몇 장 찍고 나면 그 하루가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골목이나 낯선 곳을 혼자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 여행을 가면 계속 낯선 곳에 있고 싶다. 일년 내내 한국에 있는데, 한국 음식을 먹거나 한국 사람을 만나고 싶은 욕구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여행에 대해 말해 줄 차례다. … (중략)… 너무 뻔한 말이지만, 굳이 종이를 낭비해가면서까지 쓸 필요는 없는 말이지만, 나는 여행을 좋아하니까.” 

파리와 포르투갈이 ‘인생 여행지’인 것 같다.
 
파리는, 잘 보이고 싶은 곳이다. 3번 정도 갔고 마지막 여행은 한달 정도 파리와 프랑스 남부의 님, 디종 등을 여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 같고, 또 가고 싶다. 처음 파리에서 미술관이 그렇게 많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퐁피두센터는 도서관도 좋아서 여기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치즈도 바게트도 미치게 좋아한다. 포르투갈이 더 편하고 다정한 곳이긴 한데, 파리가 조금 더 짝사랑에 가까운 것 같다.
 
<모든 요일의 기록>에서 지중해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회사를 그만두고 1년 정도 프랑스로 떠나려 했던 그녀는 한 권의 책을 접하고 일상의 지중해를 발견했다).
 
지중해에 대해서는, 이걸로 책을 한 권 써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푹 빠져 있었던 세계다. 육체의 지중해, 정신의 지중해, 나의 지중해, 일상의 지중해 등은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 어떤 포장이 아니다. 일상으로 다시 들어오겠다고 판단한 것이니까, 그 이후에는 계속 여행을 꿈꾸게 되었고, 그래서 보통 사람들과 같아졌다. 회사 다니고 여행 가고 싶어하고, 그게 반복이다. 
 
한 회사만 다닌 11년차 카피라이터다. 카피를 쓰는 것이 어렵나, 책을 쓰는 것이 어렵나?
 
카피 쓰는 것이 더 어렵다. 카피는 개인적인 글쓰기가 아니다. 과학적인 글쓰기다. 자료, 조사, 숫자, 사회 돌아가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흐름과 맥락 안에서 무슨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인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가 다 정해져야 한다. 책을 쓰는 쪽이 더 쉬운 것 같다.
 
그럼 1년 후에 다음 책이 나오는 건가?
 
글쎄. 일, 일상, 여행에 대한 글까지 썼으니 당분간은 더 쓸 이야기가 없을 것도 같다.
 
여행에 대해 강의를 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나는 이런 여행을 한다’고 말하는 남의 이야기에 귀를 막고 자신의 여행에 더 귀를 기울여 보라고 말할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세 문장이면 끝나는 이야기라서 그냥 책을 보라고 하는게 낫겠다. 
 
바쁜 직업인데 언제 글을 쓰는가?
 
그때 그때 메모를 한다. 저녁에 남편과 맥주를 마시다가도 ‘잠깐만’ 하고는 수첩에다가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 둔다. 단어만 몇 개 적어 놔도 다음날 술 깨고 보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여행 때는 작은 수첩을 사용한다. 역시 여행하는 순간에 적어 둔 글들이 가장 좋다.
 
기억 못해서 기록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기억을 잘 못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실제로 나를 조금이라도 겪어 본 사람들은 ‘너 정말 심각하구나’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여행책이나 여행작가가 있는가?
 
오소희씨를 좋아한다. 터키, 라오스 책 나왔을 때 만나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이메일을 했었다. 그 인연으로 친한 언니 동생이 돼서 집에도 가고, 여행도 같이 가는 사이가 됐다. 책으로는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지중해 기행>, 피터 헤슬러가 중국의 작은 마을에서 머물며 쓴 <리버터운: 양쯔강에서 보낸 2년>을 추천한다. (이 이름들을 말할 때 그녀는 무척 망설였었다. 정확했는지는 비밀!)
 
앞으로 여행 계획은?
 
작년 말 크리스마스에 떠나서 1월 중순까지 포르투갈, 이탈리아에 가 있었다. 내년 여행 계획은 매일매일 바뀐다. 쿠바도 가고 싶고, 아일랜드에 다시 갈까 싶기고 하고, 베를린 등등 남편은 계속 듣고만 있다. 갈 때까지 수십 번이 바뀌니까.  
 
 

김민철 작가
광고대행사 TBWA KOREA의 11년차 카피라이터. SK텔레콤 ‘사람을 향합니다’, T ‘생각대로 T’, e편한세상 ‘진심이 짓는다’ 등의 히트 카피를 팀과 함께 만들었다. 2001년에 나온 첫 책 <우리 회의나 할까?>에 이어 지난해에는 <모든 요일의 기록>을 펴냈고, 올해 여름엔 <모든 요일의 여행>으로 일, 일상, 여행에 대해 아낌없이 말했다.
 
글 천소현 기자 인터뷰 사진 Travie photographer 김성래 사진제공 김민철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