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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 가는 가게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17.03.02 14:53
  • 수정 2018.06.01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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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 털뭉치와 데이트하개 
 
왜! 함께 다니냐고 물으면 대답은 하나다. 가족이니까. 
겨우내 집에만 있던 남실이와 이른 봄 마중에 나섰다. 
살랑살랑, 함께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다. 
 

 
▶집사 박애진
여행과 반려동물, 상극인 두 가지와 사랑에 빠져 괴로운 여행작가. 하루 산책 3번은 기본, 일상 대부분은 남실이와 함께다. 내년엔 남실이와 함께 떠난 여행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내고 싶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털뭉치들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느끼길 바라며.
 
▶남실이
나이 | 8살 
성별 | 남자 
성격 | 개시크한 척하나 소심쟁이
좋아하는 것 | 반려인, 닭가슴살, 잔디밭 
싫어하는 것 | 바다, 룸메이트 흰둥이
특이사항 | 유기견 보호소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모습이 너무 못생겨서 끌렸다.
 
 
 

●난 카푸치노 넌 코푸치노
헤이코타
 
시대가 변했다 하지만 개를 데리고 식당에 간다는 건 여전히 꽤나 눈치가 보이는 일이다. 개가 아무리 얌전해도 밥 먹는 곳에 같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고, 개 입장이 가능한 곳에선 맛없는 음식과 타협해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헤이코타(Hey Cotta)는 이러한 현실에 위안을 주는 장소다. 논현동 유명 맛집인 비하인드 옐로우가 운영하는 곳으로, 음식 맛은 물론 편안한 분위기까지 잡았다. 이곳의 마스코트는 ‘리코타’라는 이름의 하얀 포메라니안이다. 까칠한 성격을 가진 이 녀석은 레스토랑에 있는 경우가 드물지만 냅킨과 컵에 새겨진 캐릭터로 만날 수 있다. 눈치 챘을지 모르지만 레스토랑 이름 역시 리코타의 애칭 코타를 부르는 말이다.

토요일 오후, 헤이코타는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과 당당히 그 곁을 지키는 개들로 가득 찬다. 화이트 톤으로 꾸민 실내에는 구석구석 귀여운 강아지 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애견 카페가 아니기 때문에 개를 풀어 놓을 수는 없다. 작은 개들은 테이블 옆에 마련된 개 전용 요람에 앉혀 놓는다. 요람보다 큰 대형견은 테이블 옆에 묶어 두면 된다. 언뜻 생각하면 개판(?!)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기본 교육이 된 애들을 데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심하게 짖거나 난리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사람과 개들은 각자 또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음식은 맞은편 비하인드 옐로우에서 요리해 가져온다. 모든 소스는 직접 만들고 공장에서 제조된 가공품은 쓰지 않는다. 그날 들어온 재료는 그날 소진한다. 신선한 재료를 듬뿍 쓰는 만큼 재료가 돋보이는 콥 샐러드와 리코타 스피니치 피자가 인기다. 아보카도, 토마토, 치즈 등 일렬로 놓인 재료 위 어니언갈릭 드레싱을 뿌려 먹는 콥 샐러드는 눈과 입 모두 즐거워지는 ‘요술템’이다. 페이스트리 도우에 수제 리코타 치즈를 아낌없이 올린 피자 역시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으로 사랑받고 있다. 
강아지 전용 메뉴가 따로 있어 우리끼리 먹으면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메인 요리는 쇠고기와 두부, 유기농 야채가 들어간 스테이크. 디저트는 유당이 제거된 우유 거품으로 만든 코푸치노다. 여름에는 아이스크림도 판매한다. 코푸치노를 정신없이 먹는 남실이 입 주변이 하얗게 물들었다. 뽀뽀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사랑스럽다. 카푸치노 키스는 이렇게 탄생되었나 보다.  
 
주소: 서울 강남구 학동로 12길 8 
오픈: 11:00~23:00(브레이크 타임 15:30~17:30), 일요일 휴무 
가격: 강아지 스테이크 9,800원, 코푸치노 3,000원
주변 추천 산책로: 도산공원 
 
 

●나른한 오후, 달달함을 더하다
원인어밀리언
 
이보다 봄바람과 잘 어울릴 수 없다. 분홍분홍한 인테리어가 잊고 있었던 내 안의 소녀감성을 자극한다. 새하얀 공간에 인디 핑크로 포인트를 주어 말 그대로 러블리하다. 간판 대신 걸려 있는 현수막과 테이크아웃 컵은 원인어밀리언One in a Million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테이블 위에는 장미꽃이 놓여 있다. 꽃잎이 보드라운 생화다. ‘백만명 중 하나’라는 이름에서처럼 ‘당신 참 소중해’라고 속삭여 주는 듯하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지만 잠시나마 팍팍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테라스가 있다. 마당에는 감나무가 자라고 있고 초록 식물들을 여럿 두어 싱그럽다. 오후 햇살이 쏟아지면 생기를 뿜는다. 테라스는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어 나란히 기지개를 피며 봄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겨울에는 테라스를 오픈하지 않지만 무릎에 앉힐 수 있는 소형견은 실내 입장이 가능하다.

손님의 90%가 여성일 만큼 여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과 함께 색다른 메뉴도 여심 공략에 한몫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퐁당 빠진 베이비 라테와 코코넛 밀크를 넣어 이국적인 맛을 내는 홀리데이가 대표적이다. 레인커피는 아메리카노와 솜사탕이 함께 등장한다. 아메리카노의 뜨거운 증기에 솜사탕이 녹으면서 비처럼 톡톡 커피 속으로 스며든다. 맛있는 커피는 기본인 카페 홍수 속에 돋보이기 위한 고민과 센스가 묻어난다. 커피 팬이 아니라면 홍차로 우아한 티타임을 가져 보자.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마리아쥬 프레르 차의 고급스러운 향에 매료될 것이다. 

커피와 함께 빠질 수 없는 것이 디저트다. 잘 먹은 디저트 하나, 열 에너지 드링크 안 부러울 만큼 나른한 오후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맛도 비주얼도 몽글몽글한 화이트 티라미수를 추천한다. 에스프레소로 촉촉이 적신 레이디핑거 위 마스카포네 치즈와 생크림을 얹고 슈가 파우더를 듬뿍 뿌렸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티라미수의 모습이 아니다. 구름을 먹는 기분으로 한입 크게 떠서 넣으니 신기하게도 티라미수 맛이 난다. 바로 녹지 않고 푸딩 같은 식감이 매력적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절실한 달콤함이다.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4길 31
전화: 02 794 2414
오픈: 월~토요일 12:00~23:00, 일요일 12:00~21:30 
가격: 베이비 라테 7,000원 화이트 티라미수 6,000원
주변 추천 산책로: 남산 야생화 공원 
 
 
 

●캠핑 감성 돋는 BBQ 플레이스
마쵸스 
 
반려견을 위한 최고의 액티비티는 캠핑이다. 세상 어느 멋진 곳보다도 자연에서 뒹굴거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순수한 친구들이니까. 함께 풀밭에 누워 별만 바라봐도 배부를 것 같지만 매일 떠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식욕의 계절(?) 봄을 맞이해 캠핑 분위기라도 잔뜩 내면서 먹방 여행을 떠나 보면 어떨까. 소형견, 대형견 모두 환영하는 고기집이 경리단길에 숨어 있다.

마쵸스 헡(Macho’s Hut)은 3층짜리 건물 전체를 캠핑장처럼 꾸며 놓았다. 바닥에는 자갈 혹은 인조잔디를 깔았고 맥주 박스를 대충 쌓아 올려 만든 나무 테이블과 캠핑의자가 놓여 있다. 불편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캠핑의자는 푹신한 빈백(Bean Bag)만큼이나 편했다. 스테인리스 식기와 아이스박스가 캠핑 분위기를 한층 업시킨다. 아이스박스에는 시원한 맥주가 담겨 있다. 꺼내 먹은 후 나중에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메뉴는 바비큐지만 불판에 구워 먹는 흔한 고기가 아니다. 4시간 동안 천천히 익힌 훈제 삼겹살이다. 훈제는 손이   많이 가는데다 오래 걸려 집에서는 물론 캠핑 가서도 해먹기 번거로운 요리다. 정성이 들어간 만큼 고기는 놀라울 정도로 촉촉하고 풍미가 좋다. 외국 영화에서 자주 보던 동그란 아웃도어 바비큐 그릴에 예쁘게 담겨 나온다. 두툼한 두께임에도 칼을 대는 순간 부드럽게 잘린다. 직접 굽는 수고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냄새가 덜 배는 것도 장점이다. 평일에는 삼겹살 무제한 코스를, 주말에는 세트메뉴를 판매한다. 세트메뉴 주문시 미리 예약해야 한다.

고기는 모름지기 야외에서 먹는 고기가 제일 맛있는 법! 3층 옥상은 오픈공간으로 되어 있다. 날씨 좋은 날이면 저 멀리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제대로 도심 속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반려견을 데리고 오는 사람들은 옥상을 많이 찾는다. 남실이에게 살코기를 살짝 떼어 주니 날 보는 눈빛에 충성이 가득하다. 나눠 먹는 고기 속 가족애가 싹튼다. 사고뭉치가 아니라면 살짝 내려놓아도 괜찮다. 캠핑에서 삼겹살 다음으로 맛있는 것은? 바로 라면이다. 밀린 수다로 고기를 소화시킨 후 홍합 라면으로 입가심하면 완벽하다.
 
주소: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 20 
전화: 070 8820 2371
오픈: 월~금요일 18:00~24:00 주말 14:00~24:00 
가격: 삼겹살 무제한 1만5,000원, 2인 세트 3만8,000원 
주변 추천 산책로: 남산공원 
 
 
 
 
●나만 알고 싶은 아지트
게스트로 펍 12345
 
딱 작년 이맘때 홍콩을 여행했다. 퇴근과 동시에 소호의 해피아워가 시작되고 펍은 가볍게 한 잔 하는 사람들로 금세 찼다. 몇몇 테이블에는 곁을 지키는 개가 있었다. 일상인 듯 자연스럽게 함께였다. 참으로 부러웠는데 합정역 뒷골목에서 기대에 꼭 부합하는 펍을 찾았다. 퇴근길에 부담 없이 들르기도, 주말 저녁에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꼭 마음 맞는 사람만 데려갈 것이다. 좋은 것들로만 채우고 싶은 아지트니까.

빌라와 식당이 정신없이 얽혀 있는 골목길, 땅에 반쯤 걸쳐진 창문으로 주황색 불빛이 새어 나온다. 따듯한 빛을 따라 들어가면 이곳의 마스코트 ‘동이’가 버선발로 맞아 준다. 복슬복슬한 털이 솜사탕을 닮았다. 둥근 외모만큼이나 친화력도 좋다. 친구를 좋아하는 남실이도 덩달아 신이 났다. 게스트로 펍 12345(Gastro Pub 12345)는 공연예술가 부부가 낡은 빌라를 개조해 만들었다. 타일 한 장, 문고리 하나까지 구석구석 감각적인 손길이 닿았다. 바 테이블은 100년 넘은 한옥의 부엌문을 공수해 와 잘라 만들었다. 개성 넘치는 소품들이 모여 조화를 이룬다. 무채색의 공간이지만 안락하다.

과거 영국에서 유학할 때 외로움을 달래 주던 펍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키워드는 언제든지 올 수 있는 편안함이다. 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맥주 단 한 잔만 마셔도 상관없다. 친절하지만 과하지 않다. 때로는 조용하게 지켜봐 주고, 때로는 다정하게 말벗이 되어 준다. 여기저기 동이의 사진과 일러스트가 붙어 있다. 모두 손님들이 그려 준 것이다. 벽에 그려진 일관성 없는 낙서들은 이곳을 아끼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출입구 옆 분필로 쓴 ‘뭐든지 진심으로’라는 문구는 단골 법학대 학생이, 수학공식은 멕시코인 교수가 써 놓은 것이다.

펍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맛있는 맥주다. 12345는 서울 안암동 수제맥주 펍 히든트랙에서 만든 맥주를 사용한다. 100% 보리만 사용해 신선하고 풍미가 좋다. 종류는 세 가지. 동해, 서해, 남해다. 어려운 외국 이름이 아니라 마음에 든다. 맥주 맛이 주는 이미지에 따라 이름을 지었다. 상큼한 과일 맛이 나는 화이트 에일은 투명한 바다를 닮아 남해, 씁쓸하면서도 진한 보리의 맛이 살아 있는 페일 에일은 힘찬 동해, 커피 맛이 나는 흑맥주는 서해다. 주문과 동시에 만드는 피자와 함께 먹으면 맛도 행복도 두 배다.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3길 31-30
전화: 02 6205 7446
오픈: 18:00~01:00 
가격: 맥주 6,500원, 피자 1만3,000원
주변 추천 산책로: 한강 선유도 공원 
 
글·사진 Traviest 박애진 에디터 고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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