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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니아 드림

  • Editor. 구도영
  • 입력 2017.07.05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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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만리포’ 해변에 ‘캘리포니아’가 펼쳐진단다.
갈까 말까 고민도 잠시,
이번 주말 파도가 마구 밀려온다는 소식에 떠밀려 그곳에 도착했다.
또 한 번 서핑의 꿈을 한아름 안고서.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 이국적인 풍경
서해에도 서핑하기 괜찮은 파도가 꽤 들어온다
 
 
●서해안에 파도가 없다고?

국내의 유명 서핑 스폿으로는 제주 중문, 부산 송정과 해운대, 포항, 강원도 양양, 그리고 서해 만리포가 있다. 처음 만리포에 대해 들었을 땐 무척이나 낯설었다. 밀물과 썰물이 있는 서해에서 서핑이 과연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파도 정보 사이트 윈드 파인더*와 실시간 웹캠 영상을 통해 만리포 지역의 파도 크기를 확인해 보았다. 웬걸, 이번 주말에 파도가 밀려온단다. 일단 출발이다. 경기도 평택에서 만리포 해변까지 약 2시간 만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서퍼들의 천국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가히 만리포와 캘리포니아의 합성어 ‘만리포니아’라 불릴 만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서핑 보드를 싣지 않고 3/2mm 슈트만 챙겨 출발했다. 차를 바꾼 이후에 보드를 운반할 수 있는 소프트랙*을 아직 구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드를 빌리러 갔는데 이미 모든 보드가 동나고 초보자용 스펀지 보드만을 빌릴 수 있단다. 9피트짜리 흰색 토크Torq 롱 보드를 가지고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뭐. 오랜만에 스펀지 보드를 타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았다.
 
▼Surfer’s Dictionary 1
 
*윈드 파인더(Windfinder)│파도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지역별 파도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더블유에스비팜에서는 국내 주요 서핑 스폿의 실시간 웹캠 영상을 볼 수 있다. 
윈드 파인더  www.windfinder.com 
더블유에스비팜  www.wsbfarm-mag.com

*소프트랙(Soft Rack)│차량 위에 거치해 3~4장의 보드까지 운반할 수 있는 장치
 
많은 서핑 초보 입문자들이 주말의 바다를 찾는다
서해의 유일한 서핑 숍 ‘MLP Surf’
이번 서핑에 사용했던 초보자용 스폰지 보드. 부력과 균형감이 좋다
파도를 타기 위해 열심히 패들하는 모습

●쌉쌀달콤했던 바다의 추억

약 2.7m 정도 되는 길이의 주황색 롱 보드를 대여했다. 초보자 입문용으로 부력과 균형감이 꽤 괜찮아 보였다. 5월 초, 서해바다에 처음으로 풍덩 입수했다. 손발이 얼어붙을 것 같았다. 그제야 봤다. 다른 서퍼들은 신발과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는 걸.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서핑 숍 주인도 이렇게 물었었다. “지금 동계장비는 빌릴 수 없는데 괜찮으시죠?” 5월의 제주 온도쯤으로 생각했었다. 이 정도로 물이 차가울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래도 강원도 양양이 아닌 게 어디냐며 스스로 위로하고는 패들*을 하고 바다로 나아갔다. 

라인업*까지 가서 파도를 기다리는데 흔히 ‘좋은 파도’라 불리는 약 1m 높이의 파도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서해임에도 불구하고 간혹 허리 높이까지 파도가 훅 들어왔는데, 롱 보드를 타는 서퍼들에게 만족할 만한 파도 높이였다. 테이크오프*도 못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방향 전환과 노우즈라이딩*을 연습하고 있는 나. 매력적인 파도에 신이 나서 그만 욕심을 부렸는지 오는 파도를 다 잡아 타려다 금방 체력이 고갈됐다. 서핑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요한다. 바다로 나가기 위해 패들을 해야 하고, 파도를 타기 위해 파도 속도에 맞춰서 또 패들을 해야 한다. 초보자들에게는 더욱이 버겁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당 충전을 할 시간이다. 간식으로 사 온 초코우유와 초콜릿을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서퍼들과 지상에서 열심히 교육을 받고 있는 서퍼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서해인가, 캘리포니아의 해변인가. ‘만리포니아’라는 닉네임이 더없이 딱 들어맞는 풍경이었다.  
 
▼Surfer’s Dictionary 2
 
*패들(Paddle)│해변에서 바다로 나갈 때 혹은 파도를 탈 때 상체를 들고 왼팔과 오른팔을 교차해 자연스럽게 젓는 동작을 말한다.

*라인업(Line Up)│파도가 깨지기 전, 서퍼들이 파도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위치

*테이크오프(Take Off)│파도를 타기 위해서 일어나는 동작. 파도의 크기와 상황에 따라 시점이 다르고, 발을 딛고 일어나는 위치가 다르다.

How to  Take Off
① 손바닥으로 보드를 밀고 상체를 일으킨다. 
② 앞발을 보드 중앙까지 당긴다. 
③ 뒷발을 당겨 균형을 잡고 일어난다. 
 
*노우즈라이딩(Nose Riding)│보드 선단(노우즈) 부분을 밟고 서핑하는 것을 말한다.

세탁기 속에선 얼굴부터!
서핑 입문자에게 가장 먼저 알려 주고 싶은 것은 패들도 테이크오프도 아니다. 바로, 물에 빠지면 얼굴부터 가리라는 팁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서핑에 입문하면 ‘세탁기’를 경험하게 된다. 테이크오프나 라이딩 중에 넘어져 파도 안에서 마치 세탁기 속에서처럼 정신없이 구르는 경험을 말한다. 이때 보드나 모래 바닥에 부딪쳐 다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항상 얼굴을 보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MLP Surf  
주소: 충청남도 태안군 소원면 만리포 2길 172
요금: 3만원, 슈트 2만원, 초보자 강습 8만원, 1:1 개인 레벨업 강습 15만원, 샤워 4,000원, 동계장비 5,000원  
홈페이지: cafe.naver.com/mlpsurfing
 
*글을 쓴 구도영씨는 제주 중문 해변에서 처음 서핑을 시작했다. 1년 6개월간 제주에 살며 여름이면 주말마다 서핑을 즐겼다. 서핑에 입문한 지 3달 만에 ‘2015년 제주국제서핑대회’ 남자 롱 보드 초급부에 호기롭게 참가했지만 예선 탈락이라는 쓴맛을 보았다. 지금은 제주를 떠나 육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제주 앓이를 하며 이곳저곳 서핑 스폿을 넘보고 있는 초보 서퍼다.
브런치:  @tomdoyoungkoo
 
 
글·사진 Traviest 구도영  에디터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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