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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자전거 여행] 프로방스의 인사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7.08.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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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tic Cycling in Provence
자전거를 타고 프로방스의 수채화 같은 풍경 속을 달렸다. 
바람의 맛을 음미하고, 꽃과 구름의 색깔과 모양을 눈에 담고, 들풀과 바람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페달을 밟은 시간의 기록.
 
록시땅 팩토리의 향기로운 정원

●프로방스 자전거 여행자를 위한 지도
5 Cycling Routes in Parc Naturel Regional du Luberon

세상엔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 아주 많지만 “프로방스 자전거 여행을 어디에서 시작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엔 정답이 있다. 뤼베롱 지역 자연공원(Parc Naturel Regional du Luberon)이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rovence-Alpes-Cote d’Azur) 레지옹(Region)* 내 보클뤼즈(Vaucluse)와 알프드오트프로방스(Aples de Haute-Provence), 두 개의 데파르트망(Department)*에 걸쳐 넓게 자리하고 있는 이 공원은 자전거 여행으로 만끽할 수 있는 프로방스의 정수를 다 품고 있다. 자전거 여행자들의 천국, 프로방스의 자전거 루트는 무려 40개에 달한다. 그중에서 뤼베롱 지역 자연공원이 갖고 있는 루트는 5개. 이번 여행에서는 그중 4개 루트를 달려 보았다.

*레지옹(Region) & 데파르트망(Department) | 프랑스의 행정구역명은 꽤 복잡하다. 레지옹은 ‘주’, 데파르트망은 ‘도’ 개념으로 보면 편하다. 하나의 레지옹에 여러 개의 데파르트망이 속해 있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레지옹은 알프드오트프로방스·오트잘프·알프마리팀·부슈뒤론·바르·보클뤼즈 총 6개의 데파르트망으로 구성됐다.
더 자세한 지도는  www.veloloisirprovence.com/en/luberon에서 볼 수 있다. 
 

●프로방스를 달린 커플의 이야기
 
작은 것이라도 애정이 가는 ‘내 자전거’를 가져 본 사람은 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린 길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게 기억에 기록되는지를. 그걸 아는 사람들은 힘들게 자전거를 이고 지고서라도 어디로든 떠나 달리고 싶은 것이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조용성(이하 용성), 김민경(이하 민경) 커플처럼.

용성이 처음 자전거의 매력을 알게 된 건 21살이었던 10년 전이다. 20만원짜리 자전거를 사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500km 거리를 나흘 만에 종주했다.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자전거 동호회 ‘두바이(두 바퀴로 하나 되는 이십대)’를 만들었다. 값비싼 자전거 장비를 살 돈이 없는 20대가 편하게 모여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이 동호회에는 1,800명의 회원이 모였고, 지난해 ‘두바삼(두 바퀴로 하나 되는 삼십대)’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민경은 자전거를 타고 싶어 두바이의 문을 두드린 인연으로 용성의 여자친구가 됐다. 다른 커플들이 영화관, 커피숍, 전시회장에 갈 때 둘은 언제나 자전거를 타고 데이트를 즐겼다. 올해로 동호회의 역사도 4년, 둘의 역사도 4년이다. 민경은 자전거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진 남자친구 덕에 기본기부터 탄탄히 다지며 실력을 키웠다.

용성과 민경은 2014년, 미니벨로를 타고 40일 동안 유럽을 여행했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7개국을 자전거로 누볐다. 자전거 뒤에 트레일러를 달아 짐을 싣고 캠핑을 하며 다녔다. 즐겁고 행복했지만 단 한 가지, 짐의 무게 때문에 마음껏 속도를 내 달리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단다. 여행을 마치며 언젠가는 로드바이크로 유럽을 달려 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었다고. 그 소망이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 알았을까? 그로부터 3년 만에 커플은 로드바이크로 프로방스를 달리게 되었다.
 
저녁식사를 하러 간 예쁜 마을 빌라르에서
 
 
●DAY 0
프로방스의 인사
 
자전거 여행자들의 천국으로 가는 길
 
상상 속에서 수십 번을 그렸다. 어느 날엔 꿈에도 나왔던 것 같다. 프로방스, 드디어 이곳에 우리가 있다. 한국에서 함께 비행기를 탄 자전거 두 대도 무사히 도착했다. 마르세유(Marseille) 국제공항에는 가이드 파브리스(Fabrice)가 ‘TRAVIE’라고 쓴 종이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계선에서 여행은 시작되었다.

우리가 자전거 여행을 하기로 한 뤼베롱 지역 자연공원(Parc Naturel Regional du Luberon)(이하 뤼베롱)은 마르세유에서 자동차로 1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에 있다. 먼저 뤼베롱에서 가장 큰 도시인 마노스크(Manosque)로 향했다. 그곳에서 내가 탈 자전거 한 대를 대여하기로 되어 있었다. 가장 큰 도시라는 수식어가 머쓱할 정도로 인구가 2만명밖에 되지 않는 곳이다.

마노스크로 향하는 차 안에서 파브리스는 마르세유와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에 대한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 놓았다. 마르세유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범죄가 많은 위험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몇년간 프랑스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낙후된 거리와 건물을 깨끗하게 정비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도시로 거듭났단다. 많은 이민자들이 섞여 살아가는 프랑스 제2의 대도시 마르세유와 과거부터 부자들과 예술가, 지식인들이 모여 살던 인구 15만의 도시 엑상프로방스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다고. 

그가 13년째 살고 있다는 엑상프로방스에 대한 자랑을 한창 듣고 있는데, 멋진 사이클 복장을 한 할아버지 한 분이 자전거를 타고 우리 차를 앞질러 달려 나갔다. 마침내 자전거 여행자들의 천국, 뤼베롱에 입성했다는 뜻이었다. 

마노스크의 바슐라 바이크 숍(Bachelas Bike Shop)에는 언뜻 보아도 무수한 종류의 자전거가 있었다. 프로급 실력의 라이더를 위한 고가의 MTB와 로드바이크, 초보자를 위한 하이브리드 바이크, 전기자전거까지. 클릿슈즈(Cleat Shoes)*를 가져가면 자전거의 페달을 그 클릿슈즈에 맞는 것으로 교체해 빌려 주기도 한단다. 용성, 민경 커플과 달리 초보자인 나는 하이브리드 바이크를 빌렸다. 전기자전거를 빌릴까 살짝 갈등도 했지만, 진짜 자전거 여행의 묘미를 느끼기 위해 온전히 내 두 다리의 힘으로만 달리고 싶었다.
 
 
마노스크에 가면 록시땅 팩토리에 들러 보길. 매력적인 곳이다

알고 보니 마노스크는 그 유명한 프로방스의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L’Occitane)’의 팩토리(Factory)가 있는 곳이었다.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아 팩토리 내부 관람은 할 수 없었지만, 그 옆의 뮤지엄과 매장을 잠깐 구경하기로 했다. 록시땅 화장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온갖 종류의 허브와 꽃이 아름답게 가꿔진 정원 앞에서 다들 감탄사를 터트렸다. 하나하나 만져 보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 향기로웠다. 매장에서는 마르세유 공항 면세점보다 몇 유로씩 더 저렴하게 록시땅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여행 첫날이었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과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선물을 샀다. 모름지기 여행 선물은 마지막 날 사는 것이라는 여행 전문가들의 규칙(?)을 어기고도 마냥 기분이 좋았다.
 
*클릿슈즈 | 페달과 연결해 고정할 수 있는 자전거 전용 신발. 밟는 힘이 고스란히 페달에 전달되기 때문에 적은 힘으로 효율적 라이딩을 할 수 있다. 초보자는 충분한 연습을 거친 후에 사용해야 한다.
 
샤랑보 호텔의 전경
5성급 호텔의 조식 뷔페가 부럽지 않은 샤랑보 호텔의 아침식사 
 
 
이렇게나 서정적인 여행의 시작

한국에서 가져 온 자전거 두 대와 마노스크에서 빌린 자전거 한 대를 차에 싣고, 포르칼키에(Forcalquier)의 샤랑보 호텔(Hotel Charembeau)에 도착했다. 서정적인 풍경 한가운데 홀로 그림처럼 자리한 이 호텔이 우리의 자전거 여행 시작점이라니! 호텔 직원은 체크인을 하기도 전에 자전거 보관소부터 보여 주었다. 전자식 비밀번호 자물쇠가 달려 있는 널찍한 보관소에는 간단한 자전거 조립과 수리에 필요한 도구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다른 여행자들이 주차해 놓은 자전거 옆에 나란히 우리 자전거를 세우고 나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샤랑보 호텔은 자전거 여행자들에 특화한 호텔이다. 이 호텔의 오너는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의 모임인 ‘벨로 루아지르 프로방스(Velo Loisirs Provence)’ 협회의 회장이다. 그 스스로도 자전거를 오랫동안 즐겨 타 왔기 때문에 자전거 여행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호텔에서는 자동차가 없는 투숙객들을 위해 인근 레스토랑까지 무료로 태워다 주고, 식사를 마치면 레스토랑으로 다시 데리러 온다. 또 전문 자전거 숍과 협업 관계에 있어, 여행자들의 자전거에 문제가 생길 경우 수리·정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자전거를 가져오지 않은 사람은 호텔에서 자전거 대여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이점들이 없더라도 일부러 찾아와 머물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2,000년 전 로마제국이 있었던 자리에 1975년 문을 연 샤랑보 호텔은 500살이 넘은 나무를 품고, 수도원이 있었던 땅에 작은 농장을 가꿨다. 하나하나 정성으로 꾸민 25개 객실은 소박하지만 곱고 깨끗하다. 하얀 야외 테이블 위에 차려지는 아침식사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매일 아침 호텔 오븐에서 직접 굽는 크루아상과 바게트, 호텔 앞마당의 꿀벌 박스에서 모은 꽃향기 가득한 꿀과 직접 만든 여러 가지 과일 잼, 키위·사과·딸기·체리·살구를 탐스럽게 담은 과일 그릇, 프로방스 지역의 과일로 만든 주스, 진한 커피와 요거트까지. 수십 가지 음식이 있는 5성급 호텔의 조식 뷔페보다도 고급스러운 아침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마노스크의 바슐라 바이크숍에는 무수한 종류의 자전거가 있다 
우리는 자동차 뒤에 거치대를 달아 자전거를 운반했다. 차 뒤쪽으로 트레일러를 달아 자전거를 운반할 수도 있다 
 

▶tip 자전거의 종류

미니 벨로(Mini Velo)
바퀴 지름이 20인치 이하인 미니 자전거. 2단 또는 3단으로 접히는 제품들도 있어 휴대와 보관이 용이하다. 자전거 여행 중간 중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 또는 복잡한 도시를 여행하는 경우 이용하기 좋다.

로드 바이크(Road Bike) 
얇은 타이어와 날렵한 차체, 가벼운 무게가 특징인 자전거. 포장 도로 위에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으면 승차감이 떨어져 장거리 라이딩을 할 경우 피로감이 클 수 있다. 또 다른 자전거보다 조작이 어렵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부적합하다.

마운틴 바이크(MTB) 
폭이 넓은 타이어, 튼튼한 차체를 갖고 있어 비포장도로에서도 안정적으로 탈 수 있는 자전거다. 장거리 라이딩을 할 때도 피로감이 적다.

하이브리드 바이크(Hybrid Bike)
로드 바이크와 마운틴 바이크의 장점을 합쳐 놓은 자전거다. 마운틴 바이크의 편안한 승차감, 로드 바이크의 속도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초보자들이 입문용으로 많이 선택한다.

바슐라 바이크 숍(Bachelas Bike Shop) 
주소: 24 Boulevard de la Plaine, 04100 Manosque, France
전화: +33 4 92 72 15 84
홈페이지: www.bachelas-cycles.com
 
록시땅 팩토리(L’occitane Factory)
주소: A51 motorway?Z.I. Saint Maurice, 04100 Manosque, France
무료 가이드투어 예약 reservations.visites@loccitance.com 
 
샤랑보 호텔(Hotel Charembeau)
주소: Route de Niozelles, Charambau, 04300 Forcalquier, France
전화: +33 4 92 70 91 70
홈페이지: www.charembeau.com
 
 
▶Restaurant for Dinner
비스트로 드 페이 드 니오젤(Bistrot de Pays de Niozelles)

포르칼키에 옆 니오젤은 인구 200여 명의 아주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의 유일한 레스토랑이자 동네 사랑방인 ‘비스트로 드 페이 드 니오젤’에서 프로방스 첫 저녁식사를 했다. ‘비스트로 드 페이’는 프랑스 정부가 1993년부터 2,000명 이하의 주민이 사는 지역의 소상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라벨이다. 상점을 찾기 힘든 작은 마을에서는 이 라벨을 부여받은 곳이 식당과 상점 역할을 함께 하고, 여행객들에게 브로슈어 등 관광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큰 칠판에 분필로 적어 온 프랑스어 메뉴판을 더듬더듬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염소치즈가 들어간 샐러드와 고기 요리, 지역 크래프트 맥주를 주문했다. ‘퓨전’이라는 단어의 발길이 닿은 적 없는 듯한 프로방스의 음식.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전거 여행이 아니었다면 평생토록 와 볼 일 없었을 이 작은 마을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경험 자체가 재미있었다.
주소: Le Village, 04300 Niozelles, France  
전화: +33 4 92 73 10 17
홈페이지:  bistrot-niozelles.fr
 
 
기획·글=고서령 기자, 사진=고아라, 영상=이용일, 모델=김민경·조용성, 취재협조=프랑스관광청·터키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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