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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자전거 여행] 상냥한 길 위에서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7.08.01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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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Autour du Luberon a velo
뤼베롱 주변 코스 
50km

새벽 4시30분에 눈을 떴다. 5시30분에 시작하는 열기구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피곤함을 느끼기엔 설레는 마음이 너무 컸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 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프로방스의 들에는 신비로운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두둥실, 풍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10명이 넘는 사람이 탄 거대한 바구니가 풍선과 함께 깃털처럼 하늘로 끌어올려졌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날씨 덕에 풍선은 높게 더 높게 올라가 우리는 어느새 2,500m 상공을 날고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용성은 무섭다며 벌벌 떨었고, 그런 용성이 재미있는 우리는 깔깔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본 프로방스의 아침은 질투 날 만큼 평화로웠다.
 
라이딩 둘째 날 ’뤼베롱 주변 코스’의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커플
 
우리 말고 아무도 없는 듯한 길에서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을 마주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 열기구 투어를 마치고, 둘째 날 자전거 여행을 위한 채비를 했다. 이틀 밤을 묵은 포르칼키에를 떠나 압트(Apt)까지 달리는 코스다. 하루 만에 프로방스의 길에 익숙해진 우리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라이딩을 시작했다. 프로방스에서든 한국에서든 자전거를 타고 자연 속을 달리다 보면 정체 모를 곤충이 얼굴에 와서 퍽! 부딪히고 가는 일이 많다. 첫날엔 그때마다 너무 놀라 한동안 숨을 골라야 했는데, 둘째 날은 그것마저 익숙해졌는지 또 뭐가 부딪혔구나, 체념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자전거 타다가 벌레 먹는 사람도 많아요!”라는 용성의 말을 듣고선 아무리 숨이 차올라도 입을 꾹 다물었다.
 
용성은 자전거를 타면서 SNS 라이브 방송을 중계하기도 했다
키 큰 가로수가 멋졌던 길. 사진을 찍느라 한참을 머물렀다
자전거에 가방을 달아 짐을 넣고 여행하는 사람도 많다

이날 코스에서는 풍경보다 사람이 더 기억에 남는다. 첫날 코스보다 길 위에서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을 마주치는 일이 많았는데, 그들과 서로 “봉쥬르(Bonjour)!” 하고 인사를 나누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반대쪽 끝에서 달려오는 자전거가 보이면 빨리 인사를 나누고 싶어서 페달을 더 빠르게 밟을 정도였다. 그들이 보내는 경쾌한 목소리, 반가운 손짓, 상냥한 미소에 우리 역시 최선을 다해 화답했다. 자전거 여행자들끼리만 통하는 끈끈한 유대감, 그런 것이 프로방스의 자전거길 위에 진하게 흐르고 있었다.

전날 긴 코스를 라이딩하기도 했고 새벽 열기구 투어 때문에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한 터라 50km를 다 완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날은 업힐이 거의 없이 평지 위주로 이뤄진 코스여서 수월하게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힘이 덜 드니 자전거를 타면서 대화를 하는 여유도 생겼다. 저기 저 꽃 좀 보세요, 저 구름 좀 봐요, 허브 향기가 참 좋아요,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달리는 시간이 참 좋았다.

“프로방스엔 우리가 상상하는 진짜 시골길의 풍경이 있네요. 한국의 시골길도 아름답지만, 이곳저곳 개발하고 공사하느라 상처가 많거든요.” 용성이 말했다. 작은 시골집, 밭 그리고 온통 초록빛 물결이 있는 진짜 시골 풍경 속을 부지런히 달리다 보니, 어느새 우리의 목적지인 압트Apt에 다다랐음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보였다. 상냥한 길 위에서의 하루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난 보람이 있었던 열기구 투어
 
프랑스 몽골피에르(France Montgolfieres) 열기구 투어
포르칼키에를 포함해 프랑스 9개 지역에서 열기구 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업체. 오전 5시30분쯤 포르칼키에 광장에 모여 지프차를 타고 투어 장소까지 이동한다. 이메일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홈페이지: www.france-montgolfieres.com 
이메일: reservations@france-montgolfieres.com  
 
레지던스 스위트 홈 압트(Residence Suite Home Apt)
압트에서 묵은 레지던스형 호텔. 주차장 한쪽에 위치한 자전거 보관소에 무료로 자전거를 보관할 수 있다. 싱크대와 전자레인지, 냉장고, 조리도구가 갖춰져 있고, 도보 5분 거리에 마트가 있다.
주소: 517 Voie Domitienne, 84400 Apt, France
전화: +33 4 90 05 50 50
홈페이지: www.suitehome-apt.com
 

▶Restaurant for Dinner
라 폰탠느 레스토랑(Restaurant La Fontaine)

3개의 자전거 루트가 지나가는 압트는 지하철로 치면 환승역 같은 도시여서 많은 자전거 여행자들이 베이스캠프로 삼으며 하루 이상 묵는다. 하지만 도시 자체의 매력은 크지 않아,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우리는 압트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예쁜 마을, 빌라르(Villars)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서쪽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시간, 라 폰탠느 레스토랑은 이미 저녁식사를 시작하는 손님들로 북적북적했다. 로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맛집인 동시에 남프랑스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감도는 곳이었다. 한입 크기의 애피타이저인 ‘아뮤즈 부쉬(Amuse-Bouche)’도 하나하나 맛있었고, 와인과 함께한 스테이크와 생선 요리, 디저트까지 거의 남기지 않았을 정도로 만족한 저녁식사였다.
주소:  Place de la Fontaine, 84400 Villars, France
전화:  +33 4 90 75 48 55
홈페이지:  www.restaurantlafontaine.com
 
 
기획·글=고서령 기자, 사진=고아라, 영상=이용일, 모델=김민경·조용성, 취재협조=프랑스관광청·터키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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