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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 자전거 여행] 초록 길의 매력

  • Editor. 고서령
  • 입력 2017.08.01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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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4
 
La Veloroute du Calavon
칼라봉 벨로루트 코스 
26km

서울의 한강변처럼 프로방스에도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다. ‘그린웨이(Green Way)’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오직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왕복 2차선이다. 라이딩 마지막 날, 이 길을 달려 보기로 했다. 이날 코스의 시작점인 쿠스텔레(Coustellet)로 가는 길 중간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인 고르드Gordes가 있다. 루시용이 황토 집으로 가득한 마을이라면, 고르드는 돌집으로 가득한 마을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빼곡하게 지어진 마을의 풍경이 탄성을 자아낸다. 아침 일찍부터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한 그곳에서 우리도 인생 사진을 하나씩 남겼다.
 
돌로 만든 집이 가득한 고르드는 ‘프랑스에서 가장 예쁜 마을’ 중 하나다

자전거 전용 도로는 일반 도로보다 노면이 매끄럽고 평지로만 되어 있어 신나게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 오토바이 등을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덜한 것도 장점이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길이어서 자연스러운 미가 조금 덜할 수 있다는 건 단점. 하지만 앞선 사흘 내내 프로방스의 일반 도로는 원 없이 타 봤기에, 자전거 전용 도로를 타는 일이 은근히 기대됐다. 우리는 한껏 속력을 내 달리며 허브향기와 꽃향기를 머금은 프로방스의 바람을 음미했다. 우리가 전세를 낸 듯 한적한 도로 위로 아주 이따금씩 자전거 뒤에 아이를 태우고 가는 엄마, 여유로운 라이딩을 즐기는 노부부, 자전거 여행자들이 스쳐 지나갔다.
 
 
오직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전용 도로 코스에서는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날은 마지막 라이딩인 만큼 다른 날보다 쉬엄쉬엄 여행할 작정이었다. 자전거 길 중간에 있는 올리브농장에도 들르고, 와이너리에서 프로방스 와인 시음도 하면서 여유를 부렸다. 현지인에게 추천 받아 찾아간 ‘물랭 생 오귀스탱(Moulin Saint Augustin)’ 올리브 농장은 직접 재배하고 수확한 올리브만으로 여러 가지 식품과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다. 주인아저씨가 올리브 수확 과정을 설명하는 비디오를 보여 주었지만, 전부 프랑스어로 나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상품설명서도 모두 불어로만 쓰여 있었다.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란 뜻일 테다.
 
우리는 무늬가 멋진 올리브 나무 도마를 10유로에 하나씩 ‘득템’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도맨 드 라 시타델(Domaine de La Citadelle)’ 와이너리에는 이색적인 코르크 스크류(Corkscrew·코르크 따개) 박물관이 있다. 17세기부터 현재까지 수집해 온 1,700여 개의 코르크 스크류를 볼 수 있는데, 정말 ‘별의별 것이 다 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재미있는 장소다. 프로방스 테루아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레드, 화이트, 로제 와인을 시음해 보고 와인 셀러를 구경할 수도 있다.
 
 
마지막 점심 피크닉을 했던 ‘샤토 드 라코스트’는 피에르 가르뎅이 소유하고 있는 고성이다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양귀비 꽃밭에서 포토타임

즐거웠던 그린웨이 라이딩을 마무리하고 ‘샤토 드 라코스트(Chateau de Lacoste)’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몇 해 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이 구입했다는 라코스트의 고성이다. 우리는 고성 앞 풀밭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꿀처럼 단 샌드위치와 과일을 먹었다. 프로방스에서의 마지막 피크닉이었다. 꿈만 같았던 나흘의 자전거 여행이 벌써 그리워지고 있었다.
 

▶물랭 생 오귀스탱(Moulin Saint Augustin) 올리브 농장
주소: Les Hermitants ? 2800 route d’Apt D900, 84580 Coustellet Oppede, France
전화: +33 4 90 72 43 66
이메일: moulinstaugustin@orance.fr 
 
▶도맨 드 라 시타델(Domaine de La Citadelle) 와이너리
주소: 601 route de Cavaillon, 84560 Menerbes, France
전화: +33 4 90 72 41 58
홈페이지: www.domaine-citadelle.com 
 

▶Hotel & Restaurant for Dinner 
라 바스티드 드 불론
La Bastide de Voulonne Demeure & Table d’hotes

장미꽃이 만발한 정원을 가진 로맨틱한 저택, 라 바스티드 드 불론은 마을에서 뚝 떨어진 한적한 외곽에 위치한 호텔이다. 주변에 편의시설이라곤 보이지 않았으므로 다른 곳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건 매우 불편한 일로 보였다. 또 이렇게 낭만적인 분위기의 호텔을 두고 굳이 나갈 이유도 없을 것 같았고. 그런 이유들로 이 호텔에서는 모든 투숙객들이 저녁식사를 함께 한다. 저녁시간이 되자 야외 레스토랑 가운데에 큰 테이블이 놓였고, 스파클링 와인과 여러 가지 핑거 푸드가 준비됐다. 그 테이블 주위로 하나 둘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도 식전주와 애피타이저를 맛보며 이게 맛있다 저게 맛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메인 요리는 각자의 테이블로 서빙되었는데, 애피타이저를 즐기며 인사를 나눠서인지 옆 테이블에 말을 거는 일이 어색하지 않았다. 음식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지만 사람들이 가장 좋았다. 은은한 촛불이 빛나는 테이블에서 와인을 몇 잔이고 비우며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달랬다.
주소: Quartier Voulonne - D148, 84220 Cabrieres-d’Avignon, France
전화:  +33 4 90 76 77 55 
홈페이지: www.bastide-voulonne.com  
 
기획·글=고서령 기자, 사진=고아라, 영상=이용일, 모델=김민경·조용성, 취재협조=프랑스관광청·터키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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