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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F1963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 Editor. 김정흠
  • 입력 2017.11.28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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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이야기가 담긴 
문화 공간을 만나다
 
우리는 하루에도 쉼 없이 무언가를 마신다.
다양한 종류 중에서 나름의 취향을 찾게 되니 
단순히 꿀꺽꿀꺽 마시던 시대는 저물어 간다. 
이제는 한 잔을 마시더라도 나의 방식대로, 
나만의 감성으로 잔을 든다.
그런 당신을 위한 문화 공간, 여기 있다.

키스와이어뮤지엄, 고려제강 기념관
옛 공장에서 뜯어 낸 폐자재를 활용한 안내판
F1963 외관
와이어만으로 나선형 데크를 지지하고 있다
 
 
●부산
와이어 공장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낡고 버려졌던 공장에 숨을 불어넣었다. 건물의 뼈대는 최대한 살리되, 공간 하나하나는 새롭게 꾸며 냈다. 정원을 가꾸고,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어느 곳에서든 따스한 햇볕을 받을 수 있고, 건물 구석구석에 숨겨진 작품을 감상하며 둘러볼 수도 있다.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와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도 들어섰다. 크래프트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과 그 옆으로 전통주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매장이 공존한다. 때때로 공연을 하거나 영화를 상영하고,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부산의 새로운 핫플레이스, F1963이다.

F1963은 Factory의 F와, 공장이 문을 열었던 1963년을 합성한 이름이다. 원래 이곳은 와이어를 생산했던 부산의 향토기업 고려제강의 수영공장이다. 1963년부터 약 45년간 이곳에서 와이어를 생산했는데, 2008년을 기점으로 역사의 한 조각이 되었다. 이후 고려제강의 저장 창고로만 쓰이다가 2014년 부산비엔날레 특별전을 진행한 것이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2016년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2017년부터는 아예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F1963은 원재료로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자연과의 조화를 끌어내는 조병수 건축가의 작품이다. 세 개의 네모를 콘셉트로 해, 각 공간에 다채로운 테마를 집어넣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중정 ‘F1963 스퀘어’가 첫 번째 네모다. 흙바닥을 깔아 사람과 자연이 만나고 있음을, 시원하게 열린 천장은 하늘과 어우러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공간에서는 소공연과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두 번째 네모는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건축물로 카페와 펍이 들어서 방문객에게 휴식을 선사한다. 이 모든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큰 테두리가 바로 세 번째 네모다. 서점과 함께 앞으로 만들어질 전시장과 도서관 등을 배치해 여러 문화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장의 옛 모습을 새롭게 구성한 철제 프레임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F1963으로 들어서는 대문이다. 자동문을 두어 개쯤 열고 들어간 뒤, 다시 양쪽으로 난 계단 옆길을 따라 이동하면 비로소 중정에 다다른다. 사방으로 F1963의 공간이 차례로 자리한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인터넷 서점 YES24의 플래그십 스토어. 무려 20만 권에 달하는 장서를 보유하고 손님을 맞이한다. 강릉을 기반으로 한 로스터리 카페 ‘테라로사’의 내부 공간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입구에서는 손몽주 작가의 와이어 작품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공장에서 나온 폐자재와 기계 등을 곳곳에 배치해 테라로사 특유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울산 전통주 양조장 ‘복순도가’가 운영하는 매장은 손 막걸리 시음과 판매를 하고 있어 한국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전통 체코 맥주를 직접 만드는 양조장 ‘Praha993’에서는 유럽을 만날 수 있다.
 
인터넷 서점 YES24의 플래그십 스토어
키스와이어 뮤지엄은 와이어만으로 건물 전체를 받치고 있다
F1963의 수련가든
테라로사의 커피와 쿠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건물의 구석구석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건물을 빠져나오면 정원으로 꾸며진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공장의 폐수 처리장이었던 곳은 작은 대나무 숲으로 울타리를 만들었고, 습지 식물이 자라는 휴식 장소로 변신했다. 뒤뜰과 온실은 계속 꾸밀 예정이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곳. 리모델링 당시 나왔던 돌조각이나 트러스, 각종 폐자재는 디딤돌이나 의자, 안내 표지 등으로 재활용돼, F1963과 그 주변을 꾸미고 있다. 길은 대나무 숲으로, 다시 고려제강 기념관으로 향한다.

고려제강 기념관은 기업의 정체성을 한껏 뽐낸 건물이다. 기둥 하나 없이 와이어만으로 건물 전체를 지지한다. 건물 한가운데 놓인 중심축에서 사방으로 뻗은 와이어가 나선형 데크를, 건물 외벽을 뚫고 나아가 바닥에 고정된 모습이 정말이지 독특하다. 홍보관과 기념관 등으로 활용되는 이 건물은 복도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직선과 사선, 딱딱한 콘크리트로 외벽을 만들었음에도 연못과 잔디를 배치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살려 낸 건축학적 미학이 돋보인다. 와이어 틈새로 들이친 햇볕이 자연스레 발끝에 내려앉는다. 
 
기념관에 있는 와이어 생산 장비
 
 
F1963
주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 123번길 20
전화: 051 756 1963
요금: 업체마다 상이(웹사이트 참고)
홈페이지: www.f1963.org
 
키스와이어 뮤지엄(고려제강 기념관) 
주소: 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 141번길 63
전화:  051 760 2604 
오픈: 10:00~18:00(10:00/ 14:00/ 16:00 투어) 공휴일, 일요일 휴무  
관람정보 l 웹사이트에서 사전에 예약 필수  
*2017년 12월31일까지 <투명한 소리를 보다> 전시 관계로 별도 예약 없이 자유 관람(기념관 자료 없음) 
홈페이지: www.kiswiremuseum.com 
 
 
글 김정흠  사진 전용언 기자  에디터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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