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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에서 만나는 세계의 술

  • Editor. 김정흠
  • 입력 2017.11.28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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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술이 한자리에
굿데이 뮤지엄
 
지금으로부터 약 750여 년 전, 동아시아를 정복한 원나라는 일본 열도를 침공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대규모 군대를 한반도 남부에 결집하고 원정을 준비했다. 이때 군사들과 말에게 먹일 식수가 부족해지자, 우물을 파기에 이른다. 이들이 파낸 우물 중에서도 유독 맛이 좋은 곳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 우물을 ‘몽고정’이라 불렀다. 마을 사람들은 원나라군이 물러간 후에도 이 우물을 이용하여 밥을 짓고, 간장을 담갔으며, 술을 빚었다. 지금의 마산이다.
 
세계 각지의 술을 한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다
 

마산의 술이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였다. 마산포 개항 이후 이곳에 들어온 일본인들이 좋은 물과 날씨, 영남 지역의 드넓은 평야 지대를 두고 술을 빚는 양조장을 만드는 데 최고의 입지라고 생각했던 것. 물자가 오가는 항구까지 갖추고 있어 많은 이들이 마산을 찾았고, 요식업과 숙박업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술의 소비량도 급격히 늘었다. 봄이면 대곡천을 따라 벚꽃이 피고, 사시사철 아름다운 마산만이 드넓게 펼쳐지니 어찌 술맛이 나지 않을 수 있으랴. 1930년대 말에는 마산 지역의 경제를 양조 업자들이 주도했을 정도라니, 주향(酒鄕) 마산이라 불릴 만하다. 
 
굿데이 뮤지엄 전경
 

‘좋은데이’ 등 경남 지역 소주로 친숙한 주조회사 ‘무학’의 시작도 마산이었다. 맛 좋은 물과 풍부한 원재료를 바탕으로 청주와 소주 등을 생산하던 소화주류공업사가 그 시초였다. 정부 정책에 따라서 경남 지역의 주조 업체 여럿을 통합해서 현재의 무학에 이른 것. 회사 이름을 딴 소주를 생산하다가 1995년 ‘화이트’ 브랜드를 출시했다. 당시 알코올 도수 25%가 대세였던 시장에서 23% 소주를 출시함으로써 낮은 도수 경쟁에 불을 붙인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현재는 2006년 출시한 소주, 좋은데이가 무학을 대표한다. 

좋은데이와 화이트를 주로 생산하는 공장은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자리한다. 물맛 좋은 곳에서 좋은 술이 난다고 했던가. 이곳에서 생산하는 좋은데이는 경남 지역의 대표 소주를 넘어 전국적으로도 그 명성이 자자하다. 공장 바로 옆으로는 굿데이 뮤지엄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자리를 잡았다. 2015년에 무학에서 개관한 세계주류박물관이다. 굿데이 뮤지엄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하면 공장 견학과 함께 박물관도 둘러볼 수 있다. 

예약한 시간에 큐레이터가 관람객을 맞이하고, 위생 덧신을 신고 공장 내 브릿지 위를 걸으며 소주 생산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병을 세척하고 소주를 주입한 뒤 포장하는 전 과정이 브릿지 아래에서 펼쳐진다. 순식간에 한 병의 소주가 탄생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그동안 즐기기만 했던 소주의 탄생이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술과 장으로 유명한 항구도시 마산의 옛 풍경을 되살린‘재현전시관’
 

공장 견학 후에는 다시 전시관으로 이동한다. 세계 각지의 술을 지역별로 모아 전시한 세계 술 테마관을 시작으로 술 문화관, 소주 문화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술 테마관은 3,300여 종에 달하는 술을 전시하고 있다. 아쉽게도 마셔 볼 수는 없지만, 관람객 중 일부는 저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술을 먹었는지 내기하기도 한다고. 익숙한 술도, 난생처음 접하는 술도 눈에 띈다. 지역별 특성이나 민족의 성향에 따라 술의 생성 과정, 술병의 모양 등도 천차만별이다. 세계에서 제일 비싸다는 ‘루이 13세’, 영혼을 증류해 가장 독하다는 ‘스피리터스’ 등이 인상적이다.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하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지경. 

술 문화관과 소주 문화관에서는 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비롯해 소주가 국민적인 인기를 끌게 된 배경도 설명한다. 전시는 재현전시관으로 이어진다. 주향 마산의 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난 마산의 1970년대 풍경을 재현해 두었다. 무학양조장의 옛 모습에서, 대폿집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옛 추억을 되새기는 이도,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현실 세계에서 마주한 듯한 표정을 짓는 이도 있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무학의 역사, 회사 소개 등을 전시한 무학의 전당을 마지막으로 굿데이 뮤지엄의 모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전시관을 나오면서 시음도 할 수 있으니 빠뜨리지 말자. 
 
무학의 소주를 시대 순으로 전시하고 있다
무학의 옛 로고를 그려 넣은 장식품
감각적으로 놓여 있는 코르크 마개가 예술작품 같다
 
굿데이 뮤지엄 
주소: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공단2길 22 
전화:  070 7576 2017 
견학 정보 | 전화 또는 웹사이트에서 예약 
견학 시간: 1차 견학 10:00/ 2차 견학 14:00/ 3차 견학 16:00 
홈페이지: www.gooddaymuseum.co.kr
 
 
글 김정흠  사진 전용언 기자  에디터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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