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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의 기술]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은 여행의 모든 것, 순간에서 영원으로

  • Editor. 김경우
  • 입력 2017.12.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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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재에서는 여행에서 사진으로 간직해야 할 것들을 소개합니다. 
독자분들의 기억 속에 조각조각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뜨거운 일출 
        
꼭 새해 첫날이 아니더라도 365일 매일 해는 뜬다. 일기예보에서 다음날 아침 날씨가 좋은 것으로 나온다면 잠을 줄여서라도 해가 뜨기 전 일어나 보자. 부지런을 떨어 멋진 곳에 가서 만나든, 아니면 잠결에 후다닥 일어나 호텔 방의 커튼을 젖히자마자 만나든, 낯선 곳에서 만나는 일출의 온도는 일상에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촬영지 | 한국 양양 하조대  촬영년도 | 2015년  카메라 | Canon EOS 6D  
렌즈 | Canon 70-200mm F2.8L  촬영정보 | 초점거리 100mm ISO 100, 조리개 F8, 셔터스피드 1/200초  
 
 
로맨틱한 노을   

하루 종일 부지런하게 여행한 당신. 노곤한 몸으로 지긋이 바라보는 저녁 태양의 온도는 아침의 그것보다 감미롭다. 여행자들의 심장을 휘감듯 로맨틱하게 물들어 가는 빨간 노을. 사랑하는 그이와 말없이 바라만 보아도 좋지만, 슬며시 카메라를 꺼내 노을을 배경으로 잊지 못할 ‘인생 샷’을 담아 보자.
촬영지 | 이탈리아 피렌체  촬영년도 | 2016년  카메라 | Canon EOS 6D  렌즈 | Canon 16-35mm F2.8L 촬영정보 | 초점거리 35mm, ISO 200, 조리개 F8, 셔터스피드 1/160초  
 
 
랜드마크와의 조우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의 여신상, 인도 타지마할, 로마 콜로세움 등등…. 우리가 세계사나 지리 교과서에서나 봤던 위대한 유적과 랜드마크를 실제로 만나는 순간, 그 감동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운이 좋아 다시 보게 될 때는 처음의 감동은 어디로 갔는지 심드렁하기만 할 뿐이지만. 고대했던 랜드마크와 조우하는 첫 순간은 언제나 사진기와 함께해야 한다.
촬영지 | 인도 아그라  촬영년도 | 2005년  카메라 | Canon EOS 20D  
렌즈 | Canon EF-S 17-55mm  촬영정보 | 초점거리 60mm(1:1 환산), ISO 100, 조리개 F5.6, 셔터스피드 1/320초
 
 
부드러운 역광
  
여행지에서의 늦은 오후. 공원 어드메의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당신. 한 무리의 아이들이 까르륵 웃으며 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오후의 부드러운 햇빛은 느슨하면서도 부드럽게 그들을 감싸고 있다. 멍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문득 한 소녀가 당신에게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을 건네는 순간. 그녀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나도 그때 비추던 오후의 역광은 어찌나 눈부시던지. 왜 또 가슴은 부끄럽게 두근거린 건지…. 그렇게 오후의 역광은 여행지에서의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다.
촬영지 | 인도 조드푸르  촬영년도 | 2014년  카메라 | Canon EOS 5D Mark II  렌즈 | Canon 35mm F2.0  
촬영정보 | 초점거리 35mm, ISO 200, 조리개 F2.8, 셔터스피드 1/800초 
 
 
파란 하늘
        
수시로 이어지는 황사와 미세먼지의 공습! 우리나라에서는 깨끗한 파란 하늘 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렇기에 여행지에서 만난 순도 100%의 파란 하늘이 얼마나 귀한지. 뻥을 보태 성층권까지 보일 것 같은 파란 하늘을 만난 순간 꼭 카메라를 꺼내 조리개를 조여 그 모습을 담아 보자.
촬영지 | 한국 전북 덕유산  촬영년도 | 2013년  카메라 | Canon EOS 5D Mark III  렌즈 | Canon 16-35mm F2.8L  
촬영정보 | 초점거리 16mm, ISO 100, 조리개 F11, 셔터스피드 1/640초
 
 
반짝이는 야경
    
우리 주변에는 ‘나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고 말하듯 특히 밤이 아름다운 여행지가 많다. 복잡하고 정신없고 지저분한 메갈로폴리스일지라도 밤이면 매혹적인 드레스로 옷을 갈아입으니. 도시로 여행을 떠났다면 하루 저녁 정도는 높은 곳에 올라 야경을 꼭 만나 볼 필요가 있다. 해가 지기 전 노을, 이윽고 해가 진 뒤 코발트블루나 마젠타색으로 물든 하늘 아래 반짝이는 도심의 야경. 무수한 다이아몬드들이 반짝이듯, 그 값을 매길 수 없는 보석들의 향연이다.
촬영지 | 홍콩 뤼가드 로드  촬영년도 | 2017년  카메라 | Canon EOS 6D  렌즈 | Canon 50mm F1.4  
촬영정보 | 초점거리 50mm 파노라마, ISO 100, 조리개 F10, 셔터스피드 10초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은하수를 실제로 본 적이 있는가? 원두막 아래서 수박을 깨 먹으며 은하수를 보고, 오순도순 이야기했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이제 전설이나 무용담처럼 들린다. 어딜 가나 불야성인 여행지 밤하늘에서 별 보기란 별을 따는 것처럼 힘든 일. 그래서 광공해가 없는 여행지에 간다면 날씨가 맑은 날 꼭 별을 따러, 아니 별을 찍으러 나가 보자. 호텔이 외딴 곳에 위치한 행운(?)을 잡았다면 숙소의 불빛이나 가로등을 피해 조금만 걸어가 보라. 상상했던 것보다 무수히 많은 별이 반짝이고 있음에 놀라게 될 것이다. 여름철이라면 운 좋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만날 수 있을지도.
촬영지 | 이탈리아 돌로미티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  촬영년도 | 2017년  카메라 | Canon EOS 6D  
렌즈 | Canon 16-35mm F2.8L  촬영정보 | 초점거리 16mm, ISO 5000, 조리개 F2.8, 셔터스피드 20초 
 
 
경이로운 자연을 만나는 순간
       
하인리히 바르트(Dr. Heinrich Barth)나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 같은 위대한 탐험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약간의 탐험가 기질은 갖고 있다. 때로는 경이로운 자연을 만나기 위해 높은 산을 타기도 하고 울창한 정글을 갈 때도 있다. 그렇게 몸으로 대자연을 체험하고 정복감을 느낄 때, 그 쾌감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비상식량과 더불어 카메라다.
촬영지 | 프랑스 몽블랑  촬영년도 | 2017년  카메라 | Canon EOS 6D  
렌즈 | Canon 16-35mm F2.8L  촬영정보 | 초점거리 35mm, ISO 100, 조리개 F8, 셔터스피드 1/1600초 
 
 
하늘에서 춤추는 오로라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주인공 월터가 사진가 숀을 찾아 떠난 아이슬란드. 필자의 상상 중 현실로 만들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월터가 찾은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를 직접 만나는 경험이었다. 오랫동안 버킷리스트의 한 줄로만 기록되었던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마흔 줄 훌쩍 넘긴 중년 아저씨에게도 세상은 여전히 경이롭기만 하더라. 그렇게 여행은 평생 이 지구의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해 줄 가장 흥미로운 놀이요, 탐험이다. 
촬영지 | 아이슬란드 비크  촬영년도 | 2017년  카메라 | Canon EOS 6D  
렌즈 | Canon 16-35mm F2.8L  촬영정보 | 초점거리 16mm, ISO 2500, 조리개 F2.8, 셔터스피드 6초 
 
 
순백의 눈
   
일상에서 만나는 눈은 때로는 번거로운 존재. 출퇴근길에는 바삐 집으로 향하게 만드는 얄궂은 겨울의 불청객이다. 그러나 여행 중 눈이 온다면? 눈을 처음 만난 강아지마냥 들뜨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특히나 겨울 여행지로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나 캐나다 로키 같은 곳에서 눈을 만나지 못하면 무척 서운할 게다. 여행지에서 눈이 오는 순간, 아니면 눈이 내린 직후 하늘이 파랗게 개는 순간은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을 때다.
촬영지 |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  촬영년도 | 2016년  카메라 | Canon EOS 6D  
렌즈 | Canon 100-400mm F4.5-5.6L IS II USM  촬영정보 | 초점거리 200mm, ISO 200, 조리개 F6.3, 셔터스피드 1/180초, 플래시
 
 
거울 같은 반영
 
바람 없는 날이 있을까? 반면에 바람이 잠시 멈추는 순간은 많다. 호수나 강이 있는 여행지에서 바람이 멈추는 순간, 당신의 눈앞에는 기적처럼 시간이 멈춰 쓸쓸함과 고요가 찾아온다. 세상을 반으로 접은 듯, 데칼코마니 같은 반영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지난 일상의 찌든 때와 번뇌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그런 귀한 순간을 어찌 사진으로 간직하지 않을 수 있으리.
촬영지 | 슬로베니아 블레드  촬영년도 | 2017년  카메라 | Canon EOS 6D  
렌즈 | Canon 50mm F1.4  촬영정보 | 초점거리 50mm, ISO 100, 조리개 F8, 셔터스피드 30초 
 
 
가슴 뭉클한 가족애

여행 중에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거나 집밥이 그리울 때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마주칠 때다. 특히 홀로 떠난 여행이라면 더더욱. 여행에서 세상의 수많은 부모들의 모성애와 부성애, 손주를 향한 할머니의 사랑, 반대로 어른들을 모시는 자녀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볼 때마다 그렇게 일상이 그리워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 모습이 너무나 정겨워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럴 땐 꼭 동의를 구해 촬영하고 그들에게도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게 가족사진도 꼭 찍어 주도록 하자.
촬영지 | 미얀마 바간  촬영년도 | 2015년  카메라 | OLYMPUS OM-D E-M5 Mark II  
렌즈 | OLYMPUS 40-150mm F2.8 PRO  촬영정보 | 초점거리 200mm(1:1 환산), ISO 200, 조리개 F3.5, 셔터스피드 1/2000초
 
 
생생한 야생의 세계

일반적인 여행의 범주는 아니다. 하지만 아프리카나 아마존 같은 원시의 여행지에 간다면 그곳의 주민들은 사람이 아니라 야생동물들이다. 20년 간 알래스카를 비롯한 오지의 생태를 촬영하다 불곰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 일본의 사진가 호시노 미치오의 예처럼 야생을 촬영하고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사진가에게도 궁극의 지점에 있는 전문적인 작업이다. 하지만 생태에 관심이 많다면, 그리고 일생에 한 번 정말 태고의 야생을 만나고 싶다면, 당신이 꼭 도전해 볼 만한 일이다.
촬영지 | 일본 홋카이도 구시로  촬영년도 | 2013년  카메라 | Canon EOS 5D Mark III  
렌즈 | Sigma APO 120-300mm F2.8  촬영정보 | 초점거리 300mm, ISO 400, 조리개 F2.8, 셔터스피드 1/1600초
 
 
유머와 위트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에게 “사진 좀 찍어도 되겠냐”고 요청하는 일은 참 어렵다. 특히나 험상궂은 외모에 코에는 피어싱을 하고 덕지덕지 문신까지 한 사람에게라면 더더욱. 그러나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만큼 지독하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까. 그렇게 당신이 경계했던 사람일수록 사진을 찍을 때 더 유쾌한 포즈나 표정을 지어 주는 사람들이 많으니 절대 선입관을 갖지 말길. 여전히 세상에는 유머와 위트로 무장한 관대한 사람들이 무척 많다. 
촬영지 | 프랑스 파리  촬영년도 | 2013년  카메라 | Canon EOS 5D Mark II  
렌즈 | Canon 16-35mm F2.8L  촬영정보 | 초점거리 18mm, ISO 200, 조리개 F8, 셔터스피드 1/200초
 
 
맛있는 음식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미쉐린 별이 달린 레스토랑에 가지 않더라도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만큼 즐거운 때가 또 있으랴. 음식이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입에 넣기 바쁜 게 인지상정이지만 정말 기억하고 싶은 만찬이 나온다면 또 어찌 사진으로 남기지 않을 수 있으리. 잘 찍은 음식 사진은 꽤나 쓸모가 많거니와, 음식은 먹고 나면 순식간에 사라지기에 음식의 풍미를 영원히 기억하려면 사진으로 기록해 두자. 그런 작업은 여행에서 꽤 의미가 크다.
촬영지 | 일본 도쿄  촬영년도 | 2008년  카메라 | Canon EOS 5D  
렌즈 | Canon 16-35mm F2.8L  촬영정보 | 초점거리 18mm, ISO 400, 조리개 F4, 셔터스피드 1/100초
 
 
행복 바이러스, 웃음

장엄한 대자연이나 경이로운 기상현상을 목격할 때 솟는 아드레날린보다 어쩌면 당신을 더 들뜨게 해줄 것은 누군가의 미소요, 웃음이다. 여행을 함께 간, 아니면 여행지에서 만난 누군가가 당신에게 슬며시 미소를 지어 줄 때, 활짝 함박웃음을 터뜨려 줄 때 그 순간이 아니 즐거울 수 있으랴. 그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비타민 같은 힘이 될 것이다.
촬영지 | 스위스 쉬니게플라테  촬영년도 | 2017년  카메라 | OLYMPUS OM-D E-M1 Mark II  렌즈 | OLYMPUS 40-150mm F2.8 PRO  
촬영정보 | 초점거리 160mm(1:1 환산), ISO 400, 조리개 F8, 셔터스피드 1/1000초
 
 
다음 세대에게 전승되는 전통

오랫동안 여행을 많이 다녀 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체감하게 되는 것 중 하나. 세상이 점점 획일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온 후 그 속도는 더 빨라져서 이제 지구촌은 하나가 된 듯(좋은 의미로서가 아닌), 여행지에서의 생경함은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편리함만을 좇아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고유의 전통이 사라지고 몸에 맞지 않는 서양식 옷을 입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이제 박물관이나 민속촌에나 가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전통의 모습들. 그 모습이 사라져 가는 게 아쉽기만 하니 여행에서 그런 전통을 만날 때마다 더욱더 부단히 사진으로 기록해 두자. 
촬영지 | 인도 코친  촬영년도 | 2015년  카메라 | OLYMPUS OM-D E-M5 Mark II 
렌즈 | OLYMPUS 12-40mm F2.8 PRO  촬영정보 | 초점거리 50mm(1:1 환산), ISO 200, 조리개 F2.8, 셔터스피드 1/250초

*여행사진가 김경우 | 10년간의 잡지 기자 생활을 마치고 틈만 나면 사진기 한 대 들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좋아 발 닿는 대로 다녔으나 늦둥이 아들이 태어난 뒤, 아이에게 보여 줄 오래된 가치가 남아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다니고 있다.  www.woosra.com 

*연재를 마칩니다. 
‘여행사진의 기술 PLUS+’를 연재한 지 어느덧 17회째. 여행 사진 찍는 법에 대해 실전적인 경험담 위주로 담백하게 풀어 보려 했던 시간. 늑장을 부려 편집부 마감 시간에 종종 지대한 지장까지 초래했던 지난날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아무쪼록 그간의 글들이 보다 더 즐겁고 기억에 남는 여행길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지면을 통해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 봅니다. 
 
글·사진 김경우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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