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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 델타의 소박한 매력, 벤째

  • Editor. 정태겸
  • 입력 2018.02.0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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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Tre
베트남을 훑어 내려가는 마지막 여행지는 메콩강의 삼각주를 일컫는 델타지역이었다. 베트남 메콩 델타지역은 벤째성에 해당한다. 메콩강은 티베트고원에서부터 출발해 흘러내려온다. 라오스와 태국,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의 메콩 삼각주까지 흘러오는 총길이만 4,020km. 그중에서 베트남 영토를 흘러 지나가는 구간은 220km다. 동남아시아의 젖줄과도 같은 이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못 기대가 컸던 일정이기도 했다.
 
벤째는 4,020km를 흘러온 메콩강이 바다로 들어가는 삼각주 지역이다

메콩 델타지역의 총 면적은 무려 2만2,000km²에 달한다. 4,000km를 떠 내려와 바다와 강 사이에 차곡차곡 쌓인 비옥한 흙은 훌륭한 곡창지대가 됐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은 베트남 전체 생산량의 60%가 넘는다. 베트남 전체인구의 약 30%가 메콩 델타에 거주하고 있다는 통계표는 이곳이 얼마나 살기 좋은 땅인지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강에 의지하고 땅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은 변화를 반기지 않는다. 예부터 이어져 온 생활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이방인들에게 메콩 델타가 흥미로운 건 그래서다. 
 
메콩 델타의 주요한 특산물은 역시 코코넛. 다양한 상품으로 가공되고 있다

이 지역을 돌아보는 여행은 주로 배 위에서 이뤄진다. 메콩강의 지류를 따라 정글 안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 땅의 풍경과 산업을 한눈에 주워 담는 식이다. 배를 타고 내려서 걷다가 오토바이를 타다가, 그리고 다시 작은 배로 갈아타고 지류를 거슬러 나간다. 메콩강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건 무엇보다 크고 작은 배들이었다. 

덥고 습한 물가의 땅에는 코코넛이 많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코코넛이 이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인간이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자연이 알아서 길러 내는 풍부한 코코넛은 그들에게 유용한 식량이자 자원이다. 메콩 델타지역을 돌아보며 코코넛 공장을 들렀다. 그들은 코코넛 과육을 말려서 주전부리로 만들었고, 남은 껍질은 질 좋은 연료로, 가구의 재료로 사용했다. 
 
메콩 델타의 길가 옆으로는 코코넛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강에 기대어 살아간다 
 
일정한 간격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여행객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한 공장의 상점과는 달리 한쪽에는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한가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멀리 더위에 민소매를 입고 나온 할아버지에게서도 지루한 오후의 햇살이 묻어 있다. 이 지역에서 생산해 내는 특산물만으로도 꽤 살  만한 모양인지, 구석구석 자리를 잡은 집들은 꽤 그럴 듯한 풍채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 지역의 풍요로운 환경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을 주고 있는지를 엿본다. 실상 보고 싶었던 것은 코코넛 공장보다는 이런 그들의 내밀한 안쪽이었던 터다.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유와 독하지 못한 푸근한 마음들. 메콩 델타를 헤매고 다닌 서너 시간 동안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지 못한 채로 호찌민으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오는 길, 일행들이 숙소로 돌아간 사이 무언가 하나쯤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물어물어 시내의 절을 찾았다. 호찌민 사람들이 무시로 찾아간다는 빈 응이엠(Vinh Nghiem, 永巖寺)이라는 이름의 절이었다. 호찌민에는 절이 많고, 대개 중국불교의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지만 빈 응이엠은 전형적인 베트남불교 사원이라고 했다. 남부 최대 규모의 사원이기도 했다. 절을 찾아온 사람들의 표정이 간절했다. 으레 다니는 절이라 습관처럼 방문한 게 아니라 간절함이 있어 찾아온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향을 하나 올리는 데도 정성을 다하고 꽤 오래 기도의 말을 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만의 마지막 여행지에 서서 자문했다. 베트남은 나에게 어떤 여행지였을까. 문득 베트남에 첫발을 내밀었던 순간 들었던 ‘Fix you’가 떠올랐다.
 
코코넛 공장 한쪽에서 만난 어린아이의 얼굴에 지루한 오후가 가득 묻어 있었다
메콩 델타의 사람들은 낮잠도 배 위에서 잔다

Lights will guide you home
And ignite your bones
And I will try to fix you
빛이 당신을 집으로 인도할 거예요
당신을 밝혀 줄 거예요
그리고 제가 당신을 고쳐 줄게요
 
이번 여행은 베트남의 상처와 상처를 이겨 내는 과정을 보고 돌아온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은 상처가 깊은 나라였고 이제야 상처를 이겨 내며 일어서는 나라가 아닐까. 깊은 아픔을 앓아야 했던 나라여서 다른 이방인의 상처도 어루만질 줄 아는 나라였던 게 아닐까. 비로소 지인들이 왜 틈만 나면 베트남을 이야기하고 그 땅으로 떠나는지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북에서 남으로 흘러오며 이 나라에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의 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은, 그런 나라였다.  
 
▶travel info
AIRLINE
한국에서 베트남을 잇는 항로는 꽤 많다. 최근에는 비엣젯 항공의 약진이 눈에 띈다. 비엣젯 항공은 2007년 설립된 베트남 최초의 민간 저비용항공사다. 비엣젯 항공의 특징은 A320 계열의 단일 기종만 운영한다는 점. 대신 최신 기종 보유대수가 타 LCC 항공사에 비해 월등히 많기로 유명하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진다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가장 좋은 선택지다. 현재 하노이, 호찌민, 다낭, 하이퐁 등 베트남의 주요 거점과 인천을 연결하고 있다.   www.vietjetair.com
 

WEATHER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용의 모양을 한 나라다. 전반적으로 열대몬순성 기후다. 그러나 북쪽의 경우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고 아열대 기후에 가깝지만 남쪽은 일 년 내내 덥고 습한 열대성 기후다. 반면 중부 산악지대의 경우 달랏과 같이 비교적 선선한 기후의 지형도 있고, 베트남에서 가장 습한 지역도 존재한다. 따라서 목적지에 따라 사전에 해당 지역의 기후를 찾아보고 준비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FOOD
베트남 음식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을 만큼 맛있다. 물론 지역에 따라 강렬한 향 때문에 적응하기 힘든 음식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잘 맞는 편이다. 메콩 델타지역의 경우 아직 낯선 메뉴들이 많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민물새우를 활용한 음식과 코코넛으로 지은 밥이 매우 인상적이다. 인디카 종의 쌀과 코코넛의 달콤한 향이 서로를 잘 품어 낸다. 누룽지를 둥글게 부풀려서 내주는 메뉴가 나올 때는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INSTRUMENT
베트남의 전통음악을 접하게 되면 늘 눈에 띄는 악기가 있다. ‘단 보(Dan bau)’라 불리는 베트남의 전통 악기다. 가야금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가느다란 채로 현을 때리고 보(Bau)라고 불리는 막대를 밀고 당기면서 줄의 텐션을 조절해 소리의 묘미를 조절하는 특징이 있다. 연주법이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기타의 피킹 하모닉스와 유사한 연주법이어서 현을 때리는 것만으로는 온전히 소리가 나지 않는다. 
 
글·사진 정태겸  에디터 천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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