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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니 오브 홍콩

  • Editor. 강화송
  • 입력 2018.04.02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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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이어폰은 무용지물이다.
서둘러 몸 식히랴 돌아가는 실외기도,
팔 벌려 옷 말리랴 삐걱되는 건조대도.
오늘도 기어코 경적을 울리고 만 택시조차
당신을 위한 홍콩 심포니를 연주할 테니.
Tai Koo Yick Cheong Building
 
1악장
연신 튕겨지는 선율이 경쾌하다.
기어코 농구공은 소년의 손을 떠난다. 
곧 들려오는 작은 탄식이 반갑다.
누군가의 불행은 누군가의 행복이었던가. 
다시금 경쾌한 선율에 안정을 찾는다.
Choi Hung Estate
 
2악장
어찌나 요란법석인지, 
홍콩 택시는 외관만큼 소리도 맵다.
경적소리에 귀가 화끈해질 정도로.
North Point 375 King’s Road
 

3악장
우렛소리를 내며 길을 가른다.
묵직한 선율은 잠잠해질 기색이 없다.
무슨 짐이 그리도 많은지
한없이 늘어진다. 수레바퀴도, 그의 어깨도.
Sham Shui Po
 

4악장
홍콩의 원칙은 낙장불입이다.
위태롭게 걸려 있는 빨랫감에서는 물방울이,
멈출 줄 모르고 흐르는 땀방울이
한가득 바닥을 적시기 때문이다.
Sham Shui Po
 

5악장
오색빛깔 마천루가 밤바다를 가득 적신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멜로디로 휘적이니 
이내 보랏빛 가득 물든다. 
탄성과 함께 홍콩심포니를 마친다.
야속하지 않다. 곧 다시 들려올 테니. 
Tsim Sha Tsui Symphony of Light
 
글·사진 강화송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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