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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마법 같은 도시, 비간

  • Editor. 김희진
  • 입력 2018.04.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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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gan Tour
호박마차를 타고 파티에 가는 신데렐라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비간(Vigan) 에서 이런 상상은 현실로 다가왔다. 진짜 말이 끄는 마차를 올라타니 눈 깜짝할 새에 눈앞에 16세기 풍경이 펼쳐졌다. 비간이 만들어 낸 마법이었다.
 
칼레사 투어의 마지막 종착지인 비간 문화유산 마을. 정교하게 닦인 도로와 옛 건축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 독립을 위해 순교환 부르고스 신부 동상
 
●마차 타고 떠나는 과거로의 산책 

일로코스 수르의 주도인 비간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이다.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16세기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필리핀은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비간은 스페인에 의해 건립된 계획도시 중 보존이 가장 잘 되어 있다. 비간의 역사적 가치를 인식한 유네스코는 1999년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비간의 건축 양식은 필리핀과 중국, 유럽의 문화적 요소가 골고루 결합되어 있다.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도시경관이다. 유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다가도 필리핀 고유의 정서가 가득 넘쳐난다. 
 

매력적인 도시인 비간을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은 칼레사(Kalesa)를 타는 것이다. 칼레사는 식민지 지배 시절 스페인 귀족들이 탔던 전통 마차다. 타박타박 경쾌하게 소리를 내는 칼레사를 타고 비간 시내 투어를 시작했다. 칼레사가 출발하자 곧이어 비간의 중심지인 플라자 살세도(Plazs Salcedo) 광장이 보인다. 스페인 정복자인 후앙 데 살세도의 이름을 딴 이 광장은 비간의 공식적인 행사 장소로 사용되는 곳이다. 광장 중앙에 넓게 위치한 분수대가 인상 깊었다. 밤에는 이곳에서 분수 쇼가 펼쳐진다고 하니 낮보다 아름다운 비간의 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도로에 진입하자 왼편으로 필리핀 대중교통수단인 지프니와 트라이시클이 바쁘게 지나다닌다. 비간에서는 흔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거리에 줄지어선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가정집들도 시선을 잡아끌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관광지가 아닌 사람 사는 동네 비간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Kalesa
주소: Crisologo St., Vigan City, Ilocos Sur, Philippines
칼레사 투어 요금 | 1시간 150페소
전화: +63 077 722 8776
 

파드레 호세 부르고스 국립박물관(Padre Jose Burgos National Museum)
식민지 시절 독립을 위해 순교한 3인의 신부 중 한 명인 호세 부르고스의 생가를 박물관으로 꾸민 곳이다. 1층에는 일로카노의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전통 방식으로 짠 직조물과 전통의상은 지금 입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것 같다. 2층에는 골동품점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 같은 앤티크 가구들이 당시 중산층의 고고함을 그대로 전한다. 지역 유명 화가인 에스테반 피치 빌라누에바(Esteban Pichay Villanueva)가 1807년 바시 반란(Basi Revolt)을 묘사한 그림 14점도 만날 수 있다. 

주소: National Museum, Vigan Branch,Vigan City, Ilocos Sur Region I, Philippines  
요금: 어른 10페소, 12세 미만 어린이 5페소  
오픈: 화~일요일 8:30~11:30, 13:30~16:30  
홈페이지: philmuseum.ueuo.com/nm_museum/nmbranch/pburgos.html  
전화: +63 75 554 2065
 
글 전수미 사진 주동원
 
옛 거리를 따라 카페와 기념품점이 늘어서 있다
불나이 장인이 도자기 빚는 모습. 직접 성형 체험도 가능하다
칼레사를 타고 시간여행 중인 원정대원들
 
 
●손끝으로 빚는 수백년 비간의 역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비간에는 문화유산마을을 천천히 거닐어 보는 것 외에 꼭 해봐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도자기 체험이다. 스페인이 필리핀을 점령하기 이전에 중국인들이 이곳으로 건너와 터를 잡았는데 당시 진흙이 많은 비간 시티 서쪽에서 흙을 가져와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불나이(Burnay) 라고 불리는 이 도자기는 만드는 사람의 능숙한 손과 물레만으로 완성된다. 예전엔 많은 양을 수출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플라스틱이 대중화되면서 제작 공방이 단 세 군데만 남아 있다. 
 

그중 하나인 파그불나얀(Pagburnayan)에는 아직까지 전통 방식으로 불나이를 만들고 있는  장인이 있다. 이곳에서는 불나이 제작 과정을 직접 보고 성형 체험도 할 수 있다. 질 좋은 도자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재료인 점토가 좋아야 한다. 불나이를 만드는 점토는 특별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비옥하기로 소문난 비간시티 서쪽 농토에서 가져온 흙을 카라바오(Carabao) 물소가 약 4시간 정도 밟고 다지며 부드럽게 만드는데, 이 과정을 통해 도자기를 빚기 좋은 점토가 만들어진다. 장인이 흙을 가지고 성형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존경스러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처럼 물레 앞에 앉아 직접 흙을 만져 볼 기회가 주어졌다. 물 묻힌 두 손을 흙덩어리 위에 조심스럽게 얹은 후 꾹 힘을 주었다. 부드럽고 차가운 흙이 손을 스쳐 지나가면서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힘을 너무 많이 주면 모양이 찌그러지기 때문에 압력을 적당히 주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불나이는 터널처럼 긴 가마 안에서 구워진다. 잘 구워진 불나이는 일로코스의 전통 음료인 ‘바씨’라는 발효 식초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곳에서 만든 불나이는 구매도 가능하다. 
 
Pagburnayan
주소: Ruby Jar Factory(Paburnayan), Liberation Blvd, Vigan CIity, Ilocos Sur, Philippines 
오픈: 월~일요일(공휴일 포함)
요금: 무료(예약 불필요)
전화: 077 722 8776

글 김희진
 
필리핀 일로코스 원정대 글 전수미 김희진 사진 주동원 에디터 정은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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