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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서 좋은 달랏

  • Editor. 강화송
  • 입력 2018.05.02 14:53
  • 수정 2018.05.24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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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답지 않게 시원한 날씨,
야자수 대신 빽빽한 솔 숲.
언덕마다 솟은 프랑스식 빌라.
아직 무언가 부족하다.
아, 할아버지의 깊게 팬 주름까지.
비로소 ‘달랏’스러운 풍경이다.
 
이른 아침 산책하다 마주친 달랏의 첫 얼굴
 
영원한 베트남의 봄

베트남 나트랑(Nha Trang)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 달랏에 도착했다. 선선한 산들바람이 잔잔히 불어온다. 해발고도 1,500m에 위치한 고산지대, 달랏의 첫인사다. 더 이상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오르지 않아도 됨에 안도하며 한숨 들이켜 본다. 사방에 봄 내음이 가득하다. 달랏의 별칭은 ‘영원한 봄의 도시’란다. 이만큼 딱 맞는 별명도 없을 것이다. 들판 가득 메운 꽃들마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한다. 20세기 초 프랑스가 베트남을 지배할 당시, 달랏은 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이토록 쾌적한 곳을 그냥 놔뒀을 리가 없지. 덕분에 기복 많은 언덕마다 프랑스식 빌라가 솟아 있다. 그 모습을 본 여행객들은 ‘작은 파리의 봄’이라 입을 맞춘다. 썩 공감가지 않는다. 내가 본 달랏은 ‘베트남의 봄’이었기에.
 

고랭지 채소를 짊어지고 야시장으로 향하는 할머니
걱정스러움이 가득한 어머니의 눈빛, 마른 바닥에 뒹구는 아이들이 걱정인 모양이다
달랏 아이들은 카메라만 보면 함박웃음이다
라임을 보물처럼 꼭 껴안고 있던 아이들

사람이 풍경을 물들이는 법

달랏은 예상보다 더 별종이었다. 야자수가 있겠거니, 예상한 자리에는 소나무가 가득했다. 그러니 어찌 ‘작은 파리’로만 생각할 수 있겠는가. 달랏은 남부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소나무가 자랄 수 있는 축복의 땅이다. 선선한 기후가 가장 큰 이유이겠거니. 덕분에 어느 베트남 도시들과 분위기부터 확연히 다르다. 베트남답지 않은 것들을 모두 품고 있는 이곳에도 3가지의 무(無)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에어컨이다. 연중 신선한 날씨를 유지하기 때문에 필요 없는 탓일 테다. 시내만 나가도 시장 매대 위 두터운 점퍼를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나머지 2가지는 신호등과 횡단보도다. 교통신호 하나 없는 교차로 위 오토바이들은 위태롭지만 부드러이 흐른다. 가끔 들려오는 신경질적인 경적이 반갑다. 수년 전 프랑스인들로부터 시작된 달랏의 봄은, 그때와 닮은 듯 다르게 베트남만의 계절이 되었다. 결국 사람이 풍경을 물들이는 법이다. ‘베트남의 봄’ 달랏처럼 말이다.
 
베트남 주민들의 웨딩촬영지로 사랑받는 달랏 철도역
랑비엥산에서 내려다본 시내 전경

프랑스를 닮았구나

자고로 여행은 역에 발 디딜 때부터 시작이라고들 말한다. 1938년에 건설되어 2001년 역사 건축물로 지정받은 달랏 철도역(Dalat Railway Station)은 풍부한 색감과 두터운 기하학적 문양, 호화로운 장식성이 특징인 프랑스 양식, 아르데코Art Deco스타일로 디자인되었다. 과거 프랑스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기차를 타 볼 수도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전쟁 당시 파손된 철로는 현재 7km 정도 복원을 완료했다. 너무 단정해, 새침하게 느껴지는 달랏 철도역과 사진 한 번 찍어 보겠다는 관광객들로 광장은 항상 북새통이다. 
 
우렁찬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다딴라폭포

다 다른 폭포, 다딴라

달랏 철도역에서 버스로 20분이면 다딴라폭포(Datanla Falls)에 도착한다. 장중한 폭포의 연주 소리는 달랏 시내에서도 들릴 것만 같다. 워낙 가깝고 웅장하기에. 협곡을 따라 거닐면 총 5개의 폭포를 만나 볼 수 있다. 서늘한 기온 덕분에 트레킹으로 돌아봐도 무방하지만 재미를 추구한다면 1, 2폭포까지 ‘코스터밥’을 추천한다. 코스터밥은 수동으로 속도 조절이 가능한 모노레일이다. 속도감이 꽤나 빠르니 충돌에 주의해야 한다. 3, 4, 5폭포는 케이블카를 이용해 둘러볼 수 있다. 1, 2폭포보다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장엄함이 느껴지니 꼭 내려가 볼 것을 권한다. 동행하던 가이드가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달랏의 폭포는 다 달라서 다달라폭포입니다.” 그의 썰렁한 농담 때문일까, 아니면 차갑게 떨어지는 폭포의 냉기 때문일까, 모두 걷었던 옷소매를 슬며시 내렸다.
 
망고주스와 노지 딸기는 달랏 야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햇살이 뛰어노는 아이를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

달랏의 모든 것은 달다

날이 저물기도 전부터 달랏 시장 앞이 북적인다. 명색이 ‘야(夜)’시장인데 말이다. 달랏 야시장(Dalat Night Market)은 도심 규모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큰 규모다. 열대 과일뿐만 아니라, 고랭지 농산물이 가득 진열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장을 한참 둘러보다 오밀조밀하게 담긴 노지 딸기 한 컵을 구입했다. 달랏 노지에서 자란 딸기는 귀여운 생김새와 다르게 단단하고 무척 시큼하다. 달랏의 모든 것은 달다며 자부하던 가이드의 입에 딸기 한 알 넣어주니 없던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다. 오독거리며 한참을 씹어 내더니, 기어코 달다며 웃어 보인다. 확실히 분위기는 달더라. 웃고 떠들며 야시장을 구경하던 사이 날이 금세 어두워졌다. 드디어 깊은 고민에 빠질 차례다. 어느 곳에 앉아 국수 자락을 휘저을지, 어떤 종류의 맥주를 들이켤지. 달랏에서는 딱 이 정도 고민이 적당하다. 
 
▶TRAVEL  INFO
AIRLINE 
달랏까지는 직항편이 없기에 나트랑을 통해 방문할 수 있다. 비엣젯항공은 매일 인천에서 새벽 1시50분에 출발해 나트랑공항에 현지시각 기준 새벽 5시25분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나트랑공항에서 오후 4시15분에 출발해 인천에는 오후 10시45분에 도착한다. 
 
ABOUT 
TIME ZONE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다.
WEATHER  달랏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연중 선선한 기후를 유지한다. 
VISA  15일 이내의 여행이라면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무비자 재입국은 30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글·사진 강화송 인턴기자 
취재협조 비엣젯항공 www.vietjetair.com, 에어앤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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