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별, 사람, 시간 그리고 우즈베키스탄

  • Editor. 신유진
  • 입력 2018.05.04 14:07
  • 수정 2018.05.24 10:26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낯선 것에 대한 동경으로 시작한 여행은 곧 익숙해졌다.
건물, 은하수, 사람들과 지새운 그 모든 순간은 그리운 자국으로 남았다.
 
진한 여름 은하수가 흘러가던 아이다르 유르트 캠프
 
우즈베키스탄으로 당장 떠날 이유
 
문득, 낯선 도시에서 맞는 아침이 너무 그리워 잠이 깼다. 매일 맡는 그것과는 조금 다른 냄새가 나는 도시, 피부를 포근히 감싸는 온도, 생소한 풍경과 여행자들도.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지도만 들여다보던 차, 이름에서부터 낯선 내가 솔솔 풍겨져 오는 곳이 눈에 띄었다. ‘우즈베키스탄’. 더군다나 올해 2월10일부터 한국인들은 무비자로 30일간 우즈베키스탄 방문이 가능해졌단다. 결국, 시원하게 항공권을 결제하고 말았다. 

각국의 배낭 여행자들로 활기를 띠는 곳,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Tashkent)에 도착했다.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는 친절한 호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일정이 맞는 카자흐스탄 청년 둘과 차르박 호수에서 한바탕 물놀이를 했고 우즈베키스탄 현지 이름도 두 개나 얻었다. 시작이 좋다. 

우즈베키스탄의 매력은 끝도 없었다. 저렴한 물가와 역사 깊은 도시, 훌륭한 숙소들까지. 게다가 의외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차이니즈?’라는 말 대신 먼저 ‘코리안’이 아니냐고 물어 올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은 드라마 <대장금>과 <겨울연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일하다 온 친구가 한 명씩은 있다는 그들은 늘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우즈베키스탄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시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다. 화려한 건축물이 즐비한 낮이 지나면, 별이 쏟아졌다. 볼거리 많은 도시에 가고 싶다거나, 잠시 쉼이 필요할 때 그곳으로 당장 떠나지 않을 이유는 없다. 
 
화려한 타일로 장식된 샤히 진다는 해가 진 후에도 묘한 매력을 뽐낸다
 
해 질 녘 주황빛을 발산하는 구르 에미르 영묘 
 
 
●Samarkand 사마르칸트
모네도 사랑했을 빛의 도시

중앙아시아의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사마르칸트의 포인트는 단연코 화려한 건축물에 있다. 어제 본 건물이 오늘은 또 다르고, 오늘 본 광장이 내일에는 또 다르다. 옥색 돔과 회백색 건물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햇빛을 받으며 노란색이 되었다가, 회색이 되었다가, 다시 주황색이 되고 그렇게 옅어진 건물은 이내 군청 빛을 띠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곤 했다. 모네가 사마르칸트를 알았더라면 루앙 대성당 대신 이곳에 몇 날을 머물며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수많은 건축물 중에서도 특히 푸른색 타일 장식이 빼곡한 샤히 진다Sh.h-i Zinda 영묘는 그 장엄함이 압권이다. 군데군데 파손된 흔적이 보이지만, 오랜 세월도 특유의 묘한 분위기는 지우지 못했나 보다. 사마르칸트 여행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레기스탄 광장(Registan Maydoni)도 빼놓을 수 없겠다. 중앙아시아에서 ‘도시의 중심 광장’을 의미하는 레기스탄에는 마드라사(Madrasah,무슬림들이 코란을 배우는 학교)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며 자리하고 있다. 해 질 녘에는 구르 에미르(Gur-e-Amir) 영묘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태양 아래 한껏 드리운 길다란 그림자를 보는 것으로 저녁을 맞이했다. 

레기스탄 광장
주소: Registon ko’chasi, Samarqand, Uzbekistan  
전화: +998 66 235 38 26
홈페이지: registon.uz/en
 
샤히 진다 영묘
주소: M-37, Samarkand, Uzbekistan
오픈: 매일 09:00~19:00
전화: +998 71 233 53 82
 
성벽을 따라 걸으며 바라본 이찬칼라 내부
 
달빛 아래 이찬칼라의 흙벽과 돔이 은은하게 빛난다 
 
●Khiva 히바
달빛 아래 바람이 걸리는 곳

사마르칸트가 웅장한 멋이 있다면, 히바는 오밀조밀한 매력이 있다. 그중 고대 호레즘(Khorezm)*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성벽 마을 이찬칼라(Itchan Kala)는 모든 골목이 박물관 같다. 공간이 그렇게 넓지 않았지만 아침저녁으로 같은 골목을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히바의 아기자기함에 푹 빠져 버렸다. 기둥마다 모두 다른 모양으로 조각된 주마 모스크나, 뜨거운 히바의 날씨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독특한 구조의 건축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시간이 빠르게만 흘렀다. 전망대에 올라 가만히 노을을 바라만 봐도 그랬다.

여행자들이 다 빠져나간 이찬칼라의 한적한 밤도 빼놓을 수 없는 기억이다. 달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황토빛 벽돌과 옥빛 돔은 꼭 판타지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오묘한 빛을 발산했다. 밤이 되어 날씨가 선선해지면 낮 동안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과 평범한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나레트(Minaret,이슬람 모스크의 첨탑) 사이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그들과 함께 잡념을 내려놓았다.  

*호레즘│아랄해 남쪽을 가리키는 옛 이름으로, 현재 우즈베키스탄과 일부 투르크멘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으로 헬레니즘 문화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로도 동서양을 잇는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다.
 
누라타 전통 자수
 
유르트 캠프에서, 한밤의 캠프파이어  
 
 
●Nurata 누라타
은하수 곁으로 타들어 가는 불꽃

전통 가옥을 개조한 집에서 현지 가족이 손수 준비해 주는 식사를 먹고, 거리 곳곳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전통 자수 시연도 구경했다. 게스트하우스 루슬란 누라타(Guest House Ruslan Nurata)에서 머문 시간들이다. 이번에는 호스트를 따라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큰 호수인 아이다르쿨(Aydarkul) 호수로 향했다. 누구라도 뛰어들고 싶을 고요한 물결이다. 때마침 한가로이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 마냥 이곳이 좋아 캠프를 차리고 아예 머무르게 됐다는 러시아인을 만났다. 공교롭게도, 그녀는 다음 목적지인 아이다르 유르트 캠프의 기획자였다.

아이다르쿨 호수 근처의 아이다르 유르트 캠프(Aydar Yurt Camp)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텐트인 유르트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리고 은하수를 만났다. 우즈베키스탄의 여름밤은 습하지 않고 하늘이 맑아서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진한’ 은하수를 볼 수 있다. 현지 가수가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불러 주는 음악과 함께 캠프파이어를 즐겼다. 밤하늘을 은은히 가로지르는 은하수와 그 아래 타들어 가는 불꽃, 흥겨운 노랫소리가 운치를 돋웠다.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던 경험이었다.
 
게스트하우스 루슬란 누라타
주소: St. Okhunboboyev, h. 2 Nurata UZ, 210700 Uzbekistan
전화: +998 95 607 20 27
홈페이지: nuratatours.blogspot.com
 
▶tip | 루슬란 누라타를 통하면 유르트까지의 교통편은 물론 누라타 지역의 투어까지 경험할 수 있다.
 
아이다르 유르트 캠프
주소: Dungilek Village, Road R57, Nurata 210700, Uzbekistan
 
황홀하게도 아름답던 아랄해의 밤 
 
●Aral Sea 아랄해
아픔에 무심하게 아름다운 바다

우즈베키스탄의 서부, 누쿠스(Nukus)에서 과거 우즈베키스탄 해상 무역의 주요 도시였던 무이나크(Muynak)로 향하는 길이었다. 양옆으로 바다가 펼쳐졌다. 아랄해는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의 참상을 가장 끔찍하게 보여 주는 증거 중 하나다. 1960년대 소련정부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강물의 방향을 바꿔 관개 농업에 이용하기 시작한 후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내해였던 아랄해의 바닷물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지금은 대부분 바닥이 드러난 채 바짝 말라 버린 상태다. 도로 옆에 늘어선 ‘배들의 무덤Cemetery of Ships’에는 바다가 마르면서 더 이상 운항하지 않게 된 녹슨 배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모래 위의 배들이,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그럼에도 밤의 아랄해는 이 세상의 풍경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웠다. 바다 위에 뜬 아치 모양의 은하수와 어김없이 떠올라 땅을 데우는 태양은 무심히도 황홀하기만 했으니까. 다시 돌아온 누쿠스에서는 사비츠키 박물관(Savitsky Museum)에 들렀다. 우즈베키스탄의 역사와 구소련 시절의 작품들, 그리고 아랄해의 찬란했던 옛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잔혹한 시간 앞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아랄의 미래가 더는 힘겹지 않기를 바랐다. 
 
사비츠키 박물관
주소: Rsaev Str., Nukus 23100, Karakalpakstan, Uzbekistan
전화: +998 61 222 25 56
홈페이지: museum.kr.uz
 
▶TRAVEL INFO UZBEKISTAN
 
AIRLINE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우즈베키스탄항공이 인천-타쉬켄트 직항편을 각각 주 5회, 3회, 4회 운행한다. 우즈베키스탄항공편 가격이 좀 더 저렴한 편이다. 
 
CURRENCY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은행과 시장 환율이 무려 두 배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보통 시장에서 환전을 한다.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도 가끔 환전을 해 주기도 한다. 텔레그램(Telegram)앱에서 ‘Tashbot’을 친구 추가하면, 매일 변동하는 환율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TRANSPORTATION
도시간 이동시 합승 택시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대개 숙소에 물어보면 택시 승차장 위치를 안내해 준다. 좁고 불편한 것이 싫다면 기차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도시에는 특별한 표식 없이 운행하는 택시들이 많아, 지나가는 차를 세워 요금을 흥정한 후 이용하면 된다.
 
글·사진 Traviest 신유진  에디터 김예지 기자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